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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401화 (401/441)

# 401

힐통령 401화

121. 일당백만(3)

“Yo, 시작됐군. 브로의 전쟁.”

마이클 레이놀드는 티노움 평야에서 스트리머가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흑룡과 카이의 전투를 지켜보기 위해 레드불과 치킨을 준비했다.

“한국 치킨, 시키면 언제나 따끈따끈쓰.”

양념 치킨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은 마이클의 눈동자가 카이를 응원했다.

‘브로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그를 제법 잘 알고 있는 마이클조차 이번 전투에 대해선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응?”

가장 먼저 카이가 소환한 것은 듀라한 군대.

거기까지는 대다수의 유저들이 예상을 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이클처럼 눈썰미가 좋은 몇몇 유저들은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듀라한들…… 옛날과는 모습이 확 다른데?’

확실하다.

절대자의 던전을 촬영하고 편집한 것이 본인인 만큼, 듀라한 군대들은 질리도록 봤다.

‘카이가 소환하는 듀라한 군단은 기본적으로 갑옷을 입고 있었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야 듀라한은 머리와 갑옷이 분리된 기사형 몬스터니까.

“하지만 저 모습은……?”

현재 듀라한들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 있었다.

그것만이라면 전혀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타락의 성지에서도 듀라한들은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사용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여겨봐야 할 건, 예전과는 달리 통일된 무구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물다섯 마리에게는 뾰족하고 길다란 묵빛의 창이.

나머지 녀석들에게는 날카로운 묵빛 검이 들려져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워어, 저 어썸한 방어구는 또 뭐지?”

듀라한들의 기사 갑옷, 그 위를 한층 더 감싼 무광 흑색의 전신 방어구.

그 표면을 붉은색 선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멀리서보니 지렁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저게 뭘까.”

마이클이 닭다리를 뜯으면서 고민하는 사이.

카이의 버프가 듀라한들을 휘감았다.

동시에 첫 격돌이 일어났다.

역사적인 전투에서 선공을 날린 것은 가장 앞에 있던 듀라한이었다.

녀석의 팔이 뒤로 한껏 당겨지더니.

쌔애액! 무서운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 손에는 창이 들려 있었다.

콰드드드득!

“커억!”

창날은 흑룡 길드 유저의 머리를 그대로 강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파스슥.

동료가 순식간에 폴리곤이 되어 사라지자, 주변의 흑룡 길드원들이 한껏 당황했다.

“이, 이게 무슨…….”

“한 방이라고? 단 한 방?”

“방금 로그아웃 당한 녀석의 레벨은 420인데……?”

동요하는 길드원들을 간부가 빠르게 진정시켰다.

“동요하지 마라! 기선을 잡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를 했을 뿐, 기껏해야 듀라한 수준의 A.I다! 저것보다 강한 몬스터도 수백 번을 더 상대해 왔어! 쫄지 마라!”

그 외침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바짝 얼어 있던 흑룡 길드원들의 몸이 부드러워졌고, 눈빛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나, 듀라한들의 텅 빈 눈두덩에선 그들보다 훨씬 더 빛나는 안광이 터져 나왔다.

콰득! 우드드득! 콰드득!

듀라한들이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흑룡 길드원이 한 명씩 죽어나갔다.

창날을 찌를 때마다 머리와 심장이 터져나갔고, 검이 휘둘러지면 적들의 목이 땅을 굴렀다.

듀라한들을 상대하는 흑룡 길드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물러났다.

“무, 무슨 놈의 A.I가……!”

“이 새끼들, 단순한 듀라한이 아니야!”

“웬만한 유저보다 훨씬 더 잘 싸운…… 커억!”

고작 50마리에 불과한 듀라한들이, 수만 명의 유저들을 송곳처럼 뚫고나가며 유린했다.

“침착해라! 앞에서 차분하게 적의 공격을 막고, 공격 기회는 후방의 아군에게 양보해라!”

황급히 전술을 바꾼 간부의 판단은 훌륭했다.

흑룡 길드의 탱커진들이 앞으로 나와 듀라한들의 공격을 막아냈고, 그 틈에 후방의 유저들이 공격했다.

퍼엉! 파앙! 까드득!

얻어맞은 듀라한들이 뒤로 날아가고, 장비 위로 길다란 스크래치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듀라한들의 장비 위를 기어 다니던 붉은 선들이 피격 부위로 몰려들었다.

