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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35화 (35/222)

35 화

"지형이 나쁘군."

다가오던 자 중 덩치 큰 남자, 추적대 대장이 바위산의 협곡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사람 두 명 정도가 팔을 벌리면

닿을 정도로 좁은 협곡 길.

그 앞을 방패를 든 남자 한 명과 다른 두 남녀가 가로막고 있었다.

"시간을 벌려는 것 같은데요?"

"뭐,그러기 제일 좋은 장소니 까."

제이크 일행이 길을 막고 있었지만,그들은 별로 급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가운 표정에 가 까웠다.

"그래도 결국 따라잡았습니다."

"길잡이가 제대로 일을 해 줬군요."

추적자들이 뒤쪽을 돌아보자 한

용병이 난감한 표정으로 제이크 일행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니,저 아저씨, 돈이 급해도 사람이 할 게 있지."

용병을 보고 제시카가 쯧쯧 혀를 찼다.

추적자를 이곳까지 안내한 용병 은 제시카도 잘 아는 용병이었다.

길잡이로 실력은 좋았지만,도박 에 빠져서 매번 빚에 시달리는 남 자였다.

그래서 길드에서도 반쯤 내놓은 용병이었는데,추적자들을 데리고 올 줄 예상치 못했다.

용병들이 몰래 도망자들을 안내 하는 일을 하는 것과 같이,루테리아 영지의 용병들은 추적자들을 돕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 었다.

그도 그럴 것이,추적자들을 돕 는다는 것은 도망자들을 돕는 용 병들을 뒤통수친다는 이야기였고, 사람 사냥을 돕는다는 말이었다.

제국 황실을 좋아하지 않는 영지 분위기처럼 기저에 제국 황실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추적자들 때문에 도망자 들이 사라져 수익을 망칠 수 있다

는 경제적인 이유가 제일 컸다.

"뭐,다른 용병들하고 마주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렇게 마주쳤으니 용병 일 계속 하려면 우리를 죽일 수밖에 없겠어."

제시카의 말대로,그녀를 바라보 는 나이 든 용병의 눈은 미안함과 살기가 교차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추적자들은 도망자들의 꼬리를 잡은 것에 무척이나 만족 하는 눈치였다.

협곡을 무너뜨릴 마법사가 있다 는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때문에 추격자들은 이들이 단지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이러 고 있다는 생각에 느긋해진 것이 었다.

그런 분위기는 제이크 일행도 바 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간을 벌어야 했던 그들로서는 추격자들이 저렇듯 여유를 부리는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대장님,어차피 한두 명이 상대 해야 할 테니 이 기회에 좀 쉬 죠."

일행 중에 일반인이 없긴 했지만,그래도 하루 늦게 출발해서

따라잡은 추적자들이었다.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추정자들 중 한 명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검에 든 마 나를 풀고 쉬려고 했다.

그것을 보고 제이크 일행은 속으 로 기뻐했지만,아쉽게도 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우선 협곡을 지나간 뒤에 쉰다."

그는 추적자 생활을 오랜 시간 이어 온 베테랑이었다. 불안을 남 겨 둘 만한 바보가 아니었다.

대장의 말에 추적자들은 입맛을

다시더니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대장의 지시로 두 명이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그들은 곧 뒤쪽 에 서 있던 부관의 말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앞에 방패 든 놈이 목 표 중 하나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대장이 나서던 기사 들을 멈춰 세우고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정말이야? 잡아야 하는 놈 이 저놈이야?"

"네. 덩치 때문에 헷갈렸는데,얼 굴 보니 아직 어린놈이네요. 방패

든 어린놈이면 맞을 겁니다."

부관의 말에 대장의 표정이 밝아 졌다.

"오,놈들이 목표를 버렸다는 이 야기잖아? 잘하면 쉽게 가겠는 데?"

그들은 세 사람이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었고,덕분에 제이크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추적자가 따라와서 이상하다 했더니,알고 따라온 거였군.

-문제가 될까요?

-잡아야 하는 놈이라고 했으니

죽이지 않고 황제가 쓰려는 모양 인데…… 그렇게 될 리가 없지.

제이크가 파티마와 이야기를 나 누는 사이에 대장이 루이에게 말 을 건넸다.

"거기 방패 든 녀석! 너 이름, 루이 맞지?"

루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 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기사도를 배워 온 그였다. 자신의 이름을 묻는데 대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맞습니다."

그의 대답에 대장은 만족한 표정

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다크울프 기사단의 단장인 리차드 기사다. 황제 폐하의 명령 으로 반란군의 잔당을 쫓는 중이 지."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아쉽게도 기사의 위엄보다 는 경험 많은 용병 쪽에 가까웠다.

"리차드라니,뻔한 가명이네."

제시카가 이죽거렸다.

전생의 이름으로 보면 '철수' 같 은 이름이었으니,그 말에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딴지를 걸 상황이 아니었다.

