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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65화 (65/222)

65 화

절벽이 무너지며 마차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마차 안에 있던 공녀는 필사적으로 마차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차 문으로 뛰

어들어 오는 제이크에 밀려 안으 로 나뒹굴고 말았다.

"잠깐 기다려요!"

의자에 나뒹군 공녀는 놀란 눈으 로 제이크를 바라보았지만,제이크는 그녀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 었다.

그는 한 손에 완드를 꺼내 들고 반대편 손으로 문틀을 움켜쥐었다.

"너는 단단하다! 엄청 단단하다. 철보다 더 단단해!"

급하니 뭔가 저렴한 주문이 튀어 나와 버렸지만,다행히 주문은 제

대로 실행되었다.

마차와 같이 떨어지면서 마차를 후려치는 바위들에 마차가 버텨 낸 것이다.

광! 갸갸갸각!

물론 바위들이 마차를 후려치는 소리는 몇 번이나 들려왔다.

게다가 창밖으로 충돌 소리와 함 께 피보라가 일어나는 것도 보였다.

그것도 잠시,바위들은 마차를 지나쳐 먼저 떨어져 내렸다.

마차가 다른 바위보다는 공기 저 항을 더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그래 봤자 추락하는 건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이 깊어서 다행인 건가. 어쨌거나 너무 아래로 떨어 지기 전에 빠져나가야겠는데."

문밖으로 협곡 아래를 바라본 제이크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 였다.

꽤 떨어져 내린 것 같았는데 아 직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차가 떨어지는 것을 멈추긴 무리니 결국 몸만 빠져나가서 방 법을 찾아야겠네."

그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공녀

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난감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공녀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떨어지는 마차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 대단하긴 했지만, 그 결과가 이런 식이 되어 버리면 귀찮아졌다.

"당신은 누구죠?"

마법 지팡이도 없이 처음 보는 마법을 써 대는 제이크를 보고 그 런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답할 시간이 없

었다.

계속 추락하고 있는 마차 안을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신을 향해 내미는 제이크의 손 을 보고 공녀는 갈등했지만,곧 결심을 하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근력 강화!"

그는 바로 근육에 강화 마법을 건 뒤에 공녀를 당겨서 끌어안고 는 마차 밖으로 뛰어나갔다.

벌써 두 사람이 떨어져 내린 협 곡은 보이지도 않았다.

양옆의 절벽이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하늘도 선으로 보이는 지금,두 사람은 자신이 떨어지고 있는지 절벽이 치솟고 있는 것인지 구별 하기도 힘들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마차 안에 있는 것보다도 더 위험 했다.

하지만 마나는 이제 쥐꼬리만큼 남아 있어 마법으로 떨어지는 속 도를 줄일 수도 없었다.

제이크는 그 순간,도움이 될 만 한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바로 완드를 품에 넣고 등

에 있는 배낭에서 천막을 꺼내 들 었다.

마법 아이템인 배낭 덕분에 작은 입구에서 접혀 있는 커다란 천막 이 쑥 뽑혀 나왔다.

제이크는 천막에 남은 마나를 곧 바로 밀어 넣었다.

파파팡!

그러자 천막에 공기를 주입한 것 처럼 자동으로 주르르 펼쳐졌다.

마법 아이템으로 개조한 천막은 내부를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자 동으로 펼쳐지는 기능도 추가해 놓았었다.

그동안은 사람들의 시선 덕분에 일일이 손으로 폈지만,지금은 그 자동 펼치기 기능이 정말로 도움 이 되었다.

입구를 아래로 한 채로 잡고 있 었던 덕분에 펼쳐진 천막은 마치 낙하산이나 열기구처럼 보였다.

"윽!"

천막은 제이크의 예상대로,공기 를 듬뿍 머금어 두 사람이 떨어지 는 속도를 늦춰 주었다.

그 탓에 제이크의 양쪽 팔은 엄 청난 압력이 가해졌지만,아직 유 지되고 있는 근력 강화 마법 덕분

에 어떻게든 버텨 낼 수 있었다.

