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급 서기관의 회귀-93화 (93/222)

93 화

거대한 해머를 든 장년의 기사와 검을 든 젊은 여성 기사.

두 기사가 제일 먼저 공터 중간 에서 만나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 둘렀다.

쒜엑-

바람을 뚫고 날아오는 해머와 해 머를 피해 더 안쪽으로 치고 들어 오는 공녀.

동시에 공녀의 검이 빛을 뿌리며 휘둘러졌다.

퍼억!

아쉽게도 공녀의 검은 시두스 장 군의 갑옷을 완전히 뚫지 못한 채 튕겨 나왔다.

공녀는 자신이 낸 갑옷의 상처를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뒤 로 물러섰다.

바로 그 순간,그녀 앞을 지나가

는 거대한 해머!

시두스 장군의 해머가 어느새 회 수되어 다시 휘둘러진 것이다.

해머의 관성을 무시하고 다시 반 대로 휘두른 장군도 대단했지만, 그것을 미리 알고 피한 공녀는 더 대단해 보였다.

"그 검은 뭐지?"

그런데 시두스 장군은 공녀의 실 력보다도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을 보고 더 놀라워했따.

"여태 잘려 나간 적이 없는 마법 갑옷이었는데……

시두스 장군의 판금 갑옷은 공녀

의 검에 의해 허리가 깊게 파여 있었다.

-왜 막히나 했더니 마법 갑옷이 었군. 뭘 믿고 저런 큰 무기를 들고 설치나 했더니 마법 갑옷을 믿고 있었구먼.

에고 검의 말대로,시두스 장군 은 해머를 들었기에 움직임이 느 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약점을 단 단하기 그지없는 마법 갑옷으로 보충하고 있었다.

여태껏 그의 적들은 해머를 든 그를 비웃으며 그의 품으로 깊숙 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마법 갑옷에 공격이 막힌 뒤,그들은 해머에 의해 납작하게 변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갑옷이 베였으니,시두스 장군이 놀라워 할 만도 했다.

한편,공녀는 장군의 물음에도 에고 검에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검을 다시 쥐고 공격할 자 세를 취할 뿐이었다.

"실력도 좋지만 내 갑옷을 벨 수 있는 검이라니…… 정말 내가 그 대를 얕본 모양이야."

시두스 장군은 전보다 더 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해머를 짧게 쥐었다.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이거 아 무래도 제대로 해야겠군."

장군은 이제부터 전력을 다할 생 각이었다.

그는 히베루니아의 만인장 중 한 명이자,실력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사였다.

만인장이란,만 명의 병사를 지 휘하는 장군을 일컫는 말이었으니 그가 얼마나 실력이 좋은지는 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장군은 조금 놀라기는 했어도, 갑옷에 의지하지 않고도 갓 기사가 된 여자는 충분히 상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그건 에고 검의 성능을 확인한 공녀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다시 부딪쳤고,막상 막하의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접전을 벌이는 동안,다른 한쪽에서는 일방적인 상황으로 흘러갔다.

히베루니아 군이 루테리아의 병 사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루테리아 병사와 용병들은 히베

루니아 군의 창과 검을 일 합도 받아 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렸다.

쓰러진 병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 아 흙 인형으로 돌아갔지만,히베 루니아 군은 아직 그런 사실을 알 지 못했다.

병사들은 흥분해서 계속 안으로 진입했고,그들은 곧 거대한 돌 인형,골렘과 만나게 되었다.

푸악!

거대한 돌주먹이 병사들을 향해 내리꽂혔고,그 자리에는 흥건한 핏자국만 남게 되었다.

골렘들은 아군과 적을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팔다리를 휘둘러 댔다.

흙 인형으로 만든 아군과 히베루 니아군은 골렘의 팔다리에 맞아 사방으로 날아가거나 피떡이 되고 말았다.

아군까지 파괴하는 모습에 히베 루니아 기사들이 나서서 골렘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골렘은 마나가 실린 기사들의 검 에 하나둘씩 썰려 나갔다.

마법사들은 앰버의 방해로 골렘 을 쓰러뜨리는 데 가담할 수 없었

지만,제시카 혼자서는 기사들이 골렘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힘들 었다.

