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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4화 (4/222)

4 화

그날 낮은 한가로운 가운데에서 도 묘한 긴장이 흘렀다.

기사는 못마땅한 얼굴로 쥬더스 를 노려보았고,쥬더스는 빠진 내 용을 채우느라 혼자 바빴다.

하지만 그가 다시금 채워 넣는 이야기들은 쓸데없는 이야기들과 잘못된 정보까지 섞여 있었다.

그 와중에 쥬더스와 제이크는 밤 에 있을 탈출에 대해 몰래 대화를 나누느라 탑 안은 종일 분위기가 어색했다.

"오늘은 한 일도 없이 찌뿌둥하 네."

일과가 끝났을 때 마법사는 어깨 를 주무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몸을 푼 그는 오늘 적은 보고서 들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이렇게 썼으면 문제없었잖

아. 앞으로도 이렇게 써. 스승님께 말씀드려서 맛있는 음식을 넣어 주지."

마법사는 대마도사의 제자인 모 양이었다.

하기야 황실의 비밀을 많은 이들 과 공유했을 리가 없었다. 저 제 자에게도 뭔가 마법적인 제약이 걸려 있을 게 분명했다.

만족한 얼굴로 탑을 나선 마법사 였지만,보고를 마친 뒤에는 어떻 게 될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마법사의 책임은 아니었지

만,온통 쓸데없는 내용과 거짓말 로 가득한 보고서를 받은 황태자 와 마도사가 그에게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리고 쥬더스는 내일 바로 목이 날아갈 가능성이 컸다.

'배수진인가.'

덕분에 제이크도 한껏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뒤,기사와 병사가 마법사 를 따라 탑을 나섰고,그와 엇갈 려서 야간 조가 탑 안으로 들어섰다.

낮에 있던 기사와 달리 야간 조

의 기사는 한껏 풀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쥬더스와 제이크가 서로 눈짓으로 약속을 확인한 뒤, 세 소년은 각각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선 뒤 제이크는 다 시 한번 계획을 점검했다.

계획 자체는 간단했다. 제이크가 할 일도 얼마 없었다.

단지 쥬더스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와 과연 그를 믿을 수 있느냐 는 것인데…….

자체적으로 무력이 없는 제이크 로서는 어쩔 수 없이 쥬더스의 계

획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내 나름대로 탈출 준비를 해 보 긴 했지만.'

어쨌거나 벌어지는 일에 따라 임 기응변을 해야 했다.

"나가면 힘부터 키워야겠어. 머 리만 가지고는 힘드네."

살아 나간 뒤 이야기였지만,남 는 시간에 목표를 세우는 것도 나 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이어 가던 그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기 침 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쥬더스가 보내는 신호였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흐른 듯했다.

이미 잘 시간이 한참 지난 한밤 중.

침대에 앉아 크게 심호흡을 한 제이크는 배를 붙잡고 크게 소리 쳤다!

"아아악! 악! 배 아파!"

갑작스러운 비명에 병사들과 기 사가 급하게 움직였다.

"살려 줘! 배가 너무 아파! 악!" 제이크는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 리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마구 방 을 굴러다녔다.

"너 뭐 하는 거야? 가짜로 아프

다고 하는 것 아냐?"

문밖을 지키던 병사가 당황한 목 소리로 소리쳤다.

"배,배가 아파요. 너무 아파요." 하지만 제이크는 더욱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쳤고,잠시 뒤 기사가 제이크 방문을 열었다.

"가서 확인해 봐."

기사의 말에 병사가 제이크에게 다가와 이리저리 확인해 보았지만,의사나 신관도 아닌데 병을 알아볼 리가 없었다. 더구나 꾀병 이니 진단 자체가 불가능했다.

제이크를 살펴본 병사는 절레절

레 고개를 흔들었고,기사도 난감 한 표정이 되었다.

평범한 죄인이라면 그냥 버려두 면 그만이었지만,근위 기사가 받 은 명령은 다치지 않게 곱게 가둬 두라는 내용이었다.

결국,그는 병사에게 지시를 내 렸다.

"가서 당직을 서는 마법사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의사나 신관을 모셔 오도록. 여기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기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쇠 를 이용해서 쇠로 만들어진 탑 정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병사가 나가자 다시 문을 잠갔다.

'역시 기사가 열쇠를 가지고 있 구나.'

겉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제이크는 계속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만일 꾀병이면 넌 마법사의 실 험에 쓰일 거야. 잘 알아서 해."

