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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56화 (56/222)

56 화

음성이 들린 뒤 움직임을 멈췄던 갑옷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제시카가 놀라 물어보았지만,제

이크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손에 들린 에고 검이 한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요,칼레드불크. 이번에는 제이크의 머릿속에서 파티마의 음성이 들렸다.

-설마 날 통로로 해서 대화하는 거야?

-뭐,저도 소리 내서 말할 순 없 잖아요.

-호,파티마의 새로운 주인님이 신가? 근데 마법사가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으신 분 같은데.

-흥,지금 세상을 알게 되면 당

신이 주인님을 놀릴 수 있을까 모 르겠군요.

파티마가 지적인 여성의 목소리 라면 에고 검의 음성은 무척이나 활달한 남자의 음성이었다.

파티마가 제이크를 통해 이야기 하자 에고 검도 제이크와 파티마 만 들리게 말을 했다.

대부분 갑옷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제이크는 손에 쥔 에고 검에게 물었다.

-설마 네가 이 던전을 제어할 수 있나?

검이 말을 하는 순간 던전의 상

황이 바뀌었기에 제이크는 에고 검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제가 던전의 핵인데 당연 하죠.

과연,제이크의 의심이 들어맞았다.

에고 검이 던전의 핵이어서 제 위치에서 벗어났을 때 갑옷들이 움직인 것이었고,검이 석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던전이 무너졌던 것이다.

'문제는 대화를 나눴다고 나를 인정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인정했다면 입구 옆에 있던 두 갑옷이 아직도 입구를 막고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에고검은 고대 언어로 광 장이 울리도록 외쳤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새로운 주인 후보가 나타났으 므로 시험을 시작합니다.

역시,쉽게 이야기가 진행될 리 가 없었다.

"무슨 말이야?"

"여기 에고 검이 한 말이에요. 시험을 보겠다는 이야기예요."

"시험? 그럼 설마,여기 죽은 사 람들도 시험 보다가 이렇게 된 거 란 말이야?"

-앞사람들도 시험을 본 건가?

-마도 제국의 일원이 아닌 자들 은 모두 침입자로 처분했을 뿐입 니다.

에고 검, 칼레드불크의 말에 제이크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검이 한 말에 따르면,자신이 에 고 완드를 들고 온 고대 마법사였 기에 후보가 될 수 있었고,그 전 에 들어온 자들은 모두 침입자일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멸망한 지 천 년이 넘는 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침입자라니! 기 준이 이상하잖아!"

"뭐,던전 입장에서는 도굴범에 가까울지도……

제이크의 설명을 들은 제시카가 벌컥 화를 냈지만,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들은 루이는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 야기지?"

하지만 여기 이해를 못한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창고에서 억지로 기어 나온 안젤 로 부기사단장이었다.

그는 도무지 지금 돌아가는 상황 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일을 묻어 버리기 위해 저 들을 이 석실 안으로 유인했는데, 죽는 게 아니라 시험이라니.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를 속이려고 했던 분이시군요."

그리고 제시카의 말처럼 죽어 가 는 그를 바라보는 일행의 눈도 곱 지 않았다.

그의 말에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놈들은 뭐지? 설마 처음 언데 드 던전에서 만난 것도 우연이 아 니라는 건가?"

죽음에 가까워서일까? 안젤로 부 단장의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빠르 게 맞춰졌다.

"그럼,이곳에 온 것도 우연이 아니고,설마! 네놈들이 소문을 퍼트린 것이냐!"

그뿐만이 아니라 황제 기사들이 탐사하려는 던전에서 먼저 유물을

가지고 나간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말해서 굳이 죽 어 가는 사람의 속을 뒤집을 까닭 은 없었다.

그나마 제시카가 그의 목숨을 구 할 수 없을까 해서 제이크를 돌아 보았지만,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젤로는 상처를 입은 지 너무 오래 지나 있었다.

더구나 제이크가 가지고 있는 포 션은 부작용 때문에 체력 소모가 너무 컸다.

죽어 가는 사람이 마셨다가는 치 료는커녕 바로 목숨을 잃을 게 분

명했다.

