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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43화 (43/222)

43 화

새 황제가 들어선 뒤, 정체되었 던 용병계도 많이 소란스러워졌다.

반란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영지 가 쏙밭이 되어 버렸고,그로 인

해 많은 사람이 영지 밖으로 흩어 졌다.

그들은 유랑민이 되고,도적 떼 가 되고,용병이 되었다.

그런 사람 중에 일부가 루테리아 영지로 들어온 것이다.

유입된 외부 용병들은 대수림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나름 영지군이나 종자,기사였던 자들도 많았지만,대수림에서 용 병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들은 결국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로 했다.

"분명히 그 세 연놈이 마법 아이 템을 가진 거 맞지?"

"분명합니다. 여자의 몸에 마법 아이템이 있습니다."

대수림 초입.

루테리아 시에서 대수림으로 진 입하는 길 중 한 곳인 '버려진 숲'에 일단의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

창과 검,그리고 활을 든 십여 명의 용병들.

이들은 모두 얼마 전에 루테리아 시로 들어온 다른 지역의 용병들 이었다.

용병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곳곳 에 숨어 숲 사이로 난 길을 노려 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가죽 갑옷을 입은 다 른 용병과 다르게 판금으로 덧댄 반쯤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다른 한 명은 검 대신 긴 스태프를 들 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석이 박

혀 있는 긴 막대기.

스태프를 들고 있는 자는 바로 마법사였다.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한 명은 마나 사용자란 이 야기잖습니까.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이 용병들의 리더이자 전직 기사 인 루퍼드는 옆에서 딴지를 거는 다른 전직 기사의 말에 눈살을 찌 푸렸다.

기사였을 때에는 자신에게 함부 로 말도 못 붙이던 애송이였는데, 기사 작위를 버린 뒤에는 지금처

럼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들이대 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혼찌검을 내주고 싶었지만,영지가 망하고 떠돌아 다니는 용병이 된 뒤에는 제대로 된 실력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필 요했다.

기사, 아니,마나 사용자인 용병 이 이 파티에 그 혼자 있는 것과 두 명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 야기 였다.

물론 마법 아이템을 파악할 수 있는 마법사도 있긴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과 같이 있

는 마법사는 전투 마법사가 아니 었다. 그것도 2서클 밖에 안 되는 마법사.

물론 없는 것보다야 좋았지만, 이런 위험한 동네에서는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마나 사용자가 있다고 해도 상 관없어. 기사 둘에 마법사가 한 명이다. 단지 용병 세 명을 감당 못 할 리가 없잖은가."

루퍼드의 말에 라히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병신 같은 꼰대.'

루퍼드가 후임 기사 라히토에게 불만이 많은 것처럼,라히토도 옆 의 기사에게 한껏 짜증 나 있었다.

영지가 망한 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고,자신들은 기사의 명예를 던져 버리고 용병이 되어 이곳 제 국의 동쪽 끝까지 밀려온 상황이 었다.

더구나 이미 자신들은 용병보다 강도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까지 기사 시절의 모 습을 유지하려는 루퍼트의 모습은 절로 헛구역질이 치솟아 올랐다.

'뭐,싸움터에서 도망친 나도 별 다를 것 없지만.'

그의 생각처럼,이곳에 숨어 있 는 용병들은 영지민들과 영주를 버리고 탈영한 탈영병들이었다.

그들은 불타는 영주성에서 도망 친 다음 근처 영지에서 돈을 주고 용병으로 등록한 뒤에,이곳 루테리아 시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었다.

전직 기사 둘에,마법사 한 명, 그리고 훈련된 병사 수십 명.

나름 뛰어난 실력에 자신만만했 지만,그들은 이곳 대수림에서 좌

절할 수밖에 없었다.

대수림에 있는 몬스터는 그들이 영지에서 가끔 보던 마물과 전혀 달랐다.

또한,대수림에서의 사냥은 영주 와 함께했던 사냥 나들이와는 하 늘과 땅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떠난 첫 사냥에서 그들은 병사의 반을 잃고 도주할 수밖에 없었고,그들은 시에 눌러 앉아 돈만 축내게 되었다.

물론,마나 사용자가 둘에 마법 사까지 있는 파티였으니 조금씩 실력을 키우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곳으로 시선 을 돌렸다.

던전을 찾기에는 경험이 부족했 고,자신들의 실력으로 신분이 낮 은 상인들을 호위하기도 싫었다.

그럼 남은 것은 사람을 사냥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들은 대수림 외곽에 숨어 지나 가는 용병들을 털었고,근래 소문 이 도는 작은 파티를 잡기 위에 지금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이었다.

