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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9화 (29/222)

29 화

공녀를 만났던 제이크와 제시카 는 바로 루테리아 시의 용병 거리 로 향했다.

공녀를 만난 뒤로 미뤄 두었던 고대 금화를 팔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배낭을 메고 거리 입 구에 있는 한 골동품상으로 들어 갔다.

[루테리아 유물 본점]

이 골동품상은 수도에서 보았던 암상인의 유물점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크기가 굉장히 컸다.

그리고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풍 기는 수도의 유물점과 다르게,이 곳은 깔끔하게 진열된 물건과 청 결한 내부가 눈에 띄었다.

마치 전생의 보석상 같다고 할 까.

"이 거리에서 제일 고급 골동품 상이야. 나도 몇 번 안 와 봤어."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런 제이크를 무시하는 종업원은 없었다.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두 사람 에게 정중히 물었다.

"용병분들이시군요. 물건을 파시 려고 하시는 겁니까?"

어느 정도 짤밥이 있는 용병들이 라면 이 골동품상이 어떤 곳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 은 나름 쓸 만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였다.

"안에 들어가서 거래를 하고 싶 은데요."

제시카의 답변에 중년 남자의 눈 씹이 슬쩍 올라갔다.

생각보다 더 중요한 고객인 듯했다.

그는 정중한 몸짓으로 두 사람을 뒤쪽으로 안내했다.

일행은 각종 골동품과 유물을 전 시해 놓은 홀을 지나,뒤쪽 복도

에 붙어 있는 몇 개의 방 중에 한 방으로 들어갔다.

양쪽에 고급 소파가 놓여 있고, 중앙에는 낮은 탁자가 마련된 꽤 분위기 있는 휴게실이었다.

"좋은 성과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다른 직원이 차를 내려놓고 사라 지자,남자는 미소를 지은 채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대수림에 붙어 있는 루테리아 영지였다.

용병이 물건을 가져왔다면 어디 서 가져왔는지 뻔했다.

근래 벌어진 큰 던전 탐사는 하 나밖에 없었기에, 그는 따로 확인 하지 않았다.

적어도 평범한 종업원이 아닌 게 확실한 중년인은 용병패만 확인했다.

두 사람이 누구인지,물건을 어 디서 구했는지는 전혀 묻지 않았다.

용병인 것을 확인했으니 가지고 온 것이 어떤 물건인지 전혀 개의 치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러면 암상인과 뭐가 다른데.' 제이크는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어차피 제이크와 제시카에게는 좋 은 일이었다.

더구나 제시카에게 들은 바로는, 이곳에서 벌어진 거래는 절대 밖 으로 새어 나가지 않기로 유명했다.

제이크가 등에 진 배낭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고대 금화입니다. 팔고 싶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중년인은 가방을 열어 보고는 심각한 얼굴로 변했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금화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혼자 처리하기에는 양이 많군요."

그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사람 을 시켜서 마법사와 경리를 보는 직원을 불렀다.

잠시 뒤,나이 든 마법사 한 명 과 젊은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먼저 마법사가 마법으로 금화의 진품 여부를 확인했다.

"모두 진품이다. 대단하군. 이런 많은 금화는 정말 오랜만이야."

금화를 확인한 마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방을 빠져나갔

다.

그 뒤에 젊은 직원은 개수를 세 고 무게를 재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마법으로 계약했으니 소문이 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밖으로 나가는 마법사를 제이크 가 계속 바라보자,중년인이 안심 하라는 뜻으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런 뜻으로 마 법사를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나이에 비해 너무 낮은 마법사의 능력이 의아했던 것이다.

나이 든 마법사는 노인에 가까운

나이였는데 겨우 2서클 마법사였다.

-마법 기술자가 다 그렇죠. 뭐. 몸속에 품을 수 있는 마나양이 각 각 한계가 있으니,그 한계까지 성장하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더 성장은 불가능하죠. 마나가 부 족하니까요.

조금은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파 티마의 목소리였다.

"이 금화를 전부 바꾸실 겁니까?"

"네."

