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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79화 (79/222)

79 화

"저게 뭐야!"

"대수림에 저런 몬스터가 있었어?"

대수림 밖으로 몸을 드러낸 아귀 몬스터의 크기는 대장벽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아귀 몬스터 위에 나 있는 아름 다운 여성 모양의 촉수는 똑바로 대장벽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귀 몬스터가 나타나자,성벽 위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졌다.

만약을 대비해서 뒤에 대기하고 있던 레인저들이 다 뛰어들었고, 검을 꼽고 지켜보던 공작마저 검 을 치켜들고 남아 있는 몬스터에 게 달려들었다.

다들 저 거대한 몬스터가 도착하 기 전에 전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젠장,이건 우리가 상대할 놈이 아닌데."

그 와중에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 는 용병들도 있었지만,그 수는 많지 않았다.

중간에 빠져나갔다가는 앞으로 이 루테리아에 발을 붙이고 용병 질을 하기는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빠져나간 용병들은 내일부터는 이 루테리아에서 다시 보기 힘들 게 분명했다.

다만,남은 용병들도 다가오는

거대한 몬스터를 보고 어찌할 바 를 몰랐다.

"맙소사,저거,몬스터 물고기잖아."

"물고기 맞아? 다리가 달렸는 데?"

"커서 그렇지만 물고기는 맞는 듯한데."

용병들은 다가오는 아귀 몬스터 를 보고 중구난방으로 소리를 쳤 고,제이크 일행은 모여서 작게 속삭였다.

"그놈 맞아? 원래 다리가 달린 놈이었나?"

"아뇨,그때는 없었어요."

"그럼 다른 놈 아닐까?"

"그놈 맞아요. 다른 것보다 몸 위에 솟아오른 저 여성형태의 촉 수가 그때랑 똑같아요."

거기다 제이크가 날려 버린 상처 들이 곳곳에 흉터로 남아 있는 것 이,그때 보았던 아귀 몬스터가 확실했다.

모두가 힘을 합치자 남아 있던 몬스터들이 빠르게 정리되어 갔다.

하지만,몬스터들이 다 정리되기 전에 다가오던 아귀 몬스터의 속

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쾅쾅쾅!

땅을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거대 한 덩치가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말로만 듣던 메테오 마법의 운석 이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막아!"

"저걸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그 모습에 놀란 용병들과 레인저 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남아 있는 화살과 힘이 남은 마 법사의 마법이 아귀 몬스터를 향 해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화살은 몬스터의 피부를

뚫지 못했고,마법은 아귀 몬스터 의 마법 저항에 막혀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다.

결국 아귀 몬스터는 저항 없이 대장벽 앞까지 달려들 수 있었고.

쿠앙!

결국 그 머리를 대장벽에 들이박 았다.

"으악!"

"누가 좀 잡아 줘!"

엄청난 소리와 함께 장벽이 들썩 였다.

아귀 몬스터가 들이받은 장벽 위 에 있던 용병들은 장벽 앞뒤로 튕

겨 나가고 말았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게 된 그들이었다.

마나 사용자라면 어찌 살 수도 있을 높이일 수 있겠지만,평범한 사람들인 그들은 그 높이에서 떨 어져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아래로 떨어 져서 목숨을 잃고 말았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보다 더 컸다.

쩌적!

아귀 몬스터가 들이받은 장벽이 마구 갈라지며 흔들거린 것이다.

몇 백 년 동안 대수림의 몬스터 들에게서 루테리아를 지켜 온 장 벽이었지만,산처럼 거대한 괴수 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모습에 놀란 레인저 부대장들 과 공작 일행이 아귀 몬스터가 들 이받은 장벽 쪽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아귀 몬스터는 개의치 않 고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들이받을 준비를 했다.

"저거 금방 뚫릴 것 같은데."

"뚫리면 큰일이잖아요. 저긴 시 하고 바로 연결된 장벽인데……

루이의 걱정스러운 말처럼 아귀

몬스터가 들이받은 장벽 뒤에는 루테리아의 시가지가 펼쳐져 있었다.

"저런 놈이 시로 들어서면 지옥 이 벌어질 거야."

