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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37화 (37/222)

37 화

루테리아 시로 돌아오는 길은 그 리 어렵지 않았다.

제이크가 마법으로 몬스터의 위 치를 파악해서 피해 다녔고,피할 수 없을 때도 충분히 몬스터와 마

물을 상대할 수 있었다.

대수림 외곽 지역에서 마나 사용 자 두 명에 마법사가 있는 파티를 상대할 만한 몬스터는 없었다.

제이크 일행은 문제없이 도망자 일행이 갔던 길을 되짚어서 루테리아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새로 얻은 저택으로 향했다.

정식으로 의뢰를 받은 일이었으 면 길드 사무소에 낙오 보고를 해 야 했지만,다른 이들에게는 알리 지 않고 떠난 의뢰였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입을 막아야 할 판이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높은 벽으로 둘 러싸인 저택은 이제 사람 사는 곳 처럼 보였다.

창살문으로 닫혀 있는 대문에는 창을 든 두 젊은이가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제이크와 제시카가 자리 를 비운 사이에 저택과 하녀들을 지키기 위해 고용한 근처 마을의 젊은이들이었다.

용병들보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험한 용병을 쓰느니 신원이 확실 한 젊은이들을 쓰는 편이 나았다.

그들은 제이크와 제시카를 알아

보았고,바로 대문을 열어 주었다. 세 사람은 두 젊은이의 인사를 받으면서 담장 안으로 들어섰다.

제이크와 일행은 아직 정원사를 구하지 못해 황량한 저택 앞 화원 을 지나,하녀 복장을 한 두 모녀 가 서 있는 저택의 정문으로 다가 갔다.

"어서 오세요."

문 앞에 도착하자 두 여성은 세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제이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 는 것으로 모녀의 인사에 답을 했다.

다만,제시카는 아직도 인사를 받는 것이 어색한 듯했고,루이는 손을 가슴에 대는 것으로 인사에 답례했다.

루이는 대문을 들어선 뒤에 계속 신기한 표정으로 저택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백작의 성에 있으면서 이 집보다 훨씬 화려한 저택과 성도 많이 보 았지만,용병이 이런 집을 소유하 고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물론 비밀로 하고 있지만,마법 사도 있고,마나 사용자도 있었으 니 두 사람이 저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다만,여관을 전전하면서 용병 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저택 에서 지내게 된 것에 놀란 것이었다.

인사를 마친 두 모녀가 루이에 대해 질문하기 전에 먼저 제시카 가 그를 소개했다.

제시카는 루이의 어깨를 툭툭 두 드리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새로운 파티원이에요. 루이라고 해요."

제시카의 말에 힐다는 루이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딸인 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훔쳐 보았다.

하지만 그런 앤의 행동은 힐다의 눈에 바로 걸려 버렸다.

힐다는 앤의 옆구리를 찌르며 제이크에게 질문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목욕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식사를 준 비할까요?"

힐다의 질문에 제이크는 다른 두 사람에게 의견을 물은 뒤에 대답 해 주었다.

"우선 목욕 먼저. 그리고 식사도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따로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제이크에게 묻는 힐다의 모 습은 은연중 제이크를 이 저택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듯했다.

목욕과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원래 이 저택 주인의 서재이자, 지금은 제이크가 사용하는 서재에 모여 차를 마셨다.

힐다가 실력을 발휘한,브랜디가 들어간 밀크티를 마시며 제시카가 행복한 표정으로 소파에 뒹굴었다.

그사이 루이는 조금 긴장한 표정 으로 서재를 둘러보았다.

"천국이야,천국."

마치 침대처럼 소파 위를 굴러다 니는 제시카를 놔두고,제이크와 루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 때 이야기했지만,내가 마법 사라는 것은 비밀로 하고 있어. 너도 그렇지만 나도 노출되기 곤 란한 상황이거든,거기다,평범한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마법사들과 귀찮아질 가능성 이 커."

아직 제이크에게 모든 이야기는

듣지 않았지만,루이도 제이크가 제국과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적자들도 죽고 백작 일가도 다른 나라로 떠났으니 너를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혹시 백작령에 가족은 남아 있어?"

