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296화 (296/441)

# 296

힐통령 296화

95장 고품격 예능 방송(1)

카이가 예고 없이 켰던 라이브 방송은 시청자 420만 명이라는 기염을 토해내며 막을 내렸다.

당연히 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것은 기자들이 탐낼 만한 소스이기도 했다.

[랭킹 1위 카이, 다시 한 번 절대자 포스 뿜어내.]

[12명의 최상위 랭커를 12분 만에 요리하는 남자.]

[언노운 효과 다시 한번 입증. 라이브 방송 이후 커뮤니티의 동시 접속자 수, 42% 상승.]

[전 검은 벌, 타이탄 길드원들은 왜 그와 대립하는가?]

누구든 한 번쯤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이런 기사를 읽는 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랭커 1명당 1분컷 실화냐?ㅋㅋㅋㅋ.

└움직임이 예술이다 진짜. 저거 실시간 라이브라서 편집이고 뭐고 할 수도 없는데.

└전지적 언노운 시점.

└나 남자인데 어제 언노운 형 방송보고 반할 것 같음ㅠㅠ.

└안 되겠다. 언노운 시리즈 정주행하러 간다.

└언노운 형님 신작 왜 안 찍으시는지 모르겠음ㅠㅠ.

└신작 같은 소리하네. 좀 떴다고 초심 잃고 예능이나 찍는 새끼한테 바랄 걸 바래라.

흔히 말하는 ‘언노운 효과’는 뜨거웠고, 어딜가나 그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일부의 사람들은 이번 영상을 가뭄 속 단비처럼 받아들였다.

└자, 그럼 어제에 이어서 다시 토론해봅시다.

└일단 1위는 유하린이겠죠?

└무슨 소리세요? 당연히 유하린보다는 크리스가 더 강하죠.

└아니 님들, 어제까지는 분명히 카이가 1위였잖아요?

└아, 그분은 천상계의 순위에 머무실 분이 아니라서 제외하였습니다.

바로 랭커들의 실력을 평가하며 순위를 매기는 사람들.

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카이를 아예 천상계의 너머, 안드로메다계로 격상시켜 버렸다.

최상위 랭커 12명을 상대로 보여준 압도적인 파괴력과 수준 차이.

게다가 전투가 끝나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덤덤한 모습은 그러기엔 충분했으니까.

└언노운 너무 멋있다.

└원래 팬 아니었는데, 어제 영상보고 반했음ㅠㅠ.

심지어 그의 멋있는 모습에 새롭게 매료된 유저들에게는, 어김없이 한 통의 쪽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언노운 님 좋아하시나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 분에 대한 이야기는 공식 팬카페에서 더욱 활발하게 나누실 수 있습니다…….]

마치 신도라도 모으듯, 회원 수를 늘려가는 언노운 공식 팬카페의 매니저들!

회원 수 만 이미 170만명을 넘긴 그의 팬카페는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언노운 님이 출연하시는 예능 방영일이 드디어 내일 모레네요.

└평소 모습은 어떠실지 기대돼요!

└어떤 모습이든 전 좋아할 겁니다.

카이가 타락의 성지에서 찍었던 예능(?) 프로그램의 방영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 * *

콰아아앙!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동굴에서 굉음이 울렸다.

콰앙. 콰앙, 콰아앙!

“젠장! 젠장!”

고릴라처럼 씩씩거리는 골리앗이 동굴 벽을 강타할 때마다 나는 소리였다.

한참이나 동굴 벽을 두드리던 그가 돌연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흔적은 완벽하게 지웠다고 했을 텐데?”

그 질문에 답한 것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스팅이었다.

“지웠다.”

“확실히 지운 것 맞나? 그런데 그 놈이 어떻게 우리의 짓인걸 알고 찾아온 거지?”

골리앗이 따지듯 묻자, 스팅이 눈을 날카롭게 번뜩이며 그를 노려봤다.

“지금 내 실력을 의심하는 건가?”

