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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32화 (32/222)

32 화

찾던 사람을 만났지만,제이크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괜히 나서서 분란을 일으킬 필요 가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 상황을 봐

서 일을 진행해도 충분했다.

도망자들.

귀족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어 린 소녀,잘생긴 젊은 소년,그리 고 시녀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과 기사들과 종자들.

지저분한 모습으로 숨기고 있었 지만,딱 봐도 원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곳까지 도망쳐 왔는지 신기할 정도였지만,어쨌거나 지 금은 의뢰자들이었다.

"잘 아는 유능한 파티입니다. 다 들 실력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

셔도 됩니다."

제시카가 대표로 변장한 앰버에 게 말하자,앰버가 다른 용병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도 노련해 보이는 용병들이 었다.

뒤에 서 있던 여성들은 겁에 질 린 표정으로 둘의 대화를 지켜보 았지만,젊은 소년은 신기한 표정 으로 제시카를 빤히 바라보고 있 었다.

-아무래도 저 귀족 소년이 제시카가 마나 사용자라는 것을 알아 차린 것 같은데요?

제이크의 메시지 마법에 제시카 는 힐끔 소년을 훔쳐보았다.

마나 사용자들끼리는 가까이 접 근하면 서로가 마나 사용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까이 접근해야 가능한 일이었고,기사들이나 제시카는 서로 마나 사용자인지 알 정도로 가까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는데, 설마 어린애한테 정체를 들킬 줄이야.

-백작의 둘째 아들이 살아남았 군요. 미래에도 엄청난 기사가 되

어 있었고,지금도 천재로 이름 높은 소년 기사이니 알아보는 것 도 무리가 아니죠.

제시카는 자신이 마나 사용자인 것을 처음 들킨 상대가 귀족 소년 이라는 사실에 속으로 투덜거렸다.

어차피 그녀가 마나 사용자라는 것은 알려지게 될 수밖에 없는 일 이었지만,두 번째 만난 어린 귀 족이 천재 검사라니.

이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백작의 둘째 아들이자 제국 최연

소 기사로 이름 높은 로럴드 톨레 도는 제시카를 보고 만족한 얼굴 이 되었다.

그로서는 여성 마나 사용자,그 리고 용병 마나 사용자를 처음 보 았다.

마나 사용자가 된 지 얼마 안 돼 보였지만,이런 사람을 붙여 주다 니,루테리아 공작의 배려가 나쁘 지 않았다.

제시카의 실력을 알아본 공작 자 제 덕분에 일은 편하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제시카와 다른 용병들을

인정해 주었고,일행은 바로 마을 을 빠져나갔다.

일행이 빠져나가자 집안에 틀어 박혀 숨죽이고 있던 마을 사람들 이 하나둘 모습을 보였다.

도망자건 아니건 귀족과 같은 곳 에 지내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었다.

귀족들이 떠나가자 마을 사람들 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마을은 다시 원래의 모습 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다음 날 새벽.

일행이 떠나간 마을에 평범한 가 죽 갑옷을 입은 용병처럼 보이는 자들이 나타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용병이었 지만,그들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은밀하고 신속했다.

그들이 말없이 마을에 있는 집들 을 방문할 때마다 그 안에서는 작 은 비명들이 새어 나왔다.

시간이 흐른 뒤,그들은 마을 중 앙 광장에 모였다.

그들 중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보고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머물렀다고

합니다. 용병들하고 떠났다고 하 니 대수림을 통해서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다른 자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자,한 남자가 덩치 큰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철수할까요? 조금 늦은 것 같습 니다만."

이들은 이곳까지 도망자들을 추 적해 온 제국의 사냥개들이었다.

새 황제가 들어선 뒤 일이 밀려 서,이번 도망자들을 조금 늦게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아니,추적한다."

부관의 반대에도 추적대의 대장 은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다.

"꽤 위험할 겁니다. 어차피 잔당 일 뿐인데 대수림 안까지 따라가 는 건 좀 과한 듯한데요."

그 위험하다는 대수림이었다.