제이크의 방으로 돌아온 기사가 그에게 겁을 주었지만,이미 뒤는 낭떠러지 였다.

오늘 탈출을 못 하면 그는 죽은

목숨이었다.

'쥬더스는 뭐 하는 거야!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는 너무 소리를 질러 목도 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는 멈출 수 없었다.

그 탓에 제이크는 배 대신에 목 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때 였다.

제이크의 머릿속으로 메시지 마 법이 흘러들어 왔다.

-지금!

쥬더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자,제이크는 바닥을 굴러 기사

의 다리를 붙잡고 몸을 꼬았다.

"으아아악!"

이곳에도 영화제가 있다면 대상 은 족히 탈 수 있을 명연기였다.

덕분에 기사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몰래 다가온 쥬더스의 마 법에 당하고 말았다.

"마나 동결!"

기사의 몸에 회색빛이 흘렀고, 그와 동시에 기사가 몸을 피하려 고 했다.

하지만 쥬더스의 마법 때문에 마 나를 끌어 올릴 수 없었던 기사는 제이크가 껴안은 것으로 움직임이

봉쇄되어 버렸다.

그 잠깐의 시간이 쥬더스에게 두 번째 마법을 걸 시간을 주었다.

"슬립!"

쥬더스가 힘겹게 소리치는 동시 에 이번에는 검은빛이 기사의 머 리에 머물렀다.

그리고 몸부림을 치던 기사가 결 국,무너져 내렸다.

기사는 제이크의 몸 위로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다.

잠든 기사에 깔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제이크가 조심스럽게 쥬더스 를 불렀다.

"쥬더스,성공한 거야?"

작게 속삭이듯 꺼낸 말이었지만, 그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헉,헉,성, 성공이야. 내,내려 놔도 돼."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쥬더스가 대답했다.

제이크는 조심스럽게 기사를 옆 으로 내려놓았다.

다행히 쥬더스 말처럼 기사는 깨 어나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제이크는 바닥에 헬 쑥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 쥬더 스를 바라보았다.

수준 이상의 마법을 쓰느라 맛이 가 버린 모습이었지만,사용한 마 법들을 생각하면 수습 마법사의 수준은 예전에 벗어나 있어 보였다.

슬립은 2서클 마법이었지만,마 나 동결은 지금 시대에는 등장하 지도 않은 3서클의 마법이었다.

그 마법은 한참 뒤 제국이 혼란하던 시절에 나타나 많은 마법사 와 기사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기습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먹히기만 한다면 잠시 동안 몸속의 마나가 굳어져서 마법사나

기사가 일반인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파훼법이나 대 처법이 등장했지만,지금은 그 어 떤 기사나 마법사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마법이었다.

역시,천재도 보통 천재가 아니었다.

저렇게 허덕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20살도 되지 않아서 3서클 마 법까지 사용하다니.

거기다 슬립 마법은 기사 말고도 다른 방을 지키는 두 병사에게도 사용했다.

미래에 있을 마법 지식을 이미

알고 있는 데다가 천재적인 두뇌,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마나양 까지…….

이렇게 되면 미래에서 본 적대국 의 강습 마법사 정도가 아니라 차 세대 대마도사를 보게 될지도 몰 랐다.

제이크는 살며시 잠들어 있는 기 사의 검을 챙겼다.

마법이 있는 쥬더스와는 달리 몸 을 지킬 것이 필요한 제이크로서 는 당연한 일이었지만,다른 이유 가 또 있었다.

그는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

게 손에 쥔 채로 쥬더스를 지켜보 았다.

오랜 시간 서기로 살았지만,제 국의 멸망 이후 환란 시절, 제이크도 별의별 고생을 다했었다.

그 가운데 서투르나마 검을 쓰는 법도 알게 되었었다.

덕분에 자세 하나만은 숙련된 검 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부하 는 바였다.

"헉,헉,검을 쓸 줄 알았어?"

덕분에 이렇게 쥬더스가 오해하 게 만들 수도 있었다.

"아주 잘 쓰지는 못해. 그리고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기사에 비하 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고."

실제로는 기사는커녕 병사들에게 도 의미 없는 수준에 가까웠지만, 공동의 적이 죽은 이상 스파이인 상대를 믿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한 수가 있는 자로 보일 필요가 있었다.