“의심이 아닌 확신이지. 그 일이 있고 난 후 바로 찾아왔으니까.”

“개소리하지 마라. 설령 마탑의 탑주들이라고 해도 내 스킬을 역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다.”

“개소리? 지금 내가 한 말더러 개소리라고 한 건가?”

두 사람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길드원들이 하얗게 질리며 동굴 벽에 붙었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못한 라우스가 그들을 말렸다.

“두 분 진정하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아군끼리 싸우면 웃는 자는 결국 카이 뿐입니다.”

카이.

그 이름이 나오자 골리앗과 스팅이 인상을 찡그리며 서로 고개를 돌렸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녀석.”

“방송 봤나?”

스팅의 물음에 골리앗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봤다.”

“솔직히 너나 나나 우리 길드원들 12명과 싸워서 이기는건 가능하지. 하지만…… 그렇게 압도적으로, 게다가 12분이라는 시간에 이기는건 불가능하다.”

객관적인 분석과 평가에 얻어맞은 골리앗이 애꿎은 돌멩이를 걷어찼다.

“젠장! 그게 가장 화가나는 부분이다. 얻어맞았는데 반격을 할 수 없으니까.”

살면서 이렇게까지 무력함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복수의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씁쓸함은 더욱 컸다.

두 사람이 우울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말이 없자, 길드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이었다.

그들을 구원한 것은 때마침 도착한 하나의 메시지였다.

“음?”

“이건…….”

물론 메시지를 받은 건 그들이 아닌, 두 명의 마스터였다.

그들은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설마…….”

“너도?”

그 질문으로 대답을 얻어낸 두 사람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쟈오 린]

자신들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보낸 것은, 다름 아닌 흑룡 길드의 마스터였으니까.

* * *

[‘골리앗’님이 채팅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스팅’님이 채팅방에 입장하셨습니다.]

두 사람이 채팅방에 들어오자, 기다리던 있던 자가 말을 건넸다.

[쟈오 린: 다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스팅: 용건.]

[쟈오 린: 성격 급한 건 여전하군.]

[스팅: 우리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니까.]

[쟈오 린: 사람 앞날이란 건 모르는 것 아닌가. 애초에 나는 너희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는 것도 아직 믿기지가 않는데.]

[골리앗: 서론이 길어지는군.]

골리앗과 스팅이 불쾌함을 드러내자, 쟈오 린이 본론을 꺼내들었다.

[쟈오 린: 죽 하나는 잘 맞는군. 그렇다면 본론부터 말하지. 나와 손을 잡자.]

그의 돌발적인 동맹 제안에 스팅과 골리앗의 말이 멈췄다.

그는 길드원 수만 2천만 명을 돌파한 흑룡 길드의 주인.

당연히 손을 잡는다면 이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를 볼 부분은 없었다.

[스팅: 조건은?]

[쟈오 린: 작전의 실행과 지휘는 이쪽에서.]

[골리앗: 그냥 밑으로 들어오라고 속 시원하게 말하지 그러나?]

말만 동맹이지, 두 사람을 휘하로 거두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쟈오 린은 당당했다.

[쟈오 린: 그게 아니라면 내가 뭐가 아쉬워서 너희 두 사람에게 동맹을 제안하지? 설마 흑룡의 2천만 구성원이 너희의 뒷바라지를 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골리앗: 지금 그걸 말이라고!]

[스팅: …….]

골리앗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스팅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고수했다.

분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으니까.

물론 자신과 골리앗이 신화 등급 클래스의 소유자라지만, 바꿔 말하면 내세울게 그것 밖에 없었다.

‘반면 흑룡 길드는…… 단일 세력으로는 미드 온라인 최강이다.’

우선 길드원들의 머릿수부터 압도적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나라.

게다가 중국 정부에서 중화민족주의를 강조하며 중국인들의 단결을 어린 시절부터 강조한다.

때문에 중국인들의 서로 뭉치려는 습성은 세계의 어느 국가보다도 뛰어났다.