계속해서 신기한 일을 벌이는 제이크의 모습에 공녀는 눈을 동그 랗게 뜨고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런 공녀의 얼 굴을 볼 시간이 없었다.

"절벽을 좀 확인해 봐 주세요! 어딘가 튀어나온 곳이 있을 겁니다. 내릴 곳을 찾아야 해요!"

물론 낙하산 대신 사용한 천막은 낙하산처럼 낙하 속도를 많이 늦 춰 주진 못했다.

더구나,제대로 된 낙하산이 아 닌 만큼 제이크는 강화된 근력과

쥐꼬리만 한 마나를 가지고 필사 적으로 천막을 조종해야 했다.

다행히 공녀는 그의 말을 잘 따 라 주었다.

그녀는 제이크에게 안긴 채로 빠 르게 양쪽 절벽을 살펴보았고,곧 절벽에서 툭 튀어나온 암벽을 발 견해 냈다.

"아래쪽으로 200걸음,정면으로 50걸음 정도에 튀어나온 곳이 있 어요!"

그녀의 말에 힐끔 아래를 확인한 제이크는 공녀에게 소리쳤다.

"꽉 잡아요! 땅에 내려설 때는

충격이 심하니까 앞으로 굴러서 충격을 흡수해야 해요!"

전생에 군대에서 들은 착지법을 큰 소리로 외치면서,그는 천막을 조종해 방금 확인한 돌출된 바위 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아래쪽으로 200걸음.

전생의 거리로 100미터가 넘는 거리였지만,임시로 만든 낙하산 의 낙하 속도로는 5초 정도면 도 착하는 거리였다.

필사적으로 남은 마나를 끌어 올 린 제이크는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근력 강화 마법을 유지

했다.

하지만 제이크의 발이 바닥에 닿 는 순간,마나가 완전히 텅 비게 되었다.

강화된 근육은 그 순간 풀려 버 려 제이크에게 미친 듯한 고통을 선사했다.

동시에 마나와 근력으로 제어되 던 천막은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대로 바위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당탕!

제이크는 고통에 휩싸이면서도 땅과 하늘이 마구 회전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바닥에 부딪친 뒤에 마구 구르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바퀴를 구른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등 뒤로 딱딱한 돌이 느 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지만 푹신한 몸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힘을 잃어버린 제이크를 공녀가 감싸 안았던 것이다.

제이크가 더 커서 뭔가 애매한 자세가 되긴 했지만,덕분에 제이

크는 근육의 고통 외에는 크게 다 치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그를 감싼 공녀는 팔다 리가 온통 피투성이였다.

마차 안에서 흉갑을 입고 있었던 덕에 가슴과 배는 보호되었지만, 팔다리가 땅에 쓸려 천 옷은 모두 터져 나가고,피부도 쓸려 살갗이 심하게 벗겨져 있었다.

"윽,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공녀 님이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제이크는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가방에서 제이크표 포션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녀가 언제 챙 겼는지,등에 메고 있던 작은 가 방에서 붉은 포션이 담긴 병을 꺼 냈다.

"가방을 챙겨 올 수 있어 다행이 에요."

그녀는 병을 열고 바로 포션을 들이켰고,금방 상처투성이인 팔 다리가 거품이 일며 치료가 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제이크는 손에 쥔 포션을 다시 가 방 속에 넣어 두었다.

부작용을 생각하면 제이크표 포

션은 최후의 최후 때 써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제이크의 근육통과 공녀의 상처가 모 두 나았다.

그제야 두 사람은 주변을 살펴볼 수가 있었다.

"얼마나 아래로 내려온 걸까요?" 가늘게 선으로만 보일 듯 말 듯 한 하늘을 공녀가 놀란 눈으로 바 라보았다.

"한 4km 아니, 7000걸음 정도 내려왔을까요."

