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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41화 (41/222)

41 화

다시 한번 높은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후,호수가 잠잠해지자 주 변은 정적에 잠겼다.

하루에 두 번이나 벌어진 호수 주인의 난동.

풀벌레마저 긴장한 채로 소리를 죽였다.

하지만 그 긴장도 시간이 지나자 사라져 갔고,호수 주변은 원래대 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시금 평화로운 밤의 호수.

풀벌레들이 소리를 내고,물결이 잔잔하게 일던 호수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조금씩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침노을을 배경으로 다시금 호 수 주변은 바짝 얼어붙었다.

쿵!

호수 중앙에서 진동이 울리면서 옅은 파도가 밀려온 것이다.

평상시에 보이던 파도와 전혀 다 른 파장에 주변은 얼어붙었고,진 동은 점점 강해졌다.

쿵! 쿵! 쿵!

파도도 점점 커져,주변의 긴장 감은 더해져 갔다.

잠시 뒤.

푸아아아악!

호수 중심에서 물기둥과 함께 연 기가 쁨어져 나왔다.

마치 심해 화산이라도 분출한 것 같은 모습에 주변 숲은 온통 혼란

에 빠져 버렸지만,그 끝에 있는 것은 화산재나 화산석이 아니라, 살아있는 세 사람이었다.

물기둥과 함께 수십 미터를 치솟 아 오른 세 사람은 다시금 물로 떨어졌다가 겨우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푸하! 빠져나온 거 맞지?"

"살,살았네요."

머리카락이 불길에 그슬려 말려 버렸고,옷과 얼굴도 검댕이 묻은 세 사람이었다.

그나마 제시카,루이는 멀쩡해 보였지만,제이크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것만 같았다.

"죽었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빨리 도 망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루이의 말에 제시카는 바로 동의 했고,두 사람은 제이크의 양쪽 어깨를 잡은 뒤에 필사적으로 헤 엄치기 시작했다.

덕분에 제이크는 물 위에 누운 채로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그러나 손 하나도 꼼짝 못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감지덕지할 뿐이 었다.

-너무 무리했어요!

-으,무리하지 않으면 위험했어. 한계를 넘는 마법을 사용한 탓에 제이크는 두통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파티마의 음성에 겨우 대 답했다.

-내 말이 그거에요! 너무 위험했 어요!

-아,그건 인정. 영화나 동화책 하고는 다르더라고.

파티마의 비난에 제이크는 할 말 이 없었다.

예상과 다르게 까딱했으면 산 채 로 초롱아귀에게 먹힐 뻔했기 때

문이었다.

-아무튼,마법사답지 않게 너무 과격해요.

자신은 마법사라 다른 사람들보 다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다고 생 각했지만,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난 이 정도면 괜찮을 거 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죠. 어느 마법사가 마석 을 구한답시고 거대 몬스터의 입 속으로 뛰어들겠어요! 그냥 다른 사람 시키고 말지.

하기야,제이크가 미래에 보았던

마법사들도 현장에 나가기를 별로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마법 기술자로 불리는 그들이 그 정도이니,고대 마법사들은 더 심 했을 게 분명했다.

-실험실에서 평생 지내다가 죽 는 마법사가 대부분이었어요! 내 가 왜 바깥 구경을 많이 하지 못 했는데요. 전부 실험실 죽돌이인 그 인간들 때문이었다니까요!

아무래도 이상한 곳으로 불똥이 된 것 같았지만,이야기를 나눈 덕분인지 제이크의 두통이 슬슬 가라앉는 것 같았다.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 러보았다.

그런데 그리 마음에 드는 광경이 아니었다.

그들이 떠나온 호수 중앙으로 밝 은 빛이 올라오고 있었다.

놈의 촉수였다.

"이런,더 빨리 헤엄쳐야 할 것 같은데요. 촉수가 올라와요!"

"안 죽은 거야?"

"덩치가 워낙 컸어야죠. 그 정도 불에 죽을 놈이 아니에요!"

놈의 뱃속에 들어간 뒤,세 사람 은 여러 난관을 뛰어넘어 마침내

아귀의 마석 일부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아귀의 뱃속 이 그야말로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행은 탈출하기 위해 아 귀의 뱃속에 낀 기름 덩어리에 불 을 붙였다.

