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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95화 (95/222)

95 화

"빈크루."

잠시 고민하던 제이크는 묘하게 남성적인 이름을 정해 주었다.

그의 말에 모두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이름을 받게 된 쪽은

만족한 듯했다.

빈크루는 처음으로 입이 슬쩍 벌 어지며 미소를 짓더니,스르르 땅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마석과 연결되었네요. 이 제는 던전 제어가 가능해요. 그리고 빈크루……는 잠든 모양인데요?

파티마도 새로운 이름이 이상한 모양이었지만,제이크는 바꿀 마 음이 없었다.

"무슨 뜻이죠?"

앰버의 물음에 제이크는 빈크루 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둥처럼 솟아오른 모습.

'콩나무입니다만……

하지만 자신의 이름 제이크와 쌍 으로 전생의 동화 제목을 붙였다 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 뒤로,제이크는 앰버에게 붙 잡혀 마석의 에고에 관해 설명을 해야 했다.

잠시 뒤,제시카가 뒷산에 숨어 있던 병력과 돌아왔다.

용병과 징집병들은 기쁜 표정으 로 성에 들어섰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였지

만,적을 물리치고 전투에서 살아 남았으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레인저분들은 두 조로 나눠,물 러간 적들을 정찰하는 일과 다친 분들의 치료를 해 주세요. 나머지 분들은 뒤처리를 부탁드립니다."

공녀는 성으로 들어오는 용병과 병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에 각자 일을 부탁했다.

"넴!"

공녀의 지시에 병사들은 눈을 번 쩍이며 빠르게 움직였다.

지시에 따라 레인저 둘이 번개같

이 성 밖으로 달려 나갔다.

부상자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한쪽에 모여 포션으로 서로를 치 료했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성에 널 린 시체와 몬스터들의 사체를 정 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정예병처럼 움직이는 그들 의 모습에 공녀는 물론,제이크 일행은 어리둥절했다.

그동안의 지휘로 인해 공녀에 대 한 믿음이 쌓여 있다는 것은 제이크도 알았다.

하지만 병사들의 각 잡힌 움직임

은 조금 과할 정도였다.

"뭐,이번 승리가 공녀님이 만든 기적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 가 버려서요."

다른 이들의 의문 어린 눈총에, 루이가 난감한 얼굴로 대답을 했다.

"제이크의 마법이 만든 기적인 데?"

공녀의 물음에

제시카와 앰버가 고개를 끄덕이 며 답했다.

"언제나 마법사는 무서운 존재일 뿐이지요. 마법사가 부린 기적은

언제나 그를 데리고 있는 귀족이 나 지휘관이 칭송을 받게 되어 있 습니다."

앰버의 말에 제시카가 손가락을 턱에 대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이크는 몬스터를 부리는 무시 무시한 마왕 같은 느낌이려나?"

제시카는 장난으로 꺼낸 말이었 지만,그 말을 들은 루이가 몸을 움찔거렸다.

"설마? 정말 그래?"

제시카가 눈이 동그랗게 변해 다 시 반문했고,제이크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병사들은 열심히 움직이면서도 공녀와 제이크 일행이 있는 곳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그들은 공녀와 다른 이 들을 볼 때와는 달리 제이크와는 절대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 았다.

-흥,이제야 마법사의 무서움을 조금은 알아보는군요.

거기다 파티마의 자신만만한 음 성은 제이크의 한숨을 더 깊게 만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공녀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그의 공로를 제대로 이

야기하려고 했지만,제이크가 그 녀를 말렸다.

"어차피 지금은 공녀님이 명예를 얻으시는 게 옳습니다. 저는 이 성을 지킨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닌데....."

"아닙니다. 우선은 공녀님이 지 휘권을 세우셔야 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 요"

-던전 부서지지 않게 돼서 좋다 는 건데 왜 그녀가 좋아하는 거 죠?

제이크의 만류에 공녀는 다시 제

이크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이크,당신의 행동은 기사의 표본입니다. 작전이 끝나면 당신 의 고귀한 행동은 최대한 보답을 받도록 하겠어요."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였지만,제이크는 그녀의 감사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받 아서 좋을 것도 없으니 공녀에게 잘 보일 생각으로 꺼낸 말이었다.

무엇보다 던전을 지키는 것이 제이크에겐 가장 중요했다.

앰버는 그런 제이크를 기쁜 얼굴

로 바라보았지만,제이크의 본성 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루이와 제시카는 그를 게슴츠레 바라볼 뿐이 었다.

