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433화 (433/441)

# 433

힐통령 433화

130. 분리수거(5)

알버트 교황은 큰 실의에 빠져 있었다.

“으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단 말인가…….”

성 밖의 적들이 인질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될 때마다 인질을 죽일 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나를 부르는 거겠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모른 척 하고 신전에서 자신의 안위만 챙긴다?

알버트 교황이 눈을 꾸욱 감았다.

‘옳지 못한 행동이구나.’

태양교의 성전에는 이런 문장이 실려 있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강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자신의 신께서도 약자를 보호하라 말씀하셨다.

결국 알버트 교황은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지요.”

“안 됩니다!”

“교황님. 적들의 뻔한 수작입니다. 붙잡힌 인질들의 경우엔…… 이미 구하기엔 늦었습니다.”

“아군이 땅에서 솟아나거나,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그들을 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적들의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도발에는 걸려들 수 없다는 것이 성혈단의 입장이었다.

하나 알버트 교황은 단호했다.

“저들 또한 태양신께서 보살피는 어린 양. 부족하지만 태양교의 얼굴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절대로 그들을 놓을 수 없네.”

목숨을 걸어서라도 교황을 지켜야하는 성혈단과,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위해 위험을 무릎쓰려는 교황.

그들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 때, 신전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가벼운 논쟁 때문에 피곤을 느낀 알버트가 얼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있는가.”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휘하의 사제 하나가 신전을 나가더니, 잠시 후 소녀 두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들은 신전을 수호하고 있던 성기사들에게 단단히 붙잡힌 상태였다.

“아니, 저들은…….”

단숨에 그녀들을 알아본 알버트 교황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카이의 친척인 헬리자베스와 그녀의 절친인 라샤가 그들의 정체였으니까.

“아무래도 이 학원의 학생들 같은데…… 영 수상해서 말입니다.”

그녀들을 포박한 성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했다.

“수상하다니? 대체 어떤 점이 말인가?”

“학생과 교수들은 안전을 위해 강당 쪽에 모아두었는데…… 이 소녀들이 돌연 강당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성문 쪽으로 향하길래…….”

그건 확실히 수상하다.

적들과 내통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 굳이 위험을 무릎쓰고 성문 쪽으로 갈리는 없으니까.

“그건 확실히 수상하군요.”

테페른이 눈을 빛내며 두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하나 알버트가 손을 휘저으며, 살짝 무거워진 공기를 풀었다.

“다들 눈에 힘들 풀게. 저 소녀는 카이 단주의 친척일세. 나도 그녀들이 강당을 나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대들이 생각하는 일은 절대 아닐 거야.”

“예? 다, 단주님의……?”

테페른이 당황한 표정으로 헬릭과 라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은 어느새 카이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그의 친척 또한 함부로 대할 리는 없었다.

“그녀들을 풀어주게.”

“예, 예.”

성기사들이 단단히 잡고 있던 그녀들의 팔을 풀어주었다.

“이힝…….”

붙잡혔던 손목이 꽤나 아팠는지, 코끝을 찡그린 헬릭이 고개를 휙 들어 성기사를 노려보았다.

‘얼굴 기억해뒀느니라. 나중에 카이에게 일러야지…….’

성기사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둔 헬릭이 시선을 알버트에게 던졌다.

“흠?”

그 시선에 알버트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왜지?’

조그마한 소녀일 뿐이다.

헌데 그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알버트 교황.”

헬릭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뱉어내자, 옆에 있던 성기사가 주의를 줬다.

“이 녀석, ‘님’ 자를 붙여야지.”

“…….”

혼이 난 헬릭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알버트 교황님.”

“옳지, 잘 했다.”

성기사의 추임새에도 불구하고, 헬릭은 자신의 말을 꿋꿋하게 이어나갔다.

“잠시 독대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그건 불가하다.”

성혈단원 중 나이가 제법 지긋한 단원이 고개를 흔들며 나섰다.

“아무리 단주님의 친척이라고 할지라도, 교황님의 신변에 위험이 갈 만한 상황은 만들 수 없다.”

헬릭은 말없이 알버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대체 왜…….’

그녀의 힘에서 낯익으면서도 친밀한 감정이 느껴지는 걸까.

알버트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와 그녀에게 5분만 주게.”

“교황님!”

“아무리 어린 소녀라고 해도…….”

