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파 이어 월! 아이스 볼트!"
마법사가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 로 마법을 쏘아 냈다.
그러나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벽
과 얼음 화살은 제이크에게 다가 가기도 전에 전부 다시 마나로 변 해서 흩어지고 말았다.
"디스펠이 모든 마법을 흩어 버 린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마법사는 그 어떤 마법사도 디스 펠 마법으로 두 가지 종류 이상의 마법을 흩어 버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일은 스승인 대마도사도 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오래전 사라졌다는 고대 마법사들 만이..
혼란스러워하던 마법사는 그제야 제이크의 손에 들린 완드를 눈치 챘다.
"고대 마법을 계승한 거냐? 설마 미래 기억으로 고대 마법을 찾아 낸 건가?"
역시 마법사였다.
몇 가지 단서만 가지고 바로 제이크가 고대 마법사인 것과 어떻 게 고대 마법사가 된 것인지를 알 아차렸다.
그렇기에 제이크가 자신의 정체 를 밝힌 것이었다.
절대로 마법사는 이곳에서 빠져
나가게 둬서는 안 됐다.
그리고 제이크에게는 그렇게 할 능력이 있었다.
상대는 대마도사의 제자인 상급 마법사. 5서클의 마법사였지만, 이제 제이크도 고대 마법사로 따 지면 중급 마법사.
그리고 파티마의 말에 의하면, 충분히 상급 마법 기술자와 붙어 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이 위까지 올라오는 두 달 동안 그도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이다.
-지원 부탁해!
-맡겨 주세요!
더구나 그에게는 중급 마법 기술 자에 필적하는 에고 완드가 있었다.
-마나탄 10연발!
제이크의 마나를 뽑아 쓰기에 그 동안 쉽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그녀였다.
하지만 이제 제이크의 마나도 파 티마의 마법에 마나를 불어넣고도 자신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만 큼 상당한 여유가 생겼다.
"실드! 실드! 실드!"
마법사는 쏟아지는 마나탄을 막
아 내기 위해 자신의 몸 주위에 계속 방어막을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제이크의 주문을 중 단시킬 수 없었다.
"……너희는 내 지시를 따라 살 아 움직여라. 너희는 이제 땅에 박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 움 직이는 존재. 어서 자신의 증명을 모두에게 행하라!"
그그그그긍.
제이크의 주문이 끝나자 마법사 주변의 숲이 마구 흔들리는 것 같 았다.
마치 거센 바람이 숲을 뒤흔드는 것 같은 광경.
하지만,주변은 전혀 바람이 불 지 않고 있었다.
대신,조용히 서 있던 나무의 가 지들이 사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괴물이다!"
비명은 먼저 공녀와 싸우고 있던 기사들 쪽에서 시작됐다.
뒤쪽으로 물러나 활로 견제를 하 려던 기사들에게 나무줄기들이 엉 겨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드를 만들던 마법사의 다리에도 나뭇가지가 감기기 시작 했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신경이 분산된 탓에 만들던 실드 가 깨져 버렸다.
그러자 그의 몸 주변으로 마나탄 이 날아들었다.
뒤이어 나뭇가지들이 늘어나 그 를 휘감기 시작했다.
"크악,아파! 뭐야,이게! 살려 줘!"
마나탄에 옆구리가 날아가고,뒤 를 이어 나무줄기들이 그를 휘감
자 마법사는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 게 되었다.
그를 휘감은 나뭇가지들이 그의 목숨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아쉽게도 마법사가 아닌 기사들 은 시간이 조금 지나자,나뭇가지 들의 공격에서 빠져나왔다.
마법으로 느려졌다고 하지만,일 반인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에 마 나가 봉인된 것도 아니니,덤벼 오는 나뭇가지들을 충분히 쳐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공녀를 놓치고 말 았고,덕분에 그녀는 방해 없이 상대하던 기사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뭇가지들과 싸 우던 기사들은 공녀의 검에 목숨 을 잃고 말았다.
"이런,한 명 놓쳤네요."
마지막 기사를 쓰러뜨린 뒤,공 녀는 숲 한쪽을 쳐다보며 아쉬워 했다.
추적대의 수석 기사가 제이크의 마법을 깨 버리고 달아나 버린 것
이었다.
중간에 나무들을 움직이게 하는 마법이 그를 막았지만,달아나는 기사의 걸음을 막기에는 살아난 나무들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확실히 보통의 기사는 아니군요."
죽음으로 끝을 내는 기사와는 다 르게,상황에 따라 도망칠 줄 아 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현실적 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할까요?"
땅을 움직여서 사람들을 묻으며 제이크가 묻자,공녀가 결정을 내
렸다.