그리고 지금 그를 신경 쓸 겨를 이 없었다.

[!#$!©%$#'$&!%$$#%©#% @#]

-시험은 마법으로 가동되는 갑 옷 골렘을 상대하는 것입니다.

또다시 들려오는 에고 검의 음성 과 함께 벽에 늘어섰던 갑옷 중 두 판금 갑옷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제이크가 검을 석관 안에 집어넣었지만,갑 옷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던전의 중추로 돌아온다고 해도 리셋되지 않습니다.

침입자에 대한 방어는 자동으로 이루어지기에 검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면 갑옷들도 원래 자리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에고 검의 시험은 자동으 로 이루어지는 침입자에 대한 방 어와 달랐다.

덕분에 기존 계획이 전부 무용지 물이 되어 버리자,제이크의 입에 서는 절로 푸념이 나오고 말았다.

"그냥 침입자로 인식해 주면 안

될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보이던 에고 검의 음성이 딱딱한 기계음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시험이란 건 에고 검의 자유의지로 행하는 일이 아닌 모 양이었다.

두 판금 갑옷이 뚜벅뚜벅 다가오 자 제시카와 루이가 앞으로 나섰다.

"홍,그래 봤자 소용없다. 우리 기사들도 저것들을 일대일로는 절 대 이길 수 없었어!"

그 모습을 보고 기사단장이 비웃 었지만,피를 토하며 웃는 그의 모습은 기괴하게 보일 뿐이었다.

아쉽게도 그의 기대대로 일이 진 행되지는 않았다.

갑옷들이 휘두른 검들이 모두 효 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제시카는 마법 부츠를 이용해서 검을 피해 냈고,루이는 방패를 이용해서 검을 막아 냈다.

제시카가 마법 부츠를 가지게 된 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끊임없이 마법 부츠를 써 왔던 제시카는 이제 마법 부츠를

자신의 수족처럼 다루고 있었다.

슈웅!

제시카가 상대하는 판금 갑옷은 빠른 속도로 중검을 휘두르고 있 었지만,검은 제시카의 몸을 건드 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치 자석이 밀어내는 것처럼 검 이 휘두르는 간격 바깥에서 제시카가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제시카는 검을 휘둘러보지 도 못할 만큼 판금 갑옷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도 버티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한편,루이는 그 자리에 서서 난

타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법 갑옷과 방패를 가지게 된 루이는 갑옷과 방패에 마나를 가 득 두르고 상대의 검을 흘리는 중 이었다.

마나를 갑옷과 방패에 실었다고 마법으로 움직이는 중검의 힘을 온전히 막아 내기는 어려웠지만, 부족한 부분은 루이의 기술로 충 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상대의 검은 방패에 대각선으로 부딪쳐 미끄러졌고,갑옷의 결을 타고 흐를 뿐이었다.

그사이에 루이의 검이 갑옷을 향

해 휘둘러졌지만,아쉽게도 절삭 력이 부족한 루이의 검은 판금 갑 옷을 우그러뜨릴 뿐이었다.

-오, 둘 다 특이한 방식으로 싸 우는군요. 다행히 금방 끝날 걱정 은 없겠네요.

그 와중에 에고 검의 관람 평이 제이크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나름 만족한 음성이었지만,듣는 사람이 짜증나게 만드는 음성이기 도 했다.

-하지만 버티기만으로는 시험에 합격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어지는 말은 제이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멈춰 서 있던 갑옷 둘이 더 음직 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끝났군……

그 모습을 보고 누워 있던 부단 장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숨을 거뒀다.

겨우 갑옷 하나를 상대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는 위험한 상황!

그런데 부단장이 잊고 있던 사실 이 하나 있었다.

제이크 일행 중에도 아직 싸움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파악은 끝났어?"

-네,구조 파악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제이크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높 이 치켜들었다가 아래로 내려찍었다.

지팡이는 석관 중앙에 내리꽂혔 고,관에 잠들어 있던 해골의 가 슴을 뚫고 석관에 깊이 박혔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뭘 하는 거지?

뜻밖의 행동에 에고 검이 놀라 외쳤지만,제이크는 행동을 멈추 지 않았다.

