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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8화 (28/222)

28 화

새로운 황제의 지시로 떠난 던전 탐사는 모두가 행복하게 끝이 났다.

탐사대 중에 다친 사람은 좀 있 었지만 죽은 사람도 없는 데다,

보물을 한가득 찾아내기까지 했으 니 잘된 일이었다.

황제가 예상한 마법 아이템 개수 와는 달랐지만,다음 날 기사들과 병사들은 마법 아이템을 들고 보 무도 당당하게 루테리아 시를 떠 났다.

길드 사무소에서 보수를 받은 일 꾼과 용병들은 술집에 자리를 잡 고 신나게 자신의 무용담을 뽐내 고 있었다.

그리고 앰버와 레인저는 공작에 게 자신들이 빼돌린 마법 아이템 을 보고했다.

루테리아 성의 한 내실.

"수고했다. 모두 고생 많았어." 탁자에 늘어놓은 각종 마법 물품 들을 죽 훑어본 공작은 곧 시선을 돌려 자신의 가신들을 치하했다.

그가 탁자에서 시선을 돌리자, 앤드류 남작이 시종들을 부려 마 법 아이템을 챙겨 방을 빠져나갔다.

"앰버,넌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따로 이야기하고."

딸과 함께 자란 마법사에게는 공 작이 허물없이 대하곤 했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언제나 공사 가 확실한 공작이었다.

필요에 따라 딸도 정략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는 그였기에,앰버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감사드립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공작은 고개를 끄덕 였고, 그의 시선은 이내 레인저들 에게 향했다.

"도중에 내가 알아야 할 일은 없 었나?"

그의 질문에 앰버가 입을 열려다 말았지만,아쉽게도 공작은 그 모 습을 보지 못했다.

"쓸 만한 용병을 찾은 것 이외에 는 별로 특이한 일은 없었습니다."

"흠,쓸 만한 용병?"

"제시카라는 도적이었는데 아마 지금 루테리아에 있는 도적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실력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여자라는 점이 걸리는지 라……"

"그래도 기억해 둘 만하겠군. 알 았네. 모두 수고했어. 이제 부대에

복귀하도록."

이미 휴가와 금일봉은 받아 놓은 상황이었으니,방에서 물러나는 레인저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앰버,넌 무슨 할 말이 있느 냐?"

"아,아닙니다."

"그럼,레이첼에게 가 봐. 무척이 나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조금 멈칫거리던 앰버는 방을 빠 져나갔다.

그녀가 나간 뒤 마법 아이템을

정리한 앤드류 남작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정리했습니다. 꽤 많은 양 이더군요. '전지의' 황제라면 들킬 수도 있겠습니다."

"글쎄,이 일로 황제가 과연 어 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 겠지. 그동안 확인한 바로는 예상 보다 그리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으니,발뺌하면 그만 이야."

"그럼,마법 아이템은 어떻게 하 실 생각이신지요. 정식으로 유통 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암시장에

내놓기도 좀……"

"그냥 넣어 둬. 급할 것은 없어. 어차피 앞으로 황제의 기사들은 더 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남작은 공작의 말에 고개를 숙였 고,공작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시를 더 내렸다.

"그리고,제시카라는 용병에 대 해 알아 봐,

"여자 이름 같습니다만."

남작의 의문에 공작의 눈이 슬쩍 올라갔고,남작은 급히 말을 덧붙 였다.

"알겠습니다."

다른 귀족들처럼 공작도 여자를 그리 중하게 여기지 않았기에 남 작은 의문을 느꼈지만,공작의 표 정을 보니 우선 지시에 따라야 할 분위기였다.

남작이 나간 뒤,공작은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공작은 쓸 만한 여자 용병이라는 소리에 딸인 레이첼이 생각났었다.

겨우 마법사 하나만 데리고 있는 딸이었다.

용병 하나 늘인다고 뭐가 바뀔지

알 수 없었지만,그래도 기회는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 기회를 발로 차든,아니면 잘 잡아서 오빠와 남동생을 깔아뭉개 든 그건 레이첼이 할 일이었다.

파혼당하고 돌아온 딸에게 주는 보상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방식 이었만 이것은 대수림으로부터 영 지를 지켜온 루테리아 공작이 살 아가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루테리아 공작의 입에 오르내린 제시카는 제이크의 방에 앉아 황

홀한 표정으로 탁자 위를 바라보 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수북이 쌓인 고대 금화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중 이었다.

전날,여관으로 돌아온 두 사람 은 여관 주인 부녀의 큰 환영을 받았다.

특히 여관 주인 패트릭은 첫 탐 사에서 던전을 발견한 제이크에게 행운의 용병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었다.