부관은 다시 조언했지만,대장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제일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야. 그들 중 잡아야 할 인간이 하나, 제거해야 할 인간이 하나 있다. 잡기 힘들면 제거하라고 했으니 지금 같은 경우는 둘 다 제거가 정답이겠지."

"골치 아프군요. 알겠습니다." 제국에서 제일 위면,한 사람밖 에 없었다.

제국의 사냥꾼으로 음지에서 지 저분한 일을 해결하는 그들로서는 황제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추적자들은 빠르게 루테리아 시 를 향해 움직였고,마을에서는 더 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추적자들이 마을을 떠났을 때, 제이크와 도망자들은 대수림에서

첫 밤을 보내고 다시금 출발 준비 를 하는 중이었다.

제시카가 고른 용병 파티는 상당 히 실력이 좋았다.

파티원 중 도적은 길잡이형 도적 으로,대수림에서 귀신같이 길을 찾아냈다.

그러면 다른 파티원들은 앞뒤에 서 주변을 경계하며 일행을 이끌 었다.

몇몇 파티원들은 수풀 속에 사라 졌다가 나타났다.

그들은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계 속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다.

던전 탐사 때 대충 뭉쳐 다니기 만 한 용병들을 봐 온 제이크는 제대로 된 용병을 보자 감탄이 절 로 나왔다.

더구나,운 좋게(?) 첫날은 몬스 터와 전혀 만나지 않아 일행의 사 기는 무척 높았다.

물론,대수림을 걸어가는 것은 여성들에게는 고역이어서 벌써 무 척 지쳐 보였지만,그래도 아직 걸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편한 여행이 분명했다.

"얼마 못 봤다고 무슨 몬스터를 피하는 능력 같은 게 생긴 건 아

니지?"

대부분의 길은 파티의 길잡이 도 둑이 이끌었지만,몇 차례 제시카 가 일행을 멈춰 세우거나 방향을 바꾸게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근처에 몬스터 무리가 있었다.

덕분에 맥은 제시카가 뭔가 신기 한 능력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그럴 리가요. 운이 좋은 거겠 죠."

"운도 여러 번이면 실력이야. 아 무튼,그런 운, 자주 이야기해

줘."

맥의 말을 대충 넘긴 제시카는 제이크의 곁으로 돌아와 그를 노 려보았다.

이 모든 일이 메시지 마법으로 몬스터 위치를 알려 준 제이크 때 문이었다.

"일이란 일은 다 나한테 떠넘기 고,덕분에 오해받게 생겼잖아!"

"어쩔 수 없죠. 제가 말한다고 누가 믿어 주나요. 저랑 같이 다 니면 계속 능력을 발휘하게 될 테 니 미리 인정받는 것도 나쁘지 않 죠."

"으,정말,저 입이 문제야. 매번 지지도 않아."

입을 삐쭉 내밀던 제시카가 잠시 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보다,저 도련님 시선 어떻게 안 되나. 자꾸 등 뒤에 시선이 달 라붙으니 신경이 쓰이네."

"뭐,신기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 하세요."

"신기하긴 뭐가 신기하다고."

"마나 사용자인 여자 용병이잖아요. 도적에다가,아마 용병 중 처 음 아닐까요?"

"흥,그렇게 따지면 저 도련님은

최연소 기사라면서. 본인이 더 대 단한 거지."

최연소 기사라는 타이틀을 가지 고 있다고 하지만,지금은 단지 도망자일 뿐이었다.

전혀 내색을 안 하는 듯했지만, 덩치 큰 자신의 종자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기야, 아버지와 형제,그리고 모든 권력과 고향을 잃은 상황이 었다.

저 나이에 멀쩡하다면 그게 이상 할지도 몰랐다.

"근데,그렇게 따지면 내 앞에 있는 분은 얼마나 대단하신 걸까 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대 마법사에,에고 아이템을 지니고 있고,귀족 출신에다가…… 보기 와 다르게 엄청 노인! 일지도 모 르고."

킥킥 웃는 제시카를 보며 제이크 는 고개를 흔들었다.

마나 사용자씩이나 되었으면서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게 제시카의 멋진 모습이긴 했 지만,제이크에게는 아직도 물에 내놓은 철없는 손녀를 보는 기분

이었다.

