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화
푹!
제이크가 쓴 화살은 정확하게 촉 수의 끝,여성의 어깨에 깊숙하게 박혔다.
그 충격에 촉수가 마비에서 깨어
나 자신의 양손으로 화살을 잡는 순간.
쿠앙!
화살촉에 박혀 있던 마석이 폭발 했다.
화염이 촉수의 온몸을 뒤덮었고, 초롱아귀는 처음으로 비명을 내질 렸다.
크아아악!
쨍그랑! 쨍그랑!
그 비명에 저택 창문이 모두 깨 져 나갔다.
초롱아귀의 다리를 베어 내던 공 녀와 제시카도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섰다.
-제법 강화된 창이었는데…… 한 방에 박살 나네요.
"남 이야기하듯 하지 마. 다 돈 이야."
화염이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 며 제이크가 파티마에게 한마디 했다.
그러자 파티마는 제이크에게 새 침하게 혀를 차고는 이야기를 계 속해나갔다.
-던전은 전혀 손상이 없는 상태 입니다. 집을 방어하기 위한 마력
을 쓰지 않는다면 마나 소모를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아주 집을 박살 내라고 고사를 지내는군."
-저는 신관이 아니라 마법 에고 아이템입니다. 제사 같은 것은 안 지냅니다.
파티마의 대답이 끝나자 제이크 는 끌끌 혀를 찾다.
파티마 때문이 아니라,완전히 없애지 못한 초롱아귀의 촉수 때 문이었다.
화살을 잡았던 양팔과 화살이 박 힌 한쪽 어깨,그리고 얼굴도 반 은 날아가 버렸지만,나머지 부분 은 시꺼떻게 그을렸을 뿐,아직 멀쩡해 보였다.
물론 사람이었으면 그 정도 부상 이면 죽었을 게 분명했지만, 역시 생긴 것만 사람 모습이었다. 초롱 아귀의 모습은 실로 끔찍했다.
화살을 잡았던 양팔과 화살이 박 힌 한쪽 어깨,그리고 얼굴도 반 이 날아간 상태였다.
그럼에도,초롱아귀는 큰 타격이 없어 보였다.
아니,오히려 점점 멀쩡해지고 있었다.
피 대신 하얀 물만 흘러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폭탄 화살을 좀 더 만들어 놓는 건데."
평범한 화살을 더 날려 조금이라 도 방해를 해 볼까 했던 제이크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일반 화살은 촉수에 제대로 박히 지도 않았고,오히려 촉수에 걸려 덜렁거릴 뿐이었다.
-마법사로서 제대로 가공되지 않은 마법 아이템을 남겨 놓는 것 은 수치스러운 일이에요!
"뭐,미완성이라도 잘 써먹으면 그만이지. 그보다 어쩐다? 오히려 화만 키운 것 같은데."
예상대로 촉수가 초롱아귀의 시 력과 청각을 담당하고 있었다.
회복력이 뛰어난지 다시금 복구 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아직도 망 가진 촉수의 얼굴과 몸에 초롱아 귀는 목표를 잃고 사방으로 다리 와 꼬리를 휘두르고 있었다.
때문에 전보다 훨씬 광폭한 음직 임에 접근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그럼 자리를 옮기죠. 이곳에서 써먹을 마법은 다 써먹은 것 같으
니까요.
"오케이,"
결정을 내린 제이크는 앞쪽의 두 여성에게 외친 뒤,먼저 저택 옆 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뒷산 쪽으로 이동합니다. 빨리 움직여요!"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제이크 의 말이었지만,제시카는 그의 말 을 바로 알아들었다.
제이크의 던전에 대해 제이크를 제외하고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이 제시카였기 때문이었다.
"공녀님! 제이크 말대로 저 뒷산
위로 올라가야 해요!"
제시카가 공녀에게 외치다가 그 녀의 머리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깍! 공녀님,머리카락이 엉망이 에요! 설마?"
그녀는 바로 자신의 머리를 확인 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제이크,너! 이따가 가만히 안 둘 거야!"
화가 잔뜩 난 제시카가 마법 부 츠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제이크를 향해 달려갔다.
도적 출신의 마나 사용자가 마법
부츠까지 사용했다.
그녀는 금방 제이크를 따라잡았다.
분노한 제시카의 두 주먹을 보니 몬스터에게 당하기 전에 제시카에 게 두들겨 맞을 것 같았다.
"두 분이 있는 줄 몰랐어요. 일 끝나면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 을 거예요!"
제이크는 급하게 제시카에게 변 명을 늘어놓았다.
