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급 서기관의 회귀-49화 (49/222)

49 화

모두가 나간 뒤 남은 제이크 일 행은 던전의 주인을 만나기 전, 전투력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제이크는 이번에 얻은 마법 아이 템,방어력이 강화된 판금 갑옷과

방패,그리고,검을 루이에게 건네 주었다.

"이걸 제가 써도 됩니까?"

"대여야,대여. 나중에 돈 벌면 가져가도 돼."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루이에게 제시카가 손을 흔들었다.

세 사람이 사냥을 한 뒤로는 항 상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했다.

물론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 수 도 있었지만,아직은 가족적인 분 위기로 이어 나갈 생각이었고,제시카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지금은 장비를 맞춰서 효율을

늘리는 편이 좋아. 나중에 정산 때 배분을 줄이면 되겠지."

뭔가 얼렁뚱땅 결정되는 느낌.

하지만 루이는 마법 아이템을 가 진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할 뿐이 었다.

"마법 검을 쓰면 그동안 다른 기 사와 검을 맞댔을 때 밀리던 일이 줄어들 거야. 직접 마나를 뽑아내 는 것보다는 떨어지겠지만,절삭 력 강화 마법도 허접스러운 건 아 니니까."

검에 마나를 밀어 넣어 보던 루 이는 제이크의 말에 벽에 대고 검

을 휘둘렀다.

서걱!

검이 석벽을 깊게 가르며 지나갔다.

루이는 손에 걸리는 느낌이 거의 없던 것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얼마 전 물건에 마나를 밀어 넣 는 법을 알게 되어 검끼리 싸울 때 검이 망가지는 일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나를 뽑는 기 사들에게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 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검만 있으면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들하고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루이가 장비를 착용한 뒤,제이크는 숨겨진 입구를 찾기 위해 마 나를 뿌릴 준비를 했다.

"괜찮을까? 나중에 다시 찾아와 도 되지 않아?"

혹시나 먼저 나간 상인이나 용병 들에게 들킬지도 몰라 제시카가 걱정했지만,제이크는 그녀의 말 에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빨리 빠져나간 것과 같 은 이유에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언데드들이 복구될 테니 그 전에

끝내는 게 좋아요. 남이 기껏 편 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고생할 이 유가 없죠."

제이크의 대답에 두 사람이 빠르 게 수긍하자,제이크는 지하 광장 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이곳을 발견한 첫 번째 탐사대는 지금 돌아간 상인 탐사 대처럼 지하 광장에서 언데드 나 이트들의 마법 아이템만 가지고 돌아갔었다.

무사히 복귀한 탐사대는 대박을 터트린 용병단이 되어 모두에게

부러움을 샀고,다른 용병들은 혹 시나 남은 떡고물이 있을지 몰라 이 던전에 간간이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뒤에 찾아온 용 병들은 빈털터리로 돌아가야 했다.

언데드라 부산물도 없었고,마석 도 나오지 않아 전혀 수익이 나오 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점점 잊혀 가던 던전에 대마도사 아론의 등장으로 또 한 번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전직 탐험가 출신으로,고대 마 법을 계승한 아론은 마법사가 아

닌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간단한 마나 활용법을 세상에 퍼뜨렸다.

그 마나 활용법 중에 몇 가지는 마도 제국 유적의 숨겨진 장소를 찾는 데 무척이나 유용한 기술이 었다.

"너는 문을 열어 나에게 진실을 보여라"

바닥을 향해 손을 편 뒤에 제이크가 주문을 외웠다.

탑에서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열

때 사용한 마나 기술이었다.

그때는 힘들게 성공했지만,마법 사가 된 지금은 숨 쉬는 것처럼 쉬운 마나 활용법일 뿐이었다.

제이크의 손에서 뿌려진 마나가 지하 광장 전체를 훑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일행은 광장 구석에서 처음 보는 문양이 빛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빛나는 문양은 염소의 두 개의 뿔이 달린 두개골을 단순화시킨 형태였다.

무척이나 불길해 보이는 문양이 었지만,그것이 바로 제이크가 찾

던 문양이었다.

"들어오면 죽는다는 느낌을 풀풀 풍기는데?"

"확실히 정상적인 문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시카의 말에 루이가 고개를 끄 덕였다.

-확실히 평범한 문양은 아니죠. 네크로맨서의 연구실을 나타내는 문장이니까요.

파티마도 두 사람 말에 동의했지만,그렇다고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열겠습니다. 모두 준비해 주세

요."

