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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44화 (44/222)

44 화

마법사는 곧 정신을 차렸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검을 들고 덤비던 용병들은 이미 땅속에 묻혀 버렸고,뒤에서 화살 을 쏘아 내던 용병들은 제이크의

손에서 쏘아지는 화살에 모두 목 숨을 잃고 말았다.

서로 화살을 날리는 것은 같았지만,한쪽은 화살을 막을 수 있고, 반대편은 막을 수 없었으니 결론 은 금방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은 용병들이 몰살당한 뒤,제이크는 마법사를 향해 완드 를 치켜세웠다.

마법사도 제이크를 향해 스태프 를 겨누었다.

제이크도 처음으로 마법사와 전 투를 벌이는 것이라 무척이나 긴 장했다.

현대의 마법사,마법 기술자가 제이크와 같은 고대 마법사보다 뛰어난 점은 바로 마법의 시전 속 도였다.

마법을 창조해야 하는 고대 마법 사와 다르게,지정된 주문만 외우 면 발동하는 마법.

다행히 저 중년 마법사가 조금 전까지 멍청하게 있어서 제이크가 용병들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린 지금, 이제는 제대로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방어는 맡길게!

-넵!

다행히 제이크에게는 에고 완드 라는 전설의 아이템이 있기에 한 시름 놓을 수가 있었다.

파티마는 오랜 시간 마법사의 에 고 아이템으로 있으면서 많은 주 문을 익히고 있었다.

고대 마법사처럼 마법을 창조할 수는 없었지만,제이크가 마나를 이끌어 주면 충분히 주문을 사용 할 수 있었다. 가히,마법 기술자 한 명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이크의 몸 주위에 화살을 막아

냈던 실드가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제이크는 눈앞의 마법 사를 공격할 마법에 집중할 수 있 었다.

하지만 역시 시전 속도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제이크가 주문을 반도 외우기 전 에 상대의 마법이 시전된 것이었다.

그 탓에 한껏 긴장한 제이크였지만,상대가 쓴 마법은 제이크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마나탄!"

마법사의 손에 들린 긴 나무 지

팡이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것들 이 만들어져서 제이크를 향해 쏘 아졌다.

자신의 마나를 외부로 뽑아내 상 대에게 쏘아 내는 마법.

하지만 아쉽게도 그 마법은 제이크의 몸에 닿기도 전에 실드에 막 혀 흡수되어 버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마법 사가 마나를 그냥 쏘아 버리다니! 아무리 마법 기술자라고 해도 이 런 짓을 하다니요!

-설마,공격 마법같은 걸 모르는 걸까?

-아.

제이크의 말에 파티마가 안타까 운 감탄사를 토해 냈다. 아무래도 제이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자신의 공격이 안 통하자 마법사 는 급하게 자신의 몸에 실드를 걸 었지만,딱 봐도 화살 하나 제대 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법사는 제이크의 말대로 공격 마법 같은 것 은 배운 적이 없는 비전투 마법사 였다.

영주의 성 한쪽에 마법 연구실을

가지고,가끔 영주가 시찰을 나갈 때 같이 다니며 분위기를 잡는, 그냥 그 정도의 마법사.

1, 2 서클의 공용 마법인 실드 나,마나탄 정도는 사용 가능했지만,그런 정도로는 전투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웠다.

제이크 일행의 마법 아이템을 찾 아낸 것처럼 아이템을 찾거나 장 비 강화를 하는 곳엔 나름 실력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 그런 마법으로는 그 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실드를 건 뒤에도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니 자신의 사정을 잘 아 는 모양이었지만,제이크는 전혀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자신들을 공격했을 때,그 리고 제이크 자신이 마법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마법사를 남겨 둘 생각은 없었다.

더구나 제대로 된 공격 마법이 불가능한 것을 알게 된 이상,마 나를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제이크의 왼손에 들렸던 쇠뇌가 마법사를 향했고,쇠뇌에서 화살 이 쏘아졌다.

숙,숙,숙.

자동으로 재장전되는 화살에 마 법사의 실드는 결국 깨지고 말았 고,결국 세 번째 화살은 마법사 의 머리에 박혀 버렸다.

그렇게 마법사를 쓰러뜨리고 난 뒤,제이크는 바로 동료들의 전투 에 합류했다.