필요하다면 가족을 데리고 올 생 각에 제이크가 질문했지만,잠시 고민하던 루이는 결국 고개를 저 었다.

"친척들은 남아 있지만,연락을 안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어머니도 얼마 전 돌아가셨고,

형제들도 돈에 팔려 뿔뿔이 흩어 졌었다. 자신처럼 종자로 간 형제 도 있었고,신전이나 상가로 떠난 형제자매도 있었다.

물론 형제자매들을 수소문해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괜히 연락도 안 되던 사 람들에게 따로 연락할 이유는 없었다.

루이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고는 아직도 굴러다니고 있 는 제시카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우선 며칠 쉬고 사냥을 가 도록 하죠."

"응,좋아. 그럼 사냥 갈 때까지 뒹굴뒹굴해야지."

제시카의 말에 루이가 조심스럽 게 의견을 냈다.

"그런데 사냥을 하기 전에 손발 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루이의 말에 제시카가 한숨을 내 쉬었다.

루이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번에는 좀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시카의 한탄에 피식 웃은 제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난 내려가 볼게요. 쉬고 있어요."

지하 공방에 간다는 제이크의 말 에 제시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아래로 가는 거야? 나도 갈 래!"

"안 힘들어요?"

방금까지 늘어졌던 제시카였지만, 지금은 눈이 초롱초롱했다.

"괜찮아,괜찮아. 루이! 너도 가 자. 재미있어!"

"네? 어디로요?"

루이를 잡아끌며 서재 밖으로 나 서려는 제시카를 제이크가 손을 들어 멈춰 세웠다.

"나가지 않아도 돼요."

제이크는 문밖으로 나가는 대신 서재 한쪽을 가득 채운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구석의 책에 완드를 가져다 댔다.

"열려라!"

그그그극!

제이크의 말과 함께 책장이 반으 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 시 뒤,갈라진 책장 사이로 지하

로 향하는 통로가 모습을 보였다.

"와,이건 또 뭐야?"

"출발하기 전에 따로 비밀 통로 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맨날 지하실로 내려가면 이상해 보일 듯해서요."

-하지만 다른 곳에 만들어도 되 었잖아요. 굳이 서재에 만드신 이 유를 모르겠어요.

파티마도 의아한 듯 물어 왔다.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전 생에서 본 첩보 영화를 흉내 낸 것뿐이었다.

"우와,끝내준다!"

다행히 제이크의 로망은 도적인 제시카에게도 충분히 멋져 보였다.

"와,이런 비밀 통로는 처음 봐. 아직 함정은 안 만들었지? 내가 먼저 들어가 볼게."

냉큼 제시카가 지하로 향하는 통 로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모습에 절레절레 머리를 흔든 제이크가 뒤이어 통로로 들 어갔고,루이가 조금 겁을 먹은 표정으로 조심조심 갈라진 책장 사이로 걸어갔다.

그렇게 세 사람이 통로로 들어선

뒤에 갈라진 책장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자 서재는 빈 찻잔만 남게 되었다.

세 사람은 그 뒤로 각자 개인 시 간을 보냈다.

루이는 새로운 방패와 장비를 준 비했고,제시카는 사냥할 만한 몬 스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제이크는 던전의 중심부, 마법사의 공방에서 자신의 마법을 가다듬었다.

전에는 단지 흙을 파낸 지하 동 굴일 뿐이었던 핫 스팟이 지금은 제대로 모양을 갖추는 중이었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지하 공방은 중앙에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마법진 중앙에는 에고 완 드,파티마가 공중에 세워져 있었다.

아직 던전의 중심핵이 될 마석을 마련하지 못했기에 에고 완드로 대신하는 중이었다.

때문에 아직은 제이크가 완드를 가지고 나가면 던전의 기능이 정 지되어 버리는 반쪽 던전이었다.

그 대신이라고 할까.

파티마로 핵으로 삼은 덕분에 던 전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마나를 이용해서 계속 확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제2실험실 구역 작업를 70퍼센 트입니다. 미로 지역 작업 시작했 습니다.

