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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238화 (23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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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238화

81장 경매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2)

경매 준비는 지스의 지휘 아래에서 빠르게, 더불어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이는 그의 솜씨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대도시의 경매장을 맡고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일 처리가 뛰어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카이는 지스를 호출했다.

“카이 님. 부르셨습니까?”

“지스 님. 혹시 누군가를 가르치시는 일도 잘하십니까?”

“예? 가르치는 일이요?”

얼떨떨해하는 그를 데리고 차근차근 설명을 마치자, 지스는 흥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가 이렇게 흥분한 이유는 간단했다.

‘실적.’

아무리 경매장의 지점장이라고 해도 말단 회사원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하면 언제든지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존재.

하지만 그런 존재조차 실적을 쌓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는 있다.

바로 눈앞의 지스처럼.

“그럼 교육 받을 이들이 선정되면 이곳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리를 꾸벅 숙인 지스는 경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상부에도 보고를 마쳤습니다. 위쪽에서도 제가 그린 그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최대한 지원을 해줄 테니 한 번 붓질을 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는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카이의 질문에 지스는 질문으로 답했다.

“카이 님. 혹시 낚시를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낚시라면 어렸을 때 아버지랑 몇 번 해봤습니다. 그건 왜요?”

“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다니셨다니. 저와 비슷하시군요. 그렇다면 낚시를 할 때 가장 즐거운 시간이 언제였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음…… 그야 당연히 물고기를 낚았을 때죠?”

“저런, 그 부분은 저와 조금 다르시네요.”

낮은 웃음을 흘린 지스가 말을 이었다.

“저는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 전까지의 기다리는 시간이 좋습니다. 과연 어떤 물고기가 미끼를 물지. 녀석의 덩치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을 하는 것이 제법 즐거웠거든요.”

“그 말씀은……?”

“예, 저에게 있어선 지금이 최고로 즐거운 시간입니다.”

해석하자면, 기다리라는 소리다.

찌를 무는 물고기가 나타날 때까지.

***

미드 온라인에 존재하는 경매장 세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거의 모든 왕국이나 제국에 골고루 위치한 그들이 하루에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천문학적.

그들은 자신들의 고객을 철저하게 구분 지었다.

무언가를 구분 짓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아래와 위가 나뉘게 되어있다.

경매장 VIP등급.

그것은 구분지어진 신분의 위쪽에 자리한 등급이었다.

그 위로는 VVIP계급이 존재했지만, 아직 플레이어들 중에서 그 등급을 쟁취한 이는 없었다.

삐익!

“음?”

“뭐지?”

“경매장에서 문자가 오다니…… 의외로군.”

하지만 VIP등급이라면, 이미 많은 이들이 속해 있었다.

큰 물고기는 큰물에서 논다는 말이 있다.

대어(大魚), 랭커들 중 대다수는 아이템 거래를 활발히 하는 편이고, 오가는 액수 또한 크다.

한 마디로 그들이 경매장의 VIP회원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VIP회원 이상만이 참여 가능한 경매가 열린다고?’

‘흐음. 특별 경매가 개최된 건 여태까지 한 번밖에 없었던 일인데…….’

‘하지만 VIP 경매에 출품되는 아이템들은 성능 하나는 확실하다.’

‘가격들이 워낙 세서 문제긴 하지만.’

‘이건 가야겠군.’

경매에 참가할 자격이 되는 이들은 바쁜 스케줄을 조정하며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경매에 참가한다는 건 단순히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다.

‘경매장의 VIP회원이 되려면 거래 가격이 최소 몇 억은 되어야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라이트 유저들은 절대로 VIP회원이 되지 못해.’

‘한 마디로 이 경매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내 경쟁자들.’

‘하지만 중요한 건 다른 플레이어 놈들이 아니야.’