대세가 뒤집힌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은 바로 몸을 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루이와 제시카가 그들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제이크의 마법이 두 사람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한 기사는 루이의 방패에 머리를 맞고,다른 한 명은 제시카의 단검에 검이 잘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네놈들도 후회할 거다!"

문제는 마지막으로 쓰러진 기사 가 숨을 거두면서 외친 알 수 없 는 말이었다.

그 바람에 일행은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뜻일까?"

"누구 하나 살려 두고 물어봤어 야 했을까요?"

하지만 그런 여유를 두기에는 상 황이 나름 위험했었다.

"어쩔 수 없죠. 그런 말 듣는다 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 도 아니고."

"휴우,너무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었어. 덕분에 용병인지 강도인 지 알 수 없는 인간들도 늘어났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일거리는 꽤 있는 모양 이던데요?"

"뭐, 황제가 새로 보낸 기사들도

사람을 모으고 있고,남부 왕국에 서도 상인들이 와서 이리저리 찔 러보는 모양이라 나름 호황 중인 걸까?"

제시카는 어제 술집에서 들은 이 야기를 떠올렸다.

여러 지역에서 흘러온 난민과 용 병으로 거리가 혼란해졌다는 이야 기.

그리고 저번에 온 기사들과는 다 른 기사들이 다시금 던전 탐사를 하기 위해 용병들을 모집하고 있 다는 이야기.

이번에 온 기사들은 영지의 도움

을 받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여관 하나를 통째로 빌린 뒤,용병들을 장기로 모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주님과 뭔가 틀어진 모양이었지만,제시카하고 관련은 없는 일.

그보다는 남부 연합 왕국 중 하 나인 레타니아에서 온 상인들이 더 신경 쓰였다.

상업 왕국인 레타니아에서 온 상 인들이라 그런지, 그들은 많은 돈 을 풀어 용병들을 끌어모으고 있 었다.

황제의 기사들처럼 던전을 찾는

다는 이야기였다.

용병들은 그들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지만,어쨌거나 물주가 생겼 기에 제시카도 반가운 마음이 들 었다.

황제 쪽과 다르게 유물도 배분한 다 하니,만일 제이크와 파티를 맺지 않았다면,벌써 끼어들었을 지도 몰랐다.

지금처럼 사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던전 탐사 쪽이 제시카 의 적성에 훨씬 잘 맞았다.

작게 한숨을 쉬며 뒷정리를 하는 제시카를 보고 제이크가 입을 열

었다.

"이번 사냥 끝나면 던전 탐사를 하도록 하죠. 공방도 완성되었고, 손발도 맞췄으니 다시 던전 찾을 때도 된 것 같네요."

"와! 제이 최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환호성 을 터뜨렸다.

"어떻게 내 마음에 쏙 드는 말만 하냐."

제이크가 양팔을 벌리고 달려드 는 제시카를 밀어냈다.

옆에서 루이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빤히 보이는데 모를 리가 없지. 파티마의 투덜거림을 뒤로 한 채 로,일행은 쓰러진 용병들을 모두 땅속에 파묻었다.

몇몇 좋아 보이는 무기와 스태프 도 있었지만,오해를 살 수 있었 기에 동전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 두 같이 땅속에 묻었다.

그 후론 밝은 표정이 된 제시카 가 일행을 이끌고 대수림으로 나 아갔고,숲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기사가 죽으면서 한 말은 그날 밤,제이크의 저택에서 그

이유가 드러났다.

깜깜한 밤,길옆에 홀로 있는 저 택의 불도 모두 꺼진 한밤중.

네 남자가 소리 없이 저택의 담 으로 다가왔다.

"여태 안 돌아오는 것 보니 실패 한 거겠지?"

"그렇겠지. 성공했다면 지금쯤 신나게 한바탕했겠지."

네 남자는 담 아래에 모여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이렇게 몰래 들어가는 것 도 위험하지 않을까?"

"여태 확인했잖아. 저택에 남은

사람은 여자 둘밖에 없어. 문을 지키던 놈들도 모두 밤이 되니 문 닫고 마을로 내려갔잖아."

"기사님이 실패하신 것 보면 뭔 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아직은 어려 보이는 그들의 얼굴 엔 조금씩 두려움이 드러났다.