던전 안은 제이크가 구상해 놓은 형태로 동굴이 만들어지고 있었 고,흙벽은 어느새 단단한 사암으 로 변해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크는 공방 한쪽에 만 들어 놓은 작업장에서 한참 배낭

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배낭과 제시카의 배낭, 그리고 루이의 배낭에 마법진을 그리고,던전에서 가지고 나온 마 법 브로치들의 마석을 떼어 내어 마법진 중앙에 달아 놓았다.

제시카가 보면 아까워서 난리가 날지도 몰랐지만,어차피 당장 팔 지도 못할 것,유용한 데 쓰는 게 나았다.

마지막으로 제이크는 주문을 외 워 마법진을 가동했다.

"네 본래의 쓰임에 따라 너 자신 을 강화해라! 확장!"

마법사가 마나를 발휘하여 만들 어 내는 마법과 달리,마법 아이 템은 마법사의 상상력을 대신할 마법진과 그 마법진에 지속해서 마나를 부여할 마석이 필요했다.

그 마법진이 발전해서 인간의 몸 에 마법을 새겨 넣는 서클이 만들 어졌지만,어쨌거나 지금은 최초 로 만드는 마법 아이템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제이크의 음성이 끝나자 가방에 새겨진 마법진에서 연한 빛이 흘 렸고,잠시 뒤 가방이 원래 모습 으로 돌아갔다.

"오케이,드디어 마법 아이템을 만들었어."

제이크는 자신이 만든 마법 가방 을 보고 감탄을 토해 냈다.

-마법 아이템은 맞지만,성능은 무척 안 좋은데요. 이미 마법 아 이템용으로 가공된 마석을 사용했 는데,겨우 초급 마법 아이템을 만들었잖아요. 마법도 한 가지밖 에는 안 걸려 있고…… 다른 마법 사한테 보였다가는 욕먹기 딱 좋 을 것 같은데요.

바로 파티마의 딴지가 밀고 들어 왔지만,제이크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흥,마법사가 된 지 겨우 1년이 조금 넘었어. 거기다 실제로 마나 를 다룬 것은 복제 세상 빼고는 한 달 좀 넘었을 뿐이야. 그 기간 에 이 정도 마법 아이템을 만든 마법사가 있었어?"

-아,그건,본 적이 없지만요. 뭐,대단하긴 하네요.

거짓말을 못하는 에고 아이템의 본능 탓에 결국 파티마의 딴지는 칭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파티마는 제이크의 실 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이크는 마나를 다루는 것도 뛰 어났지만,상상력과 마법진을 만 드는 능력은 더 뛰어났다.

상상력이 뛰어나면 마법진을 만 드는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파티마가 보기에는 제이크는 천재 마법사가 분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좀 달랐다.

상상력이 뛰어나 보이는 것은 전 생에서 본 영화와 소설 덕분이었다.

또한,전생에 공과대 출신의 공 돌이에,복제 세상에서 서기관으 로 평생을 산 덕분에 마법진 정도

는 쉽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네요. 마침 제시카 님도 저택으로 돌아왔습니다.

던전을 만들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저택에 대한 보안 작업이었다.

덕분에 제대로 던전이 가동되는 지금은 저택 주변의 감시도 확실 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물론,에고 완드를 꺼내면 다시 가동이 멈추겠지만…….

그런 이유에서도 하루빨리 마석

을 구해야 했다.

만족한 얼굴로 마법 가방을 확인 한 제이크는 가방들을 들고 완드 를 회수했다.

그러자 은은하게 빛나던 마법진 이 빛을 잃고,던전을 확장하던 작업들이 모두 멈추었다.

제이크는 완드에 빛덩어리를 매 달고는 저택으로 향하는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앞에 함정이에요.

"으익,여긴 없었잖아!"

-제시카 씨가 며칠 전에 추가했 어요

"그건 미리 이야기해야지!"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아까 놀렸던 복수가 분 명했다.

그렇게 며칠간의 개인 정비를 마 친 세 사람은 파티를 만든 뒤 처 음으로 몬스터 사냥을 나서게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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