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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87화 (87/222)

87 화

성 지하에 던전을 만들었던 몬스 터는 원래 이 성의 지하에 살던 작은 두더지였다.

두더지는 성에 사람이 살던 시절 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주변의 쥐와 경쟁을 하며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잡아먹으면 서 살아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두더지는 다른 짐승들과 함께 마나에 오염이 되 어 마물로 변해 버렸다.

모두 갑자기 성 아래에 생긴 핫 스팟 때문이었다.

그 뒤,다른 마물로 변한 짐승들 이 성에 있는 인간들을 공격할 때,두더지는 땅속에 계속 있었다.

또한 마물들이 인간에 의해 전멸 당하고,인간들이 성을 떠날 때 역시 두더지는 성 아래를 계속 파

고 다니며 마물로 변한 지렁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덩치가 거대 해진 두더지는 어느 순간부터 주 변의 몬스터를 조정할 수 있게 되 었다.

그 덕분에 두더지는 몬스터들이 가져오는 먹이를 먹으며 땅속에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두더지는 핫 스팟의 마나를 몸속에 축적시켜 갔고,두 더지가 파 놓았던 동굴들은 던전 이 되었다.

그렇게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던

두더지 몬스터는 갑자기 위쪽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자신이 지배하는 몬스터들의 죽음에 잠들었던 몸을 깨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지상에서는 성에 들 어섰던 사람들이 모두 성 중앙 홀 로 모였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이 겨울에 성 밖으로 나 가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공녀는 무슨 일인지 아는 듯했다.

"지하에 커다란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다는군요. 바로 처리할 예 정이니 다들 걱정 말고 일이 정리 될 때까지 이곳에서 쉬도록 해요."

공녀의 말에 징집병들은 바로 자 리를 깔고 앉았다.

용병들도 그동안의 행군과 추위 에 지쳐서 그런지,몬스터를 정리 하는 데 참여할 생각이 없어 보였

다.

"뭐,알아서 정리하면 감사할 일 이지."

"나름 수익이 되는 놈일 수도 있 지 않을까요?"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이야. 여태 못 봤어? 여기서 힘써 봤자 그냥 정산금이 조금 더 올라가는 것뿐 이야. 괜히 힘 빼지마."

조금이나마 몬스터 퇴치에 관심 을 보이는 대원들과는 달리,용병 대장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을 시킬 까 걱정을 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

듯,공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몬스 터를 없애는 일을 맡길 생각이 없 어 보였다.

그녀와 함께 움직이던 용병 파티 와 앰버가 그녀의 지시를 받고 계 단을 내려간 것이다.

"저도 가고 싶지만,사람들을 통 솔해야 돼서 어쩔 수 없네요. 모 두 몸조심해요."

그 지시는 그저 배웅이었을 뿐이 었지만 말이다.

얼마 뒤,제이크 일행은 계단을 거쳐 성 지하에 있는 와인 저장고 에 도착했다.

"엥? 여긴 깨끗한데? 던전 입구 가 이곳에 있는 게 맞아?"

제시카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의 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깨진 와인병들과 벽에 세워진 엄 청난 수의 오크통이 보였지만,지 하실 어디에도 다른 곳으로 통하 는 통로는 보이지 않았다.

"흠,이런 성이라면 비상 통로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찾 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 그냥 바닥을 뚫어 버리는 게 어때? 제이크가 구멍 잘 뚫잖아."

과거 저택 지하의 던전을 만들 때 열심히 바위를 부쉈던 일을 떠 올렸는지,제시카가 그때의 일을 꺼냈다.

-확실히 땅 뚫기는 잘하시더군요. 그때보다 지금은 실력이 더 좋아지셨으니,지하에 만들어진 던전까지 길은 금방 만드실 것 같 은데요.

덩달아서 파티마까지 제시카의 말에 호응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이 지하에 구멍 을 뚫을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도 자신의 던전으로 사용 할 생각인데 다른 사람의 눈에 뜨 일 구멍을 만들 수는 없었다.

제이크는 지하실을 걸으며 사람 보다도 큰 오크통을 하나하나 두 드려 보기 시작했다.

"설마,여기 지하 비밀 통로도 알고 있는 거야?"

그 모습에 제시카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단지 복제 세상에서 들었던

비밀 통로들에 대해 떠올렸을 뿐 이니 말이다.

고대 마도 제국의 비밀 통로와 달리,지금 시대에 만들어진 비밀 통로는 단순한 기계 장치로 만들 어진 경우가 많았다.