제니는 일을 내던지고 두 사람 앞에 앉아 일에서 돌아온 남편을

보는 눈으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결국,제이크와 제시카는 이리저 리 거짓말을 섞은 이야기를 두 사 람에게 들려준 뒤에야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두 사람은 길드 에 들러 탐사대 보수를 받은 뒤, 여관에 돌아와 정산하는 중이었다.

"이 금화들로 뭐 할 거야?"

넋을 놓고 금화를 보던 제시카가 정신을 차리고는 제이크에게 조심 스럽게 물어보았다.

이제 제시카와 한 계약이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제시카로서 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질문에 제이크는 자신의 생각을 꺼내 놓았다.

"처음에는 에고 완드를 얻은 뒤, 외딴곳에 숨어 마법을 배울 생각 이었습니다."

제이크는 미래에 에고 완드를 얻 었던 용병처럼 마법을 배울 시간 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던전에서 마법을 배워 버려서 계획을 좀 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마법을 배운 뒤,제이크가 하려 던 일은 실전 훈련과 인맥을 만드 는 일이었다.

"예상보다 루테리아 영지가 제국 의 힘이 닿지 않는 느낌이라 따로 다른 곳으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더구나 실전 훈련을 하기 에는 이곳만 한 곳이 없을 것 같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다른 쪽 일은 공녀님과 앰버님을 만나 보면 실마리가 잡

히겠죠."

제이크 혼자의 힘으로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제국의 붕괴 자체가 대수림 너머 로의 원정이라는 황제의 대삽질에 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 뒤에 일어난 괴물들의 출현이 대수림 너머에서부터 시작된 것을 보면 황제의 전횡을 막는 게 제일 중요했다.

실제로 황제를 막는 게 가능할지 는 모르겠지만,제이크는 실력을 갖춘 뒤 황제에 대항할 만한 세력

에 힘을 실어 줄 생각을 하고 있 었다.

공녀와 앰버의 초대는 그 시작으 로서 나쁘지 않았다.

"그럼?"

"네,정식으로 파티를 맺죠."

"꺄아! 잘됐어!"

제시카가 제이크를 향해 몸을 던 지는 바람에 탁자 위에 쌓인 금화 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덕분에 도적과 마법사로 이루어 진 파티의 처음 한 일이 흩어진 금화를 모으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제이크는 모은 금화 중 일부와

마법사의 방에서 얻은 마법 단도 를 제시카에게 건네주었다.

"다시 금화 이야기로 넘어가서, 이 금화들과 단도는 던전 탐사 배 분으로 드릴게요. 제 의뢰로 인한 던전 탐사였으니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기사들 같은 경우는 수당 이외에 는 전혀 배분하지 않았지만,제이크 마저 그들처럼 제시카를 외면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앞으로 같이 파티를 이룰 사람이었고 계속 함께할 사람으로 정했으니 충분히 배려할 생각이었

다.

당연하게도 제시카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녀는 마법 부츠를 얻은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제이크 의 배려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음,난 이 단도면 충분해. 이 금 화들은 우리 파티 공금으로 잡아 놓을게. 파티가 만들어졌으니 운 영비가 필요할 거야."

파티가 만들어지자마자 바로 파 티의 자금 담당으로 전직해 버리 는 제시카였다.

"그리고 다른 파티원을 모으는

일은 좀 천천히 했으면 해요. 우 선 제가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게 있거든요. 제시카 씨도 좀 도와주 셨으면 해요."

돈이 생겼으니 제이크는 우선 집 을 구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정통 마법사가 실력을 키 우려면 실전과 함께 마법사의 공 방이 필요했다.

그리고 또 하나,공녀와 마법사 앰버의 초청도 대비해야했다.

그날 오후,성에서 사람이 나와 두 사람에게 초청장을 전해 주었

다. 공녀에게서 온 초청장이었다.

며칠 뒤,두 사람은 초청장을 들 고 루테리아 내성의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제이크는 평복이지만 꽤 단정해 보이는 옷을 걸치고 있었다.

반면,제시카는 먼지를 털어 내 기는 했지만,드레스나 여성복이 아닌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제이크가 열심히 드레스를 입히 려 했지만,결국 실패했다.

게다가 처음에 제시카가 가죽 갑 옷 차림으로 가겠다는 것을,제이크가 극력하게 반대해서 겨우 평 상복으로라도 입힐 수 있었던 것 이다.

성문 앞에 선 제이크는 전과 다 름없이 평온한 상태였다.

그런데 제시카의 얼굴은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파티를 만든 뒤,제시카에게 마 나를 알게 해 준다면서 제이크가 그녀를 신나게 굴려 버렸기 때문 이다.

믿고 따라오라는 제이크 말에 열

심히 따랐던 제시카였지만,슬슬 그녀는 후회를 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입구에서 초청장을 보 여 준 뒤 안에서 나온 안내인의 인도에 따라 내성 안으로 접어들 었다.

