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제이크는 결국,쉬운 방법으로 가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사람들을 사방으로 보내며 주위를 수색하라 는 기사들의 말이 있었다.
기사들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먼 저 찾는 사람에게는 추가로 수당 을 준다고 발표했고,사람들은 얼 씨구나 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꾼들은 용병이나 병사들에게 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마세요! 몬스터가 아예 없을 수는 없으니 까!"
일꾼들이 걱정되었던 제시카가 소리를 질렀지만,골짜기를 올라 오면서 몬스터를 보지 못한 일꾼
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귀에 담지 않았다.
"껍,이 정도 했으면 할 몫은 한 거지."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양심에 떳떳하고 싶었던 그녀였다.
"그럼 우리도 움직일까요?"
"우리는 어디부터 찾을까나." 주변을 둘러보는 제시카를 향해 제이크가 손짓했다.
"저만 따라오세요."
"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제이크 의 뒤를 따르며 그녀가 놀란 표정
을 지었다.
"설마…… 너 알고 있는 거야?"
"네."
"기사단이 같은 방향으로 갈 거 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해 봤지만……"
조금은 침울한 목소리에 제이크 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조금은 안심을 시켜 줘야 할 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일을 마 치면 알려 드릴 수 있는 데까지는 알려 드릴게요."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무척이 나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표정에 제이크는 조금 양 심에 찔렸다.
알려 줄 수 있는 범위는 아직 말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의 말은 나중으로 미룬 대답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우선 눈앞의 일 을 진행해야 했다.
"어제,우연히 찾을 방법을 좀 생각해 봤는데요. 그냥 제시카 씨 가 찾아낸 거로 하는 것이 제일 편할 것 같습니다. 도적 출신이니 자기만의 기술로 찾았다고 하면 그만이겠죠."
"오케이,그럼 내가 찾은 거로
할게. 그리고 던전을 찾은 보상은 돌아가서 줄게."
자신을 믿어 준 것에 기뻤던 제시카는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추가 보상 정도는 그리 중요하지 는 않았지만,준다는데 텔 이유는 없었다.
두 사람은 제이크가 가리키는 방 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북쪽 능선의 폭포 절벽 위쪽."
폭포는 그들이 야영하던 곳에서 한참을 더 올라가야 했다.
거의 한 시간 정도 위로 올라갔 던 그들은 오랜 자연 현상으로 만 들어진 깊은 폭포를 만나게 되었다.
폭포 위,능선에 도착한 제이크 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크기의 바위 아래라…… 절벽 위쪽 공터에는 제이크가 말 한 대로 바위 하나가 홀로 덩그러 니 놓여 있었다.
던전의 출입구가 멀쩡히 밖에 노 출되어 있었다면 그 오랜 시간 찾 지 못할 리가 없었다.
기사들이 찾는 던전은 어디선가
굴러 온 바위가 입구를 덮어 버린 바람에 사람들이 찾지 못한 것이 었다.
제이크는 바위 옆에 붙어 바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시카는 그런 제이크의 모습을 긴장한 채로 바라보았다.
탁탁,탁탁,탁, 텅!
딱딱한 돌소리가 이어지더니,어 느 순간 텅 빈 쇳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둥그렇게 변한 제시카가 후 다닥 달려와 제이크가 두드린 곳 을 손으로 쓸기 시작했다.
"와,와,와!"
흙이 치워지고 점차로 모습을 드 러내는 쇠문에 제시카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정말 있었어!"
문서에 보고되어 있던 장소였기 에 확실히 믿었던 제이크와 달리, 그녀는 조금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녀의 모험가로서의 본 능은 던전 발견의 기쁨을 마음속 에만 담아 둘 수 없었다.
그녀는 제이크를 버럭 껴안고 얼 굴에 키스를 퍼부었다.
"아이고,이쁜 거! 정말 있었어! 거기다 이런 던전이 또 있다는 이 야기잖아! 그것도 남들 모르는!"
이 던전 발견으로 제이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된 그녀 였기에,기쁨이 더 컸던 모양이었다.
제시카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조금은 민망한 포즈라는 것을 깨 달은 그녀는 슬쩍 자리를 피했지만,홍분은 계속 이어졌다.
"으,아까워라. 미리 알았으면 남 들 모르게 홀랑…… 으,아까워."
이번에는 남에게 넘어가게 된 던 전에 배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결국 제이크의 손에 이끌 려 밑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탐사대 야영지에서 제이크의 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시카 씨가 입구를 발견했어 요!"
제이크의 외침에 사람들이 우르 르 몰려들었다.
곧이어 하늘로 마법사의 라이트 마법이 쏘아졌고,사방으로 흩어 졌던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
다.
야영지로 들어서는 제이크와 제시카 앞에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 은 기사들이었다.
"정말 찾았나?"
제이크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한 쪽 팔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 었던 제시카였지만,기사는 그 모 습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예,위로 올라가다가 보면 폭포 가 보이는 능선이 있어요. 그곳에 서 발견했어요."
인상을 쓰며 제시카가 대답했지
만,그는 그녀의 대답에만 관심을 보였다.
"수고했어,아,다쳤나? 푹 쉬도 록. 충분한 보상을 하겠네."
내려오면서 준비한 핑계는 쓸모 가 없었다. 어떻게 다쳤는지 아무 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위치를 듣고 골짜기 위로 몰려갈 뿐이었다.
"정. 말. 수고했어요. 푹 쉬어요." 앰버가 지나가면서 제시카에게 미소를 보낸 뒤,일행을 따라 걸 음을 옮겼다.
"그럼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은
건가?"
이제야 한숨 돌렸다는 듯이 제시카가 입을 열었고.
"얼굴 유지해요! 아직 일꾼들 있어요. 인상!"