단,세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 바로 제이크의 파티였다.

"그런데 왜 이리 안 오는 거야? 이 길이 맞아?"

"확실히 얻은 정보입니다. 우리 가 숨어 있는 길을 지나야 그들이 가고자 하는 사냥터가 나옵니다."

"근데 왜 안 와."

마법사의 말에 라히토가 투덜거 렸다.

그 모습에 중년의 마법사는 눈살 을 찌푸렸지만,영지에서와는 달 리 힘이 최고인 이곳에서 그는 라 히토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때 였다.

"옵니다!"

그때,나무 위에 올라 감시를 하 던 용병이 아래를 향해 작게 소리 쳤다.

그리고 이내 작게 속삭이던 소리 조차 곧 잠잠해졌다.

기다리던 손님이 오는 모양이었다.

잠시 뒤,대장벽 쪽에서 세 사람 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이크와 제시카,루이는 느지막 이 사냥을 위해 길을 나서는 증이

었다.

세 사람 다 비싸 보이는 가죽 갑 옷을 차려입고,등에는 큰 배낭을 메고 길을 걷고 있었다.

루이는 가방과 함께 커다란 방패 까지 메고 있었다.

제이크와 루이는 푹 쉬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였지만, 제시카는 눈동자가 벌건 것이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나도 몰라. 한참 마시다가 기억 이 휑,하고 날아가 버렸다니까."

제이크의 물음에 한 손으로 이마 를 꾹꾹 누르며 제시카는 오만상 을 찌푸렸다.

어제 앰버와 만난 뒤,제시카는 따로 도망자들을 데려다준 용병들 과 여관에서 계속 술을 마셨던 것 이었다.

그들은 제이크와 루이에게도 같 이 마시자고 권유했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아직 공방의 일 이 남아 있단 이유로 저택으로 돌아갔었다.

그래서 루이와 제시카는 술을 마 신 뒤에 다즐링 여관에서 잠을 자

게 되었던 것이다.

제시카는 멀쩡한 얼굴로 걷고 있 는 루이에게 눈을 부라렸다.

"근데 넌 왜 멀쩡한 거야. 분명 같이 마셨잖아."

그녀가 기억하기로는,마지막 순 간까지 루이가 자신에 옆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보기와 달리 어린 루이였지만,용병이 된 이상 나이를 따지 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거야 제가 준 숙취 해소약을 먹어서 그런 거잖습니까."

제시카의 질문은 루이가 아니라

제이크의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제이크의 말을 듣자 제시카는 물론,루이의 표정도 나빠졌다.

"우웩,설마 그 괴상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먹은 거야?"

"냄새는 이상해도 효과는 확실해요. 봐요,루이는 멀쩡해졌잖아요."

루이를 보고 만족한 얼굴을 한 제이크였지만,예상과 다르게 루 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그냥 머리 아픈 게 나 을 뻔했습니다. 제시카 님은 절*

대. 먹지 마세요."

냄새만큼이나 맛도 이상했던 모 양이었다.

-아무래도 첫 포션은 실패한 것 같은데요.

-효능은 그래도 확실하잖아.

-먹기 힘들 정도면 아무래도 성 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이어지는 파티마의 말은 제이크 를 침몰시키기에 충분했다.

마법사가 공방을 만드는 이유는 마법사 자신의 성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마법적인 물건을 만들

기 위함도 있다.

지금 등에 지고 있는 마법 배낭 같은 마법 아이템뿐만 아니라,마 법으로 만드는 각종 포션도 모두 공방에서 만드는 물건이었다.

그를 위해 여러 종류의 몬스터 부산물이 필요했고,드디어 제이크는 첫 포션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효능에 집착한 나머 지 맛에서 실패한 모양이었다.

-맛이 문제면 달콤한 과일주 같 은 걸 넣어 볼까?

-숙취 해소용 포션에 술을 넣자

고요?

황당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이어 가던 제이크는 앞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걸음을 멈추었다.

-역시 포션을 만들길 잘했어.

그는 바로 배낭을 벗어 안에서 푸른 병을 꺼내 제시카에게 건네 주었다.

"엑,날 죽일 셈이야? 루이도 마 시지 말라고 했잖아!"

제이크가 꺼낸 병은 숙취 해소 포션이 든 병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병에

든 액체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제시카는 곧 괴로움을 가득 느끼 는 얼굴로 온몸을 비비 꼬았다.

제이크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은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몇 십 초가 지나자 제시카는 바로 술이 깼다.