대수림을 바라보는 장벽과 이어 지게 만들어진 루테리아의 내성은 화려한 황성과 달리 무척이나 삭 막했다.

크지 않은 성 앞 화원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한참을 걸어 한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

다.

두 사람을 인도한 안내인이 문을 열자,그동안 봐 왔던 삭막한 복 도와 달리 그나마 화사한 실내가 모습을 보였다.

공녀의 전용 응접실.

하지만 그동안 보아 왔던 귀족 여성들의 화려한 방에 비하면 품 위는 있지만,무척 정갈한 방이었다.

방 안에는 공녀와 앰버가 두 사 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공녀의 말에 제이크와 제시카가

인사를 올렸다.

고개를 꾸벅인 제시카와 달리, 품위 있는 제이크의 인사에 뒤에 서 대기하고 있는 시녀와 하녀들 의 눈이 조금 커졌다.

용병이라고 들은 소년의 인사가 무척이나 우아해 보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사용 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빠르게 차와 간식을 준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가 워요. 전의 밀크티를 보답하기로

한 약속을 이제야 지키게 되었어요. 앰버에게 던전 이야기를 듣고 바로 초청을 부탁했는데,너무 무 례한 요구는 아니었길 바라요."

제이크와 제시카는 전혀 문제없 다고 대답했다.

감히 공녀 앞에서 용병이 무례하 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저렇게 사과를 해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따름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단출한 다과회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차는 무척이나 맛이 있었고,나 중에 홍차 마니아가 된 제시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용병의 생활과 이번 던전에서 일 어난 일들에 대한 공녀의 질문들 과 제시카의 대답이 주를 이른 다 과회는 제이크를 외롭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제이크는 그쪽이 오히 려 반가웠다.

제이크는 다른 일에 신경이 팔려 그녀들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반쯤 제시카에 대한 면접

같은 다과회가 끝이 났다.

인사를 하며 다음을 기약하고는 제이크와 제시카가 응접실에서 물 러났다.

"왜 이리 피곤해 보여? 어! 식은 땀도 흘렸네?"

자신이 공녀에게 면접당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제시카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제이크는 앞에서 걸 어가는 시녀 모르게 목 뒤의 땀을 쓸어내렸다.

며칠 전 헤어질 때 남긴 앰버의 의미심장한 말과 다르게 그녀는 따로 제이크에게 별말을 하지 않

았었다.

그런 앰버의 모습에 제시카는 긴 장을 풀어 버렸지만,실제로 그녀 는 질문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그녀는 질문을 마법사다운 방법으로 했던 것이다.

어쨌든 잘 넘기게 되어 다행이었다.

"흠,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네요. 소년은 마법사가 아니에요."

두 사람이 나간 뒤,앰버는 방안 에 가득히 펼쳐 놓은 마법을 거둬

들였다.

"소년은 마나 사용자가 아니었어요. 차라리 제시카 씨 쪽이 마나 사용자에 가깝더라고요. 제 마법 에 반응이 있었어요."

제시카는 알지 못했지만,방금까 지 있었던 공녀의 응접실은 마법 사의 영역으로 선포된 곳이었다.

앰버가 만들어 놓은,상대의 마 나를 파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마 법이 깔려 있었다.

덕분에 제이크는 자신이 마법사 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었다.

다행히 이곳의 마법사들과 달리, 제이크는 몸속에 마나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외부에 존재하는 마나 와의 반응도 차단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느라 다과회 동안 건 성으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결국 그는 앰 버의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거기다 에고 완드와 마법 아이템 도 다 두고 나온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가 있었다.

"그럼 그 소년도 그냥 재능이 있

는 거야?"

"글쎄요. 누구보다 먼저 몬스터 들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쪽으로 특화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기야 좀 있으면 기 사급 용병이 될 제시카 씨가 평범 한 소년을 데리고 다닐 리가 없겠 죠."

제이크가 마법을 숨긴 덕분에 오 히려 제시카의 가치가 올라가 버 렸다.

"신원이 조금 불확실하긴 한데, 뭐 차근차근 두고 봐야겠지."

"네, 어차피 제시카 씨와 파티를

이루고 있으니 시간을 들여 알아 보면 될 거예요."

"흠,그럼 네 의견은 어때?"

"저는 찬성이에요. 도적 출신의 마나 사용자,그것도 여자라니. 용 병 중에서는 거의 나올 수 없는 인력이에요."

"그래,나도 마음에 들었어. 아버 님이 허락하신 일이니 천천히 진 행하자고."

"그럼,해 보실 생각이시네요."

"뭐,오라버니와 동생하고 경쟁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당한 채로 있는 것

은 마음에 안 들어. 당한 이상으 로 갚아 주지 않으면 루테리아의 딸로서 면목이 없지."

레이첼은 고개를 돌려 보이지 않 는 제국의 황성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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