빼면 벽이 열리는 벽돌이든가, 돌리면 문이 나타나는 횃불이라든 가 하는 것들이 바로 그에 해당했다.

그리고 이런 오크통들이 있는 지 하에서는 오크통을 이용한 비밀 통로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 를 복제 세상에서 들었다.

물론 그런 내용을 안다고 비밀 통로를 찾기는 어려웠지만,제이크는 고대 마법사였다.

그는 오크통을 두드릴 때만 통 안으로 마나를 흘려 보냈다.

마나를 감지할 수 있는 그의 능 력을 이용하면 통 안에서 반사되 는 마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전생의 소나나 레이더와 같은 방 식이었다.

-이런 마나 사용법은 처음 보는 데요? 이럴 때는 정말 천재 같은 데…… 그런데 어쩔 때 보면 바보 같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중얼거리는 파티마의 음성에,제이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오랜 인생을 살았지만,제이크는 천재는커녕 범재에 가까웠다.

단지 전생의 기억과 남들과는 다 른 사고방식 덕분에 기존의 마법 사들과 다른 방식으로 마나와 마 법을 사용할 뿐이었다.

'전생의 공돌이에,복세 세상의 문돌이라니…… 뭔가 완전체 같 네.'

전생에 인터넷에서 돌았던 농담 을 떠올리던 제이크는 이내 비밀

통로가 있는 오크통을 찾아냈다.

원래 여러 가지 장치를 움직여야 열리는 오크통이었지만,루이가 힘껏 오크통을 잡아당기자 부서지 는 소리가 들리며 오크통이 뽑혀 나왔다.

그 뒤로,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가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 모르게 한다고 하지 않았어?"

뻥 뚫린 통로를 보고는 제시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개의치 않는다

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는 그의 마법으로 충분했다.

일행이 모두 통로 안으로 들어간 뒤,밖으로 뽑아진 오크통은 제이크의 마법에 의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통로를 막아섰다.

통로는 앰버의 예상대로,귀족들 의 탈출을 위해 만들어진 탈출로 였다.

성 뒤쪽의 야社 중턱으로 이어진 동굴이었는데,중간에 있는 동굴 이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대신 그 앞에 있는 동굴들이 다 른 방향으로 여러 개 나 있었다.

새로 찾은 동굴들은 기존의 통로 와는 다르게 사람이 판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모두 몬스터가 만든 동굴이었다.

그런데 일행이 동굴 안으로 들어 서는 순간.

쿠르르르릉!

다시금 성 전체가 흔들렸다.

"앗!"

머리 위로 작은 홁 알갱이가 쏟 아져 내렸다.

앰버는 루이가 잡아 준 덕에 겨 우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땅속을 움직이는 데 탁월한 몬스 터 같네요.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몬스터가 만든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제이크는 동굴 전체에 묘한 마나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마나가 바로 강력한 몬스터가 만든 둥지와 동굴을 던전으로 부 르는 이유였다.

마법사가 던전을 지배하듯이, 몬 스터는 자신의 마나를 동굴과 둥

지 전체에 뿌려 던전 전체를 지배 했다.

그 덕에 몬스터는 안에 들어온 자들을 바로 확인하는 건 물론, 자신이 지배하는 몬스터들에게 명 령을 내려 침입한 적을 공격할 수 도 있었다.

그래서 제이크 일행은 동굴에 진 입한 지 얼마 안 돼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

"으,쥐야,쥐!"

일행의 앞뒤로 대형견 크기의 쥐 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미로같이 사방으로 난 동굴

가운데에서도 제이크는 정확하게 던전의 중심지로 방향을 잡고 움 직였다.

덕분에 일행은 지금껏 길을 헤매 지 않고 동굴 안을 주파할 수 있 었다.

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몬스터에 게 뒤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수십 마리의 쥐들의 공격에 질겁 한 제시카와 앰버.

하지만 오히려 피해를 본 건 사 실 쥐 떼들이었다.

징그럽다고 소리치면서도 제시카 는 벽을 타면서 쥐들을 썰어 댔

고,뒤쪽에 있던 앰버는 쥐들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화염 마법 을 쏟아 냈다.

그로인해 제이크와 루이는 한동 안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그들도 싸움에 참 여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맙소사! 이번에는 지렁이야! 이 게 뭐야!"

동굴 벽을 뚫고 사람 팔뚝만한 지렁이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다행히 그 전에 제이크가 미리 알아차렸기에 위험을 피할 수 있 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천장,바닥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거대 지렁이 들을 보는 일행들은 인상을 가득 찌푸렸다.