"추격하죠. 제국,아니,황제가 고의로 벌인 일이란 게 확인이 되 었으니,영지에 도착하기 전에 우 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선 안 돼요."
공녀의 말에 제이크가 동의했고, 두 사람은 수석 기사를 쫓아 숲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알려야 돼. 다른 사람들이 알기 전에 두 사람을 없애야 해."
숲을 내달리며 수석 기사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가까스로 싸움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언제 마법사의 손길 이 덮쳐 올지 몰랐다.
물론,마나 사용자가 된 공녀의 검술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검 으로 상대가 가능한 공녀와 다르
게 마법사는 기사에 있어서 혐오 스럽고 두려운 존재였다.
물론 그는 자신의 편이었던 마법 사가 쓰러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편 마법사는 일대의 나무들을 모두 움직이게 만든,무
시무시한 마법을 쓰는 자였다.
그런 자를 상대로 평범한(?) 마 법사가 이기기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선 국경까지 가서 수비군 에게 병력을 빌릴 생각이었다.
이미 공녀가 죽은 것으로 되어 있으니,살아온 공녀는 공녀를 흉 내 내는 왕국의 스파이로 덮어씌 우면 될 것이었다.
아직 그의 품 안에 황제의 지령 서가 남아 있었기에,그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뜻밖의 사
람에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려가던 그는 나무가 우거진 어떤 지역을 통과 하다가 발바닥에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놀란 그가 발을 들어 올리자 발 바닥에서 송곳 하나가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함정!'
분명 발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없 었던 송곳이었다.
그는 계속 이어질 함정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날렸지만, 그 옆도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바닥이 풀쩍 꺼지면서 나무 꼬챙 이가 세워진 함정이 모습을 드러 냈다.
기사는 마나를 가득 뽑아내서 겨 우 함정에서 벗어났지만 뜻밖에 머리 위에서 나무 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이런 함정에 당할 것 같으냐!" 그는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며 나무기둥을 잘라 버렸다.
그 순간,그의 머리 뒤에서 의아 한 여성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떼거리로 몰려올 걸 대비해서 만든 함정에 날파리 하나만 날아
와서 잡히냐. 너희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머리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 가 얼마 전에 들었던 이의 것이었다.
바로,공녀의 마법사와 함께 자 신들과 싸웠던 마나를 쓰는 여자 용병이 었다.
그 목소리에 기사는 자신의 실수 를 알아차리고는 아차 했다.
생각 없이 국경을 향해 달려가다 가 공녀의 마법사 일행이 숨어 있 다는 사냥꾼의 숙소에 너무 가까 이 다가간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공격할 생각이었던 곳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발이 갔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 소용없었다. 그저 후회스러웠다.
"커억!"
제시카가 말을 하는 순간,이미 그의 뒷목에는 제시카의 단검이 박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바닥으로 허물어진 기사의 목에 서 단검을 뽑아 든 제시카는 곧 긴장한 표정으로 기사가 온 방향 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숲을 가르며 빠르게 이쪽
으로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놈들이 뭘 건드려서 던전 에 살던 놈이 기어 나온 건 아니 겠지?"
그녀는 급하게 뒤로 물러서기 시 작했다.
여기 쓰러진 기사가 도망친 것을 보면 보통 위험한 게 아닐 게 분 명했다.
망가진 함정으로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그녀가 채 함정 속에 숨 기 전에 먼저 숲에서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제시카가 반사적으로 마법 단검 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녀의 단검은 상대의 검 을 부수지 못했다.
상대의 검이 교묘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오히려 단검이 하늘로 솟 구쳐 버리고 말았다.
급하게 뒤로 피하던 제시카가 상 대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공녀님!"
"놀랐어요. 실력이 보통이 아닌 데요?"
그녀의 단검을 날려 버린 상대는
두 달 전 협곡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공녀였다.
공녀는 뒤로 피하려다가 바닥에 나뒹군 제시카를 일으켜 주기 위 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제시카가 다급하게 공녀 에게 소리쳤다.
그녀가 넘어진 곳 앞에는 방금 전 기사의 발을 뚫어 버린 송곳들 이 땅 바로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
"다가오지 말아요! 위험…… 하지만,그녀의 경고는 다행히 필요 없었다.
"괜찮아요. 바닥에 깔린 송곳은 모두 땅속에 묻어 버렸고,함정들 은 전부 망가뜨렸어요."
공녀 뒤쪽에서 제이크가 걸어 나 오며 완드를 흔들어 보였던 것이다.
"제이!"
제이크의 등장에 제시카는 벌떡 일어서서 그에게 달려갔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던 공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거둬들 였다.
"살아 있었어! 내가 살아 있을 줄 알았다니까. 고대 마법사님이
이런 협곡에 떨어져 죽을 리가 없 잖아. 아…… 이런."