용병대와 상인들이 제이크의 감 시망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제이크는 조심스럽게 문장을 눌렀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장은 따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고,빛 나는 염소 해골 문장은 제이크가 누르는 대로 쑥 아래로 들어갔다.

쿠궁.

문장이 내려간 뒤,문장이 새겨 진 곳과 가까운 광장의 벽이 스르 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 쉬워? 함정도 하나도

없고."

평범하게 열리는 벽을 보고 제시카가 투덜거렸지만,위험이 적으 면 적을수록 좋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문 안으로 들어섰다.

짧은 통로를 지나 세 사람이 도 착한 곳은 학교 교실 크기의 석실 이었다.

석실에는 오래된 세월로 인해 부 서진 듯한 가구들의 잔해와 중앙 의 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두꺼운 쇠로 만든 관.

바로 이 던전의 주인이 잠들어 있는 관이었다.

오랜 옛날.

이 던전의 마법사는 과도한 흑마 법 사용으로 마법사 협회에 제명 을 당하였다.

마법사 협회에서 제명이란 이야 기는 곧 마법사의 목숨을 끊는다 는 이야기.

곧 마도 제국의 기사들이 흑마법 사가 있던 던전을 공격했고,그

결과 마법사와 기사들은 서로 공 멸하고 말았다.

기사들은 마법사에 의해 모두 죽 임을 당한 뒤에 언데드로 변했고, 마법사도 기사들의 공격에 죽고 말았다.

다만 마법사는 죽기 직전,자신 에게 마법을 걸고 긴 잠에 빠졌다.

흑마법을 이용해서 몸을 치유한 뒤 되살아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죽기 직전 혼란스러운 상 황에서 걸었던 마법은 결국 실패 했고,그는 오랜 시간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천년이 넘는 시간이 지 나,그를 깨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쿠구구궁.

관이 열렸다.

천 년 만에 관 속에 빛이 들어왔다.

실낱같이 이어지던 실패한 마법 은 그 순간 깨어졌다.

관 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 흑마 법사는 이미 해골로 변해 있었고, 그는 언데드가 되어 몸을 일으켰다.

[결국,죽은 건가.]

관에서 몸을 일으킨 해골 마법사 는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는 턱뼈 를 딱딱거렸다.

혀를 찰 생각이었던 마법사였지만,이미 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턱이 딱딱거리는 소리에 언데드 마법사는 작은 충격을 받 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리치가 될 줄은 몰 탔는데…….]

과도한 힘을 지닌 흑마법사를 마 법사 협회에서 제명하는 이유는

바로 그처럼 리치가 되는 것을 막 기 위해서였다.

죽은 뒤에도 삶을 이어 가는 흑 마법사의 모습은 다른 마법사들에 게 혐오를 부추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거 부하는 언데드의 행동은 마법사들 이 일정 실력 이상의 흑마법사를 제거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 처리 시기가 좀 늦을 때도 있었다.

다행히 기사들이 목숨을 버려 가 며 공멸하고 말았지만,죽은 뒤에 도 그는 스스로 언데드가 된 흑마

법사.

리치가 된 것이다.

자신이 리치가 된 것을 알아차린 흑마법사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인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쪽에는 처음 보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도 제국의 병사처럼 보이지도 않았고,마법사들의 사병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눈에 적의를 나타내는 것을 본 그는 뼈만 남은 손을 아 래로 뻗었다.

그와 동시에 관 바닥에 놓여있던

긴 막대기,마법 스태프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뼈만 남은 그의 턱이 벌어지며 음성이 흘러나왔다.

[너희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라.] 강대한 오염된 마나가 사방으로 풀어져 나갔고,마법에 홀린 용병 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너희의 피는 이제부터 나를 따 를 것이다.]

이어진 주문은 서로 싸우다 피를 홀리는 용병들에게서 강제로 피를 뽑아냈다.

잠시 뒤,석실에 들어왔던 용병

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리치는 죽은 용병들을 확인한 뒤 에 던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던전을 나서는 그의 뒤로는 방금 그에게 목숨을 잃은 용병들로부터 과거에 죽었던 수많은 몬스터와 사람들이 모두 죽음에서 다시 일 어나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 리치가 바로,복제 세상에서 황제가 죽은 뒤 미래 제국 혼란기 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수림의 리 치였다.

리치는 수많은 죽은 자들을 깨워 군단을 만든 뒤,제국의 여러 영

지를 휩쓸고 다녔다.

그런 리치를 죽이기 위해 많은 기사와 군인,용병이 목숨을 잃었 었다.

