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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7화 (27/222)

27 화

다음 날,기사들은 탐사가 장기 탐사로 전환되었다고 선언했다.

장기 탐사.

대부분 인원이 함께 던전을 돌파 하는 방법이 아니라,던전 밖에

있는 야영지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서 던전 내부의 탐사 지역을 넓히 는 방법이었다.

예상보다 몬스터의 저항이 심하 고,던전도 위험해 보여 탐사 방 식을 바꾼다는 이야기였다.

던전 탐사는 소수 인원으로 교대 로 탐사대를 보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출발하는 팀은 루테리아 영지에서 지원을 온 자들로 구 성되 었다.

지친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그들 이 자원한 것이다.

루테리아 영지의 레인저 세 명과

앰버,제이크와 제시카가 출발 인 원이었다.

어제 앰버가 말한 내용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지만,제이크와 제시카는 말없이 일행과 함께 출발 했다.

가방에 숨겨 놓았던 고대 금화와 마법 아이템은 안전한 곳에 숨겨 놓았고,두 사람의 가방에는 다시 식량이 가득 채워졌다.

그렇게 일행이 던전 안으로 들어 간 뒤에 레인저 중 대표로 니콜라 스가 입을 열었다.

"기사들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지

만,진행이 막힐 때까지는 빠르게 움직였으면 합니다. 두 분의 안전 은 저희들이 지켜 드리겠습니다." 어제 앰버가 한 말에 이어진 이 야기에,제시카와 제이크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행은 빠르게 던전을 주 파해 나갔다.

제시카의 실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탐사대가 갔었던 길을 바로 찾아 낸 그녀는 빠른 속도로 일행을 이 끌었고,탐사대가 가지 못한 길마 저 거침없이 주파했다.

-앞 갈림길에서 왼쪽이라는군요. 물론 그녀의 빠른 길 찾기는 파 티마의 설명 덕분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함정을 발견하 고 해체하는 능력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하네요. 저런 실력자 가 왜 알려지지 않았죠?"

바닥에 깔린 함정을 피해 벽을 타고 달려가는 제시카의 모습에 앰버가 절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런데 저게 일반인도 가능한 건가?"

수직으로 된 벽을 옆으로 달려

나가는 것은 당연히 일반인은 불 가능했다.

그리고 며칠 전의 제시카도 불가 능한 것이었고.

"글쎄요. 마나 사용자는 아닌 것 같았는데……"

레인저들도 벽을 타고 달리는 도 적은 처음 보았기에 모두 제이크 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제이크도 어깨를 으쏙일 뿐이었다.

그녀가 제이크가 알려 준 마나 감지를 이용해서 마법 부츠를 활 성화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너무 빨리 알려 주신 것 같은데요.

반지를 사용하기 위해 마나 감지 를 알려 주었을 뿐이었는데,냉큼 마법 부츠까지 써먹을 줄은 제이크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름 둘러댈 말이 있으니 한 일 이겠지만,뒤에 남아 시선을 받게 된 제이크로서는 한숨이 나오는 일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법 부츠는 일종의 거미 인간 부츠로,신고 있는 사람을 벽과 천장에 걸어 다

닐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 아 이템이 었다.

그런 아이템을 사용하려면 마나 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할 게 분명 한데,겨우 마나 감지만 활용해서 함정을 뛰어넘다니…….

그녀가 마나를 제대로 배우고 마 법 아이템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 면 어떻게 될지 두려울 지경이었다.

함정 반대편에 내려선 그녀는 순 식간에 함정을 해체한 뒤에 일행 을 불렀다.

작동이 멈춘 함정 위를 걸어 그

녀에게 다가간 제이크는,환하게 빛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한마 디 하려던 생각을 털어 버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에 차마 주의 를 줄 수 없었다.

"실력이 대단하네요. 방금 벽을 타고 달린 것은 어떻게 한 건가요?"

갑작스러운 앰버의 물음에 제시카의 눈썹이 제이크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꿈틀거렸다.

곧 그녀는 일상적인 어조로 대답 했다.

"저만이 가지고 있는 도적 기술 중 하나예요. 설마 용병에게 기술 을 알려 달라고 하시는 건 아니시 겠죠?"

능청스러운 제시카의 반문에 오 히려 앰버가 사과를 했다.

이 세상은 전생처럼 정보가 공유 되는 세상이 아니었다.

용병뿐만 아니라 레인저,더 나 가서 마법사에게 자신의 비법을 알려 달라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호, 자신만의 도적 기술이라. 설마 이름도 지었나요?