“……뭐지?”

한 세트 당 최고급 스포츠카보다 더 비싼, 흑탑주와 드워프의 합작.

적응형 무구의 프로토 타입이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카가가각.

피격 부위로 모여든 붉은 선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손상된 부분을 수복해나갔다.

동시에, 듀라한들의 잃은 체력이 조금씩 차올랐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 다시 침착하게!”

“겉모습이 요란할 뿐이다. 방금 전엔 분명히 효과가 있었어!”

“죽어!”

같은 방법으로, 같은 부위를 공격했지만 이전과는 결과가 판이했다.

“효과가…… 없어?”

“이, 이게 무슨!”

적응형 무구는 상대의 공격을 학습하면서 주인을 지킨다.

심지어 듀라한들도 싸우면서 실력이 점점 늘어나는 학습형 소환수.

이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적응형 무구에도 단점은 있어.’

아직은 프로토타입이라 그런지, 기억할 수 있는 공격의 패턴은 세 개 뿐이다.

즉, 가장 최근에 공격 받은 세 개의 공격에 대한 방어력만 높일 수 있다.

물론 단점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자, 잠깐…… 이 녀석들 레벨이……!”

“6, 600이라고?!”

“아, 이제야 본 건가.”

카이의 입가로 장난기어린 웃음이 맺혔다.

하지만 지금 알아차렸다고 딱히 묘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혼란이 기다리고 있겠지.’

실제로 듀라한들의 레벨이 모두 600이라는 것을 눈치챈 적들은 앞으로 나서질 못했다.

간부들이 고함을 질러도 뒷걸음질을 치는 이들이 태반이었고, 그런 이들은…….

서걱! 우드드득!

그저 듀라한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거기서 다시 한 번,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의 꿀 같은 효과가 발동했다.

[나이트 오브 나이트메어(Knight of Nightmare)]

등급 : 유니크

모든 스탯 +15.

스킬 -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 사용 가능(재사용 대기시간 24시간).

소환된 스켈레톤 나이트는 시전자의 레벨에 영향을 받습니다.

휘하의 언데드가 적을 처치하면, 대상은 스켈레톤이 되어 시전자를 따릅니다.

내구도 100/100

휘하의 언데드가 적을 처치하면, 대상은 스켈레톤이 되어 시전자를 따른다는 것.

듀라한도 언데드 계열의 소환수인지라 이 효과가 적용되는 것이다.

달그락, 달그락!

죽어나간 흑룡 길드원들이 스켈레톤이 되어 조금 전까지 아군이었던 이들의 목덜미에 검을 쑤셔박았다.

“뭐, 뭐야!”

“미친…… 듀라한에게 죽으면 스켈레톤이 된다! 죽지 마!”

“그게 말처럼 쉬울…… 커어억!”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는 난전이 일어났다.

“저쪽은 이제 끝났네.”

그렇다면 이 때 자신이 골라야 할 선택으로 올바른 것은 무엇일까?

‘더욱더 정신없게 휘저어줘야지. 아주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릴 만큼.’

카이는 망설이지 않고 소환수와 빛의 군단을 소환했다.

미믹과 블리자드, 할리와 데스몬드가 티노움 평야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어. 전쟁이다.”

[……적군의 숫자가 많은 것 같다만.]

[여기도 인간, 저기도 인간…… 역겹군.]

할리와 데스몬드조차 놀란 눈을 뜰 정도의 머릿수였다.

하나 그것도 잠시.

[적들을 쓸어버리면 되나?]

“가능한 많이.”

[나중에 남겨놓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지 말거라.]

[쯧, 역겨운 인간이지만 피의 냄새가 이토록 진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군.]

“다녀오겠습니다, 마스터.”

카이는 전의를 불태우는 소환수들은 적군의 오른쪽 방면으로 보냈다.

‘좌측과 우측은 어느 정도 시간 벌이가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정면을 뚫어주느냐.

그것이 승부의 관건이었다.

“크윽, 이 새끼들은 또 뭐야!”

“요, 용이라고?”

“뭐야. 뱀파이어까지 있잖아……!”

정신을 못 차리는 흑룡 군을 쳐다보던 카이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표는 쟈오 린이 위치한 흑룡 군의 중앙군 쪽이었다.

“……으음.”

