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
힐통령 269화
89장 흡혈왕 데스몬드(5)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440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145,200
신성력 : 319,500
능력치
힘 : 2,287 체력 : 1,452
지능 : 844 민첩 : 817
신성 : 3,195 위엄 : 764
선행 : 489
남은 스탯 : 120
독 저항력 +30
마법 저항력 +40%
자연친화력 +200
신성력을 소모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 +50%
악마/언데드에게 +50% 피해.
스탯 창을 확인하는 카이의 표정은 흐뭇했다.
레벨이 무려 20개나 상승했으니까.
모두 마이클의 아름다운 희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물론 본인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카이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무슨 400레벨 넘어가는 놈이 이렇게 레벨업이 빨라?”
“그야 많이, 빨리 잡으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네 레벨이 더 많이 올랐잖아.”
“그건 그렇지만…….”
할 말이 없어진 발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440레벨이면 어때? 저 빌어먹을 성채, 공략 가능하겠어?”
“아마도.”
발터가 뱀파이어들의 성을 ‘빌어먹을 성채’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욕이 나올 정도로 힘들긴 했지.’
설은영의 말이 맞았다.
뱀파이어들은 교활했다.
자신들이 병사를 내보내는 족족 연락이 끊기자, 그들도 매복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뒤통수를 노리면서 진땀을 뺀 게 거의 하루. 게다가 마지막에는 진짜 죽을 뻔했지.’
수십의 뱀파이어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사이 뱀파이어 기사들까지 나타난 탓이었다.
“자. 그럼, 말 나온 김에 시작해 볼까?”
카이가 입을 열자 모두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과연 뭘 믿고 이러는걸까?’
‘카이의 레벨이 440이라지만, 그건 뱀파이어 기사들도 비슷해. 심지어 성채 안에는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도 있을 텐데.’
이번에는 언노운이 대체 어떤 마술을 부리게 될지.
카이의 사소한 행동에 일행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인벤토리 오픈.”
그 상황에서 카이가 한 일은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바로 인벤토리를 여는 것.
“……군단의 심장.”
그리고 스킬북 하나를 꺼내 든 것이었다.
대도시 광장에만 가도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널렸다.
하나, 카이가 꺼낸 스킬북을 쳐다보던 일행은 휴식을 취하던 것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났다.
“화, 황금색!”
발터가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사실 이 정도의 반응은 당연했다.
카이가 들고 있는 스킬북이 뿜어내는 찬란한 황금색.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으니까.
“레전더리 등급…….”
설은영의 중얼거림에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운 좋게 얻게 되었습니다.”
“운? 그래 운, 그게 내 문제니?”
발터가 입에 게거품을 문 채 질문했다.
“제발 그런 운이 있으면 나도 좀 나눠줘라.”
“행운이라면 나눠줬잖아.”
“응? 어디? 아, 혹시 서프라이즈로 내 우편함에 보내놨다거나?”
“지금 네 스탯창을 보고, 던전에 들어오기 전의 스탯창을 떠올려봐.”
“그게 무슨…… 아.”
카이의 말뜻을 이해한 발터가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 내가 친구 하나는 진짜 잘 뒀다니까? 하하.”
하룻밤 만에 레벨 수십 개를 올리는 것은 평범한 운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스킬북의 효과는 뭔가요?”
발터를 밀어낸 설은영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질문은 아니죠?”
카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그런 스킬의 효과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아쉽네요.”
설은영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지 쿨하게 포기하며 뒤로 물러섰다.
“오우 브로, 이 장면 대박인데? 구도 자체가 좋아.”
마이클이 연신 자신의 손가락을 카메라 형태로 만들며 카이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북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랭킹 1위라.’
아마 기자들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전 세계적으로 수만 개의 기사가 쏟아질 것이 분명한 소재였다.
“아무튼, 레전더리 스킬이 있으니 우리는 한시름 놔도 되겠네.”
발터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설은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아뇨, 괜찮습니다.”
일행의 시선이 카이에게 향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편히 휴식하면서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카이가 호언장담을 하자, 일행들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 * *
군단의 심장.
