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화
마법이란 마나라는 힘을 이용해 서 세상에 나타내는 기적을 말하 는 것.
현대의 마법사,아니,마법 기술 자들과 달리,제대로 된 마법사의
마법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 상력' 그 자체였다.
"오랜 시간 굳어진 자들이여,움 직여라!"
제이크 손에 들린 완드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갔다.
놀란 사람들이 검을 치켜들었지만,빛이 사라진 뒤에 달라진 것 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뭐야!"
그런데 어리둥절한 다른 추적자 들과 달리,대장은 급하게 뒤로 손짓했다.
"모두 물러서! 우선 협곡 밖으로
빠져나간다!"
놀란 추적자들이 주변을 둘러보 니 이미 자신들은 한참을 협곡 안 으로 들어와 있었다.
급하게 뒤로 물러서려고 하는 순 간.
구구구궁.
바위가 갈리지는 소리와 함께 바 위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멈추지 마! 밖으로 나가야 해!" 얼굴빛이 변한 대장이 소리를 질 렸지만,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푸악!
양쪽의 바위 절벽이 갈라지며,
벽에서 바위로 만들어진 손이 튀 어나왔다.
"이게 뭐야!"
"괴물이다!"
놀란 상황에서도 검으로 바위로 만들어진 팔을 부수는 기사들이었 지만,부순 수보다 더 많은 팔이 바위벽에서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팔들은 양옆에서 기사 들을 붙잡았고,붙잡힌 기사들은 팔다리가 쥐어짜지는 고통에 비명 을 질렀다.
마지막에 있던 기사만이 튀어나 온 바위 손들을 피해 협곡 끝까지
간신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앞을 가 로막은 커다란 바위 인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놀란 기사가 바위 인간을 쳐다보는 사이에,바위 인간의 주 먹이 기사의 옆머리를 강타했다.
퍽!
급하게 검으로 막아 봤지만 검은 바위 인간의 팔에 밀려 튕겨 나갔 고, 기사의 머리는 바위에 맞아 함몰되어 버렸다.
"크악,살려 줘!"
"팔,팔이 굳어지고 있어!"
"안 돼,끌려 들어간다!"
도망치던 기사가 바위 인간에 막 힌 사이에 다른 기사들은 벽에서 튀어나온 팔들에 의해 지옥을 경 험하고 있었다.
바위 팔에 어딘가 잡히면 바로 강력한 힘으로 부러지고 으깨지 고,버텨 낸다 싶으면 마치 잡힌 부위가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더구나 벽에 가까이 있던 기사들 은 팔에 잡혀서 벽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네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추적대 대장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바위 팔을 부수며 제이크를 향해 달려왔다.
그도 많은 마법사를 적으로 아군 으로 만나 보았지만,이런 마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건 마치 어렸을 때 보았던 이 야기책 속,악마의 술법 같았다.
하지만 그는 제이크에게 도착하 기 전에 한 사람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원래의 형상을 알 수 없는 우그 러진 방패를 들고 루이가 그의 앞 을 가로막은 것이다.
"비키지 못할까!"
그는 루이가 든 방패를 마나가 가득 실린 칼로 힘차게 두들겼다.
캉! 카앙!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칼이 방패 에 박히지 않고 튕겨 나가고 있었다.
"젠장,네놈 따위가 막아설 게 아니다!"
그는 눈에 핏줄이 선 상태로 미 친 듯이 방패를 내려쳤지만,방패 는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도 루이도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 알 수 없었지만,루이의 방패
는 지금 은은한 빛이 흐르는 중이 었다.
"큭,제시카! 마무리를 부탁해요! 슬슬 한계예요!"
그동안 모아 놓았던 마나로 기적 을 일으키고 있었지만,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슬슬 에고 완드의 빛이 옅어지고 있었고,제이크의 목 뒤로도 식은 땀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제이크의 말이 떨어지자,제시카 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녀도 제이크의 마법에 무척이 나 놀랐지만,그것보다는 제이크
가 더 힘들어하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했다.
제시카는 검과 방패를 맞댄 루이 와 적의 대장 위를 뛰어넘어 절벽 을 내달렸다.
협곡은 마치 무서운 꿈의 한 장 면 같았다.