상황을 지켜보던 쟈오 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압도적인 머릿수로 손쉽게 찍어누를 줄 알았던 상대가 의외로 잘 버텼기 때문이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듀라한 군대의 무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듀라한 군대쯤이야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어야 한다.

하나 그들을 상대로 무려 아군 수만 명이 밀리고 있다.

몇 백, 몇 천도 아닌 수만 명이.

‘레벨이 600이라…… 혹시 카이의 레벨과 연동이 되는 건가?’

갑작스럽게 든 생각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예상이 맞다고 생각했다.

‘실수했군.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쟈오 린은 황급히 손을 올리며 명령했다.

“듀라한 군대가 있는 곳으로 병사 십만을 더 보내라.”

“예!”

상대가 죽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병사를 보내면 그만일 뿐.

“녀석의 소환수가 있는 곳에도 병사 십만을 더 보낸다. 듀라한과 소환수들이 카이를 절대 지원하지 못하도록 에워싸라.”

“명을 받듭니다!”

쟈오 린은 순식간에 고립되는 적들을 보며, 홀로 남은 카이를 쳐다보았다.

“자, 네 놈이 자랑하는 손과 발, 모두 잘라냈다.”

그러니 이제 몸통을 칠 시간이다.

“녀석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만 골드를 주지.”

“마, 만 골드……!”

카이의 목에 10억이라는 거금이 달리자, 전투에 임하는 길드원들이 눈빛부터가 바뀌었다.

‘스무 개의 길드를 동시에 상대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게 해주마.’

쟈오 린은 자신의 발밑에서 움직이는 수백만의 병사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과거 진나라의 시황제가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자신의 손짓 하나, 단어 하나에 저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그 짜릿함은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정복욕이었다.

“죽여라.”

명령을 받은 흑룡 길드원들이 카이를 향해 달려갔다.

***

‘과연 머릿수가 많긴 많아.’

시간이 갈수록 듀라한 군단과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낮아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카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머리는 차갑게, 그리고 가슴도 차갑게.’

카이는 그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게끔 냉정을 유지했다.

그것은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되었다.

“만 골드다!”

“죽여버려!”

“600레벨이라도 고작 한 명이다! 숫자에는 장사 없어!”

수백 만 명 대 한 명의 싸움이다.

그것이 흑룡 길드원들이 저토록 당당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사방을 돌아봐도 아군 밖에 보이질 않으니까.

요컨데, 군단이 보여주는 위용에 흠뻑 취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건 독이 될 거다.’

자신감이란 주변 환경에 따라 낼 수 있고, 낼 수 없고 갈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카이는, 거대한 전장에서 누구보다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죽고싶은 놈부터 와라.”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진 성검이 번쩍거리며 빛을 토해냈다.

“광휘의 검.”

마치 빛을 응축시킨 것 같은 검날이 다가오는 적을 가볍게 내리그었다.

스가아아악!

그것으로 끝.

레벨 400 이상의 고수가 단 일검에 일도양단되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룡 길드원들의 공세에는 거침이 없었다.

“때려 죽여!”

“죽더라도 좋다! 한 번이라도 공격을 성공시켜!”

함성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동시에 한 자루의 검이 카이를 향해 날아왔다.

콰드드드득!

카이는 손을 들어 그 검날을 정면에서 받아냈다.

“찌, 찔렀다…….”처음으로 카이에게 공격을 성공시킨 적이 멍한 목소리를 뱉어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내려앉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뭐, 뭐야. 분명 찔렀는데……?”

“찌른거 맞아.”

카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너희랑 내 레벨 차이가 대체 몇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1레벨과 200레벨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1레벨 플레이어가 백만 명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400레벨과 600레벨의 싸움이라면?

사람들은 큰 착각을 하기 시작한다.

‘400레벨이라면 장비도 갖춰졌고, 보유한 스킬도 많잖아.’

‘게다가 머릿수까지 많으면……?’

‘역시 숫자에는 장사 없는 법이지.’

200레벨이 넘게 차이나는 상대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착각.

“미안하지만 틀렸어.”

와드드득!

카이가 손바닥을 접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에 잡힌 적의 검이 음료수 캔처럼 찌그러졌다.

“게임에선 레벨과 스탯이 법이고, 힘이다.”

주변을 가득 메운 흑룡 길드원들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카이의 머리 위를 향했다.

300,199/300,200

레벨 400의 검사가 있는 힘껏 내지른 일격.

그것에 카이가 입은 데미지는 고작 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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