“괜찮아. 내 늙었다고는 하나 젊었을 적에는 전장도 뛰어다녔던 몸일세. 이렇게 부탁하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이전의 몇몇 썩어빠진 교황들은 그저 돈의 힘으로, 정치적 능력으로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하나 알버트는 평사제, 즉 바닥부터 시작하여 교황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이 정중하게 부탁하자, 성혈단원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으시면 바로 신호를 주십시오.”

“딱 5분입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성혈단원들이 라샤를 데리고 신전을 나서자, 알버트 교황이 자리에서 일어나 헬릭에게 다가갔다.

“우리 꼬마 아가씨가 이 할아버지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옆집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웃음을 건넨 알버트는 앉아 있는 헬릭과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이에 헬릭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버트.”

“……굳이 교황님이라고 부르기 싫으면,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괜찮단다.”

“할아버지라? 재미있구나. 내 그대가 기저귀를 갈 때부터 지켜보았거늘.”

피식 웃음을 지은 헬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의 눈높이는 쪼그려 앉아 있던 알버트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어른에게 그런 장난을 치면 안 된단다.”

알버트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헬릭은 이에 대꾸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신전의 내부가 대낮처럼 하얗게 물들었다.

황급히 손을 들어 제 눈을 가린 알버트는 실눈으로 헬릭을 올려다보았다.

밝게 빛나는 신성력 덕분인지, 후광이 생긴 헬릭을 바라보는 건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잠깐, 이 신성력은…….’

하나 무언가를 깨달은 알버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신전 내부를 떠다니는 신성력의 입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참지 못했는지, 그는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기까지 했다.

‘정순하다…….’

여태껏 보아온 그 어떤 신성력보다도 정순하다.

자신이 보아온 사람 중 가장 깨끗하고 맑은 신성력을 보여줬던 것은 다름 아닌 카이였다.

하나 이 신성력은 그와 비교했을 때도 차원이 다르다.

사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신성력이란 신이 품은 신념이 유형화된 물질이니까.

당연히 헬릭의 신성력은, 모든 차원을 통틀어 가장 정순한 ‘태양교’의 신성력일 수밖에 없었다.

“…….”

화아아악!

신전을 가득 채웠던 성스러운 기운의 파도가 귀신 같이 사라졌다.

알버트가 도깨비에 홀린 사람마냥 멍해있는 찰나, 그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역시 중간계라서 그런지 이 정도가 한계구나.”

마치 어린 아이가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낸 것 같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목소리였다.

하나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버트의 두 눈이 터질 것처럼 커다래졌다.

“이, 이 목소리는…… 설마?!”

“어…… 음, 반갑구나.”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건넨 헬릭이 알버트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몇 번이나 입을 벙긋거리더니, 겨우 말을 뱉어냈다.

“설마…… 설마 헬릭 님이십니까?”

차원이 다를 정도로 정순한 신성력.

거기에 더해 요즘은 뜸해졌지만,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계속해서 계시를 내려주시던 ‘그분’과 똑같은 목소리.

알버트의 질문에 헬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웅, 나야.”

헬릭의 말에 할 말을 잃어버린 알버트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던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태양신의 이미지가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허, 허허…… 허허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어낸 알버트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제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정말이지……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믿거라.”

“네, 믿겠습니다.”

알버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헬릭을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너무 고분고분한 것 같다만…….’

그의 반응이 예상 외로 호의적이자, 두뇌를 300% 가동시킨 헬릭이 그를 떠보았다.

“그대를 속였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더냐.”

“저는 헬릭 님의 외견을 믿고 따른 것이 아닙니다. 헬릭 님의 말씀과 생각, 그리고 저에게 주셨던 가르침과 무수한 지혜들. 그것을 믿고 따랐던 것이지요.”

“그, 그렇구나.”

뻘쭘해진 헬릭이 머리를 배배 꼬면서 입을 열었다.

“아무튼. 내가 그대에게 나의 정체를 공개한 이유는 하나다.”

“경청하겠습니다.”

“성벽 밖에서 아트록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있더구나.”

“……그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는지?”

“신이 되면 주변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정도는 알 수 있느니라.”

“과연.”

알버트가 존경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헬릭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진 헬릭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 녀석들은 지금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

알버트의 표정이 단번에 심각해졌다.

그들이 노리고 있던 것은 자신인 줄 알았으나,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그들이…… 헬릭 님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뮬딘이 말해주었겠지.”

“이럴 수가…….”

“알버트여, 내가 성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무나.”

“말도 안 되는 소리!”

알버트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까, 깜짝 놀랐잖느냐. 그리고 그건 반말이고…….”

