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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57화 (57/222)

57 화

죽은 기사들과 상인들이 가져온 짐은 입구 근처의 작은 방에 놓여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무너뜨 리는 식으로 숨겨 놓아서 뒤따라

온 황제 기사들과 제이크 일행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던전의 기능을 이용해서 찾 지 않았다면 찾는 게 불가능했을 게 분명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갑옷들은 통 로를 막은 돌들을 치우고 짐들을 모두 가져왔다.

그런데 예상외로 짐들이 많지 않 았다.

의아해하며 짐을 살펴본 제이크 가 그 이유를 알아냈다.

"이것도 일종의 마법 가방이네요."

천으로 쌓여 있는 짐 하나를 풀 어 보니 그 안에는 일종의 보물 상자가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야 할 만한 큰 상 자였는데,그 상자 안에는 여러 벌의 마법 갑옷과 다른 마법 아이 템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제이크의 마법 가방처럼 무게를 줄이고 부피를 늘린 보물 상자였 던 것이다.

"아마,왕국의 보물이었겠군요."

이 마법 보물 상자는 제이크가 경험한 미래에서도 들어 보지 못 한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던전 탐사를 위해 일부러 가져온 물건일 게 분명했다. 그들은 그동안 모은 모든 마 법 아이템을 이안에 넣어 보관하 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마법 아이템을 일행이 가지고 있는 마법 배낭에 옮겨 담 을 생각이었지만,보물 상자를 본 이상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제이크는 파티마를 통해 갑옷들 에게 지시를 내려 보물 상자를 던 전 입구로 나르도록 했다.

그와 동시에 루이와 제시카도 석

실에 있던 보물을 들고 던전 밖을 나가게 했다.

혼자만 남는 제이크를 제시카가 걱정했지만,짐을 나르기에는 마 법사는 너무 허약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제시카,루이,던전을 벗어났습 니다.]

파티마가 두 사람이 빠져나간 것 을 알려 주었다.

제이크는 마지막으로 석실을 둘 러보았다.

관 안에 들어 있던 고대 금화와 시체들이 지니고 있던 귀중품도

모두 싹 털어서 루이와 제시카가 가지고 나갔기에 석실에 남아 있 는 것은 피와 시체뿐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나갈까?" 참혹한 광경에 고개를 저은 제이크가 제단 위에 떠 있는 지팡이와 완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설마 파티마와 지팡이를 회수 하려는 겁니까? 그럼 안 됩니다! 던전이 무너질 겁니다!

제이크의 허리춤에 매어진 에고 검이 비명을 질러 댔다.

머릿속을 찌르는 음성에 제이크 는 인상을 찌푸렸다.

"걱정하지 마. 나갈 방법이 있어."

-하지만 던전이 무너지지 않습 니까! 제어권을 빼앗았으면 제대 로 관리를 해 주십시오! 이게 얼 마나 큰 비용과 인력이 들어간 던 전인지 아십니까? 이건 무너지면 안 되는 던전이란 말입니다!

아쉽게도 제이크가 무사히 나가 는 문제는 에고 검에게는 아무 의 미도 없었다.

에고 검에게는 던전이 무너지는 것만이 걱정될 뿐이었다.

[아직 인정받은 주인도 아니고,

사용자로 지정되지도 않아서 그런 거 람니다.]

파티마가 소리 내어 위로를 해 주었지만,제이크의 기분은 이미 나빠진 뒤였다.

-차리리 저한테 다시 던전을 넘 겨주십시오. 그냥 무사히 나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 에고 검이 떠들 어 댔지만 제이크는 에고 검의 말 에는 아예 신경을 꺼 버리고는 파 티마하고만 이야기를 나눴다.

"준비됐지?"

[네.]

이미 메시지 마법으로 의견을 교 환했던 파티마와 제이크였다. 이 제 실행만이 남아 있었다.

"그럼 시작해!"

[지금부터 던전 자동 붕괴 절차 에 돌입합니다. 초읽기를 시작합 니다.]

파티마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순간,제이크가 에고 완드와 마법 지팡이를 회수한 뒤에 문을 향해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했다.

-60, 59, 죄송해요. 초읽기를 1 분밖에 못 늘였어요. 55, 54…….

"괜찮아,그 정도도 대성공이야!"

자동 붕괴 설정으로 하지 않은 채로 완드와 지팡이를 빼냈다면 초읽기 없이 바로 무너져 내렸을 상황이었다.

그나마 1분이라는 시간을 벌어 주었으니 제이크로서는 파티마에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보통은 1분 가지고는 시 간이 충분하지 않았지만,제이크 는 마법사였다.

"내 육체는 더 강해진다."

"내 육체는 더 빨라진다."

"나는 마나 사용자가 된다."

제이크의 근육이 배 이상 부풀어

오르고 몸의 움직임이 몇 배나 빨 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을 타고 마나가 내달렸다.