-마법사가 상대가 원하는 대로 시험을 볼 리가 없죠. 에고 검인 칼레드불크는 이해할 수 없을 거 예요.

파티마는 그 와중에 에고 검을 놀려 댔다.

제이크가 주문을 외웠다.

"너의 본질을 꺼내라. 세상을 모 두 끌어들여라. 모든 것이 네 것 이다!"

언데드 던전에서 얻은 마법 지팡 이는 제이크에 의해 많은 개조를 거쳤지만,그 기본적인 능력은 아 직 남아 있었다.

바로 주변의 마나를 끌어당기는 능력이었다.

던전에 묶여 있는 마나라 쉽지 않았지만,나름 그동안의 수련으 로 성장한 제이크 덕분에 던전의 마나가 지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야!

지팡이로 던전의 마나가 흘러갔 다는 것은 당연히 원래 던전의 핵 이었던 에고 검에 마나가 흘러들 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던전의 마 나를 이용해 움직이던 갑옷들도

마나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이야 기.

과르르.

한참 움직이던 갑옷들이 바닥으 로 쏟아졌다.

"된 거야? 와' 힘들었어!"

계속해서 마법 아이템을 사용하 느라 진땀을 뺀 제시카와 루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것은 아 니었다.

-그런 편법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죠?

에고 검의 말처럼 벌써 지팡이가

환하게 빛을 뿜기 시작했다.

아무리 지팡이가 마법 아이템이 라고 하지만,던전의 가공할 만한 마나를 계속 모아 두기는 무리였다.

제이크는 우선 다시 검을 집어 들었다.

"이대로 도망쳐도 되는데……

던전의 방어는 무력화된 상황이 었다. 그렇다면 지팡이가 버티는 동안 던전을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제이크가 원한 것은 이 검 하나만이 아니었다.

제이크는 에고 완드,파티마를 지팡이 위에 올려놓았다.

"시작해."

-업무가 너무 많아요.

에고 완드는 제이크를 향해 투덜 거리면서도 착실하게 던전의 관리 기능을 빼앗기 시작했다.

지팡이 위로 떠오른 에고 완드를 향해 지팡이의 마나가 흘러들었 고,그 마나는 마법으로 변화되어 갑옷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궁.

무너져 내렸던 갑옷들이 다시 원 래 모습으로 돌아갔고,입구를 지

키던 갑옷들도 옆으로 비켜섰다.

-이건 제대로 된 시험이 아닙니 다!

제이크의 손에 들린 검이 소리를 쳤지만,이제 검의 목소리는 제이크에게만 들릴 뿐이었다.

[던전 관리 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오히려 파티마의 음성이 던전 전 체에 울려 퍼졌다.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마법 지 팡이가 없었다면,그리고 제이크 가 고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불 가능했을 일.

하지만 제이크는 그 둘에 다 해 당했고,이제 이 던전은 에고 완 드의 주인인 제이크의 것이었다.

물론 제이크는 계속 이 던전을 가지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던전에 묶여 있을 생각도 없었 고,마법 지팡이나 파티마를 던전 에 묶어 놓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도 파티마가 던전을 빼앗 게 한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었다.

"지금 즉시 던전을 수색해,남아 있는 사람이나 유물을 찾아."

바로 상인 일행이 중간에 숨겨

놓았을 유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상인 일행이 루테리아를 떠날 때,그리고 던전에 들어설 때는 짐을 가득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죽어 있는 사람들 을 보면 많은 짐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중간에 숨겨 놓았을 게 분 명했다.

-찾았습니다. 던전 입구 부분에 던전과 관련 없는 마나가 감지되 었습니다.

"가져와."

-네.

파티마의 대답과 함께 멈춰 있던 갑옷들이 입구로 빠져나가기 시작 했다.

제이크의 말대로 유물을 가져오 려는 것이었다.

-갑옷 골렘들을 짐꾼으로 쓰려 하다니! 그건 안 됩니다! 기사의 명예를 지켜 주십시오!

-진 쪽은 조용히 하세요.

억울함이 가득 담긴 에고 검의 음성이 계속 들려왔지만, 그는 파 티마에게 놀림을 당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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