라시온 왕국의 보고에 보관되어있던 레전더리 스킬.
스킬의 설명은 간단했다.
[군단의 심장]
등급 : 레전더리
설명 : 소환수를 강화시켜줍니다.
소환수의 공격력 +30%
소환수의 방어력 +30%
소환수의 생명력 +30%
소환수의 모든 스탯 +15%
5시간 지속.
재사용 대기 시간 24시간.
습득 제한 : 지능 1,000 이상.
그것이 스킬 설명의 전부였다.
짧지만 강렬한 효과들.
‘이제 배울 수 있겠어.’
카이가 이 스킬을 얻자마자 배우지 못했던 건 지능 1,000 이상이라는 조건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벨이 440이 된 지금, 카이는 그 조건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
“남은 스탯 전부 지능에 투자.”
[120개의 스탯을 지능에 투자하시겠습니까?]
“그래.”
[지능이 480 상승했습니다.]
신들의 연회에서 얻은 칭호들 덕분에 스탯을 올릴 때마다 300%씩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능력치.
‘지능 스탯 1,324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카이는 곧장 스킬북을 펼쳤다.
[스킬북-군단의 심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책에서 뿜어지던 황금빛 광채는 카이의 전신으로 흡수되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지.’
카이는 다시 한번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번에 나온 것도 스킬북이었다.
“유니크?”
“아니, 요즘은 인벤토리에 저런 거 넣고 다니는 게 유행이야? 왜 자꾸 나오는데?”
일행의 황당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이는 스킬북을 펼쳤다.
[스킬북-헬 파이어를 습득하시겠습니까?]
“어.”
이전에는 굳이 헬 파이어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때는 지능이 낮았으니까.’
지능이 높아질 수록 데미지가 강해지는 스킬을 굳이 배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카이의 지능 스탯은 1,324.
웬만한 마법사 랭커의 지능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준비는 끝났어.’
카이가 왼손을 들었다.
“강화 소환, 미믹.”
꿈틀거리며 소환된 슬라임 한 마리.
미믹은 자신의 주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명령해 주기를 원했다.
“미믹, 와이번 타입으로.”
명령이 떨어지자, 미믹이 꿀렁거리더니 와이번처럼 변했다.
“오오, 판타스틱! 브로, 이 펫의 정체는 대체?”
“음…… 아오사 주니어라고 하면 되려나?”
“아! 아오사라면…….”
설은영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미믹을 쳐다봤다.
그녀는 천화 길드의 정예 부대를 이끌고 아오사를 처치하기 위해 달려오지 않았던가.
물론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오사가 카이에게 토벌당한 뒤였지만.
“우리 미믹은 흉내내기 스킬을 통해 한 번 본 몬스터의 모습을 흉내낼 수 있습니다.”
“어? 그럼 설마 비르 평야 전투 때 맹활약을 했던 킹 샌드웜도……?”
“예. 그것도 미믹이었어요.”
“캬아악!”
자신이 맞다는 듯, 와이번으로 변한 미믹이 포효했다.
“오오, 브로! 나 지금 기대되기 시작했어. 그래서 오늘은 와이번을 타고 공중전을 하려고? 용기사처럼?”
“물론 아니지.”
카이가 씨익 웃었다.
“오늘 미믹의 역할은 뚜껑이거든.”
“뚜껑……?”
“그래, 뱀파이어들의 관을 닫아줄 뚜껑. 그게 미믹의 역할이야.”
* * *
2층에 올라온 지 꼬박 하루가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환한 보름달은 하늘에 박혀 있었다.
“후우…….”
카이는 옅은 숨을 내쉬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헬 파이어.”
콰드드드득.
생성된 마법진은 평소 홀리 익스플로젼을 쏠 때보다도 훨씬 더 사납게 돌아갔다.
“헬 파이어.”
이어서 떠오른 두 번째 마법진.
그때부터는 거침이 없었다.
콰드득, 콰드드드득!