평상시라면 하기 힘든 삼중 마 법.

하지만 제이크는 지팡이에 남아 있는 마나 덕분에 마법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60초 뒤,석실이 무너지 기 시작했을 때는 제이크가 이미 한참을 내달리는 중이었다.

던전은 중심인 석실을 시체와 함 께 땅속에 묻어 버린 뒤에 착실하

게 외각까지 무너져 갔다.

통로가 무너지고,갑옷들이 땅속 에 묻혔다.

하지만 제이크가 미래에서 들은 바대로,던전이 무너지는 속도는 마법의 도움을 받은 제이크를 쫓 아올 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때문에 제이크는 무너지는 던전 을 뒤로한 채로 던전을 완전히 빠 져나올 수 있었다.

"헉헉,윽,제길,아파,죽을 것 같아!"

던전을 빠져나와도 밖은 안개가 낀 찐득한 늪지대였지만,제이크

는 전혀 그런 것에 신경 쓸 상황 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에 마법을 쏟아부었던 여파로 온몸이 엉망이었다.

과도한 사용으로 근육은 피멍이 들었고,모세 혈관들은 터져 나갔다.

거기다 몸에 강제로 돌린 마나 탓에 피부도 퍼렇게 죽어 있었다.

그동안 마법의 성공으로 사람 몸 에 마법을 걸 때의 여파를 심각하 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로 들고 온 것이 있기는 했지만,막

상 이렇게 되니 아픈 몸에도 불구 하고 차마 그것을 실행하기가 어 려웠다.

하지만 그런 제이크의 고민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제이크가 아파하는 것을 본 제시카가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제이크 버전 포션을 그의 입에 들이 부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제이크는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그는 옷 한 벌을 아예 버리게 되었고,한 동안 제시카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은 많은 전리품 때문 에 갈 때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그들은 몬스터를 피해 다녀야 했 고,보물 상자를 운반하느라 시간 도 더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걸어 루테리아 시 에 도착한 일행은 사람들 눈을 피 해 바로 저택에 틀어박혔다.

이번에 벌어진 일과 연관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집에 온 일행은 저택을 저택답게 만드는 데 시간 을 보냈다.

이번 일로 돈 걱정을 접어 버린 제시카는 하녀 힐다의 추천을 받 아 저택에서 일할 사람을 뽑았다.

정원사와 하인으로 부릴 사람들 로,루테리아 시와 근처 마을에서 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루이는 다시금 격한 훈련 에 돌입했다.

이번에 제국 기사들과 왕국의 기 사들이 떼로 죽어 나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마지막으로 제이크는 열심히 마 법 아이템을 만들고 있었다.

제이크의 던전과 그의 공방은 이 제 그 어떤 고대 던전보다 마법 아이템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벽에 세워진 마법 갑옷들과 탁자 위에 펼쳐진 마법 아이템들은 작 은 나라의 비밀 금고에 있을 양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의 눈에는 모두 마 법 실험의 재료로만 보였다.

물론 같이 모은 물건들이라 마음 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그 혼자였다면 벌써 전부 다 해체했

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법 검 하나에 박혀 있는 마석만 뽑아내서 새로 운 마법 아이템을 만드는 중이었다.

-아니,이렇게 계속 내버려 두는 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왕 바 깔에 데리고 나왔으면 구경이라도 시켜 주십시오. 벌써 천 년이 넘 었다면서, 이렇게 던전 안에 가둬 두기만 하면 어떡합니까!

한창 아이템을 만드는 제이크 옆 에는 에고 검이 떠들고 있었다.

아쉽게도 에고 검은 제이크 일행

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도적인 제시카와 방패 기사인 루 이는 아예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 했다.

제이크도 이미 에고 완드를 가지 고 있었기 때문인지 주인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제이크가 지니고 있었기에 그를 사용자로는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어디에 써먹기도 어려 운 상황이었다.

덕분에 에고 검은 제이크의 던전 에 처박히게 되었고,불만이 쌓인 검은 제이크에게 계속 투덜거렸

다.

그리고.

제이크는 그동안의 복수와 에고 검의 입을 막기 위해 새로운 마법 아이템,에고 검의 검집을 만들었다.

"강화 마법하고,마나 감지 방어 마법하고,가벼운 치료 마법하 고……

마지막 마무리를 끝낸 제이크는 검집에 보이지 않게 새겨진 마법 진을 점검했다.

그동안 실력이 늘어 마법 아이템 에 여러 가지 마법을 걸 수 있게

된 그였다.

이 에고 검의 검집은 그의 늘어 난 마법진 실력이 모두 발휘된 것 이었다.

여러 가지 마법진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마법은 바로!

"음소거 마법! 소리 금지,메시 지 마법 금지! 전부 금지다!"

-말도 안 됩니다!

에고 검은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제이크에 의해 바로 검집에 들어 가 버리고 말았다.

그 덕에 공방은 오랜만에 침묵에 잠기게 되었다.