벽에 끌려 들어가 반쯤 몸이 박 혀 버린 기사와 부러진 팔다리를 잡고 비명을 지르는 기사,그리고 마치 온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 지 못한 채로 비명을 지르는 기사 들.
제시카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기사들을 향해 단도를 휘둘렀다. 모험가를 꿈꿔 용병이 되었지만, 용병 일이란 것이 그렇게 밝은 일 은 아니었다.
보물을 놔두고 서로 죽이는 일도 있고,친한 용병과 적으로 만나는 일도 있었다.
그 가운데 사람도 여러 번 죽이 게 되어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제시카는 그때마다 무척이나 힘들 어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나 동료가 제 일 중요했다.
콘라드와 있을 때는 그의 뒤를
지키기 위해,지금은 제이크를 보 호하기 위해 제시카는 그 누구의 목도 밸 수 있었다.
제시카가 벽을 타고 협곡을 내달 리며 단도를 휘두를 때마다 기사 들의 목숨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벽에서 튀어나온 손들과 싸우고, 고통에 비명을 지르느라 제시카의 단검을 막을 수 있는 기사들은 없었다.
제시카가 오기 전에 반은 살아남 아 있던 기사들이었지만,그녀가 협곡 끝까지 내달리자 결국 남은 사람은 루이와 싸우는 추적대의
대장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제이크의 마법 이 끝이 났다.
벽에서 튀어나오던 바위 팔들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현실 같은 환상으로 돌처럼 몸이 굳었던 기 사들은 바닥에 늘어졌다.
협곡 입구를 가로막았던 바위 인 형은 그대로 허물어져 바위 무덤 이 되었다.
제이크는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 고 말았다.
-헤헤헤,멋진 마법이에요. 주인 님,정말 멋져!
-너,왜 그래?
-헤엥,기분이 좋아서,오랜만에 마나가 가득 모이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주인님,최고!
아무래도 완드에 가득 쌓인 마나 가 파티마를 취하게 만든 모양이 었다.
마나를 몸에 쌓지 않는 고대 마 법사들이 큰 마법을 쓰기 위해서 는 마나를 모아 놓을 물건이 필요 했다.
그 물건이 바로 마법 아이템이었다.
처음에는 마나를 모아 놓기 위해
서 만들었던 마법 아이템은 시간 이 지나 자체적으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그 뒤에는 마법 아이템 의 최고봉인 에고 아이템이 만들 었다.
그렇기에 에고 완드는 마나를 모 아 놓기에 가장 좋은 에고 아이템 이었다.
다만,에고 쪽이 반쯤 정신을 놓 게 될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
다행히 일이 마무리되었기에 상 관이 없었지만,앞으로는 충분히
주의해야 할 듯했다.
한참 루이와 싸우던 추격대장은 검을 멈추고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넌 누구지? 난 어디서도 이런 마법은 본 적이 없다. 대수림 너 머의 아인족 마법인가?"
오히려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은 루이와 뒤쪽에서 다가오는 제시카 를 보고 그는 싸움을 포기한 듯했다.
제이크는 기사로 돌아온 그에게 제대로 말해 주기로 했다.
"마법사. 이 세상에서 사라진 고
대 마도 제국의 마법을 계승한 마 법사입니다."
제이크의 말에 기사는 놀란 표정 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정말 예상외군. 그 보기 힘들다는 마법사를 둘이나 보고,거기다 세상에 처음 등장한 고대 마법사까지…… 이런 상황에 서 성공할 리가 없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검을 앞으로 향했다.
"내 인생 40년 동안 제국과 황 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지만…… 황
제 폐하에게 충성을!"
그는 마지막 외침을 토하면서 앞 으로 달려갔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루이가 다 시 방패를 치켜들었지만,그보다 먼저 뒤에서 쏘아진 화살들이 기 사의 몸에 박혀 들었다.
기사는 막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 지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화살은 그의 목숨을 빼앗 아 가고 말았다.
"휴우,이번에는 정말 꼼짝도 못 하겠어요."
남은 화살을 모두 마법으로 쏘아
낸 제이크는 절벽에 기댄 채로 퍼 져 버렸다.
