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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85화 (85/222)

85 화

제이크가 꺼내 든 주먹만 한 마 석은 초롱아귀의 심장에 박혀 있 던 바로 그 마석이었다.

처음에 아귀 몬스터의 자폭을 알 게 되었을 때는 마석 자체가 폭발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마석이 아니라 마석에 붙어 있는 심장이 폭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법사의 서클처럼 초롱아귀는 자신의 심장을 육체 회복의 엔진 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엔진을 과열시켜서 폭 파시키려는 중이었던 것이다.

제이크는 터지는 것이 마석이 아 니라 심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곧바로 세 사람과 함께 던전 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 속에는 마석도 포함시켰다.

그로 인해 과부한 공간 이동으로 기절해 버리는 바람에 던전 핵의 마나도 모두 소모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마석이라 면,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충분했다.

이전에 가지고 왔던 마석의 극히 일부분만으로도 이 커다란 던전을 유지하고 가동시키는 데 충분했다.

하물며 이렇게 커다란 마석을 사 용하면 얼마나 커다란 던전을 만 들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

다.

"끙,문제는 지금 이 던전은 더 이상 쓸 수가 없다는 건데……

저택이 무너진 것은 그렇다 치더 라도,마나가 모이는 핫 스팟이 사라져 버렸으니 던전을 계속 유 지할 수가 없었다.

외부에서 마나를 끌어오지 못한 다면 이 큰 마석을 가지고도 던전 을 오래 유지하기는 불가능했다.

한참을 아쉬워하던 제이크는 결 국 던전을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 렸다.

다른 해보다 일찍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는 영지에 전보다 많은 피 해를 가져왔다.

초롱아귀가 등장하기 전에도 전 과 다른 몬스터들의 움직임에 많 은 용병과 레인저들의 피해가 있 었다.

게다가 초롱아귀가 등장한 이후 에는 대장벽은 물론 루테리아 시 안까지 피해를 보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영주인 루테리아 공 작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몬스터

웨이브를 끝낸 축하 자리에서 공 녀의 무사 귀환을 대대적으로 홍 보했다.

일반 영지민들은 그제야 공녀가 살아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다.

영지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공 녀인 만큼 그들은 공녀의 생환을 무척이나 기쁘게 받아들였다.

공작은 그 자리에서 공녀를 구해 온 제이크 일행에게 각종 포상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용병들과 레인저들에게는 전보다 더 큰 포상을 내려 가라앉 은 영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물론 제이크 자신이 초롱아귀를 잡았다는 것을 알렸다면,지금보 다 훨씬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렇게 하지 않 았다.

자신이 고대 마법사라는 것과 자 신의 던전을 이야기해야만 그 모 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초롱아귀가 이유 없이 자 폭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의 축제가 지나가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영지민들은 망가진 대장벽과 용 병 거리를 보수하고,다친 자들을 치료했다.

그리고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는 영지에 어느새 겨울이 다가왔다.

축제가 끝난 뒤,제이크 파티와

고용인들은 용병 거리에 있는 3층

건물에 머물게 되었다.

그 건물은 얼마 전까지 중견급 용병대가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몬스터 웨이브 도 중에 이탈을 하는 바람에 영주가 용병대에서 압수했던 것이다.

이제 그 용병대는 앞으로 루테리아 영지는 물론,제국에서 용병으 로서 의뢰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 능하게 될 것이다.

공작이 그렇게 조치를 했으니 말 이다.

용병대도 그것을 각오하고 탈주 를 한 것이겠지만,그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원래 제이크 일행은 공작과 공녀 의 배려로 저택이 다시 지어질 동 안 영주성에서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저택의 필요성은 없 어진 뒤여서,제이크는 공작에게 이 집을 보상으로 받았다.

루테리아 시 외곽에 있던 저택의 반도 안 되는 크기였지만,시 안 에 있다는 이유로 전의 저택보다 훨씬 비쌌다.

그래서인지 집이 작아졌어도 힐 다와 앤,두 하녀는 물론,제시카 와 루이도 새로운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을 무척이나 기뻐했다.

과거 귀족이었던 제이크만이 자 신이 살던 넓은 저택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더구나 제이크에게는 쥐꼬리만 한 지하실만 가지고 있는 이 집은 새로운 던전을 찾기 전에 임시로 지내는 집일 뿐이었다.