헬릭이 우물쭈물 중얼거리자, 알버트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정말로 밖으로 나가시는 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알버트여, 나의 가르침은 모두 잊은 것이더냐.”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주 약간의 노기가 묻어 있었다.

“그대가 23살 일 적, 파라얀 원정에 나섰을 때. 내 무어라 계시를 주었더냐.”

“……한 마리의 몬스터를 더 죽이는 것보다, 한 평의 땅을 더 수복하는 것보다는 한 명의 아군을 더 살리는 것이 훨씬 위대한 업적이라 하셨습니다.”

“나이가 들며 그러한 가르침들을 모두 잊어버린 것이더냐.”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성을 나서면 헬릭 님께서는…….”

죽습니다.

알버트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하나 그의 걱정을 충분히 헤아린 헬릭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카이가 항상 날 보호하고 있으니까.”

“카이 님이…… 근처에 계신단 말입니까?”

“웅. 이번 기회에 뮬딘을 끝장내기 위해서 숨어 있느니라.”

어디 숨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내가 나서줘야 적들도 방심을 할 터. 그래야 카이도 더 움직이기 쉬울 것이니라.”

“과연.”

알버트가 다시 한 번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신인데도 불구하고, 인간들을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희생정신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으니까.

“대신 제가 직접 모시게 해주십시오.”

“허락하겠느니라.”

헬릭이 고개를 까딱였다.

“아 참.”

그녀는 경고를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내 모습을 어디 가서 말하면 신벌을 내릴 것이니라. 신의 분노는 아주아주 무서운 것이야.”

***

“흐음.”

아트록은 헬릭의 모습이 보이자 인질들을 학살하는 것을 멈추었다.

하나 그의 머릿속에 약간의 의문이 드리워졌다.

‘대체 뭘 믿고 저러는 것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힘을 일으키면, 헬릭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명령이 떨어졌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기회가 왔을 때 끝내라.]

뮬딘의 명령이 초원을 울렸다.

악의가 넘치는 그의 목소리에 어둠의 군단은 무릎을 꿇었고, 성기사와 사제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트록 또한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소신이 마무리를 지어도 되겠습니까. 아니면 예정대로 직접 하실 것인지…….”

[……내가 아는 헬릭은 푼수 같기는 해도 저렇게까지 바보는 아니었다. 무언가가 석연치 않아. 그러니 우선 혼자서 진행하거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트록이 두개골을 초원에 딱 갖다붙이며 극상의 예를 갖췄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제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땅이 엉망이군.”

물론 비가 오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초원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한 차례 뒤집어 놓기라도 한 것처럼.

‘거사를 앞두고 예민해진 거겠지.’

아트록이 고개를 흔들며 땅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콰드득!

땅 속에서 검이 튀어나와 그의 눈두덩을 찔렀다.

“음!”

아트록이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는 순간.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땅 속에서 튀어나온 기습에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드득, 우득.

성공적으로 기습을 마친 이들이 땅을 헤집으며 기어 올라왔다.

붉은색 귀화를 피어내는 그들의 정체는 50마리의 듀라한.

‘잠깐, 듀라한이라고? 이건…….’

아무렇지도 않게 두개골에 박힌 검을 뽑아낸 아트록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나 어디에서도 카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이에 아트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분명히 놈은 죽었다. 절대 이 자리에 나타날 수 있을 리가 없어. 이건 놈이 나를 겁주기 위해 만든 가짜. 즉 페이크 듀라한 군단에 불과하다.’

모험가는 한 번 죽으면 사흘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것이 주신이 새겨놓은 이 세계의 규율.

하지만 그것은 카이가 ‘죽었을 때’에만 성립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공격에서 살아남았을 리가 없다.’

일반적으로는 없어야 맞다.

하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아트록을 덮쳤다.

왠지 그놈이라면.

자신과 뮬딘 님의 계획을 모조리 박살 내버린 그 녀석이라면.

이번에도 예상을 깨고 살아남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번쩍!

우르르릉!

하늘이 열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고, 그와 함께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의 속도는 일반적으로 100,000㎞/sec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 아트록의 일반적인 범주를 뛰어넘은 시력은 그 번개조차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전자가 방전되며 번개가 생성되는 과정부터, 번개가 갈라지며 찰나의 위용을 뿜어내는 모습까지 모두 다.

“그런데…… 어째서……?”

아트록이 잘 돌아가지도 않는 목을 억지로 돌렸다.

그의 엄청난 시력으로도,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지조차 못한 존재가 있었다.

“그야 나는 번개보다 빠르니까.”

우드득!

카이는 일련의 경고도 없이, 아트록의 목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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