놀라서 제이크에게 달려온 제시카는 그의 몸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협곡의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지막으로 루이는 얼떨떨한 표 정으로 제이크와 엉망이 된 협곡 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추적자들을 이곳까지 데려온 용
병은 겁에 질린 채로 숲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협곡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가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순간 냉 큼 도망치기 시작했다.
벽에서 돌로 만든 팔들이 튀어나 오고,바위 인형이 협곡을 가로막 자 그는 추적자들이 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마법이었지만,어쨌거나 마법사가 기다리고 있는 소굴에 마법사가 있는지도 모르고 뛰어든 상황이었다.
혹시나 마법을 뚫고 기사들이 도
망쳐 나올지도 모르지만,그 상황 에 휩쓸리면 자신은 바로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
"어떻게 마법사와 같이 있는 거 지? 헉,겨우 도망자들을 데리고 가는 길인데…… 도망자 중에 마 법사가 있었나? 헉,헉."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자꾸 말 이 튀어나왔지만,달리는 것을 멈 출 수는 없었다.
잔금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이 렇게 돈을 잃은 채로 끝낼 수는 없었다.
선금을 받은 게 있으니 다시 한 번 판에 뛰어들어 잃은 돈을 찾 고,운이 좋다면 다시 원래의 생 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더구나 저 정도 싸움이면 어느 쪽이든 무사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을 떠올리자 달리던 용병 의 걸음이 점점 늦어졌다.
"멀리서 숨어서 지켜보다가 혹시 양쪽이 다 당했으면 쓸 만한 걸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혹시 기사들이 들고 있던 검 중 에 마법검이 있을지도 모르고,마
법사가 마법 스태프를 가지고 있 을지도 몰랐다.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돈 욕심에 이성을 잃은 그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따라온 제시카를 보게 되었다.
"아저씨는 정말 바보구나. 왜 그 런 결정을 내렸어?"
제시카는 돌아선 용병을 안쓰러 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미안해! 여기 있었던 일은 절대 말 안 할게. 평생 비밀로 할
께! 어차피 네가 여기 온 건 남은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는 거잖아. 기사와 계약한 건 나밖에는 몰라. 나만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거 야!"
그는 급하게 제시카에게 애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등 뒤의 칼을 뽑기 시작했다.
슈욱!
하지만 그는 칼을 뽑을 겨를도 없이 날아온 단검에 숨이 멈추고 말았다.
제시카가 바위산에 돌아왔을 때 본 광경은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 이었다.
바위산 협곡은 그녀가 떠나올 때 처럼 무너진 바위로 반쯤 막혀 있 었는데,협곡 앞에 루이가 무릎을 꿇고 앉아 제이크의 말을 경청하 고 있었다.
마치 스승과 제자 같은 그들의 모습에 제시카는 어리둥절하지 않 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루이,네 마나는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게 아니라 물
건에 담기는 방법이 달랐던 것뿐 이었어. 기사가 자신의 검을 날카 롭게 한 것처럼 너도 방패에 마나 를 담아 강화를 시켰던 거지. 어 떤 철도 단숨에 자르는 기사의 검 을 아무리 망가졌다지만 수십 번 이상 막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제이크는 루이의 가슴을 꾹 눌렀다.
"그건 이미 네 마나가 방패를 강 화시키고 있었다는 이야기야. 그 리고 마지막에 방패의 마나가 강 화된 것은 네 마나가 내 마력장에
휩쓸려 제 모습을 찾은 것뿐이 야."
물론 지금 제이크가 한 말은 미 래에 루이가 자신의 방패에 대해 말한 것을 재탕한 것뿐이었다.
-좀 치사한 느낌인데요.
물론 파티마의 말처럼 사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좋은 게 좋은 법이었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아니,흠,흠,너무 오랜만의 마 나 세례라 좀 홍분했을 뿐이에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테니 걱정 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했던 마음이 좀 놓이자,제이크는 파티마에게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제시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어요. 이제 돌아가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는 조금 전 의 울적함이 모두 씻겨 나가는 기 분이 들었다.
"그래,돌아가자."
협곡이 막혀 제이크 일행은 도망 자들과 다시 합류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협곡을 막은 다음에 신나 게 도망치고 있을 그들과 다시 합 류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 일행은,제이크가 다시 한 번 협곡 벽을 흔들어 싸움의 흔적 을 지운 뒤,세 사람은 루테리아 시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