총 네 개의 마법진은 꼬박 일주일을 굶은 사자처럼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들이 마법진에 갇힌 채 달려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주인인 카이가 목줄을 꽉 쥐고 있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카이가 목줄을 잡던 힘을 푸는 순간 재앙이 도래한다는 뜻.
“가라.”
카이가 사나운 사자들을 필드 위로 풀었다.
풀려난 네 마리의 사자는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흑색의 성채로 날아갔다.
카이는 결과조차 보지 않고, 미믹을 두드렸다.
“미믹, 할 수 있겠지?”
“캬아악!”
와이번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카이는 흑색 성채에 꺼지지 않는 네 개의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걸 확인한 순간 소리쳤다.
“미믹!”
파아아악!
기다란 날개를 쭉 펼친 미믹이 빠르게 상공을 향해 날갯짓했다.
“응?”
“어?”
그 장면을 쳐다보던 일행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이번을 타고 가려는 거 아니었어?’
‘레벨도 낮을 텐데, 와이번을 적지로 혼자 보낸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예상조차 되지 않는 카이의 행보.
“까아아악!”
직선이 되어 쭈욱 날아간 미믹은 금새 성채의 상공에 도착했다.
“그거 알아?”
카이가 불쑥 입을 열었다.
“현재 리버티아가 세워진 땅은 한때 아오사가 흩뿌린 푸른 역병에 오염되어 있었어.”
“……?”
일행 중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카이는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리버티아 어디에서도 역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
카이의 손가락이 보름달 아래에 위치한 와이번, 미믹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 다 먹어치웠거든.”
“설마……?”
발터가 그건 아니겠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흔드는 순간.
카이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화끈하게 터뜨려버려.”
동시에 미믹의 몸이 직각으로 꺾어지며 지상을 향해 수직하강했다.
“끼아아아악!”
뱀파이어들이 광장에 착지한 미믹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 달려들던 적들은 돌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구에엑!”
“커어어억……!”
푸른 역병에 중독당한 뱀파이어들의 피부 위로 푸른 반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공이군.”
머나먼 초원에서 그 모습을 확인한 카이는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
사아아아악.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보라색 반지가 번쩍이며 50마리의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서임.”
이번엔 다른 반지가 반짝이며 그들을 축복했다.
어둠이 몰아치고, 연기의 파도가 지나치자 그 자리에는 50마리의 듀라한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서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장비 받아가고.”
카이가 인벤토리에서 검을 뽑으며 듀라한들에게 나눠줬다.
언제고 언데드 군단을 다시 사용하게 될 때, 전력을 증가시키고자 기회가 될 때마다 차곡차곡 사놓았던 레어, 유니크 등급의 검들이었다.
“멋있네.”
카이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듀라한들을 바라보며 짤막한 감상평을 내렸다.
“든든하기도 하고.”
실제로 완전 무장을 마친 50마리의 듀라한은 그 누가 상대여도 패배하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한 포스를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저 녀석이 내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새삼 감사하게 되네.”
“그를 적으로 돌리는 건 미련한 짓이야.”
끄덕끄덕.
“맙소사…… 더 이상 이건 예능 프로그램 따위가 아니야.”
일개 유저가 군단을 창조해내는 경이로운 광경을 코앞에서 목격한 마이클은 입을 쩍 벌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가 브로를 보고 교단의 숭고한 성기사라 칭할 수 있겠어?’
대지에 죽음의 역병을 퍼트리는 언데드의 군단장이라면 납득이 될지도.
“군단의 심장.”
카이가 출정식의 마침표를 찍었다.
꿈틀, 꿈틀!
듀라한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심장이 생성되며 꿈틀거렸다.
그러기를 잠시, 심장은 그대로 터져나가며 사방팔방으로 피를 흩뿌렸다.
“…….”
“…….”
피를 뒤집어쓴 듀라한들의 몸이 천천히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띠링!
[군단의 심장이 사용되었습니다.]
[소환수의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소환수의 방어력이 30% 증가합니다.]
[소환수의 생명력이 30% 증가합니다.]
[소환수의 모든 스탯이 15% 증가합니다.]
군단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