"넌 우선 쉬고 있어. 주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아직 나서지 않고 있으니까…"

제이크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 고는 검집에 쌓여 있는 에고 검을 마법 배낭에 던져 놓고 찻잔을 들 었다.

그리고 식은 홍차를 마시며 오랜 만의 휴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일행이 저택에 숨어 들어간 뒤 제이크의 예상대로 영지와 용병들

사이에 소란이 일었다.

그동안 던전 탐사로 이름을 날린 상인 일행과 황제 기사들이 동시 에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었다.

황제 기사들을 따라온 관리들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며칠 뒤 영지를 빠져나갔다.

그 덕분에 용병들 사이에는 더욱 유언비어가 넘쳐 나게 되었다.

기사들이 상인들을 습격했다든 가,상인들이 기사들을 습격했다 가 공멸했다든가,두 그룹이 실제 로는 같은 소속이었다는 등.

별 소문이 다 흘러넘쳤지만,번 잡한 루테리아 시에서는 소란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일에 바빠 실체 를 모르는 소문은 금방 사그라졌 고,결국 황제 기사들의 실종을 걱정하는 이는 루테리아 공작 정 도뿐이었다.

그렇게 영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제국의 수도는 그렇지 못했다.

황제는 관리가 전해 온 이야기를 듣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난 것 같기도 하고 기쁜 것 같 기도 한 표정.

옆에 서 있던 대마도사는 황제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있 었다.

'맞춰서 먹이를 던져 주니 기쁘 기도 하겠지.'

그의 생각대로였다.

황제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고,또 무척이나 기뻐하는 중 이었다.

화가 난 것은.

"남부 왕국 놈들이 던전 위치들 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거지? 아 무래도 평범한 상인이 아니라 기 사로 보이는 놈들이었고? 놈들이 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인 가?"

남부 왕국으로 제국의 비밀,아 니,자신의 비밀이 흘러들어 간 것과.

"그 와중에 기사들이 전멸한 것 같다라…… 흠."

자신이 보기에 기사들이 던전 탐 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멸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기뻐한 이유는.

"뭐,그래도 전쟁을 하기 위한 그림은 대충 그려지게 되는 건 가?"

전쟁을 선언하기 위한 기회가 먼 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역시 스파이들을 다 제거하지 못한 거야. 남부 놈들이 비밀을 알았다고 하니 우리 문관들과 옆 에 계신 마도사님께서도 전쟁을 말리기 힘드실 거고……

비웃는 듯 한 황제의 말에 대마 도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전쟁을 벌인다는 황제의 말에 호 전적인 장군들은 모두 좋아했지만,문관들과 대마도사는 아직 전 쟁을 일으킬 때가 아니라며 계속 황제를 말렸다.

하지만 제국의 비밀이 남부 왕국 으로 흘러들어 간 것이 밝혀진 이 상,전쟁을 멈추기는 무리였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나서서 전쟁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이 건을 이용해서 특사 를 보낸 뒤에 특사 목을 댕강 잘 라 내서 남부 놈들에게 뒤집어씌 우면 선전 포고 명목으로는 딱 좋

겠지."

황제의 말에 대마도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앳된 얼 굴로 내뱉는 말이 하나같이 피 냄 새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정말로 희대의 정복자가 되거나 최악의 폭군이 되겠군.'

미래를 보고 온 황태자는 이미 하나의 완성된 왕이었다. 역시 지 금의 왕에게는 조언은 무리였다.

"흠,그럼 기사단 하나를 호위에 붙이고 특사는 누구를 세울까 나…… 아,그래. 루테리아에서 일

어난 일이니 공작가 사람을 특사 로 세우게 해야겠군."

황제는 잔혹한 성격만큼이나 영 리했다.

미래에는 자신의 장인이었기에 가만히 있었지만,지금은 그를 적 대시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 중 하나였다.

아무리 대수림에서 내려오는 몬 스터를 막는 데 필요한 인물이어 도,그 힘을 미리미리 빼놓을 필 요가 있었다.

"아들 둘 중에 하나만 죽여도 공 작이 먼저 나서서 남부 왕국으로

달려가겠지. 뭐,들켜도 그걸 빌미 로 대수림까지 길을 만들어도 좋고……"

제국 안을 피바다로 만들어도 상 관없어 보이는 황제였다.

대마도사는 절대 공작이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황제의 말을 듣고 있던 관 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이 내실 안에는 황제와 대마도 사,그리고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비밀을 요하는 일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지금 황제가 말하는 것을 보니 그 비밀을 들어야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은 들어 있지 않았다.

잠시 뒤,그의 생각은 황제가 그 를 향해 휘두른 검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푹!

황제는 바닥에 쓰러진 관리에게 서 검을 뽑은 뒤 밖을 향해 소리 쳤다.

"루테리아에 전령을 보내라! 특 사 파견 건이다! 아,그리고 시체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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