제이크가 홀로 생각을 이어 가는

사이에,제시카가 거래를 계속해 나갔다.

"혹시 다른 물건은 없습니까? 마 법 아이템이라든가."

많은 고대 금화에 넌지시 말을 꺼낸 중년인이었지만, 제시카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미리 제이크와 마법 아이템은 팔 지 않기로 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객의 신상을 지켜 주는 가게라지만,마법 아이템이 등장 한 뒤에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마법 아이템은

마나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일 종의 전략 물품이었다.

물론 브로치같이 귀족의 허영심 을 위해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하다가는 괜한 관심을 끌 수 가 있었다.

고대 금화만으로도 충분한 상황 이니,마법 아이템은 좀 더 시간 이 흐른 뒤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쉽군요. 이 정도 고대 금화가 나온 곳이면 다른 물건도 있을지 모를 텐데요."

"이게 전부였어요."

다시 한번 더 확인한 중년인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굉장한 양의 고대 금화였지만, 마법 아이템보다는 급이 조금 떨 어졌다.

운 좋게 구한 제대로 된 마법 아 이템이라면 이 많은 양의 고대 금 화보다 더 값어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제시카의 품에 있는 단도나 신고 있는 부츠 같은.

물론 제이크의 에고 완드가 제일 값어치가 있었지만,에고 아이템 은 함부로 꺼내 놓을 수도 없었다.

"모두 428개. 수수료를 제하고

현재 시세로 23,968실링입니다." 계산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럼, 제가 조금 더 쳐서 24,000실링으로 드리도록 하죠."

이만 사천 실링.

두 사람을 이곳까지 데려온 늙은 말을 이백 마리나 살 수 있고,하 인 백 명을 1년간 부릴 수 있는 돈이었다.

물론 대귀족들의 사치에 비하면 별것 아닌 돈일지도 모르지만,용 병 입장에서는 충분한 대박이었다.

이 정도면 바로 은퇴해서 고향에

내려가 지주 역할을 하면서 떵떵 거리며 살 수 있을 돈이었다.

게다가 이 금액이면 수도의 암상 인보다 한 배 반 정도 더 쳐준 것 이었다.

불법적인 유통망이 아니어서인지 나름 높은 금액에 제이크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고,제시카도 미 소를 지었다.

"모두 바꿔 주세요."

"음,실링으로는 너무 부피가 큰 데 저희 상단의 전표로 일부를 지 불해도 되겠습니까?"

"네,좋아요."

이 골동품상의 이름처럼 이곳을 소유하고 있는 상단의 일부 지분 은 루테리아의 영주 일가가 소유 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 상단의 전표는 이곳 루테리아 영지에서는 제국 화폐와 동급의 취급을 받고 있었다.

잠시 뒤, 상점을 빠져나가는 제이크의 배낭은 들어가기 전보다 무거워져 있었다.

거기다 그의 주머니에는 배낭 안 의 실링들보다 더 큰 금액이 적혀 있는 전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제시카의 가방 안에도

금화를 바꾼 실링이 들어 있어 제시카의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중이었다.

"행복해. 세상은 아름다워. 아휴, 이 복덩이."

제이크는 길거리에서 끌어안으려 는 제시카를 슬쩍 밀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시카는 그런 제이크의 팔을 잡고 신이 나서 걸 어갔다.

"오늘은 좀 쓰자. 장비도 바꾸고, 무기도 날 세우고,그래,배낭도 멋진 거로 사자."

결국 그날 두 사람은 용병 일에

필요한 물건만 한 아름 사고 말았다.

그다음 날부터 두 사람은 집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제이크와 제시카가 지낼 집이자, 파티가 머무를 캠프,그리고 마법 사 제이크의 공방으로 쓸 집이었다.

제시카는 당연히 시내에 있는 평 범한 복층 집을 생각했다.

그러나 제이크가 구하는 집은 그

런 평범한 집이 아니었다.

그는 제시카를 이끌고 루테리아 시를 벗어나 영지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

"크악! 도대체 그 핫 스팟이란 게 뭔데!"