일행은 곧 다시 대수림을 나아가 기 시작했다.

어제는 멀리 보이던 대장벽이 더 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루테리아 영지의 서쪽 면을 막아 선 높고 긴 대장벽.

하지만 그 대장벽도 끝없이 이어 져 있지는 않았다.

루테리아 영지를 넘어서면 그 아 래는 버려진 영지들이 넓게 펼쳐 져 있었다.

대수림까지 확장을 하려다가 매 년 밀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버

티지 못해 결국 물러난 영지들.

그곳은 다시 대수림의 영역이 되 어,울창한 숲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일행은 그 숲을 뚫고 계속 남쪽 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일행은 그날 오후 처음으 로,몬스터와 조우하게 되었다.

-돌아가기는 무리예요. 빠르게 통과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제이크의 메시지처럼 이곳 일대 는 버려진 들개,아니,들개 마물 의 영역이었다.

"들개 떼입니다. 돌파합니다!"

맥의 말에 기사들은 검을 고쳐 잡고,용병들은 자신의 무기를 달 려오는 들개들에게 향했다.

하지만 용병들은 싸움에 나설 일 이 없었다.

마나를 담은 기사의 검은 달려오 는 들개들을 토막 냈고,귀족 도 련님은 번개같이 사방을 뛰어다니 며 들개들을 박살 냈다.

무척이나 놀라운 광경이었지만, 용병들이 놀란 것은 귀족 도련님 의 싸움이 아니었다.

가속!'

제이크가 알려 준 방법으로 부츠 에 마나를 보내자,제시카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갑작스러운 가속에 몸이 휘청거 렸지만,그동안의 훈련과 마나 사 용자가 된 덕분에 그녀는 억지로 라도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제시카는 순식간에 달려오는 들 개 두 마리를 스쳐 지나갔고,그 녀가 지나간 뒤에 들개들의 목에 서 피가 치솟았다.

마나 사용자가 된 제시카가 처음 으로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

람은 그녀가 마나 사용자가 된 것 을 알아차렸다.

"세상에…… 마나 사용자라니. 좀 더 꼬드겨 볼걸……"

맥은 제시카의 활약을 보며 아쉬 운 얼굴을 했고,기사들도 마나 사용자인 여자 용병의 활약에 무 척이나 놀란 눈치였다.

뒤이어,앰버의 커다란 화염공이 들개 무리 한가운데 떨어졌다.

쾅!

화염이 퍼져 나갔고,몰려들던 들개들은 그때를 기해 사방으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돌파는 안 해도 되겠는데요." 파티원의 말에 맥은 허탈한 웃음 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몬스터 영역에 서 편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일행은 빠르게 들개 마물의 영역 에서 빠져나왔다.

영역에서 벗어나자마자 일행은 휴식을 취했다.

"축하해요. 마나 사용자가 되셨 군요."

제일 먼저 제시카에게 다가온 것 은 마법사 앰버였다.

그녀는 예상보다 빠르게 마나 사

용자가 된 제시카를 축하해 주었 고,미리 그녀를 끌어들이기로 한 공녀의 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 뒤에 용병들이 그녀에게 다가 와 질문을 쏟아 냈다.

기사들과 귀족 소년은 호기심 어 린 표정으로,여성들은 선망의 표 정으로 제시카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한참 사람들에게 시달리던 제시카는 이런 사태에 일조한 제이크 를 찾았다.

멀찌감치 서서 놀리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 줄 알았던 그는 뜻밖의 사람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다.

그는 덩치가 커다란 소년,소년 기사의 종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싸움에서 소년 의 종자는 커다란 방패를 들고, 여성들 앞에 서서 그녀들을 지키 고 있었다.

다른 기사들과 귀족 소년이 여성 들을 버려두고 신나게 활약한 것 은 여성들을 지켰던 종자 때문이 었다.

여성들을 지키던 방패 든 소년.

소년 기사의 덩치 큰 종자가 바 로 제이크가 찾던 미래의 기사, 무적의 철벽을 자랑하는 방패 기 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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