제이크의 말로는 심해어의 부력 을 담당하는 기름 덩어리들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제시카와 루이에게는 그 저 또다시 목숨을 내놓는 탈출 방 법일 뿐이었다.

기름 덩어리들은 제이크의 마법 으로 만든 불에 활활 불타올랐다.

결국 참지 못한 아귀는 자신의 입을 벌려 호수 물을 입속으로 퍼 부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를 이용해 제이크와 일행이 아귀의 몸속을 탈출했던 것이다.

세 사람은 제시카의 마법 반지와 제이크의 마법으로 몸을 보호한 뒤에 아귀의 입속에서 뿜어져 나 오는 연기의 힘을 이용해 물 위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루이의 방패 없이 마법으로 세 사람을 지켜 낸

제이크가 그만 탈진하고 만 것이 었다.

"아니,그거 태우면 물 위로 못 올라온다며!"

"올라오는 건 촉수예요."

"그럼 괜찮은 거 아냐?"

제이크의 말에 반문한 제시카였 지만, 정작 그녀의 팔다리는 멈추 지 않았다.

여태 경험한 바로는 괜찮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정확했다. 세 사람이 올라온 호수 중심에서 밝은 빛을 내는 여성이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체가 살로 된 기둥으로 이루어 진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

바로 초롱아귀의 촉수였다.

전과 다르게 일그러진 얼굴을 한 여성은 제이크 일행이 헤엄치는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피아구나들 이 물 위로 솟구쳐 그들을 추격하 기 시작했다.

초롱아귀 촉수의 진정한 매혹술 이 발휘된 것이었다.

일행은 죽을힘을 다해 헤엄을 쳐 야 했다.

다행히 제이크 일행은 아슬아슬 하게 호수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일행은 호수를 빠져나온 뒤에도 야영지를 향해 달려야 했다.

커다란 파도가 일행을 향해 덮쳐 왔고,그 파도를 타고 수십 마리 이상의 피아구나가 일행을 향해 쏘아졌던 것이다.

그 결과,파도가 도로 쓸려 나간 뒤의 호숫가와 숲에는 수많은 피 아구나들이 퍼덕이게 되었다.

야영지에 도착한 세 사람은 결국 퍼지고 말았다.

"이제는 정말 산 거지?"

"그렇겠죠?"

제시카와 루이의 시선은 제이크 에게 향했다.

두 사람은 한 걸음도 더 못 걷겠 다는 표정이었다.

"네,더는 달아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제이크는 멀리 호수 중앙에 솟아 오른 여성 형태의 촉수를 보며 둘 의 말에 대답했다.

신기하게도,멀리 떨어진 이곳에 서도 아침 햇살에 비친 여성의 일 그러진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물에서 빠져나오고,파도 의 영향에서도 벗어난 이상, 더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나중에 속이 타들어 간 초롱아귀 가 멀쩡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 겠지만,다시 이 호수에 올 생각 없었던 제이크에게는 전혀 상관없 는 일이었다.

"와,정말 말도 안 되는 경험이 었어."

바닥에 대자로 누우며 제시카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모험을 꿈꾸던 그녀였지만,이런 모험을 하게 될 줄을 예상하지 못

한 것이다.

"설마,모험가라는 게 항상 이런 것은 아니겠죠?"

옆에 주저앉은 루이가 질린 표정 으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제시카와 제이크와 함께 처음 경험한 용병 활동이 예상보다 훨씬 격렬 했던 것이다.

"그럴 리가! 제이랑 만나기 전까 지는 무난했다니까. 그동안의 모 험 전부를 합한 것보다 제이하고 있으면서 경험한 모험이 훨씬 더 대단했다고!"

칭찬과 비난이 반반씩 섞여 있는

느낌에 제이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이라 그런 겁니다. 앞으로 는 평범하게 활동하게 될 거예요."

루이는 제이크의 말에 안심하는 듯했지만,제시카는 전혀 믿지 않 는 표정이었다.

"하아,그보다 앞으로가 큰일이 네. 호수 주인의 콧수염을 뽑아 온 격이니 누가 호수에 접근하기 라도 한다면 된통 당할 것 같은데."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도 조금 미

안한 기분이 들었다.