어쨌거나 공녀의 명령이 잘 먹혀 들어,성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몬스터들은 빠르게 해체되어 마 석과 살들로 분리되었고,병사들 의 시체는 땅속에 묻었다.

그동안 제이크는 다시 돌아온 던 전의 힘을 이용해서 성과 던전을 보수하기 시작했다.

다만 가지고 있던 마석들도 다 떨어지고,마석으로 만들어진 던

전 코어도 과하게 가동할 수 없 어,보수 작업은 꽤 지지부진했다.

다음 날,물러간 적들을 정찰한 레인저 중 한 명이 돌아왔다.

"적들은 1만 걸음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적의 장군은 아직 혼수상태라 다른 사람이 지 휘하고 있습니다."

레인저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사 람들은 모두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적들이 물러가 주었다면 그들도 루테리아 영지로 귀환할 수 있었

기 때문이었다.

공녀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 이유로 아쉬워했다. 적들이 떠나 면 동생 쪽을 도와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물러가지 않았군요."

공녀의 말 뒤에 사람들이 중구난 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용병 대장 중 한 명이 의견을 내 면.

"다시 공격할 생각일까?"

다른 용병이 또 다른 의견을 냈 지만.

"아니면 귀환해서 받을 처벌이

무서워서일까요?"

"뭐,성을 무시하고 돌아갈지도 모르죠."

"그건 무리지. 왜 성으로 공격해 왔는데…… 뒤통수 맞지 않으려고 그런 거잖아."

결국,서로가 반박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럼 왜 복귀하지 않고 있는 걸 까요?"

대화를 지켜보던 공녀는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공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제이크 는 공녀의 직접적인 질문에,마지

못해 입을 열었다.

"흠,아무래도 적들은 우리를 붙 잡아 놓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귀환하면 저희가 다른 쪽 부대를 공격할지도 모르니까요."

제이크 말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 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같았으면 제이크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공녀와 앰버 정 도였었다.

하지만,적들이 성에서 물러난 뒤에 제이크의 말을 무시할 수 있 는 사람은 적어도 이 성에는 없었

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성에 앉아서 저들을 붙잡고 있을 수밖 에 없군요."

공녀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 들은 모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공적을 탐해 성 밖으로 진격을 할까 봐 모두 걱정했던 것 이다.

"다행히 식용 가능한 몬스터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지내기가 힘들 지는 않을 것 같네요."

성안에서 죽은 몬스터들 덕분에 식량 문제도 해결이 되자,공녀 부대는 레이첼 성안에서 꽤 안전 하게 지내겠다고 생각했다.

예상외로 적들은 금방 물러나지 않았다.

눈이 내려 성 밖에서 지내는 게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히 베루니아군은 아예 제대로 된 진 지를 만들어 그 자리에 눌러앉아 버렸다.

진지도 꽤 안정적이라서,몇 번 간을 보기 위한 습격도 히베루니 아군에게 별로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그동안 히베루니아군은 마법으로 진지 전체를 데우고,사방에 흩어 져서 식량을 찾아다녔지만,히베 루니아군의 사정은 점점 나빠졌다.

추운 겨울을 버티기는 역시 어려 운 모양이었다.

한 주가 더 지나고,겨우 히베루 니아군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잘 버티던 그들이 움직이는 이유 는 그날,영지 쪽에서 온 전령에 의해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영지를 침입한 히베 루니아군이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며칠 전 일이니,지금쯤 이면 꽤 많이 이동했을 겁니다."

진지를 만들었던 히베루니아군은 다른 부대가 후퇴하고 있다는 이 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영지를 침범해? 그 부대는 동생 이 막고 있지 않았나요?"

하지만,공녀는 다른 부분에서 놀랐다.

"몇 차례 물러서면서 막으셨는데 결국은 인원수에 밀린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공작의 막내아들,이 슈비에겐 공녀와 다른 점이 많았다.

공녀처럼 성에서 싸우는 것도 아 니었고,제이크 같은 고대 마법사 도 없었다.

물론 이슈비가 수백의 인원으로 몇 번의 기습을 성공시켜 히베루 니아군의 발걸음을 늦추긴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제이크가 성에 서 적들을 쓰러뜨린 날,크게 패

배해서 영지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가 막아선 거죠?"

"공작님이 직접 적들을 요격하셨 습니다."

