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355화 (355/441)

# 355

힐통령 355화

110. 준비 (1)

헬릭과 라샤의 입학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애초에 학원의 이사장인 카이가 후원자 겸 보호자를 자처한 이상 느려질 수가 없었다.

카이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두 쌍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계세요. 제가 나쁜 뮬딘교 놈들 다 때려주고 올 테니까.”

“백 대 때리고 오거라.”

“제 몫으로도 백 대 더 때려주세요.”

“하하, 알겠어요, 알겠어.”

유난히 뮬딘교를 싫어하는 두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카이가 고개를 돌렸다.

“프레스콧, 부탁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주님.”

정장을 입고 있어도 집사 복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프레스콧이 콧수염을 정중하게 인사했다.

“자, 소녀분들은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빠이빠이.”

“그대도 빠이빠이!”

“조심히 들어가세요!”

딸 아이를 입학시키는 기분이 이러할까.

저 조그마한 아이들이 아카데미라는 작은 사회에 적응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뭐, 본인들이 원한 거니까.”

어깨를 으쓱거린 카이는 신출귀몰을 통해 태양교 본단으로 향했다.

곧장 직업 NPC를 찾아가자 그는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성혈단장님. 새로운 힘을 배우시러 오신 겁니까?”

예전보다 훨씬 더 공손해진 말투다.

아마 성혈단의 위상이 나날이 커져가기 때문이겠지.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스킬 리스트 좀 보여주세요.”

“물론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눈앞으로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의 목록이 활성화되었다.

“흠.”

현재 카이의 레벨은 524.

안타깝게도 일반 사제로서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난 2차, 3차 전직 등을 안 했으니까.’

카이는 아쉬운 마음을 삼킨 채 태양의 사제 전용 스킬 창으로 눈길을 돌려야했다.

“음?”

그런데 제법 흥미로운 스킬들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태양의 사제 전용 지원형 스킬-6개 스킬 각성 가능, 3개 스킬 활성화 가능]

[태양의 사제 전용 신성 마법 스킬-3개 스킬 각성 가능, 2개 스킬 활성화 가능]

예전에는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을 때, ‘활성화 가능’이라는 문구만 떠올랐었다.

‘그런데…… 각성이라니?’

카이는 먼저 지원형 스킬의 목록부터 훑었다.

-각성 가능 목록-

[태양의 축복] [태양의 갑옷]

[신성 폭발] [신성 사슬]

[헤이스트] [블레스]

각성 옆에 떠오른 물음표 버튼을 누르자,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각성 시 스킬의 진정한 힘을 온전히 이끌어내실 수 있습니다. 각성 스킬의 경우, 업그레이드 스킬을 통한 강화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구나.’

한마디로 영구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보면 되었다.

‘개이득인데?’

넘쳐나는 돈을 소비해서 이 정도의 메리트를 얻을 수 있다면 안 하는 것이 이상하다.

솔직히 가격이 조금 비싸긴 했다.

‘스킬 하나 각성하는 데 한화로 100만 원이라…….’

하지만 카이는 망설임 없이 여섯 개의 지원형 스킬을 모두 각성시켰다.

[신성 폭발이 신성 폭주로 바뀌었습니다.]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었고, 그대로인 경우도 있었다.

서둘러 효과를 확인하자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효과들이 거의 2배 가량 증가했어.’

태양의 축복과 갑옷은 카이의 능력치에 비례하여 그를 성장시켜 주는 스킬이다.

즉, 레벨이 높고 스탯이 높을 수록 상승 폭은 클 수 밖에 없다는 소리.

헌데 이번 각성을 통해 스킬들의 효과가 더 좋아졌다.

헤이스트나 신성 폭주, 블레스 등의 스킬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정도면 아트록이랑도 한 번 해볼만 할 것 같은데…….’

잠시 침묵을 지키던 카이는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을 확인했다.

-활성화 가능 목록-

[치유의 대지]

[신성 흡수]

[고결한 방패]

‘치유의 대지는 지속적으로 생명력과 스테미너를 올려주는 광범위한 영역을 지정하는 거네. 원기 회복의 샘의 상위 버전인 것 같아.’

‘신성 흡수는 상대에게 신성 피해를 입히며, 그 피해량을 치유력으로 전환한다라…… 그냥 드레인이네.’

‘고결한 방패는…… 광범위 방어막이잖아?’

이해를 마친 카이는 톡톡, 두 번의 터치를 통해 그 스킬들을 배웠다.

[치유의 대지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신성 흡수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고결한 방패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이어서 신성 마법 스킬 카테고리 쪽을 확인했다.

-각성 가능 목록-

[홀리 익스플로젼]

[태양의 분노]

[추적하는 빛의 화살]

-활성화 가능 목록-

[길로틴]

[일점폭발]

‘괜찮네.’

카이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기존 스킬들을 모두 강화했다.

[홀리 익스플로젼이 태양광자포로 바뀌었습니다.]

[태양의 분노가 신벌로 바뀌었습니다.]

[추적하는 빛의 화살이 네 개의 창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세 개의 스킬 이름이 모두 바뀌었다.

효과는 당연히 훨씬 좋아졌겠지만, 공격 스킬인 만큼 직접 사용해봐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길로틴은…… 체력이 30% 이하인 적의 목을 벨 시 30% 확률로 즉사라고?’

즉사기의 등장!

그것도 확률이 꽤 높고, 발동 조건도 제법 현실성이 있는 편이었다.

들썩거리려는 입 꼬리를 겨우 억누른 카이가 일점폭발 스킬을 살펴봤다.

“흠.”

일단 공격 스킬들이 대부분 그렇듯, 설명이 조금 애매하다.

‘찌르기 공격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성스러운 힘을 폭발시킨다…….’