자신만만하던 제시카의 표정은 제이크의 메시지 마법에 금이 가 버렸다.

더구나 조금 붉어진 그녀의 얼굴 은 이름도 지었다고 알려 주고 있 었다.

"자,가죠! 바로 출발합니다!"

낯이 뜨거워진 제시카는 바로 일 행을 출발시켰고,일행은 다시금 던전을 나아갔다.

가는 길이 무너진 식량 창고로 가는 통로 옆을 지나기도 하고, 던전을 헤매고 있던 땅굴 전갈을 만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미리 접근을 알아차 린 제이크 덕분에 수월하게 밑으 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뒤,일행은 한 창고 앞에 도착했다.

다른 일행은 몰랐지만,제시카와 제이크는 이미 한 번 들렸던 곳.

바로 마법 아이템들이 잠자고 있 는 창고였다.

제시카는 일행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고,곧이어 앰버와 레인저 들의 감탄을 들을 수 있었다.

-뭘 그렇게 재미있게 봐요. 놀란 척해야죠.

일행 뒤에서 재미있게 다른 사람 들을 구경하던 제시카는 제이크에 게 혼이 난 뒤에는 다른 이들을 따라 놀란 척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색해 보이 는 모습에,제이크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는 그녀를 데리고 밖 으로 나갔다.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레인저들과 앰버는 제이크의 말 에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저 여자 도적도 그렇지만,저

어린 청년도 무척이나 특이하네요."

한 레인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공녀와 만난 이야기를 들은 뒤, 나름 주의 깊게 두 사람을 살펴본 레인저들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 이는 제시카도 놀라웠지만,그 나 이대로 절대 보이지 않는 능숙한 어린 용병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 기했다.

지금도 눈앞에 펼쳐진 마법 아이 템을 외면한 채로 알아서 물러가

는 모습이,상황 파악에 능란한 전문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거기다 귀족 예절도 능란하고, 홍차도 잘 우려내요. 공녀님이 신 원만 확실하면 집사로 키우고 싶 어 하셨어요."

덧붙이는 앰버의 말에 레인저들 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도적과 알 수 없는 어린 청년이 아니라 눈앞의 보물에 집중해야 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계속 살펴보 도록 하고,우선 계획대로 진행하 죠."

레인저들과 마법사는 벽과 선반 에 놓여 있는 마법 아이템들을 하 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밖으로 나온 레인저와 마법사의 모습은 전과 다르지 않 았다.

하지만 제이크는 레인저들이 등 에 멘 배낭에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환상 마법이네요.

형식화된 마나의 모습에 파티마 가 무슨 마법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 말에 제이크는 배낭에 왜 마 법을 걸었는지 알아차렸다.

-슬쩍 빼돌렸군.

복제 세상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 으니 틀릴 이유가 없었다.

탐사대가 던전을 헤매게 한 것 도,도중에 돌아가 자신들만 내려 온 것도 모두 마법 아이템을 빼돌 리기 위해서였다.

제이크와 제시카가 빼돌리고,또 다시 저들이 빼돌리면 남는 게 많 지 않겠지만,황제가 엿 먹는 것 은 제이크도 바라는 일.

저들이 들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

었다.

이틀 만에 보물 창고를 발견한 일행은 잠시 주변을 수색한 뒤에 복귀하기로 했다.

다행히 수색하는 동안에 마법진 이 있는 지하 광장은 발견되지 않 았다.

지하 창고가 무너진 여파인지는 모르겠지만,지하 광장으로 향하 는 석문은 다시 닫혀 있었다.

문이 닫히자 주변의 벽과 다르지 않아,제이크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몰랐을 지경이었다.

문이 잠긴 건 아니라서 밀면 바

로 열릴 것 같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곳에 문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한 오랜 시간 닫혀 있을 것이다.

마법을 사용해서 숨기거나 부숴 야 할지 고민했던 제이크는 편한 마음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내려올 때와 다르 게 레인저들이 무척이나 몸을 사 렸다.

혹시나 가방이 벽에 걸릴까, 바 닥에 쓸릴까 조심하는 모습에 제이크와 제시카 두 사람은 다른 사 람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때문에 제이크는 내려올 때보다 더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나는 마나고,마나는 마나를 찾 는다.'

'나는 너를 느낄 수 있고,너는 나에게 자신을 알려 준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기에 제이크는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소매 속에 감춘 완드에서 마나가 퍼져 나갔다.