그렇게 골렘이 하나둘씩 파괴되 는 사이에,제이크는 후방에서 한 참 식은땀을 홀리고 있었다.

"망했다."

-그러게 더 쓰는 건 무리라고 했잖아요.

제이크의 한탄에 파티마가 한껏 투덜거렸다.

그토록 조심시켰건만,그녀의 주 인은 결국 이 성의 던전 마석의 제어를 잃고 만 것이었다.

이미 과한 마나 사용으로 과열된 마석이었다. 그런 마석을 쉬게 하 지 않고 또 무리하게 사용했으니 탈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무너지려던 성벽은 더는 흔들리지 않았고,마법으로 변장 했던 흙 인형들은 그만 모두 흙으 로 돌아가고 말았다.

골렘마저도 기사의 검을 막아 낼 마나를 공급해 주지 못해 하나하 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성을 무너뜨려서 확실한 피해를 주는 건 포기해야겠어. 바로 탈출 이다."

제이크는 성 붕괴 마법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어느 정도 성 과는 보았다는 데에 만족했다.

이제는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곧바로 공녀와 엠버 그리고 제시카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더는 못 버텨요! 공녀님은 제가 지원합니다. 모두 빨리 내성 안으 로 피해요!]

아직 얼마 전 뚫어 놓은 뒷산으 로 이어진 통로가 남아 있었다.

추격을 뿌리치고 지하 통로로 들 어간 뒤에 통로 입구만 무너뜨리

면 쉽게 도망칠 수 있었다.

더구나 성문 앞에는 골렘 한 마 리가 지키고 있으니 추격을 피하 기도 유리했다.

제이크는 바로 몸을 피할 수 없 는 공녀를 향해 달려갔고,남은 두 여성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때 였다.

과과과광!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내성에 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엄청난 양의 돌무더기 가 내성 입구 안쪽에 쏟아졌다.

금이 가 있던 내성의 벽과 천장 이 결국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 탓에 내성의 성문은 막혀 버 렸고, 일행의 퇴로도 끊어지고 말 았다.

황당한 표정으로 막힌 성문과 제이크를 돌아보는 제시카.

"뭔가 방법이 있겠지?"

제시카는 간절한 눈빛으로 제이크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이크도 거의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 혼자만이라면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다른 일행,

특히 지금 적들 속에 갇힌 채로 적의 장군과 싸우고 있는 공녀를 데리고 나가기는 무리였다.

슬며시 제이크의 마음속에서 공 녀를 포기한다는 선택지가 고개를 내밀었다.

루테리아의 공녀에 전 황태자비 이니,히베루니아군의 입장에서도 죽이기보다는 포로로 잡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포로 생활도 귀 족이니만큼 나쁘지 않을 테고,나 중에 돈을 내도 돌려받거나 아니 면 구출을 한다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그럴 수는 없지." 아직은 적은 가능성 때문에 공녀 를 적진에 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동안 쌓아 온 신용이 얼만데. 한 방에 까먹을 수는 없지."

-네,네,그러시군요. 그런 거로 하죠.

파티마의 비웃음을 뒤로하고,제이크는 등에 맸던 마법 지팡이를 왼손에 쥐었다.

"파티마! 지원해! 성을 자력으로 무너뜨린다!"

-무리라는 거 아시죠? 던전의

지원이 없으면 엄청난 내상을 입 을 거예요! 폐인이 될지도 몰라 요! 잘돼도 몇 년은 정양해야 해요.

파티마의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 였다.

"길게 가지 뭐,

[곧 성이 무너질 겁니다. 공녀님 과 저를 데리고 탈출해 주세요.]

두 여성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낸 뒤,그는 마법 지팡이에 있는 마 나를 몸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주 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너에게 말한다."

제이크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 자 지팡이와 제이크가 환하게 빛 나기 시작했다.

놀란 적들이 제이크를 향해 달려 왔지만,내성 앞을 지키고 있던 골렘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곳에 파멸의 힘을 간직해라. 너의 마지막……어? 이게 뭐지?"