역시 효능은 확실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십 미터를 걸었다고 생각이 될 즈음,갑자기 숲속에서 고함이 터 져 나왔다.

"공격!"

그 고함과 함께 '잠깐'이라는 마 법사의 외침이 섞인 것 같았지만, 이미 밖으로 튀어나온 용병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쳇,역시 들켰나."

루퍼드 대장의 소리에 숨어 있던 나무 뒤에서 달려 나온 라히토는 길 위에 서 있는 세 사람의 모습 에 혀를 차고 말았다.

그들은 어느새 배낭을 한쪽에 던 져 놓고 싸울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방패와 검을 든 덩치 큰 소년과 단검을 든 여자 용병,그리고 한

손에 쇠뇌를 들고 다른 손에 작은 막대기를 든 소년.

마나 사용자라 제일 빠르게 세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한 라히토 는 느껴지는 감각에 얼굴을 찌푸 리고 말았다.

'마나 사용자가 둘!'

자신의 마나장에 반발하는 마나 장이 둘이나 되었다.

예상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다.

제압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피 해를 보지 않고 승리하기는 힘든 적이었다.

라히토는 궁사를 처리하려던 생

각을 버리고 방패를 든 덩치에게 달려갔다.

마나 사용자가 둘씩이니 최대한 붙잡고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라히토의 모습에,뒤를 따라온 루퍼드는 제시카에게 달려들었다.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기사단에서 손 발을 맞춰 온 사이였다.

서로 말이 없이도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캉! 챙!

방패와 검이 충돌하고,다른 쪽 에서는 단검과 검이 부딪쳤다.

당연히 실력은 전직 기사들 쪽이 훨씬 좋았다.

제시카와 루이는 마나 사용자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반면,전 직 기사들은 오랜 시간 사람을 상 대하기 위한 검을 수련해 왔기 때 문이었다.

하지만 두 싸움은 한쪽으로 기울 지 않고 평형을 이루었다.

방패로 막아서는 루이를,시간만 벌려고 하던 라히토는 뚫을 수 없 었고,마법 단검과 마법 부츠로 무장한 제시카를, 루퍼드는 잡을 수 없었다.

단검과 검을 부딪쳤다가는 바로 검이 잘려 나갈 터이니 루퍼드의 검술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법 부츠의 움직임은 루 퍼드의 움직임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두 전직 기사는 그리 걱 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파티에는 자신들 말고 도 마법사와 다른 용병들이 있었 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제시카와 루이도 마찬가지였다.

"쏴! 쏘란 말이야! 빨리 공격해!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게 안

보여? 저들은 마나 사용자란 말이 야!"

루퍼드를 막아서려고 했던 마법 사가 뒤쪽에서 용병들에게 소리쳤다.

그의 지팡이는 싸우는 두 용병이 아닌 쇠뇌를 든 소년을 향해 있었다.

마법사는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에 목표를 향해 다시금 탐색 마법 을 시전했었다.

전과 같이 마법 아이템을 찾는 마법으로 세 사람이 마법 아이템 을 가지고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였다.

그렇게 저들이 마법 아이템을 소 지했다는 것을 파악하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는,숫자가 전과 달 라져 있었다.

그때는 여자 용병에게만 마법 아 이템이 감지되었는데,지금은 세 사람 모두에게서 마법 아이템이 느껴졌던 것이다.

마법 아이템을 쓴다는 것은 마나 사용자라는 이야기.

상대는 한두 명이 아니라 세 명 모두가 마나 사용자였다.

마법사의 말과 함께.

슈슈슈숙!

달려드는 검을 든 다섯 명의 용 병 외에 쇠뇌와 활을 든 용병이 쏜 화살이 제이크에게 날아왔다.

하지만 화살들은 제이크의 앞에 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떨어져 내 렸고,달려오는 용병들을 향해 제이크는 쇠뇌 대신 완드를 치켜들 었다.

"이런,너무 센 강도들이네. 마법 사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으면 죽 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제이크는 나지막이 혀를 차고는 완드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대지여,먹이를 삼켜라!"

주문과 함께 완드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달려오는 용병들 은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땅속으 로 빠져들었다.

"이게 뭐야!"

"살려 줘!"

그 모습을 본 마법사는 제이크를 보며 입을 딱 벌렸다.

외우던 주문이 실패해 버렸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완드를 사용하는 마법사,그리고 지정된 주문이 아니라 주문을 창 조하는 마법사를 눈앞에서 본 것

이다.

"고대 마법사라니…"

2서클의 중년 마법사는 눈앞에 나타난 전설의 재림에 전율했고, 그사이에 남은 용병들이 제이크의 손에 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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