제이크의 머릿속으로는 일반인 병사 정도는 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법 몇 개가 스쳐 지나가기 는 했지만,이대로 쥬더스에게 몸 을 맡길 수는 없었다.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던 쥬더스

는 숨이 좀 가라앉자 지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휴,아슬아슬했어. 마지막 마법 을 쓰면서 마나가 바닥을 드러냈 지 뭐야. 마지막 슬립 마법이 먹 히지 않았으면 그야말로 끝장이었어."

말을 하면서 쥬더스는 제이크의 손에 들린 검을 힐끔 쳐다보았다.

'적어도 검을 든 게 손해는 아니군.'

쥬더스의 시선에 속으로 안심을 한 제이크였다.

"그럼 잠든 병사와 기사를 묶어

놓고 탈출하면 되는 건가?"

"아니,그런 침대보 같은 걸로는 병사는 모르겠지만,기사는 묶어 둘 수 없어."

제이크가 가리킨 침대를 보고 쥬 더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나를 쓰는 기사는 괴력을 낼 수 있으니까. 어차피 난동을 부리 는 수준이 아니면 깨지 않을 테니 그냥 놔둬도 될 거야. 깨어났을 때는 이미 늦었을 테고."

쥬더스의 말에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탈출에 성공하든 실패를 하든 이

밤 안에 결정이 날 게 분명했다. 쥬더스의 말대로,저들이 깨어나 는 때에는 이미 결론이 난 후였다.

"그럼 나가는 거야? 내성 안은 처음 들어온 건데 어떻게 도망가 지?"

"잠시만 기다려. 마나를 좀 회복 한 다음에 안내해 줄게. 내가 길 을 알아."

제이크가 슬쩍 내민 낚싯줄에 고 기가 너무 쉽게 걸려들었다.

미래의 기억에서 확인했을 수도 있겠지만,스파이 활동을 위해 미

리 내성 안을 파악해 놓았을 가능 성이 컸다.

'잠깐만. 설마 그럼 지하 마법진 에 들어갈 걸 알고 잠입한 첩자인 건가? 마법진 속의 미래에서는 마 법진이 가동되지 않아서 평범한 첩자질을 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간 거고?'

쥬더스가 명상을 통해 마나를 회복하는 동안 제이크의 추측이 계 속 이어졌다.

'헐,그럼 남부 연합 왕국 중에 제국의 황제가 어떻게 전지의 황 제가 되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

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잖아?' 테러리스트로 쥬더스가 다시 나 타났을 때는 남부 왕국들이 연합 군을 만들었기에,쥬더스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흠,그래도 대충 두세 나라 정 도로 좁혀질 것 같은데……'

제이크가 이리저리 나라들을 저 울질하는 동안,쥬더스가 명상을 끝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쥬더스를 보 고 제이크가 손짓했다.

"서둘러. 탑을 나간 병사가 신관 이나 의사를 데리고 올지도 몰

라."

이 밤에 신관이나 의사를 바로 데리고 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 지만,쥬더스의 명상 시간도 짧지 는 않았다.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잠시만,우선 안전장치를 하고." 쥬더스가 잠든 기사의 몸에 손을 올리고 주문을 외웠다. 조금 시간 이 흐르고 기사의 배에 붉은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마나를 다시 봉인했어. 기사니 까 마나가 활성화되면 슬립 마법 이 깨질 확률이 높으니까."

피곤한 얼굴의 쥬더스가 기사의

배에서 손을 땐 뒤에 제이크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내가 먼저 문밖에 나가서 주변을 살펴볼게. 바로 따라와."

하지만 쥬더스가 먼저 방을 나선 뒤에도,제이크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붉은빛이 떠오른 기사의 배를 바라오고 있었다.

슬립 마법을 깨지 않도록 다시 마나를 봉인한다라…….

쥬더스의 말은 대충이나마 마법 을 알고 있는 제이크에게도 합리 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쥬더스가 쓴 마법은 그가

말하는 '마나를 잠재우는' 마법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는 마법도 아니었다.

그가 쓴 마법은 마나 동결과 마 찬가지로 먼 미래에 만들어진 마 법으로,이 마법의 사용자를 엄청 난 테러리스트로 불리게 한 것이 었다.

그 테러리스트는 바로 쥬더스.

그가 처형당한 뒤 제국의 마법사 들에 의해 재발견된 마법으로,이 마법의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마나 사용자의 마나를 폭주시키 는 것.

바로,기사나 마법사를 폭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덕분에 만들어진 별명.

'폭탄마 쥬더스'.

지금 잠든 기사에게 발휘된 마법 은 제국이 몽타주까지만들며 그 를 추격하게 하였던 저주받은 암 흑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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