마나를 이용해서 마나를 지닌 몬 스터를 찾는 마법.

일종의 마나 레이더였다.

이런 식으로 찾은 대부분의 몬스

터는 제이크가 제시카에게 메시지 마법으로 알려 줘,그녀가 찾은 것처럼 해결해 왔다.

하지만 급하게 등장한 몬스터는 제이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슈숙!

쇠뇌에서 빠르게 쏘아진 화살은 땅굴 전갈의 관절 사이에 박혔고, 몰래 다가오던 땅굴 전갈은 괴성 을 질렀다.

그렇게 위치가 알려진 몬스터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해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이크를 바라보

는 앰버의 눈이 묘하게 변해 갔다.

-아무래도 뭔가 눈치를 첸 것 같은데요?

-마나를 주변에 뿌린 걸 눈치첸 거 아냐?

-흥,마법 기술자가 그런 걸 알 아챌 리가요.

하지만 복제 세상에서 앰버와 같 이 지냈던 제이크로서는 지금 시 대의 마법사를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것보다 남들보다 먼저 알아 차리고 화살을 쏜 게 이상했을 거

예요.

어느 쪽이든 좋은 이야기는 아니 었다.

언젠가는 그녀에게도 어느 정도 말해 주어야겠지만,아직 때가 일 렸다.

'모르는 척, 모르는 척.'

그렇게 제이크의 필사적인 외면 이 시작되었고,다행히 던전을 빠 져나왔을 때는 어느 정도 앰버의 시선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일행이 가져온 소식은 탐사대를 흥분에 빠트렸다.

기사들은 당장 던전으로 달려가 려고 했고,제시카는 어쩔 수 없 이 다시 일행을 이끌고 던전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 뒤로 이 주 동안 탐사대는 창 고에 있던 마법 아이템들을 끄집 어 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아이템이 있는지 던전을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세 번째 주 첫째 날,일 행은 더 이상의 아이템을 찾지 못 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나름 풍성한 마법 아이템에 의기 양양한 기사들과 병사들이었지만,

레인저들과 마법사는 그들을 조금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일행을 제시카가 조 금 미안한 얼굴로 보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표정과 다르게 그녀는 절대로 자신의 부츠를 내놓을 생 각이 없었다.

일행은 각자 짐을 지고 철수를 시작했다.

식량이 줄어 가벼워진 배낭을 멘 일꾼들과 마법 아이템이 든 배낭 을 짊어진 군인들,그리고 환상 마법으로 배낭의 두툼한 모습을 속이고 있는 레인저들과 제이크,

제시카.

다행히 철수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벼워진 짐으로 인해 일행의 속 도는 빨랐고,대수림에 익숙해진 기사들로 인해 몬스터들은 쉽게 처리되었다.

* * *

그리고 며칠 뒤.

일행은 다시 루테리아 시로 돌아 왔다.

거의 한 달간의 여정이 끝이 난

것이다.

일행은 헤어지기 전에 짐 검사를 마쳤다.

뒤로 슬쩍 빼돌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탐사가 마치면 짐 검사 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 짐 검사는 무의미한 검사였다.

기사와 앰버가 같이 한 검사는 환상 마법에 걸린 레인저의 가방 을 그냥 넘어가는가 하면 제이크 가 마법을 건 제시카와 제이크의 가방을 알아채지 못했다.

짐 검사를 마친 뒤 기사는 길드

앞에서 탐사의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술집으로,여관으로,돈을 받 기 위해 길드 사무소 안으로 향했다.

제이크와 제시카도 여관으로 가 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발을 멈춰야 했다.

"제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여성의 목소 리.

앰버의 목소리였다.

-설마 가방을 들킨 건 아니겠 지?

-그럴 리가요. 흠,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좀 달라졌으려나.

뭔가 불길한 이야기를 하는 파티 마였지만,다행히 가방이 들킨 것 은 아니었다.

"한번 성으로 오지 않겠어요? 공 녀님이 홍차를 같이하고 싶어 하 세요."

"성으로요?"

"그리고 저도 이야기를 좀 나누 고 싶네요. 마법사로서 알고 싶은 게 많거든요. 연락할게요."

가방이 들킨 것과 비슷한 폭탄을 던진 앰버가 손을 흔들고는 레인

저들과 함께 멀어져 갔다.

그리고,제시카와 파티마가 동시 에 입을 열었다.

"들켰네."

-들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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