이 또한 사용해봐야 알 것 같다.

부지런히 홀로그램 창을 두드린 카이는 새로운 스킬을 모두 습득했다.

“오오, 축하드립니다. 성혈단장님께서 또 한 걸음을 내딛으셨군요.”

“모든 것은 헬릭님의 뜻이겠지요.”

“물론입니다. 그 분이 단장님을 총애하시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직업 NPC와의 만남을 뒤로한 카이는 성혈단이 거주하는 장소로 향했다.

대륙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공을 세우는 성혈단이 모처럼 본단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버트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연무장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서 대련하며 실력을 키우는 단원들이 보였다.

그 밖에도 계단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낮잠을 자는 둥 단원들은 몹시 자유로워 보였다.

‘잘 지내고 있었네.’

단장으로써 해준 것도 없는데 알아서 잘 해내는걸 보자, 카이는 괜시리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 때 우두커니 서있는 카이를 발견한 단원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어! 단장……?”

“응? 뭐라고?”

“단장이 왔다고?”

순식간에 모든 단원의 시선이 카이에게 집중되었다.

개중 몇 명은 숙소에있는 이들을 깨우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아, 굳이 집합시킬 필요는 없는데.”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은 카이가 연무장으로 천천히 걸어가자, 존경과 선망의 시선이 꽂혔다.

“얼마 전의 북부탈환전에선 혼자서 뮬딘교 수만을 쓸어버리셨대.”

“수, 수만…….”

“과연 단장이군. 규모가 달라도 너무 달라.”

“못 본 사이에 기도도 훨씬 더 안정되셨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으셨어.”

현재 성혈단은 태양교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 집단이다.

당연히 단원들 개개인의 수준도 높았기 때문에 카이가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카이를 바라볼 때, 카이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테페른 Lv.375

살라딘 Lv.381

뒤타로스 Lv.369

자파 Lv.365…….

단원들의 평균 레벨은 370 정도.

그것은 물론 프레이 길드원들의 레벨까지 합친 결과였다.

‘프레이 길드도 엄청 성장했는데? 성혈단이랑 같이 다녀서 그런가.’

사실 세계 길드에서 프레이와 블랙 마켓은 항상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프레이는 기본적으로 사제와 성기사만으로 이루어졌고, 블랙마켓은 생산직 클래스 위주로 이루어져있었으니까.

카이는 기분이 좋은지 입 꼬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프레이 길드의 전력이 공개되면 세상이 놀라겠어. 더 이상 약하다고 불리지도 않을테고.’

단원들이 모두 모이자, 카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예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강해졌네. 조만간 단장직을 뺏기는 게 아닌가 싶어.”

“하하하, 그럴 리가요!”

“단장님과의 정을 생각해서 반역은 안 일으키겠슴다!”

카이의 우스갯소리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살짝 풀리자 카이는 미소를 지으며 단원 하나하나와 눈을 마쳤다.

“정말 고맙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단장이 제 역할도 못하고,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좋은 소식을 들려줘서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 말을 들은 단원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카이와 처음 만난 날, 그의 강함과 됨됨이에 매료되어 충성을 맹세했던 이들이다.

기사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강자에게 인정받는 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겼다.

하물며 인정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를 받게 될 줄이야.

여태까지의 고생과 노력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아닙…… 니다!”

“오히려 단장님이 있기에, 저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들려오는 단장님의 믿기 힘든 모험담을 들을 수록 더 자극됩니다.”

“지금처럼 앞선 길에서 저희를 이끌어주십시오. 부지런히 쫓아가겠습니다.”

“너희들…….”

그들의 뜨겁고도 맹목적인 반응은 카이의 가슴마저 뭉클하게 만들었다.

“어, 어휴. 남자들이란 정말…….”

대열에 서있던 미네르바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며 시큰거리는 눈을 말렸다.

이를 가자미 눈으로 쳐다보던 프레이 길드 부마스터, 라즐리가 옅게 웃었다.

“마스터, 솔직히 감동 받으셨죠.”

“무슨 소리예요. 다 큰 어른이 이런거가지고…… 왜 감동을…….”

파닥파닥.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부채질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

카이는 태양교 본단을 떠나기 전, 성혈단들의 장비를 새롭게 맞춰주었다.

300여명의 단원들에게 최상급의 장비를 맞춰주니, 깨진 돈만 무려 20억 정도.

하지만 그 돈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내가 필요로 할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이들이니까.’

오히려 죽지 않고 더 성장해야하는 이들이다.

마음이 가뿐해진 카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도의 경매장을 방문했다.

‘암흑 지대에 있는 뮬딘교의 거점이 거대할지도 몰라.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지.’

경매장으로 들어서자, 그의 얼굴을 알아본 직원이 재빨리 지부장을 호출했다.

“어서오십시오, 카이님!”

경매장의 큰 손으로 알려진 카이의 등장에, 지부장이 90도로 인사를 하며 달려왔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제는 대접을 받는게 익숙해진 카이는 VVIP룸으로 들어가 쥬스를 홀짝였다.

“오늘은 판매와 구매. 어떤 용무로 방문을 하셨습니까?”

“둘 다요.”

“아, 그럼 판매를 원하시는 물픔을 이 바구니 안에 담아주시겠습니까?”

지부장이 내민 커다란 바구니를 쳐다보던 카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한데, 이것 가지고는 부족해요.”

“아…… 그럼 바구니를 몇 개 더 내올까요?”

지부장이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며 묻자, 카이가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지 마시고…… 혹시 남는 방 하나 없나요?”

“방이요?”

“예. 제법 규모가 큰 방이었으면 좋겠네요.”

방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오늘 판매/구매할 물품은, 듀라한 군단의 무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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