루테리아 영지에 진입한 히베루 니아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소식 을 듣고 찾아온 공작을 상대해야 했다.

몇 명의 레인저들과 한걸음에 달 려온 공작은 양 소굴에 뛰어든 늑 대처럼 히베루니아군을 쓸어 버렸다.

"공작님 덕분에 히베루니아군은

큰 타격을 받고 물러났습니다. 하 지만,공작님 역시 크게 다치셨습 니다."

"뭐라고?"

공녀는 전령의 말에 크게 놀랐다. 공녀가 아는 공작은 쓰러지지 않는 거인이었다.

그런 공작이 다치다니,레이첼 공녀는 전령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바로 돌아가죠. 적들도 돌아갔 으니 빨리 회군하는 게 좋겠어요, 공녀님."

앰버의 말에,마음이 급했던 공

녀는 곧바로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그녀의 말은 전령이 꺼 낸 명령서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적의 추가 공격이 있을지 모르 니 레이첼 기사와 그 부대는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현재 위치를 지켜라. 영주 대리 이슈비."

전령이 읽어 내린 명령서는 공녀 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몇 마디 안 되는 명령서 로,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크게 다친 영주와 바로 영주 대

리 자격을 차지한 동생.

"그리고,복귀를 금지당한 딸인 가……

공녀의 중얼거림은 임시로 만든 공녀의 집무실을 한층 춥게 만들 었다.

전령이 가져온 소식은 금방 성 전체에 퍼져 나갔다.

적들이 물러갔다는 소리에 기뻐 하던 병사들은 한 계절을 이곳에 서 보내야 한다는 소리에 우울한 표정이 되었고.

어느 정도 내막을 알게 된 용병 일부와 레인저들은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영 지 대리는 뭐고,우리가 여기 묶 여야 하는 이유는 또 뭐야?"

한편 내막을 전해 들었지만,이 해 못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저분한 귀족 일에는 관심도 두 지 않고 던전과 대수림을 뛰어다 니기만 한 제시카였다.

"별거 아니에요. 그저 흔한 계승 전일 뿐입니다. 다만,공작의 막내 아들이 타이밍 좋게 치고 들어와 선취점을 먹었을 뿐이죠."

영주의 부상이나 사망 시 영주의 후계자나 가족이 영주 대리를 담 당하게 되어 있었다.

영주 대리는 황제의 승낙을 받지 못해 대리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 지만,영주와 거의 같은 실권을 가지고 있었다.

공녀의 복귀를 막을 수 있었고, 다음 영주를 지정할 수도 있었다.

물론,가신이나 황제의 반대로 거부될 수도 있지만,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럼 막내 공자가 영주하겠다고 나선 거란 말이야?"

"그런 셈이죠. 다른 후보는 모두 영지 밖에 있으니,한동안 돌아오 지 못하게 만들고 자신의 세력을 굳히겠죠."

"역시 무서운 동네네. 얼마 전까 지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던 남 매들이 었는데."

"뭐,흔한 일이죠. 황도에서는 더 지저분한 일도 많은 데요."

"그럼 공녀님이나 우리는 귀환할 수도 없는 거야?"

"뭐,명령서 무시하고 돌아가 버 려도 되지만,그렇게 되면 영지군 하고 싸우게 되겠죠."

"세상에,공녀님 안 되셔서 어떻 게 해? 다친 공작님도 보고 싶으 실 텐데."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어깨를 으쏙였다.

"빨리 공작님이 회복하셔야겠 네."

-과연 회복하실 수 있을는지.

-무리일 것 같은데요. 상처를 입 은 환자 다른 사람 모르게 죽이는 방법을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판인데

마법사와 에고 아이템이 속으로 무서운 말을 나누고 있는 것도 모

른 채 제시카는 나지막이 혀를 찼다.

"역시 공녀님이 공작님 다음으로 영주가 되는 건 무리겠지?"

어느 정도 공녀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제시카였기에 지금 상황이 더욱 안타까웠다.

하지만 제이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지가 루테리아만 있는 게 아 니잖습니까?"

"그게 뭔 소리야? 누가 자기 영 지를 준대?"

"주인 있는 영지만 있는 것은 아

니지 않습니까? 바로 여기도 빈 영지가 있고."

제이크는 손을 펼쳐 지하 광장을 가리켰다.

지하 광장 중앙에는 붉은색을 띤 커다란 마석이 둥실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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