사실 제이크에게는 쥐꼬리만 한 지하실만 있는 이 집은 새로운 던 전을 찾기 전에 임시로 지내는 거 처에 불과하기에 큰 의미가 없기 도 했다.

새로운 집을 정리하고,박살 난 저택에서 쓸 만한 물건을 가지고 온 지 며칠이 지을 때였다.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세 사람은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얼마 전까지 용병대 대장의 집무실이었던 방에 모였다.

집무실 분위기는 아직 정리를 하 지 않아서 평범한 용병대 대장의 집무실과 다름이 없었다.

한쪽 벽에 박제된 몬스터들의 머 리.

다른 한쪽 벽면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무기들.

그것들로 인해 집무실 분위기는 무척이나 살벌하게 느껴졌다.

용병인 제시카와 과거 기사의 종 자였던 루이는 이런 방 분위기에 별로 불만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책과 함께 지 냈던 제이크로서는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이 집무실이었던 곳에 그들이 모인 것은 다른 방들이 이 보다 더 황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재 대신으로 이 방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우리 파티가 다음에 할 일

은 뭐야?"

의자에 앉아 한 손에으로 와인을 가득 부은 밀크티를 홀짝이고 있 던 제시카가 제이크에게 물었다.

그 말에 제이크는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마법을 배우고,제시카가 마나 사용자가 된 뒤에 저택을 사고, 던전을 만들고...

루이가 합류하고,공녀와 비밀을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 지금.

처음 생각했던 목표들은 얼추 이 룬 듯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들 또한 많이

남아 있었다.

"많은 것들이 있죠. 예를 들어 파티 보강,저택의 재구입,귀족들 과의 만담 자리를 가지는 등…… 또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확인 해 봐야 하지만,가장 먼저 할 일 은 제대로 된 핫 스팟을 찾아 던 전을 다시 만드는 일이겠죠."

망가진 던전 생각에 제이크는 다 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제시카와 루이는 그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제이크가 만든 던전의 제 대로 된 위력을 보았기에,두 사

람은 제이크의 의견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다만,저택을 구할 때 제이크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고생을 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제시카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저택을 구하려면 다시 외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 야? 그 근처에 그 핫 스팟이라는 곳이 더 있었어?"

제시카의 물음에 제이크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에는 없어요. 마나가 조금 모이는 곳은 있지만,던전을 만들

기는 무리예요. 반대로 대수림 쪽 으로 들어가면 많이 있긴 하지만, 그곳에 던전을 만들긴 무리고요."

"그럼 어떻게 하려고?"

제시카는 제이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오히려 루이가 그 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설마 영지를 벗어나야 하는 건 가요?"

루이의 질문에 제이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제시카는 놀라 눈 을 크게 떴다.

"에? 그런 생각이었어? 이제야 공녀님하고 친해졌잖아. 근데 다

른 영지로 가면 어떻게 하려고?" 제이크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껏 공녀와 힘을 합치게 되었는 데 핫 스팟을 찾는다고 영지를 벗 어날 수는 없었다.

"우선 올 겨울은 근처를 돌아다 니며 괜찮은 곳을 찾아 봐야겠네요. 부족한 곳이라도 영지를 벗어 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더구 나 다른 영지로 간다고 해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원래 돈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겨울은 용병들이 푹 쉬는 계절이

야. 간만에 나도 술 좀 먹어 보 자. 이 밀크티도 좋지만,사람들하 고 거하게 마시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거든."

"그렇게 되면 전 겨울 동안 훈련 을 해야겠습니다. 아직 마나를 다 루는 게 부족한 면이 있어서 훈련 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 집도 가볍게 대련이나 훈련을 할 수 있는 뒷마당이 있었다.

"너도 참 징그럽다. 사람이 조이 는 게 있으면 푸는 것도 있어야 해. 그렇게 매일 자신을 조이기만

하면 어딘가 망가질 수도 있어."

"혹시 경험이신가요?"

"뭐,반쯤은……

"그럼,저도 훈련 시간을 좀 줄 여 볼 테니 저와 함께 훈련하시 죠. 너무 놀아도 안 좋을 게 분명 하니까요."

루이의 말에 제시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싫어. 올해는 너무 힘든 한 해 였어. 이미 일 년 이상의 고생을 했으니 겨울은 놀아도 돼."