* * *

"알겠죠? 내가 말하기 전에는 저 관은 건드리면 안 돼요!"

제이크는 제시카와 루이를 향해 다시 한번 경고했다.

석실에 들어올 때도 계속해서 말 했던 사항이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리치를 깨웠다

가는 세 사람의 목숨은 물론,루테리아 영지뿐만 아니라 제국에게 도 큰 피해를 줄 게 분명했다.

언데드 흑마법사,리치의 위험은 마법사 그 자체보다 그가 끌고 다 니는 죽음의 군대에 있었다.

그가 살아 있을 때는 자신의 던 전 주변 정도만 죽음의 땅으로 만 들 수 있었고,언데드도 직접 조 종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리치가 된 이후는 그 자 체가 언데드들의 핵이 되었다.

자신이 언데드이므로 다른 언데 드들도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리치 자체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아직 제이크는 고대 마법 사로 보면 초보 마법사에 가까웠다.

리치가 정상적인 상태로는 그가 상대를 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아직 핵도 빼놓지 못한 잠든 리치라면 주인님 정도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죠.

뭔가 제이크를 비하하는 듯한 느 낌이 들긴 했지만,파티마의 확답 이 있었으니 제이크가 알고 있는

리치의 약점을 더하면 충분히 잡 을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 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성력이 지원이 된다면 언데드인 리치를 훨씬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지도 못하는 여사제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뭐,포션도 준비해 놓았으니 죽 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바로 앞에 간절하게 말했던 제시카의 음성은 이미 머릿속에 지워 버린 제이크였다.

제이크는 두 사람에게 계획을 설 명했다.

관을 여는 순간 각각 할 일과 주 의점도 같이 명심하도록 단단히 일러 두었다.

"사제가 있으면 더 편하겠지만, 우선 이 정도만 준비하죠. 영 위 험하다 싶으면 물러나서 던전 밖 으로 나간 용병대와 상인들과 같 이 잡도록 하겠습니다. 분배에서 문제가 되겠지만,독식하려다가 위험해질 수는 없죠."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 놓 는 것이 좋았다.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슬쩍 눈 살을 찌푸렸지만,틀린 말은 아니 었으니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크의 말을 마지막으로,일행 은 리치와 전투에 나서려 했다.

그런데 이어서 들려온 말에,세 사람은 급하게 무기를 치켜들어야 했다.

"사제가 필요한 건가요?"

석실 입구에서 여사제의 목소리 가 들려온 것이다.

자신들 모르게 들어온 그녀를 본 일행은 제이크를 쳐다보았고,제이크는 난감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파티원들은 제이크가 그녀가 온 것을 알지 못한 것을 의아해했지만,제이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항상 마나 감지로 주변을 살펴 온 그였다.

그동안은 몬스터와 마나 사용자 들은 마나 감지로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와 일행의 날카로운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사제는 마나가 아닌 신 력을 사용하는 초인이었다.

신력을 이용해 기척을 숨겼기에

일행의 감각을 피할 수 있었고,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니 마나 감 지에도 걸리지 않았다.

그 탓에 세 사람이 따로 비밀 석 실을 발견한 것을 들키고 말았다.

일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졌다.

들어온 여사제를 죽일 정도로 악 당이 되지 못한 세 사람이다.

거기다 리치와 싸워 보기도 전에 모두 들통 나게 된 것이다.

모두 어쩔 줄 모를 때,제이크는 그녀가 꺼낸 말에 주목했다.

사제가 필요하냐는 그녀의 말은,

충분히 도와준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도와주실 건가요?"

"거래에요,거래. 제가 모시는 신 이 누군지 알고 있으시잖아요."

거래라고 말했지만,충분히 호의 가 섞인 말이었다.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이크의 질문에 그녀의 시선이 루이에게 향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루이를 보 면서 여사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아,좀 알아봐라."

"에,에? 엑!"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했던 루이였지만,곧 경악한 얼굴로 변 했다.

"닮긴 했는데……. 거짓말! 누나 가 저렇게 예쁠 리가 없어!"

"이 멍청이가!"

퍽!

놀란 루이의 얼굴에 어느새 다가 온 여사제의 주먹이 작렬했다.

한참을 날아간 루이는 금방 자리 에서 일어나 눈을 끔벅였다.

"성격은 맞긴 하는데……. 누나 가 맞긴 해? 얼굴이 이상해졌어."

오랜만에 만난 동생의 넋두리에 누나는 다시 한번 주먹을 들고 으 르렁거 렸다.

제이크와 제시카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눈을 끔벅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