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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38화 (38/222)

38 화

루테리아 대장벽의 남문을 지키 던 레인저들은 문을 나서는 세 용 병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수림으로 향하는 용병이 분명 했는데,파티원이 단 세 명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인저들은 곧 대수림으 로 향하는 세 용병에게서 눈을 돌 렸다.

어차피 용병이란 별사람이 다 있 는 곳이었으니,자살을 하러 가더 라도 별로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다만,앞장선 여자 용병은 얼굴 을 자주 본 경험자라 의아했을 뿐 이었다.

경험자 여자 용병은 남문을 나서 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루이가 들어오면 파티가 제 대로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그도 그럴 것이,대수림을 나서 는 파티의 모습은 제시카가 처음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원래 대수림으로 향하는 파티는 10명 가까운 파티원과 기간에 따 른 여러 명의 짐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용병대나 저번처럼 여러 파티로 구성될 경우에는 더 인원이 늘어 나기는 했어도,이렇게 세 명이 대수림으로 향한 경우는 없었다.

그렇지만 제시카도 내놓고 투덜 거릴 수 없는 것이,파티원에 속 한 마법사가 실력을 발휘하려면 남들이 보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 었다.

대신 공간이 몇 배나 늘고,무게 도 엄청 가벼워진 마법 배낭을 만 들어 왔지만, 그래도 제시카로서 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배낭이 무거우세요? 제가 같이 들게요."

옆에서 루이가 손을 내밀었지만, 제시카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공간이 늘어난 만큼 엄청난

양을 집어넣었기에 무게를 줄였어 도 꽤 무거운 배낭이었다.

하지만 마나 사용자가 되어 체력 이 월등하게 좋아졌기에 제시카는 충분히 지고 갈 수 있었다.

더구나 루이가 메고 있는 배낭은 더 무거웠으니 그에게 짐을 더 지 울 수는 없었다.

"배낭을 맡기려면 제이한테 주고 말지!"

제이크의 배낭은 두 사람 것과 다르게 마법이 전혀 걸려 있지 않 은 보통 배낭이었다.

들어 있는 물건도 자신의 개인용

품뿐,무게도 다른 가방의 반도 안 되었다.

마나 사용자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벼운 가방을 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그래도 얄미 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마법 가방을 받게 되어 기뻐했던 얼마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얄미움은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제시카의 말은 그냥 푸념 일 뿐,실제로 제이크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마법사가 있는 다른 용병대는 마

법사를 상전을 모시듯이 떠받들었다.

이렇게 같이 짐을 지는 것만으로 도 제이크는 충분히 배려가 넘쳤다.

그렇게 짐꾼들이 들어야 할 짐들 을 직접 진 세 사람은 빠른 속도 로 대수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몇 시간 동안이나 벌판을 가로지 른 세 사람은 다시금 대수림 영역 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오늘 그들이 향하는 곳은 대수림 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

대수림 깊은 곳에서 시작된 계곡 물들이 모이는 '파도치는 푸른 호 수' 였다.

대수림 외각에서 조금 들어간 분 지에 있는 호수로,모험가들이 식 수를 얻기 위해 거치는 곳으로 유 명했다.

처음 제이크가 이 호수에서 사냥 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는 제시카 가 반대를 했다.

처음 하는 파티 사냥인데 좀 더 평범한 사냥감을 목표로 하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이크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마법사의 던전을 활성화하기 위 한 마석을 구하는 사냥이었다. 평 범한 사냥감으로는 원하는 마석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한 번에 구할 수는 없을 거예요.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하 고 가 보도록 하죠."

제이크의 말에 결국 제시카는 설 득을 당해 버렸고,루이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두 사람의 결정에 따 탔다.

"그래도 그렇지,웬 물고기 사냥 이야. 물이라면 지긋지긋한데."

얼마 전 계곡에서 물에 휩쓸린 이후 물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몸 서리를 치는 제시카였다.

제이크의 말에 설득을 당하기는 했지만,또다시 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제이크와 같이하는 일이 었다.

또 무슨 모험이 기다릴지 알 수 없었다.

대장벽에서 호수까지 용병들 걸

음으로 일주일 정도의 거리.

하지만 세 사람은 4일 만에 호 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몇 차례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가 있었지만,외곽 지역의 몬스터들은 세 사람을 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제이크가 나름 몬스터들 을 피해 움직이는 바람에,다른 용병들보다 훨씬 빠르게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호수는 무척이나 크고 잔잔했다.

여러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든 호수는 몇 개의 산에 에워

싸여 웬만한 강 몇 개는 들어갈 만큼 컸고,바람이 불지 않아 물 도 무척 잔잔했다.