제시카만 화가 나 있으면 어떻게 뭉개보겠지만,뒤따라오는 공녀의 표정마저 무척이나 안 좋아 보였
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미용실용 마법부터 만들어야 할 판인데.'
-망가진 머릿결을 원래로 돌리 는 것은 물체 수복 같은 고위 마 법이나 고위 신관의 치료술밖에는 없을 텐데요.
바로 파티마의 초 치는 말이 들 려왔다.
정 안 된다면 전생의 헤어 용품 을 마법으로 복원하기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다만,두 여성의 머리카락을 되 살리는 일은 저 몬스터를 물리치
고 난 뒤의 일이었다.
공녀와 제시카는 머리에 대한 일 을 뒤로 미루고 최대한 빨리 달려 나갔다.
제이크도 늦지 않기 위해 마법을 몸에 걸어 가속했다.
초롱아귀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뒷산에 올라야 했다.
저택의 뒷산은 산이라고 불리기 보다는 동산으로 불리는 편이 맞 을 정도로 자그마했다.
자라는 나무들도 다 낮은 나무밖 에 없었고,수풀만이 우거져 있었다.
볼품없는 낮은 동산을 제이크가 던전으로 만든 것은 이곳에 마나 가 무척이나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지하에 있는 던전 과 함께 동산 전체가 개조되어 있 었다.
도적이나 마법 부츠를 가지고 있 는 제시카가 제일 빨리 뒷산에 진 입했고,그 뒤를 공녀와 제이크가 같이 산 아래에 들어섰다.
그 순간,화살에 맞은 부상을 회복한 초롱아귀가 세 사람을 쫓 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콰직!
초롱아귀는 커다란 다리를 성큼 성큼 움직였고,긴 꼬리가 좌우로 크게 회를 쳤다.
때문에 담벼락 한쪽이 완전히 무 너져 내렸고,저택의 일부마저 박 살이 나고 말았다.
저택의 방어 마법이 발동이 되어 초롱아귀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이미 자기 몸을 회복하는 데 익숙 해진 몬스터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제이크의 저택의 일부를 무너뜨린 초롱아귀는 빠른 속도로
세 사람의 뒤를 따랐다.
초롱아귀는 빠르게 산 아래에 도 착했고,낮은 나무를 넘어뜨리면 서 산 위로 올라갔다.
대수림의 나무들도 밀어내면서 움직였던 초롱아귀였다. 이 정도 나무들은 걸리적거리지도 않을 터 였다.
그래도 다행히 초롱아귀가 산 아 래에 도착한 순간,세 사람은 뒷 산 정상에 도착했다.
산 정상은 푸른 잔디가 넓게 펼 쳐진 분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왜 이리로 온 거죠?"
제이크와 제시카와는 다르게,이 곳에 온 이유를 알지 못한 공녀였다.
공녀의 질문에,제이크는 등에 맨 긴 마법 지팡이를 땅에 꽂고는 입을 열었다.
"이 동산의 지하에는 저택과 이 어진 제 마법 실험실,아니,제 던전이 있습니다. 그리고,지금 제 가 서 있는 이곳의 바로 아래쪽에 는 그 던전의 핵이 있고요."
제이크가 꽂은 지팡이가 조금씩 떨리며 지팡이에 새겨진 마법진이 점점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하 던전과 이 동산은 저와 제시카가 만든 수많은 함정 과 방어 마법들이 자리 잡고 있습 니다. 저는 초롱아귀에게 저택에 새겨져 있던 방어 마법하고는 다 른,살아 있는 던전의 위력을 보 여 줄 생각입니다."
콰직, 콰지직.
제이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지 너머로 초롱아귀의 촉수가 불쑥 위로 솟구쳤다.
어느새 초롱아귀가 위로 올라온 것이다.
상처를 회복한 촉수의 모습은 과
거와는 조금 달랐다.
과거에는 아름다운 맨몸의 상체 를 드러냈던 촉수였는데,지금은 곳곳에 갑옷처럼 보이는 비늘을 덮고 있었다.
전에 제이크에게 상처를 입은 뒤,이번에는 대응책을 마련해 온 것이다.
"전에는 이렇게 회복하지 못한 것 같은데."
"뭐,회복을 하는지 안 하는지 보지도 못했죠. 속에서 터트리고 냉큼 달아난 상황이었으니까요."
의아해하는 제시카의 말에 제이
크가 대답했다.
사실 지금 초롱아귀가 보인 능력 은 제이크에게 당한 상처를 회복 하고 새로 다리를 만들면서 초롱 아귀가 깨달은 능력이었다.