특별 경매는 VIP회원인 NPC들과 안면을 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일반인 유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권력과 명성, 혹은 돈이라도 많다면 이런 식으로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영지 문제로 잡음이 많이 일어나는데…….’

‘쓸 만한 귀족이라도 하나 알아두면 나쁠 건 없겠지.’

미드 온라인이라는 가상현실게임에서 최고가 되려면, 게임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NPC들의 비위를 맞춰줄 수 있는 친화력과, 정치력 또한 필수 요소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이 수많은 랭커들의 발걸음을 이번 특별 경매에 향하도록 만들었다.

***

카이는 특별 경매를 한다고 해서 따로 준비를 할 것이 없었다.

모든 부분을 지스가 알아서 해주었으니 카이가 할 것이라고는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특별 경매가 열리는 당일.

카이는 아쿠에리아의 거대한 경매장 홀로 들어섰다.

‘평소에 그렇게 북적거리던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네.’

홀은 대학교의 강연장처럼, 층층이 올라간 좌석이 무대를 내려다보는 형태였다.

“오셨습니까?”

카이를 기다리고 있던 지스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전용 좌석으로 안내했다.

가장 위층의 따로 분리된 방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좌석이었다.

“제가 이렇게 높은 곳에 앉아도 되는 겁니까……?”

“상부에서는 이번 경매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카이 님을 VVIP 등급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측에서도 이번 경매에는 들인 공이 많으니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고요. 그래서인지 카이 님을 이번 특별 경매에서부터 VVIP 회원으로 대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나쁘지는 않네요.”

대우를 받는데 싫어하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카이도 마찬가지.

“흐음.”

푹신한 의자는 영화관의 리클라이너를 연상시킬 정도로 안락했다.

그 곳에 앉아서 기다리기를 잠시.

경매장의 직원들이 카이의 몇몇 좌석의 의자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 수정구를 설치했다.

“그건 뭡니까?”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카이가 묻자, 직원들이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설명했다.

“지닌 바 위치나 스케줄이 바쁘셔서 못 오시는 분들은 이렇게 수정구를 통해 경매에 참여하실 예정입니다.”

“허…….”

처음에 대륙의 VIP회원들을 모은다고 했을 때부터 궁금하던 부분이 지워지는 대답이었다.

‘가만, 그렇다는 건 저 수정구들은 전부…….’

하나하나가 다른 왕국이나 제국의 VIP 회원들.

즉, NPC들이라는 소리다.

‘호오.’

지금은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수정구였지만.

경매가 시작되면 빛이 들어올 터.

카이가 수정구만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옆에 다가온 누군가가 그에게 알은 체를 했다.

“음? 네 놈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온몸이 근육으로 가득 차 있는 적발의 노인 하나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이는 그의 반가운 얼굴을 보는 것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했다.

“파사낙스 님!”

적탑주 파사낙스.

과거 카이에게 수백 종의 독을 분석하라고 명령하면서 스킬 성장에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물론, 파사낙스 본인이 그걸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쯧, 네놈의 그 지겨운 얼굴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파사낙스가 카이의 오른쪽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카이는 아직도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를 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다시 뵙게 되어서 좋습니다. 아! 그리고 파사낙스 님 덕분에 얻은 반지는 정말 유용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흥. 그런 인사라면 검은색 꼬맹이에게나 해라. 그나저나…….”

카이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은 파사낙스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군.”

“과찬이십니다. 부끄러울 따름이지요.”

“네놈이 부끄러워한다면, 다른 모험가 놈들은 진작 접시 물에 코를 박아 죽어야지.”

파사낙스와 수다를 떨자, 순식간에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자리가 채워지는 것을 쳐다보던 카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플레이어들은 제일 낮은 자리에 앉게 되는구나.’

같은 VIP 등급이라고 해도 급이 있는 법.

모험가들은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카이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저기 저 위에 언노운 아니야?”

“마, 맞는 것 같은데?”

“아니, 대체 저 놈은 어떻게 저기에 있는 거지?”