"황제 폐하께서 종자 루이를 기 사단으로 쓰시겠다고 하셨다. 우 리가 이곳에 온 것은 너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다.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는가? 근위 기사로 올라설 기 회다."

상대의 이야기에 루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갑자 기 근위 기사라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기사로서 약속하지. 거짓이 아

니다."

기사 같지 않아 보이긴 했지만, 황제가 보낸 추적자이니 기사이기 는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 고 있으며,또 왜 자신을 데려가 려고 한단 말인가.

그렇게 루이가 어리둥절하고 있 을 때,뒤에서 제이크가 입을 열 었다.

"그럼,다른 사람도 놔주는 겁니까?"

다른 사람의 참견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기사는 참을성 있게

대답을 했다.

"용병들,그리고 도망자들과 관 련 없는 사람들은 무사할 것이다."

그러고는 기사가 다시 루이를 향 해 설득했다.

"어차피 이곳에 너를 놔두었다는 것은 곧 널 버렸다는 의미겠지. 그런 자들을 위해 목숨을 버릴 이 유는 없을 텐데."

기사의 말에 루이가 피식 웃고 말았다.

백작 아들이 자신을 버린 것은 사실이지만,그가 이곳에 남은 것

은 그 스스로의 약속 때문이었다. 모두 살려 주지 않는 이상 그는 저들에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나,루이는 톨레도 백작의 종자 로서 이곳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백작 일행을 잡으려면 나를 죽이고 가야 할 것이다!"

담대히 말하며 방패를 내세운 루 이의 모습은 기사도의 표본과도 같았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오랜 시간 을 구른 기사가 보기에는 철부지 같은 모습일 뿐이었다.

"하아,저런 순진한 모습은 또

새롭군. 뭐,그래도 권유는 해 봤 으니 위에서 뭐라 하지는 않겠 지."

짐짓 기사처럼 보이던 모습이 다 시 지쳐 보이는 용병으로 돌아갔다.

황제에게 인재를 데려가려는 기 사의 모습에서 추적자로 돌아간 것이었다.

"길을 열어."

"죽여도 됩니까?"

"거절했으니 상관없겠지. 죽여!" 그의 손짓에 아까 멈췄던 두 기 사가 다시 루이에게 다가가기 시

작했다.

"조심해. 방패를 든 녀석 말고 다른 두 용병도 마나 사용자일 확 률이 높다. 방심하다간 낭패를 볼 거야!"

다가가는 두 사람을 향해 리차드 가 소리쳤다.

마나를 실은 화살과 기사의 공격 에서 빠져나간 모습은 충분히 두 사람을 마나 사용자로 느끼게 만 들었다.

"후우,후우."

기사들이 다가오자 루이가 방패

를 들고 심호흡을 했다.

방패술은 자신이 있는 루이었지만,마나를 검에 담는 기사의 공 격에 버텨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시간을 많이 벌었죠?"

"좀 더 벌었으면 했는데…… 더 는 무리겠지?"

루이의 뒤에서는 제이크와 제시카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 는 중이었다.

나름 대화로 시간을 벌긴 했지만,모자란 시간은 항상 아쉬운 법이었다.

제이크는 에고 완드를 한 손에 쥔 채로 다시금 마법으로 쇠뇌에 시위를 걸었다.

"방패에 집중해서 적을 막아! 나 머지는 우리 둘이 어떻게든 할 테 니까!"

제이크의 말에 힘을 얻은 루이었 지만,그는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위험하면 바로 달아나요. 두 사 람은 상관없는 사람들이니까."

이미 추적자들에게 얼굴을 들켰 으니 용병 일을 하기는 글렀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 남아 준 사람

들이 의미 없이 목숨을 잃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호,그래도 도망간 기사들보다 훨씬 훌륭한 기사님이시네."

그런 루이의 모습에 작게 휘파람 을 부는 제시카였지만,그녀도 바 로 앞에 다가온 기사들의 모습에 긴장했다.

덩치는 대장보다 작았지만,험난 한 생활이 여실히 여겨지는 모습 의 두 추적자는 루이가 막아선 협 곡 입구로 천천히 걸어오더니 갑 자기 그를 향해 돌진했다.

퍼퍼퍽!

땅을 박차며 달리는 두 사람은 다음 순간 루이 앞에 도착하자마 자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에게는 아쉽게도,통로는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기에는 폭 이 좁았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한 명이 나 서서 루이를 공격하고,다른 사람 이 그 뒤에서 앞사람 옆으로 칼을 찌르는 식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캉!

검을 휘두른 순간,협곡에는 검 과 방패가 충돌하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이 휘두른 검을 루이가 모두 막아 낸 것이다.

몸 전면을 막아서는 대형 방패이 긴 했지만,두 기사의 검을 동시 에 막아 낸 것을 보니 지금도 방 패술이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젠장,방패가 잘리지 않잖아!"