쿠르르르릉-

성 전체가 우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금 성벽에서 흙이 쏟아졌고, 바닥이 마구 흔들렸다.

"마법사가 마법을 썼어!"

"모두 조심해! 대단위 마법이 다!"

놀란 적들이 급하게 주위를 둘러 보며 허둥지둥했다.

앰버와 제시카는 그 틈에 제이크 와 공녀에게로 달려왔다.

그런데 정작 제이크는 어리둥절 할 따름이었다.

"마법 안 썼는데?"

그의 주문은 중간에서 멈춰졌고, 그의 마법은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땅속에서 올라오는 커다란 마나를 느끼고 주문을 멈춘 것이

었다.

"뭔지 알겠어?"

-던전 중앙에서 올라오는 기운 입니다. 아무래도 자의식이 있는 마나 같은데요?

"자의식?"

처음 듣는 소리에 제이크가 고개 를 갸웃거리는 사이,제이크가 느 꼈던 마나가 지면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싸우던 공터 한가운데 서 반투명한 아름다운 여성이 솟 아오르기 시작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에,

신성해 보이는 얼굴과 몸을 가진, 여신처럼 보이는 여성이었다.

모든 싸움이 멈춰졌고,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홀연히 등장한 반투 명한 요정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그사이에 제시카가 병사들 사이 를 지나 공녀 옆에 도도착했다.

공녀는 갑자기 나타난 여성을 보 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저게 뭐죠? 어디서 본 듯한 기분인데."

어느새 공녀와 시두스 장군의 싸 움도 멈춰 있었다.

체력에서 밀린 공녀는 호흡을 가 다듬기 힘들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리고 장군은.

여러 군데 상처를 입어 피투성이 가 되어 있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공녀의 승리로 마무리가 되고 있 었던 것이다.

"저도 본 기억이 있어요. 근데 왜 저년이 여기에 있는 거지?"

제시카가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노려보았다.

"성을 무너뜨린다더니 이상한 거 나 불러들이고!"

그런데 그녀의 눈에 자신보다 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이크 가 들어왔다.

"도대체 저게 왜 등장하는 거 야!"

-마석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냥 마석일 뿐이잖아. 다른 마 석하고 다를 바 없는데? 유령이라 도 붙은 거야?"

-흠, 증오나 분노 같은 마이너스 감정이 심하면 고스트형 몬스터가 나오긴 하는데…… 그런 느낌은 없는데요.

"그럼 뭔데?"

-아무래도 마석이 에고 아이템 이 된 모양인데요?

"에고 아이템? 마석이? 던전이? 설마,에고 아이템이 이렇게 만들 어지는 거라고?"

-그건 아닌데,마석이 몬스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요. 거기다 아무래도 마석의 과열 이 좋은 쪽으로 영향을 준 모양인 데요?

"저게 좋을 리가 없잖아!"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반투명한 여성은 위로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상체만 있고 허리 아래는 마치 뱀처럼 보이는 여성. 아니,반투명 한 아귀 몬스터의 촉수.

병사들은 모두 그녀에게 넋이 나 가 버렸지만,기사나 마법사들은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정신을 차린 그들의 공 격은 허공을 때릴 뿐이었다.

그녀는 계속 위로 올라갔다.

1 미터,2미터,3미터…….

결국,그녀는 성벽 위까지 올라 갔다.

마치 똑바로 곧추세운 기둥 위에 자라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반투명한 지금은,전과 다르게 오히려 신비하게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성벽 위까지 올라간 요정(?)은 두 손을 옆으로 펼치고 하늘을 향 해 입을 벌렸다.

마치 성가를 부르는 듯한 아름다 운 모습.

하지만,들려오는 소리는 듣기 힘든 고음이었다.

삐이이익!

넋을 놓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모

두 귀를 막고 주저앉았고,기사와 마법사들도 인상을 쓰며 요정을 노려보았다.

요정의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잠시 뒤,성벽 너머에서 부터 마치 대답을 하듯 소리가 들 려왔다.

콰아아아아!

크아아앙!

동,서,남,북.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괴성이 들려오는 소리 가 성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