며칠 동안 끌려다니던 제시카는 결국 활화산 같은 분노를 토해 냈다.

영지를 잘 안다는 이유로 같이 다녔던 제시카였다.

제이크와 같이 다니는 것 자체는 그리 불만이 없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에게 끌려다니면서도 마나 사용자가 되기 위해 계속 훈 련을 하는 게 문제였다.

길을 걸어가며,사람들에게 물을 때도,마나를 감지하는 훈련을 반 복하는 탓에 그녀의 신경은 극도 로 날카로워졌다.

결국,오늘,시에서 가까운,대장 벽이 보이는 야산 근처에서 그녀 의 참을성이 깨져 버렸다.

"나 안 해! 아니, 훈련은 할 테 니 너 혼자 다녀. 으아! 이러다가 말라 죽겠어!"

바닥에 주저앉아서 투정을 늘어

놓는 제시카를 보며 제이크는 피 식 웃고 말았다.

투정을 부리는 와중에도 훈련을 멈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 면 그녀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계속 마나를 감지하는 훈 련을 계속한 덕분에 그녀 속의 마 나가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몸속을 간질거리는 그 느낌에 짜 증이 더 심해진 것이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녀를 돌려보 내지 않았다. 그동안 찾던 곳을 드디어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곳이 핫 스팟 맞아요. 대기의 마나양은 큰 차이가 없지만 상당 량의 마나가 지하에 고여 있어요.

파티마의 확인을 받은 그는 주변 에 펼쳤던 마법을 거둬들였다.

"찾았어요. 저 집으로 하죠."

제이크는 야社 아래에 보이는 한 저택을 가리켰다.

"엑? 화났어?"

제이크의 말에 저택을 확인한 제시카는 질겁한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저택은 오래전 에 버려져서 마치 귀신이 나올 것 처럼 보였다.

"귀신은 안 나오지만,뒷산에서 마물들은 가끔 나옵니다. 그래서 집이 버려진 거고요."

시에서 온 토지 관리인의 말에 제시카는 다른 의미로 질겁한 표 정이 되었다.

"그럼 위험하다는 이야기잖아요."

"여기 살던 분들이 마물에게 상 처를 입어서 집을 관청에 떠맡기 고 시로 이사해 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팔리지도 않고. 시 옆에 있어서 위치는 좋은데,애물단지 가 되어 버렸죠."

웬만하면 팔려고 정보를 숨겼을 텐데,상당히 위험한 모양이었다.

"그럼 싸겠군요."

"엑,정말 살 거야?"

마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동물 이 마나에 오염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핫 스팟의 증거로는 더할 나위 없으니 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뭔가 소년이 리더로 보이는 모습 에 관리인은 조금 고개를 갸웃거 렸지만,드디어 애물단지를 팔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대범하게 넘어갔다.

"원래 1만 실링 정도지만,5천 실링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너무 비싸요. 3천 실링으로 하 죠."

"안 됩니다. 기본 가격이 있습니다. 4천5백 실링까지는 해 드릴 수 있지만 더는 안 됩니다."

"우리 아니면 절대 못 팔잖아요. 그럼 3천5백 실링!"

웬만하면 다른 곳으로 했으면 하 는 표정이었지만,흥정이 시작되 니 바로 후려치는 제시카였다.

바로 두 사람의 가격 협상이 벌 어지는 것을 놔두고,제이크는 저

택을 넘어 뒤쪽의 야社을 바라보 았다.

마물이 나온다는 야社.

마나가 모이는 핫 스팟이 그곳에 있었다.

제이크는 저택을 잘 고쳐서 제이크와 제시카,그리고 그들이 만든 파티의 멤버가 살게 하고,그 지 하는 그가 쓸 생각이었다.

지하는 뒷산 지하의 핫 스팟과 연결될 동굴의 시작점이었다.

제이크는 마법으로 뒷산의 핫 스 팟까지 구멍을 뚫어 그곳에 자신 의 공방,연구실을 만들 생각이었

다.

고대 마법사의 연구실.

지금 사람들은 던전으로 부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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