"기사님은 무슨. 지금은 다 똑같 은 용병인데. 어차피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털기로 한 거잖아. 더 구나 우리만 남은 상태에서 일거 리를 구할 방법도 없어."

그중에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청년이 나머지 일행을 꾸짖듯이 바라보았다.

이들은 모두 죽은 두 전직 기사 의 종자들로,아직 어린 나이를 고려해서 다른 용병들과 함께 습 격하는 대신에 이렇게 목표의 집 을 털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도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를 했다.

정보를 얻어서 어디로 사냥을 가 는지 확인하고,몰래 미행해서 사 는 집까지 알아본 다음,마지막으 로 인원을 쪼개 목표와 집을 나눠 서 습격하는 계획까지.

정보가 부족해 한쪽은 실패했지만,아직 다른 한쪽이 남아 있었다.

결국,다시 결의를 다진 이들은 가져온 갈고리를 담 위로 던져 밧 줄을 늘어뜨린 뒤,높은 담을 오 르기 시작했다.

"으악! 이게 뭐야! 엄청 미끄러 워!"

"갸갸각! 줄 놓지 마! 손이 타는 것 같아!"

다만,이들의 담타기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밧줄을 잡고 담을 오르던 이들은

어느 순간 기름을 칠한 것처럼 변 한 담벼락에 미끄러져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아래에 있던 이는 윗사람에 깔려 밧줄에 손바닥이 다 벗겨졌다.

때문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그들 사이에 울려 퍼졌지만,차마 크게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끙끙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제일 나이 든 종자가 밧 줄에 매달리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의 훈련이 잘못된 것이 아 니었는지,그는 두 손만으로 담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담 위에 걸터앉아 그는 아래를 향해 작게 외쳤다.

"바보같이! 내가 문을 열어 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잠깐…… 으 악!"

파지지직!

담 위쪽으로 스파크가 튀어 올랐 고,담 위에 올라탄 어린 용병은 비명과 함께 담 밖으로 굴러 떨어 졌다.

담벼락에 걸어 둔 마찰력 감소 마법에 이은 전격 마법이었다.

다행히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혼비백산한 어린 용병들은 감전돼 서 파닥거리는 용병을 둘러매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저택의 2층 창문 한 곳 에서 불빛이 들어왔다.

"엄마,비명 소리인데요?"

"밤손님이겠지."

신기한 듯한 딸의 목소리와 반쯤 잠든 엄마의 목소리. 바로 이 저 택의 하녀 모녀였다.

"아직도 담을 넘으려는 사람이 있네요?"

"요 근래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

잖니. 아직 이 집에 대해서 모르 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지."

창문 너머로 빛이 사라지는 담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딸이었지만,엄마는 이제 별로 관심이 없 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저택이 보수된 뒤에 몰래 침입하려는 도둑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제이크와 용병들이 있을 때는 담 을 넘다가 걸려 혼찌검이 났고, 그들이 없을 때도 지금처럼 집이 그들의 침입을 막아섰다.

덕분에 모녀는 둘만 있어도 무서

울 이유가 없었다.

"나는 마법사라고 하면 엄청 무 서운 할아버지일 줄 알았어요. 근 데 우리 주인님처럼 젊은 남자가 마법사라니."

조금은 꿈꾸듯이 말하는 딸의 말 에 엄마가 잠에서 깬 목소리로 엄 하게 주의를 주었다.

"절대,주인님이 마법사라는 것 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주 인님이 비밀로 하고 있으니까."

"알아요! 절. 대. 비밀로 할 거예 요!"

"그리고 괜히 주인님에게 관심

가지지 마라. 저렇게 어려 보여도 실제로는 엄청 나이가 많을 수도 있어. 마법사라면 막 모습이 변하 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네? 거짓말!"

물론,그런 이야기는 힐다도 들 어 본 일이 없었지만,딸이 엉뚱 한 생각을 하기 전에 말릴 필요가 있었다.

"빨리 잠이나 자렴."

"우,알았어요."

다시금 창의 불이 꺼졌고,저택 의 밤은 조용히 흘러갔다.

그리고 사냥에서 돌아온 며칠 뒤,제이크 파티는 던전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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