"제이크,어떻게 좀 해 봐. 오늘 먹은 거 전부 올라올 것 같아!"

지렁이 자체는 그리 위험한 몬스 터는 아니었지만,터지고 썰려 나 간 지렁이의 사체는 정말 토할 정 도로 끔찍한 데다,냄새마저 지독 했다.

힘든 건 제이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만들어진 동굴을 보존해서 미로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되니 미로고 뭐고 다 내팽 개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제이크는 참아 왔던 분노를 토해 냈다.

"제길,모두 모여요! 한 번에 갑 니다!"

놀란 일행이 제이크의 주위에 모 이자,그가 바닥에 마법 지팡이를 찍고는 주문을 외웠다.

"부서져라! 뚫려라! 내가 명령한 다! 마나여,나의 뜻을 따라 길을 열어라!"

기존의 마나를 달래는 듯한 주문 과는 다른, 강렬한 명령이 제이크

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일행이 서 있는 지 면이 바닥으로 푹 꺼졌다.

"꺄악! 좀 말 좀 하고 해!"

놀란 제시카의 비명이 점점 땅속 으로 멀어져 갔다.

그 뒤를 따라,지렁이와 쥐들도 제이크가 뚫어 놓은 구멍으로 뛰 어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성 중앙 홀에 모여 있던 사람들

은 또다시 흔들리는 땅에 겁에 질 렸다.

전처럼 윙윙거리는 정도가 아니 라 건물 전체가 흔들거렸기 때문 에 더욱 두려웠다.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흔들거림에 이어 그들의 귀에 이 상한 소리까지 들려왔다.

캬르릉!

마치 지옥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괴물의 울부짖음이었다.

"이거 평범한 몬스터가 아닌 것 같은데?"

"이거 무너지지는 않겠죠?"

"나도 모르지. 공녀님께서는 걱 정하지 않는 눈치이긴 한데. 그래 도 혹시 모르니까 애들한테 음직 일 준비를 하라고 해."

용병들이 눈치를 보며 슬슬 몸을 빼려는 모습이 보였지만, 공녀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진과 몬스터의 괴성이 멈췄다.

"끝난 걸까?"

겁에 질렸던 징집병 한 명이 옆

사람에게 물었다.

"끝난 건가요?"

그런데 같은 질문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도 같은 질문이 들려왔다.

지상에는 침묵이 감돌았지만,지 하에는 그에 대답하는 이가 있었다.

"네,끝났습니다."

마법사 앰버의 대답에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이 있는 곳은 전생에 있던 학교 체육관 크기의 지하 광장이 었다.

도저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는 볼 수 없는 크기였다.

그렇다고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지하 광장은 얼마 전과 달리 엉망이 되어 있었다.

흙과 바위는 사방으로 흩어져 있 었고,바닥과 벽도 꺼지고 무너져 있었다.

그렇게 엉망이 된 모습을 보니,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 었다.

그렇게 엉망이 된 지하 광장 한 쪽에는 거대한 털북숭이 몬스터가 엉덩이를 보이고 쓰러져 있었다.

전생에서 봤던 버스 크기의 두더

지 몬스터였다.

제이크의 마법으로 일행은 천장 을 뚫고 지하 광장에 난입했고, 두더지 몬스터는 갑작스러운 적의 침입에 놀라 자신의 능력을 마구 써 버렸다.

두더지 몬스터가 마나에 의해 각 성한 능력은 바로 땅을 마음대로 허물고 단단하게 만드는 능력.

그로 인해 일행은 두더지 몬스터 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솟아오르 는 땅과 무너지는 벽과 싸워야 했다.

만약 많은 숫자의 용병대로 밀고

들어왔다면 그대로 땅속에 묻혔을 게 분명했지만,이들은 고대 마법 사와 마나 사용자들의 파티였다.

솟아오르는 땅,무너지는 천장과 벽은 제이크의 마법에 의해 튕겨 나갔고,다른 일행은 두더지 몬스 터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다행히 제이크가 만든 구멍으로 쫓아온 몬스터들은 일행을 공격하 기도 전에 무너진 구멍 속에 파묻 혔다.

덕분에 일행은 몬스터와의 싸움 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

다.

두더지 몬스터는 자신이 불리하 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제이크가 먼저 던전의 마나를 장악했다.

당연히 땅은 두더지 몬스터에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고,그렇게 일행은 두더지 몬스터를 없앨 수 있었다.

"망했다. 미로형 던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반쯤 무너진 지하 광장을 둘러보 며 한숨을 내쉰 제이크를 향해 지

친 일행의 야유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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