그리고 그 습성을 이용해 미드 온라인에 초거대 길드를 만든 것이 바로 쟈오 린이었다.

“골리앗. 진정해라.”

스팅은 옆에서 주먹을 부르르 떨어대고 있는 골리앗을 진정시켰다.

“진정? 지금 저 새끼가 하는 말을 이해 못 한 거냐? 말이 동맹이지 우리를 개처럼 부려먹겠다는 뜻과 뭐가 다르지?”

“재미있군. 타이탄 길드의 슬로건이 약육강식 아니었나?”

움찔.

스팅의 지적에 골리앗이 인상을 찡그렸다.

확실히 타이탄 길드는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거머쥔다는 논리로 돌아가던 집단이었으니까.

“그럼 네놈은 지금 우리가 사이좋게 손잡고 저 중국 놈 밑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건가?”

“그럴 리가. 저놈이 우리를 이용하듯, 우리도 저놈을 이용하면 될 뿐이지.”

“……흑룡 길드를 이용한다고?”

스팅의 말에 골리앗이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용이다. 애초에 저 놈이 이 시점에서 우리를 왜 포섭하려고 하겠나.”

“그야…….”

골리앗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이번에 카이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엑스트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로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가보면 골리앗과 스팅을 비웃는 글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놈이 우리와 동맹을 제안하는 이유는 명분 때문이다.”

“명분이라니?”

“그놈은 예전부터 라시온 왕국 진출을 노리고 있었거든.”

스팅의 말에 골리앗이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쟈오 린 녀석은 예전부터 리버티아 영지가 탐난다는 뉘앙스를 풍기긴 했지.”

“그래. 흑룡 길드는 무분별한 공성전과 사냥터 독점으로 현재 알데바란 왕국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흑룡 길드의 본거지는 라시온 왕국이 아닌 알데바란 왕국.

그들은 리버티아를 마음껏 공격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흑룡의 이름을 걸고 국경을 넘는 순간, 그건 알데바란 왕국과 라시온 왕국의 전쟁이 되니까.

“아하, 그래서 라시온 왕국인인 우리에게 바지 사장 역할을 맡겨서 명분을 챙기는 건가?”

“……설마 이 정도도 파악하지 못한 거냐.”

스팅이 잔소리를 하자 골리앗이 성질을 냈다.

“흥, 책상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샌님 역할은 나와 맞지 않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골리앗은 스팅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확실히 흑룡 쪽에서 우리를 지원해준다면…… 나쁜 제안은 아니군.”

“게다가 그놈은 우리가 어떤 직업을 손에 넣었는지에 대해서 모르고 있지.”

스팅의 말에 골리앗이 씨익 웃었다.

“그렇군. 흑룡의 지붕 아래에서 힘을 키우자는 건가.”

“최고의 피난처가 될 것이다.”

서로를 향해 비열한 웃음을 날린 두 사람이 다시 가상 키보드를 두드렸다.

[골리앗: 생각해보니 아까는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 것 같군. 사과하지.]

[스팅: 동맹 제안에 관심이 있다. 좀 더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 논의를 나누고 싶은데…….]

[쟈오 린: 좋은 선택이다.]

세 사람의 대화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 * *

“없는 건가.”

전투를 끝낸 카이는 다시 와이번 폼의 미믹 위에 올라타 몽환의 숲을 꼼꼼하게 둘러보았다.

하지만 몽환의 숲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리벤지 길드원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몽환의 숲 내부에 던전이 있거나, 아니면 벌써 튀었거나. 둘 중 하나겠네.’

가장 중요한 스팅과 골리앗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천공의 주시자 스킬로도 찾지 못한다면,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못 찾는다는 소리였으니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경고는 충분히 해둔 상태고.’

멋있는 대화와 함께 샌지를 처단하던 장면은 이미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시키며 인터넷에 움짤의 형태로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미믹, 돌아가자.”

“끼룩, 끼룩!”

카이의 명령에 크게 날갯짓을 한 미믹은 숲의 상공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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