제시카가 급하게 아귀 몬스터가 있는 장벽 쪽으로 달려 나갔고, 루이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제시카의 말처럼 장벽은 루테리아 시의 위아래로 길게 영지 전체 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원래 루테리아 시는 몬스터 웨이 브를 한곳에 집중시키기 위한 초 대 루테리아 공작의 꼼수로 인해 만들어진 도시였다.

긴 장벽을 만들어 영지와 대수림 을 갈라놓기는 했지만,한 번에 쏟아져 내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기에는 장벽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초대 루테리아 공작은 대 수림과 가까운 장벽에 요새 성을 지었다.

몬스터 웨이브는 먹이가 없어서 대수림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

는 것.

장벽에 붙은 요새성을 만들어 많 을 사람을 거주하게 한다면 몬스 터 웨이브가 그리로 쏠릴 게 분명 했기 때문이었다.

초대 루테리아 공작의 아이디어 는 대성공이었다.

그가 만든 요새성 주변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람과 물자가 모 여 마을을 이루고 도시가 되었다.

이후 몬스터 웨이브가 루테리아 시에 더욱 달려들어,반대로 루테리아 영지가 오랜 세월 동안 대장 벽 뒤에서 평화로울 수 있었던 것

이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지금 루테리아 시는 거대한 아귀 몬스터에 의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쿠앙!

뒤로 물러선 아귀 몬스터가 다시 한번 장벽을 들이받자,장벽의 금 이 더욱 넓어졌다.

심지어는 일부가 무너지기까지 했다.

소란스러운 그때,아귀 몬스터가

다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때.

공작 일행이 아귀 몬스터 앞에 도착했다.

장벽의 북쪽에 있던 그들이었지 만,마나를 쓸 수 있기에 그들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루이와 제시카도 거의 같은 시간 에 그곳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마법사들은 마나 사용 자들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어 이 자리에는 마나 사용자와 기사밖에 는 없었다.

하지만,공작은 전혀 개의치 않

았다.

"엄호해!"

그는 뒤에 있는 레인저들에게 지 시를 내리고는 장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의 말에 레인저들이 활과 쇠뇌 로 아귀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날 렸다.

슈슈슈숙

그사이에 공작은 장벽 아래로 내 려선 뒤 한걸음에 아귀 몬스터의 앞까지 도착했다.

쿵,쿵.

아귀 몬스터는 날아온 화살이 귀

찮은지 머리를 털며 슬금슬금 뒤 로 물러서는 중이었다.

마나 사용자들의 화살은 평범한 용병의 화살과는 속도와 힘의 차 이가 너무도 컸다.

용병들의 화살은 신경도 쓰지 않 았던 아귀 몬스터도 마나 사용자 의 화살은 꽤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물러서는 아귀 몬 스터 앞에 도착한 공작은 위를 올 려다보며 신음을 흘렸다.

그도 이렇게 거대한 몬스터는 처 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어디부터 공격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였다.

공작의 옆으로 레이첼 공녀가 스 쳐 지나갔다.

"저는 위로 올라갈게요!"

공작의 뒤를 이어 그녀도 뛰어내 린 것이었다.

공녀는 묘기를 부리듯 초롱아귀 의 새로 생긴 다리를 치고 올라가 아귀의 등 위로 올라섰다.

그녀의 모습에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던 공작은 흐뭇한 표정이 되 었다가,다시 자신이 해야 할 일 에 집중했다.

"레이첼이 위면 난 아래인가." 그는 바로 검에 마나를 가득 불 어넣고는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기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퍼억!

마치 장작을 패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거대한 아귀의 다리에서 피가 치솟았다.

푸악!

검을 휘두른 공작의 몸에 피가 가득 튀었지만,공작은 신경 쓰지 않고 나무를 패는 자세로 계속 다 리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크아앙!

레인저들의 쏘아 낸 화살들은 그 저 귀찮게만 했을 뿐이었는데,공 작의 칼질은 초롱아귀에게도 고통 을 주었다.

초롱아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휘청거렸다.

그로 인해 아귀 몬스터의 끝에 매달려 공격하던 레이첼이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검을 아귀 몬스터 의 구멍이 숭숭 뚫린 등판에 꼽고 버틴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귀 몬 스터의 얼굴 위쪽으로 솟아 있는 촉수를 바라보았다.

허공으로 흐느적거리는 촉수의 끝은 제이크 일행의 말처럼 아름 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작이나 다른 레인저들은 알지 못했지만,공녀와 앰버는 제이크 일행에게 이 몬스터에 대해 이미 들었다.