"뭐,상관없겠죠.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든,새로 얻은 능력이든 이곳에서 결판이 날 테니."
"그리고,두 분은 저를 지켜 주 시다가 제가 말씀드리면 결정타를 날려 주세요."
제이크의 말에 공녀와 제시카는 검을 다시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알맞은 장소에 도착했으
니 손님맞이를 해 볼까?"
지하의 핵과 연결된 마법 스태프 를 손에 쥔 제이크의 머릿속에 던 전을 이루는 각종 마법진과 함정 이 펼쳐졌다.
제이크는 초롱아귀가 밟고 있는 땅 아래에 숨겨진 함정을 발동시 켰다.
덜컹!
초롱아귀의 앞발 아래의 땅이 푹 꺼지며 다리 한쪽이 아래로 처박 혔다.
함정은 깊이가 10미터가 넘지 않았지만,대신 그 바닥에는 수많
은 거대한 송곳이 가득 박혀 있었다.
푸악!
크아아앙!
발에 창 같은 송곳들이 박힌 초 롱아귀는 비명을 질렀고,그 비명 에 호응을 하듯 함정 주변에 화염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화염은 초롱아귀의 얼굴과 배를 달궜지만,아쉽게도 허공에 뿜어 지는 양이 더 많았다.
"쳇,인간을 상정해서 만든 연계 함정이라 제대로 안 걸렸네."
제시카가 허공을 향해 뿜어진 화
염을 보고 아쉬워했지만,그녀와 제이크가 만든 함정과 마법진의 연계는 거대 몬스터를 상대로도 훌륭하게 타격을 주었다.
화염에 이어 기름이 쏟아지고, 거기다 그리스 마법이 추가되었다.
초롱아귀는 계속 미끄러졌고,그 몸도 어느새 기름 범벅이 되었다.
제이크는 거기다 전격 마법과 화 염 마법을 들이부었다.
인간을 상대로 준비한 마법과 함 정이라는 제이크의 말이 무색하 게,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공녀가
깜짝 놀랐다.
"설마,군대하고 싸울 생각이었 나요?"
하지만 제이크는 마법을 쏟는 데 집중하느라 공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산등성이 붕괴되고,물과 불이 뿜어져 나왔다.
낮은 야산이 금방 지옥의 화산처 럼 변해 버렸다.
하지만 초롱아귀는 지독한 회복 능력으로 함정과 마법들을 계속 버텨 내며 분지 안으로 밀고 들어 왔다.
그리고 이윽고,동산에 만들어 놓은 모든 함정들을 뚫고 제이크 앞에 도착했다.
초롱아귀는 온몸에 화상과 상처 가 가득했다.
거기다 등에 솟아올랐던 촉수들 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여성체 촉수도 상처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회복 능력도 무척이나 약 해져 있었다.
상처들은 전과 달리 거의 회복되 지 않았고,몸에서 흐르는 피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초롱아귀의 몸은 한계에 다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초롱아귀의 힘과 의지는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꺄악!"
접근을 막기 위해 다리에 달라붙 어 검을 휘두르던 공녀가 검에 박 힌 채로 휘두르는 초롱아귀의 다 리에 맞아 튕겨 나갔다.
작은 촉수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등 위로 뛰어오르던 제시카는 초 롱아귀가 땅에 상처투성이인 자신 의 몸을 긁어 버린 탓에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초롱아귀는 두 여성을 뿌리친 뒤 에 제이크를 향해 거대한 입을 벌 린 채 달려들었다.
전에도 입속에 들어간 제이크 때 문에 곤역을 치른 초롱아귀였다.
그럼에도 또다시 제이크를 먹으 려고 한 것이었다.
제이크는 의아해했지만,주어진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몸 주변에 실드를 치고 초 롱아귀의 입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뒤로 몸을
날렸다.
-최후는…… 대적자와 같이……. 마음속에 들려온 몬스터의 음성 때문이었다.
놀란 제이크가 감각을 활성화해 보니,초롱아귀의 몸 깊숙한 곳에 서 마나가 폭주하고 있는 것이 느 껴 졌다.
바로 마석이 있는 장소.
"이젠 몬스터도 자폭이냐!"
제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한탄을 하며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런,시간에 맞을까? 너도 지
원해!"
[던전의 마나를 모두 지원하겠습 니다.]
제이크의 손에 들린 마법 지팡이 와 반대 손에 들린 완드가 환하게 빛을 뿌렸고,그와 동시에 입을 벌린 초롱 아귀의 배에서 환한 빛 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동산에서 큰 폭 발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