제시카를 부축하고 있던 제이크 는 그녀에게 작게 속삭였다.
"이익,이거 엄청 귀찮고 힘들어."
다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제시카가 투덜거렸다.
우르르 몰려간 사람들은 바위 아 래 있는 철문을 발견했고,일행 모두는 야영지를 폭포 위쪽 공터 로 옮겼다.
그 바람에 제시카도 아픈 척을 하며 다시 던전 입구로 올라가야 했다.
입구를 가로막은 바위는 기사 셋 이 힘을 써서 밀어 버렸다.
쿠구궁.
바위가 밀려나자 그 자리에 커다 란 철문이 모습을 보였다.
앰버가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가 자세히 조사했다.
그리고 잠시 뒤,이 문에 더는 마법이 걸려 있지 않는다고 선언 했다.
과거에는 몇 가지 마법이 걸려 있었지만,시간의 흐름과 바위에 부딪힌 충격에 망가져 있었고,대 신 바위 아래 깔렸던 철문이 바위 덕분에 원래 모습을 간직했다.
"바로 들어갈 수 있겠는데요."
뒤이어 철문을 확인한 제시카와 다른 도적의 선언이 있자,기사들 은 다음 날 던전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흥분된 밤이 지나갔다.
야영지를 지키는 몇 사람만 남긴 채,탐사대는 열린 철문을 통해 던전으로 진입했다.
나선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는 일행에게 손을 흔들던 제시카 와 제이크는 그들이 모두 사라지 자 눈빛을 교환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 쓸쓸한 야영 지에는 용병 몇 사람과,군인 몇 사람,그리고 일꾼 서너 명이 남 게 되었다.
이들은 야영지에 남아 입구와 두
고 간 짐을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모두 미리부터 결정된 인원이었 지만,그중 두 사람은 전혀 예상 치 못한 인물이었다.
팔에 붕대를 두른 제시카를 보고 한 용병이 혀를 찼다.
"쯧쯧,안됐네. 그러기에 조심 좀 하지. 몇 년이나 구른 용병이 던 전을 앞에 두고 다치기나 하고 말 이야. 몬스터에게 다친 것도 아니고."
위로로 시작한 말이 어느덧 비난 으로 변했지만, 제시카는 용병에
게 화를 내지 않았다.
용병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내려가면 던전 탐사가 끝나면 올라오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상황을 봐서 진 입이 어려우면 되돌아 나오기도 하니까."
"그럼 안에서 잘지,되돌아 나올 지 언제쯤 결정하나요?"
"한 네다섯 시간 나오지 않으면 안에서 잔다고 봐야지. 그 이상이 면 되돌아 나오는 것보다 안에서 쉬는 게 좋으니까."
제이크에게 던전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여 주며,두 사람 은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했다.
시간이 지나고,남아 있던 사람 들의 긴장이 풀려 갔다.
얼마 뒤,사람들은 형식적으로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를 제외하 고는 모두 바닥에 늘어지고 말았다.
해가 슬슬 정오를 가리켰고,제이크와 제시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 좀 둘러보고 올게요."
장비를 들고 설렁설렁 걸어가는 두 사람에게 용병들의 야유가 쏟 아졌다.
"어디 숨어서 둘이…… 흐흐."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용병들을 향해 제시카가 가운뎃손가락을 치 켜들었고,용병들은 그 모습에 껄 껄 웃음을 터트렸다.
절벽 쪽으로 조금 걸어 야영지가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제시카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힘들었다……"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었
다.
"그럼,이제 어디로 가면 돼?"
두 눈을 반짝이며 제이크를 바라 보는 그녀에게 그는 우선 마음속 으로 사과했다.
"던전 입구에서 절벽 쪽으로 100걸음 정도."
주위를 둘러본 제이크는 주변 모 습이 '음유 시인의 노래'와 다르 지 않자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절벽을 향해 걸음을 옮기 던 그는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 쫓겨 작은 길을 달려갔네.'
제이크는 불쑥 제시카의 손을 잡
고 달리기 시작했다.
"손을 놓치면 안 돼요!"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제시카 였지만,그녀도 그를 따라 소로를 달려 나갔다.
'달려오는 몬스터는 너무나 무서 웠네. 그는 눈앞에 나타난 바위를 피하고,앞을 가로막는 나무 밑을 지나갔네.'
제이크와 제시카는 바위를 옆으 로 돌아,나무 아래를 지나서 계 속 달렸다.
제이크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혼란의 시절,멸망을 피해
도망치던 사람들에게 음유 시인들 이 들려주었던 영웅에 대한 노래 였다.
그가 어떻게 힘을 얻었고,세상 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 는지가 이 노래에 담겨 있었다.
그도 결국 혼란의 시절을 버텨 내지 못했지만,노래만은 남아 사 람들을 위로했다.
제이크도 그 시절,그 노래를 흥 얼거리며 걸음을 옮겼었다.
다른 연가들과 달리 사실에 입각 한 노래는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마치 군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뿔사,그는 도망치기 바빠 자 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네. 그는 목 놓아 비명을 질렀다네.'
노래는 어느 음유 시인이 직접 이야기를 들어 만든 것으로,궁금 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확인까지 했던 노래였다.
그리고 지금 그 내용을 똑같이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속,속도를 줄여! 이대로 달려 가면 안 돼!"
제시카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우렁찬 폭포 소리와 함께 깊은 절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으악! 그 는 절벽에서 떨어졌다.'
"이대로 뛰어요!"
"난 죽기 싫어!"
"안 죽어요! 아마도!"
"아마도가 뭐야! 까악!"
'비명 소리가 폭포 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
"살려 줘!"
제시카와 제이크가 절벽을 뛰어 내렸고, 제시카의 비명이 길게 이 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