그래서 공작이 먼저 나서서 아귀 에게 달려드는 순간,그녀도 따라 나선 것이었다.

물론 이 몬스터의 등장이 제이크 일행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 지만,그녀는 제이크 일행과 비밀 을 공유한 동료로서 이 몬스터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루이와 제시카 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성벽을 내려왔는지 제시카도 반대편 다리를 타고 아귀 몬 스터 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도착한 루이는 방패에 마 나를 가득 두른 채로 아귀 몬스터 의 다리를 들이받았다.

쿵!

그러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아귀 몬스터의 다리가 뒤로 밀려났다.

앞쪽 두 다리로 더 이상 몸을 받 칠 수 없게 되자,아귀 몬스터는

앞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와!

거대한 아귀 몬스터가 쓰러지자 장벽 위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으앗,살살해!"

겨우 몸 위로 올라섰다가 떨어질 뻔한 제시카가 루이를 향해 소리 를 치고는 반대편 등위에 있는 공 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 왔어요!"

공녀는 제시카를 보고는 박아 넣 은 검을 뽑아 무엇을 찾는 것처럼 이러저리 움직이는 촉수를 가리켰다.

"제시카! 아무래도 촉수 먼저 처 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딱 봐도 이 아귀 몬스터의 눈 역 할을 저 촉수가 하고 있는 게 분 명했다.

제시카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두 여성은 아귀 몬스터의 등 양 쪽에서 촉수를 향해 달려 나갔다.

하지만 널찍한 아귀 몬스터의 등 판은 커다랗게 숭숭 뚫린 구멍 때 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그 구멍으로 악취 나는 바람이 들락거리는 탓에 두 여성 은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달려야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마나 사용자에 다가 한쪽은 도적,다른 쪽은 검 술의 달인인 만큼 빠르게 촉수 가 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두 여성이 촉수에 도착하기 전에 넘어져 정신을 못 차리던 아귀 몬스터가 정신을 차 렸다.

장벽을 바라보던 촉수의 상체가 두 여성을 향해 돌아섰다.

여성으로 보이는 촉수의 눈이 붉 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푸아아아악!

등판에 난 구멍에서 수많은 촉수 들이 솟아올랐다!

사람의 팔뚝 크기의 구렁이처럼 보이는 촉수들이 수 미터 이상 치 솟아 오르더니 제시카와 공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아귀 몬스터의 다리 가 순식간에 치료가 되며 몬스터 가 몸을 일으켰다.

"이런,치유술도 가지고 있었 나?"

열심히 자르던 다리가 멀쩡해지 는 것을 본 공작이 눈살을 찌푸리

며 다시 검을 내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귀 몬스터 의 다리가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가 내리꽂혔다.

쿠아앙!

"크윽!"

"으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진동이 사방 으로 퍼져 나갔다.

진동은 땅뿐만 아니라 공기 중으 로도 충격파같이 퍼져 나갔고,그 탓에 다리에 붙어 있던 공작과 루 이도 수십 미터 뒤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제시카와 공녀는 촉수들 안에 갇 힌 채로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다행히 제시카의 빠른 움직임과 공녀의 검술 덕분에 버텨 내기는 했다.

하지만 촉수의 밭을 빠져나올 수 는 없었다.

몸에 달라붙은 하루살이들을 대 충 정리한 아귀 몬스터가 다시금 대장벽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했다.

이제 한 번만 들이받으면 충분히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어 보였다.

레인저 부대장들은 그 모습을 보 고 이를 악물고 화살을 날렸지만, 이제 아귀 몬스터는 그 정도의 화 살은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귀 몬스터가 앞으로 달려 나가 기 시작했다.

화살을 쏘던 레인저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를 본 공작은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다른 방향에서 아귀 몬스 터를 보던 루이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아귀 몬스터가 달려가는 방향이

이상했던 것이다.

아귀 몬스터는 좀 전까지 들이받 았던 정면의 장벽이 아니라 남쪽 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 아귀 몬스터 위에 매달린 촉수의 눈은 자신의 앞을 뚫어지 게 바라보고 있었고,그녀의 입은 환하게 미소 짓는 중이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남쪽의 장벽 위 에는 황당한 표정으로 아귀 몬스 터를 바라보는 제이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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