"너무 가까이 가지 마."

"네,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경 치가 좋네요."

"그치? 나도 몇 번 들렀었는데 대수림이 아니었으면 호수 옆에 집을 지어 놓고 살고 싶었다니까?"

루이의 말처럼 호수와 그 주변의 경치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와 푸른 숲,그리고 높은 산들이 마치 이

곳을 그림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름이 파도치는 푸 른 호수죠? 이렇게 잔잔한데."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던 루이는 궁금한 게 무척이나 많은 모양이었다.

"아,그건…… 잠깐 기다려 봐. 곧 시작할 거야."

가방을 내려놓고 아예 자리를 잡 은 제시카가 손을 들어 호수를 가 리켰다.

그녀의 말에 호수를 바라보기 시 작한 두 사람은 잠시 뒤 호수 중

앙에서 시작된 묘한 움직임을 알 아챌 수 있었다.

호수 중앙에 거대한 물방울이 떨어진 것 같이 파도가 일어나더 니,그 파도가 끝까지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작은 파도였지만,강변에 도착하자 몇 미터나 되는 높은 파도로 변해 있었다.

"이게 바로 파도치는 푸른 호수 가 된 이유야. 바람과 상관없이 일정 시간마다 파도가 쳐서 붙여 진 이름이지."

호수와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있

었기에망정이지,그렇지 않았더라 면 저 파도에 휘말려 버렸을지도 몰랐다.

"저 파도하고 괴담,그리고 호수 에 득실거리는 피아구나 덕분에 이 호수가 야영지로는 인기가 없 게 된 거야."

파도 덕분에 호숫가에 야영할 수 도 없었고,바람도 없이 생기는 파도 때문에 호수 안에 거대한 괴 수가 산다는 괴담이 생겼다.

거기다 호수 안에는 마석 빼고는 쓸데가 없는 몬스터 물고기 피아 구나가 살기 때문에,이 호수는

식수를 얻기 위해서만 거쳐 가는 곳이 되고 말았다.

"뭐,우리는 마석이 목표니까 이 야기가 다르지만."

호수 깊숙이 들어가 마석만 노리 고 피아구나를 잡는 일은 용병들 에게는 수지 타산이 안 맞지만, 파티원 중에 다재다능한 마법사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럼,지금부터 나무를 베면 되 는 겁니까?"

"흠,어떻게 할까요? 파티장님?" 싱글거리면서 묻는 제시카의 말 에 제이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세 명이 정식으로 파티를 맺게 되자 바로 제시카가 제이크를 파 티장으로 선언해 버린 것이다.

물론 마법사라는 것을 겉으로 드 러낼 수 없는 제이크보다는 용병 생활을 오래 한 제시카가 파티장 으로 어울렸다.

그렇지만 지금 이 파티는 마법사 제이크를 중심으로 뭉친 파티였기 에 그가 파티장이 되는 것이 옳았다.

"우선 파도가 닿지 않는 곳에 야 영지를 만든 뒤에 작업을 시작하 죠.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우선

야영지 보호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흐흐,마법사가 있으니 정말 좋아. 불침번이 필요 없는 야영이라 니."

제시카의 웃음을 뒤로하고,세 사람은 호숫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언덕에 야영지를 만들었다.

제시카와 루이의 배낭에서 끝없 이 야영 물품이 쏟아져 나왔고, 얼마 뒤 근사한 천막과 야영지가 마련되었다.

"정말,이런 마법 아이템이 가능 한 거였다니."

실제 부피의 10배 이상 물건이 들어가고,무게마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배낭에 제시카는 다시 한번 감탄하고 말았다.

그녀의 감탄에 루이도 동의했다. 두 사람은 이런 마법 아이템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 아이템이라 오직 마나 사용 자만 사용할 수 있기는 했다.

마나가 없는 일반인들이 가방을 열면 그냥 빈 공간만 보일 뿐이었 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이런 마법 배낭이 라면 물류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

는 대단한 물건이었다.

"더 크게 만들어서 수레에 이런 마법 배낭만 가득 싣고 다니면 대 부대 군량이나 영지 간 물건 운반 도 짐마차 한 대면 끝날지도 모르 잖아."

옳은 이야기였고,고대 마도 제 국에서는 실제로 쓰기도 했던 모 양이었지만,지금은 무리였다.

"저밖에 만들 수 없고,만들기도 쉽지 않아요. 거기다 마나 사용자 만 쓸 수 있어서 대중화시키기도 힘들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러네. 근데 왜 발굴된 마법 아이템 중에 이런 마법 가방 은 없는 거지?"