"대장! 이놈도 기사급! 컥!"

난감한 얼굴로 대장을 향해 소리 치던 뒤쪽 기사는 채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에 화살이 박힌 채로 허물어졌다.

바로 앞에 궁수를 둔 채로 고개

를 돌린 탓이었다.

"젠장,물러서! 황제 폐하가 원 하셨으니 당연히 실력이 있겠지!"

대장의 말에 방패를 쳤던 기사가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제이크가 마법으로 재장전을 해 서 화살을 바로 날렸지만,충분히 주의하는 기사에게는 소용없는 공 격이었다.

"모두 쇠뇌 꺼내!"

추적자들은 모두 기사들이었지만,실제로는 제국의 적들을 암살 하는 지저분한 일을 담당하는 자 들이었다.

검에 연연하는 자들은 이곳에 없었다.

모두 쇠뇌를 꺼내자 대장은 쇠뇌 를 동시에 발사시켰다.

슈슈숙!

열 발에 가까운 화살이 동시에 날아갔지만,대부분 방패에 박혔다.

옆으로 지나간 화살들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 뒤로 화살을 계속 쏘아 댔지만,같은 상황이 반복되자,화살만 낭비한 대장이 공격을 멈추게 했다.

"아니,왜 안 맞는 거야? 방패가 넓다고 하지만 저렇게 다 빗나가 다니!"

방패 하나에 세 명을 다 가릴 수 는 없을 게 분명했지만,신기하게 도 화살은 방패 이외에는 모두 빗 나가고 말았다.

모두 제이크의 마법 덕분이었다.

하지만 제이크가 마법사라는 것 을 알지 못하는 이들로서는 이해 하지 못할 일일 뿐이었다.

그렇게 화살 공격이 실패로 돌아 가자, 추적대는 우격다짐으로 밀 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두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방 패를 두드리는 동시에 주위 사람 들이 화살을 막으면,뒤에 사람들 은 쇠뇌를 쏴서 방해했다.

정신없는 공격에 루이는 조금씩 뒤로 밀려났고,방패는 점점 더 우그러졌다.

그 와중에 루이의 머리를 뛰어넘 으려는 자들도 있었지만,그런 자 들은 절벽을 뛰어다니는 제시카의 단검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치하는 상황이 지속되 면서,루이의 체력은 거의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방패만큼이나 바 닥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를 눈치챈 추격대장이 목소리 를 높였다.

"조금 더 밀어붙여! 대단하긴 하 지만,어차피 셋밖에 없어!"

입에서 단내를 내면서 부들거리 며 서 있는 루이는 이제 방패로 검을 따라가기도 벅차 보였다.

"아무래도 더는 못 버티겠어요. 두 사람은 피하세요!"

필사적으로 뒤를 향해 외치는 루 이었지만,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달랐다.

"잘 버텼어!"

제이크의 말과 함께 이곳에 있던 모든 마나 사용자들이 몸을 쓸고 지나가는 강력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었지만,이 것은 오랫동안 준비하던 마법의 발동 여파였다.

그리고 멀리 반대편 협곡에서 거 대한 불덩어리가 위로 치솟아 협 곡 절벽에 충돌했다.

바로 몇 십 분을 들여 만든 앰버 의 특제 화염 마법이었다.

쿠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협곡 절벽 한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일행이 있는 곳과는 떨어져 있어 서 낙석의 위험은 없었지만,추적 대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제길! 마법사가 있었어!"

단지 시간을 벌려고 남았던 자들 이 아니라 이들은 다리를 끊기 전 에 남겨 놓은 사석이었다.

어차피 비슷한 이유였지만,추적 대 입장으로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뚫어 버려! 다 무너지기 전에 돌파한다!"

전혀 시간이 안 맞을 게 분명했 지만,분노한 추격대장은 앞뒤 가 리지 않고 직접 방패를 향해 달려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 는 여러 발의 화살을 보게 되었다.

"이게 뭐야!"

뒤로 물러서며 재빨리 화살을 쳐 냈지만, 한두 발의 화살은 갑옷에 박힐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는 여기도 있습니다!"

겨우 화살 세례를 막아 낸 그가 본 광경은 하늘에 떠 있는 여러

발의 화살들.

그리고 방패를 잡은 채로 주저앉 은 루이 뒤로 보이는,환하게 빛 나는 완드를 든 용병의 모습이었다.

이쪽도 같은 시간 동안 마나를 모으느라 한 손으로 쇠뇌를 쏠 수 밖에 없었지만,에고 완드라는 매 개체를 이용해 상당히 많은 마나 를 모을 수 있었다.

"자,그럼 보는 눈도 없으니

실제로는 놀란 수십 개의 눈이 그를 보고 있었지만,그는 그들

모두를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곧이어 고대 마법사의 마법이 세 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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