"길드에 말해야 할까요?"

"뭐,길드 사무소에 호수가 위험 해졌다고 말해 놓으면 되겠지."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뜻밖에 평 범한 대답이었다.

제이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 보자 제시카는 어깨를 으쏙했다.

"뭐,대수림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인가. 용병대가 엄한 몬스터 무 리를 건드려서 거대 몬스터 떼가 영지까지 밀고 내려온 일도 여러 번이었어. 다들 공작님께 들키지 않으려고 쉬쉬하고 있지만,용병

들끼리는 다들 아는 일이라고."

"와,우리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용병 일이란 게 원래 터프한 거였 군요."

루이의 말에 제시카가 씩 웃었다.

"괜히 마의 대수림이 아니라니 까."

그리고,제시카는 웃는 얼굴 그 대로 뒷목을 긁적였다.

"그리고 우리만 빡센 모험을 한 것도 맞아. 좀 전에 말한 사고 친 용병대들은 그 당시에 모두 몬스 터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어. 이

런 모험을 하고 멀쩡히 살아남는 게 신기한 거야."

하긴,미래에 이 호수에서 전멸 에 가까운 피해를 당한 용병대도 같은 케이스였다.

제시카의 말에 루이는 좀 더 질 린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제시카 는 누운 채로 몸을 비비 꼬았다.

"아이고,힘들어라. 조금만 쉬고 집으로 돌아가자."

이제 아침 해가 떠오르는 중이라 호수를 떠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보기엔 간밤의 피로 때문에 지금은 쉬는 게 더 좋다는 판단이 었다.

"다들 지쳤는데,이곳에서 하루 쉬고 떠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도 안 돼! 저년이 지켜보고 있는 데서 하룻밤을 보내라고? 난 당장 떠날 거야!"

제시카는 누운 채로 호수를 노려 보았다.

그녀는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촉수의 얼굴을 째려보았고,촉수 쪽에서도 이글거리는 광채가 더해

진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촉수를 노려보던 제시카 가 불현 듯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아,맞다! 까먹을 뻔했다. 루이, 일어나! 일해야지!"

그러면서 제시카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물 밖에 피아구나가 가득이야! 떠나기 전에 마석 모아야지!"

제시카의 말에 루이는 물론,제이크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루이는 결국 제시카의 손 에 이끌려 호숫가와 숲에 뛰어든

피아구나를 하나하나 잡기 시작했다.

감전당해서 꼼짝도 못한 얼마 전 의 피아구나들과는 달리 쉽지는 않았지만,두 사람은 힘을 합쳐서 피아구나들의 마석을 뽑아내기 시 작했다.

그렇게 오전 동안 피아구나의 마 석을 뽑아낸 일행은 바로 야영지 를 접고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초롱아귀의 촉수가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뒤,일행은 조용히 영지로 돌아왔다.

영지는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세 사람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반가워하는 레인저 경비병과 오랜만에 들린 여관에서 부녀의 환영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전과 변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제이크는 영지 전체에 묘 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 같아 조금 은 의아해했다.

"루인이라고 합니다."

일행은 저택으로 가기 전에 들린 다즐링 여관에서 루이를 패트릭 부녀에게 소개했다.

아쉽게도,루이도 제이크와 같은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제이크가 정해 주었는데, 또다시 한숨이 나 올 만한 이름 짓는 실력이 등장하 고 말았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이름이야.

-거의 바꾸지도 않았잖아요.

-바꾼 게 적다는 것이 훌륭한 점이지.

-아…… 네…….

파티마는 새로운 주인의 단점을 알게 되어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녀는 다음부터는 이름 짓는 일 이 있으면 기필코 참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식사 겸 루이의 소개를 마치고 세 사람은 저택으로 향했다.

그들을 배웅한 제니는 심각한 고 민에 빠지게 되었다.

날렵한 미소년인 제이크도 멋졌

지만,새로 등장한 근육질 호남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제니는 그녀의 혼잣말을 들은 아 버지의 안타까운 시선을 알지 못 하고,계속 그 자리에서 멀어 져 가는 두 사람을 저울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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