"그거야,마법 아이템은 그 기본 기능을 확장하는 식으로 만들어지 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예요."

검이라면 절삭력 강화 마법,방 패는 방어력 강화,제시카의 부츠 는 가속이나 접착 마법이 걸려 있다.

그처럼 공간 확장 마법은 배낭이 나 주머니같이 물건을 담는 기능 을 가진 물건에 걸게끔 되어 있었

다.

철로 만든 물건은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고,제시카의 마법 부 츠 같은 경우는 닮지 말라고 보존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배낭이나 주머니에 추가 로 보존 마법까지 걸린 경우는 별 로 없었다.

"그냥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것 뿐이에요. 시간의 흐름에 모두 삭 아 버린 거죠."

그렇기에 제이크도 두 배낭에 보 존 마법을 걸지 않았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죠.

그때,파티마의 돌직구가 머릿속 으로 들려왔지만, 제이크는 담백 하게 그녀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물론,그녀 말대로 배낭에 보존 마법까지 걸기에는 실력이 부족했 지만,실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 으니 금방 가능해질 것이다.

두 개의 천막과 식사용 모닥불, 그리고 주변에 펼쳐진 제이크의 감시 마법을 끝으로 야영지가 완 성되었고,세 사람은 나무를 하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다행히 호수 근처에는 거대한 나 무들이 자라는 숲이 펼쳐져 있었

다.

식물은 동물처럼 마나로 인해 마 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그래도 마나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곳보다 배는 거대해 보이는 나무들은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없 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도끼 를 들고 다가간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도끼날에 마나를 씌워 버린 제시카는 단번에 나무를 베어 내어 버 렸고,루이는 도끼날에 마나를 씌 우지는 못했지만,대신 힘으로 나

무 밑동을 박살 내 버렸다.

덕분에 제이크는 뒤에서 두 사람 의 모습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마법으로 나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저렇게 숲 일부를 박살 내는 두 사람이 있는데 그까지 나 설 이유가 없었다.

잠시 뒤,수십 구의 나무가 바닥 에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는 순식간에 가지가 정리돼 나무 기둥으로 변해 버렸다.

이제는 제이크가 나설 차례였다.

"땅은 습기를 머금고,얼어붙는

다. 반들거리고,단단해진다."

제이크의 주문이 이어지자,나무 들이 쓰러진 곳에서부터 해변까지 땅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차갑지는 않지만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땅은 변해 버렸고,나무들 은 땅 위를 미끄러져 갔다.

제이크가 땅을 스케이트장처럼 변화시킨 것이다.

마찰 계수를 0에 가깝게 만든 덕분에 나무들은 얼음 위를 미끄 러져 나가는 것처럼 호숫가로 밀 려났다.

"꺄아! 재미있어!"

그리고 미끄러지는 나무 위에 앉 은 제시카는 썰매 타는 기분을 만 끽하는 중이었다.

아쉽게도 루이는 미끄러운 바닥 이 익숙하지 않은 지 몇 번이나 휘청였지만,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과연 마나 사용자였다.

다만,제이크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스케이트장을 피해 멀찌감치 둘러서 호숫가로 향했다.

저런 미끄러운 곳에서 멀쩡히 걸 어 다닐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나무들은 호숫가에서 뗏목으 로 만들어졌다.

"정말 마법사만 할 수 있는 사냥 이라니까."

뗏목을 만들면서도 제시카는 신 기한 듯이 제이크와 호수를 번갈 아 가며 바라보았다.

"생각해 봐. 엄청난 속도로 음직 이는 사람보다 더 큰 물고기 몬스 터를 용병들이 어떻게 잡을 수 있 겠어. 기사들도 무리일걸?"

제시카의 말에 루이도 고개를 끄 덕였다. 그도 피아구나를 잡았다 는 기사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제시카의 말을 들으며 제이크도 호수를 바라보았다.

-정말 하실 생각이에요?

-우선 미끼부터 잡아 보고.

물론 제이크도 제시카의 말처럼 피아구나를 잡을 생각을 하고 있 었다.

하지만 그는 물고기 몬스터인 피 아구나가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사람보다 크고,마석도 나쁘지 않은 것이 나오긴 했지만,그의 공방에 설치하기에는 피아구나에 서 나오는 마석은 너무 작았다.

그가 피아구나를 잡는 이유는 파 티마에게 말한 것처럼 미끼로 사 용하기 위해서였다.

철썩.

그때,바람 없는 호수에 다시 파 도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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