전생에서 쓰던 단위를 무의식중 에 쓰려던 제이크는 재빨리 정정

하고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은 아직 끝이 보이질 않았다.

제이크는 위아래를 번갈아 쳐다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실낱같이 보이는 하늘에 서 내려 주는 빛 덕분에 아직 주 변 모습은 어느 정도 보였다.

제이크가 건네준 물로 적신 천으 로 피투성이가 된 팔다리를 닦아 내던 공녀는 제이크가 말한 거리 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이 8000 걸음이 안 되는데,그 정도 높이

를 아래로 내려왔다고 하니,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에 제이크는 두 사람이 내 려선 바위를 살펴보았다.

폭과 길이가 한 십여 미터 정도 되는 절벽에서 툭 튀어나온 작은 바위였다.

오랜 바람에 쓸렸기 때문인지 신 기하게도 바위 위는 무척이나 평 평했다.

'이 정도면 우선 쉬기에는 문제 가 없겠네. 덕분에 무사히 내려앉 을 수 있었군.'

방금 전 착지를 떠올린 제이크는

날아가 버린 천막 생각에 우울해 졌다.

들인 시간과 마석을 생각하면 보 통 속이 쓰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이미 사라진 마법 아이 템을 아쉬워할 때가 아니었다.

-우선 마나를 회복한 뒤에 올라 갈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군. 흠, 뒤에 남은 일행들은 괜찮으려나? 정말 무시무시한 마법이던데.

-그런 문제는 우선 앞에 닥친 문제를 풀고 고민해 봐야 하지 않 을까요?

-응?

파티마의 말에 생각에 잠겼던 제이크가 눈을 떴다.

공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 었다.

제이크는 아차 하는 생각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이제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데요? 제이. 아니,이름도 다른가요?"

난감한 표정을 짓던 제이크는 한 숨을 내쉬고는 그녀 앞에 철썩 주 저 앉았다.

"어디까지 알고 싶으신가요. 이 렇게 되었으니 비밀로 할 수는 없

겠군요."

-기억을 지우면 되지 않을까요?

-실패하면 백치가 돼 버리는 그 런 마법을 쓰라고?

-그래도 열 중 둘 셋은 성공하 는데....

무서운 파티마의 말은 흘려버리 고,제이크는 공녀의 말을 기다렸다.

"음,뭔가 알면 무서운 일이 일 어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

고심을 하는 공녀의 표정이 묘하 게 귀여워 보여 제이크는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제이크는 미래의 황비를 본 기억 때문에 그동안 선 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귀족에다,황태자비로 있었던 그녀였지만,지금 나이는 20대 초 반이었다.

머릿속은 늙은이에 가까운 제이크에게는 귀여운 손녀 뻘일 수도 있었다.

'아니,그건 심하지. 이 몸은 아 직 10대라고.'

격렬하게 부정을 하는 그의 귓가 로 공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한 솔직히 알려 주셨으면 해요. 어차피 영지로 돌아가면 당 신과 루이 씨의 뒷조사를 할 생각 이었어요. 마법 아이템을 쓰는 당 신에 대해 의심스러운 점도 있었 고,앞으로 함께 제대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이크의 눈을 직시하며 말하는 공녀의 모습은 나이와 상관없이, 오지 않을 미래의 나이 든 황비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하지만,저를 구하기 위해 숨겨 왔던 비밀을 드러낸 당신을 다른 소문으로 오해하고 싶지는 않군

요. 어떤 비밀이던,어떤 이야기를 듣던,당신의 비밀을 지키겠어요. 지키지 못할 비밀이면 목숨을 끊 어서라도……

맹세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제이크는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하던 도 망자 시절의 황비가 바로 이 자리 에 있었다.

"흠,그럼,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어느 망국의 황비 이야기와 멸망을 지켜본 서기관의 이야기

이제는 빛이 점점 사라지는 바닥 없는 협곡의 가운데에서 다시 한 번 제이크의 인생이 그의 입술에 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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