“비슷한 위치에 앉아 있는 NPC들을 보면 대부분이 백작급 귀족들이야.”

“잠깐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옆에서 같이 대화 나누고 있는 영감은 적탑주인데?”

“저, 적탑주 파사낙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가장 높은 위치에 편하게 앉아 적탑주와 수다를 떨 수 있을까.

카이의 저력에 다시 한 번 몸서리를 친 유저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자리에 착석했다.

경매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안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시작되려나 보군.”

파사낙스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지스가 무대 위로 올라와 꾸벅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특별 경매를 진행할 지스라고 합니다. 우선 바쁜 시간을 내주어 저희 경매장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

인사를 받아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지스는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들 공사가 다망하신 분들이니 곧장 경매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매는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지스가 아이템의 이름과, 이에 얽힌 역사 또는 효과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었다.

“으음.”

“저건 괜찮은데?”

“1200골드!”

“1250!”

“1300!”

특별 경매에 출품되는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들은 모두 효과가 굉장했다.

기본이 수백 골드 단위에서 시작되는 아이템들.

경매가 제법 무르익었을 때, 카이가 출품한 첫 번째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소개시켜 드릴 물품은 다름 아닌 스킬 북입니다.”

지스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스킬 북은 NPC들, 특히나 마법사들이 탐을 내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비록 모험가들처럼 책을 펼치는 순간 스킬을 배우지는 못하지만, 읽으면서 마법의 원리를 깨우칠 수는 있었으니까.

“스킬의 이름은 다크 스피어. 무려 마왕추종자 중 한 명이자, 대륙의 공적인 ‘웃는 낯의 지르칸’의 고유 스킬입니다. 때문에 배우기 위해서는 마기를 다룰 수 있어야만 합니다. 때문에 가격은 250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특별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 중 버젓이 마기를 뿜어내는 존재는 있을 수 없다.

경매장은 도시에 위치해 있는 기관이고, 경비병이나 기사, 마법사들이 방어 인력으로 득실댄다.

“뭐야, 마기 다룰 수 있어야 한다니…… 그럼 마기 스탯이라도 있어야 하나?”

“흐음. 이번 물품은 패스. 별로 매력적이지가 못하군.”

플레이어들은 대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포기 의사를 드러냈다.

‘음, 역시 다크 스피어는 제 값 주고 팔기가 힘든가?’

위에서 그들의 표정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쳐다보던 카이의 기분이 울적해질 즈음.

옆에서 파사낙스가 탄성을 뱉어냈다.

“호오…… 그 ‘지르칸’이 사용하던 고유 스킬인가? 이건 제법…….”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파사낙스가 입찰을 희망했다.

“250.”

그것이 시발점이라도 되듯, 수많은 입찰가들이 줄을 짓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그들 대부분이 마법사라는 점이었다.

“300.”

“325.”

“380.”

“500!”

‘뭐, 뭐야…… 왜 다들 이렇게……?’

이해를 하지 못한 카이는 파사낙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 파사낙스 님. 들으셨겠지만 저 책은 마기를 다루지 못하면 하등 쓸모가 없습니다만?”

“응? 그게 무슨 소용이냐. 웃는 낯의 지르칸이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훗날 프리미엄이 붙을 물건이 확실하다!”

“……?”

한정판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은 카밀라 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야. 이 마법사들 무서워…….’

진리를 탐구한답시고 탑에만 박혀있는 괴짜들.

그들의 탐구욕과 수집욕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4,720!”

최종 낙찰가 4,720골드.

끝내 스킬 북을 낙찰 받은 파사낙스는 뿌듯한 미소를 한껏 지으며 카이를 쳐다봤다.

“미리 말해두지만, 만져 보고 싶다고 해도 허락해 줄 수는 없다.”

“아, 예에…….”

판매자가 자신이라는 것은 절대 말하면 안 되겠다고.

카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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