기뻐서 떠들던 제시카가 아차 하 는 표정이 되었다.
"괜찮아요. 공녀님도 알고 계십 니다."
"에? 어떻게?"
제이크의 대답에 제시카의 얼굴 에 안도와 의아함이 교차했다.
"살려면 마법을 써야 했고,그래 서 알려 드렸어요."
"얼마나?"
"전부 알려 드렸죠."
제이크의 말에 그녀는 공녀를 돌
아보았고,고개를 끄덕이는 공녀 의 모습에 얼굴을 푹 숙이며 낙담 을 했다.
"말도 안 돼! 나만 아는 비밀이 었는데!"
뭔가 핀트가 다른 낙담이었기에 제이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시카는 곧바로 밝은 얼굴로 돌 아와,공녀와 제이크가 살아 돌아 온 것을 기뻐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있었던 거예요? 영지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아,앰버 마법사님이 공녀님이
살아 계실 거라고,찾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셋이서 남게 되 었어."
거기까지 말한 제시카가 그제야 사냥꾼의 숙소에 누워 있는 앰버 를 떠올렸다.
"아,맞다. 공녀님! 앰버 마법사 님이 아프세요. 전에 우릴 공격했 던 마법사하고 싸우다가 쓰러지셨 어요. 루이하고 저하고 업고서 이 리로 도망쳤는데 그 뒤로 깨어나 지 못하시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쓰러진 앰버 는 마나가 계속 흩어져 나가는 모
양이었다. 그 덕분에 엠버는 지금 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루이와 제시카가 번갈아 가며 그녀에게 마나를 불어넣어 줘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놀란 공녀가 제시카를 따라 급하 게 사냥꾼의 숙소를 달려갔다.
"앰버!"
그녀가 급하게 낡은 통나무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고,공녀는 낡은 침대에 누워 있는 앰버 마법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녀님?"
앰버 마법사의 손을 잡고 마나를 불어넣어 주던 루이는 갑자기 들 어온 공녀를 보고 놀라 벌떡 일어 섰고,뒤따라온 제이크를 보며 정 말로 기쁜 얼굴이 되었다.
"살아오셨군요!"
제이크도 루이와 만난 것이 기뻤 지만,우선 누워 있는 앰버 마법 사를 살펴야 했다.
"저도 다시 보게 돼서 기뻐요. 근데 우선 마법사님을 살펴볼게요."
마법사들끼리 대결을 하다가 쓰 러진 것이니 마법사가 살피는 것
이 당연했다.
루이가 일어선 자리에 벌써 공녀 가 앉아 앰버의 손을 잡고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다.
"상처 회복 포션은 있었지만,마 법사님에게는 효과가 없었어. 다 행히 마나를 불어넣는 방법이 효 과가 있었기에 망정이지,아니었 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야."
제이크가 반대편에 앉아 앰버를 살펴보는 사이,제시카가 그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앰버의 손을 잡고 있던 공녀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탁해요."
지상으로 올라오는 2달 동안 어 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해 부탁을 하지 않던 공녀였다.
그런 그녀가 고개를 숙인 모습에 서 공녀가 앰버를 얼마나 위하고 있는지를 이 안에 있는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일이 꽤 묘하게 흐르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치료는 가능할 것 같아요. 아니, 가능합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은 대번 밝아졌다.
-신기하네요. 마나 폭탄하고 비 숫한 방법인데. 폭발하는 게 아니 라 소멸하는 것으로 변형이 되었 네요.
제이크와 파티마는 앰버의 마나 흐름에서 마나 폭탄의 흔적을 발 견했다.
고대 마도 제국에 있었던 마나 사용자 속의 마나를 폭발시키는 마법.
그리고 탑에서 스파이였던 수습 마법사가 사용하던 마나 폭탄 마 법.
그 마법이 어떻게 이런 마나 소
멸 마법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제국의 마법사들, 아니, 마법 기술자들도 놀고만 있 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계속 바뀌면 곧 있으면 정말 내가 모르는 미래가 될 것 같군.'
잠시 딴생각으로 빠진 제이크였 지만,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물 건을 가지고 있었다.
제이크는 두 달 동안 같이 구르 느라 누더기가 다 된 배낭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푸른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설마……
"제이크표 포션?"
제시카와 루이가 질겁한 표정으 로 유리병을 바라보았다.
"마나 포션이에요. 마나가 바닥 나면 채워지는 포션이긴 한데. 마 법사의 마나가 엉겼을 때도 좋은 치료제예요."
"설,설마,붉은 포션하고 같은 부작용이 있는 건가?"
제이크의 말에 더듬거리며 질문 한 것은 뜻밖에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공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