"그만,그만요. 어쨌든 겨울에는 여기에 있는 것으로 하죠."

제이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막고 우선 회의를 마치기로 했다.

대충 올 겨울 계획이 세워졌으니 시간을 들여서 정리하면 될 듯했다.

회의가 끝나자 제시카는 계속 옆 에 달라붙는 루이를 피해 빠른 속 도로 방을 나섰다.

하지만 루이가 그녀의 옆으로 질 세라 따라붙었다.

"그래도 훈련은 필요합니다. 저 와 같이 훈련해서 감각을 계속 살 려야 한다니까요."

"싫다니까. 너,대련 상대가 없어

서 나 꼬드기는 거잖아. 너랑 대 련하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 냥 다른 사람하고 해."

"사람을 구하기 힘듭니다. 용병 들 중에 마나 사용자라면 거의 용 병대의 대장들이라 대련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럼 난 괜찮고? 난 분명히 싫 다고 했어. 오늘부터 술 마실 거 야!"

"아니,제 말 좀……

그래도 서먹했던 두 사람이 저렇 듯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많 이 가까워진 듯했다.

두 사람 목소리가 방에서 점점 멀어지자,제이크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사방이 고요해졌다.

제이크는 다시 피곤한 얼굴로 돌 아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근처 영지라도 돌아봐야 하나. 아무래도 영지 내에는 핫 스팟이 없어서 던전 만들기가 무리인 데……

"흠,핫 스팟이라는 게 마나가 모여들어서 몬스터가 자주 발생하 는 곳을 말하는 건가요? 야옹!"

그런데 바닥에서 질문이 들려왔

다.

제이크의 발치에 누워 회의 시간 내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던 고양이, 페이샤였다.

하지만 제이크는 갑작스레 들려 온 질문에도 고개를 그저 끄덕이 기만 했다.

그는 페이샤가 깨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페이샤는 제이크에게 놀랄 만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영지 아래쪽 버려진 영지에 강력한 핫 스팟이 있어요.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한 원한 때

문인지 버려진 영주성에 마나가 계속 몰려들어 몬스터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야옹!"

아마도 이종족들은 핫 스팟이 만 들어지는 원인이 원한 같은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젯거나,페이샤의 말이 맞는다 면 꽤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문제는 대수림은 아니더라도 그 곳은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라는 거지."

이미 백작 아들을 남쪽 나라로 호송하던 때에 버려진 영지를 지 난 경험이 있었던 제이크는,그곳

에서 만난 많은 몬스터들을 떠올 릴 수 있었다.

강한 몬스터는 없었지만,엄청난 숫자의 몬스터가 영지 곳곳에 흩 어져 있었다.

페이샤의 말이 사실이라면,그들 중 몬스터화된 수많은 들개들은 그들 영주성에 걸린 핫 스팟 때문 일 수도 있을 듯했다.

"군대나 거대 용병대하고 같이 가지 않고서야 그곳 핫 스팟에다 던전을 만들기는 무리지."

제이크는 아쉬움에 고개를 가로 젓고는 다시금 영지 내에 던전을

세울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페이샤도 단지 알고 있던 정보를 전했을 뿐이기에,하품을 하고는 잠을 청했다.

회의 시간 내내 자는 척하느라 힘들었는지,그녀는 금방 잠에 빠 져들었다.

그렇게 평범하다면 평범한 며칠 이 흐른 뒤,앰버와 공녀가 제이크의 새 집으로 찾아왔다.

공녀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미리 자리에 모여 그녀들을 기다리던 세 사람은 공녀에게서 뜻밖에 이

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국이 레타니아 왕국을 공격하 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저희 영지 남쪽에 있는 히베루니아 왕국이 저희 영지를 향해 올라오는 중이 라고 합니다."

"아버지 루테리아 공작께서 저에 게 사람들을 모아 남쪽의 버려진 영지로 가서 히베루니아 왕국군의 진격을 막으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제가 여기 온 것은 이번 일에 여러분 파티도 참여해 주시 기를 부탁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갑작스러운 전쟁 이야기에 예시

카와 루이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제이크만큼은 두 눈이 반 짝이다 못해 빛이 나고 있었다.

버려진 영지로 군대가 가다니!

이건 자신에게 던전을 주기 위한 신의 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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