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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99화 (99/222)

99 화

영주성 지하.

마법사는 어둠침침한 통로를 거 침없이 걸어갔다.

그는 철창이 처져 있는 지하 감 옥이 보이자마자 마법을 걸어,감

옥을 지키는 병사들을 재워 버렸다.

감옥에는 마법을 막아 내기 위한 마법진이 있었지만,이슈비의 지 시에 의해 가동이 멈춰 있는 상태 였다.

마법사는 마법으로 가볍게 철창 으로 막혀 있는 문을 연 뒤에,관 리실 의자에 잠든 병사들 옆으로 지나갔다.

영주성의 지하 감옥은 다른 성에 있는 감옥과 마찬가지로,통로 양 옆으로 칸막이가 쳐진 수감실이 죽 이어져 있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수감실은 비어 있었지만,과거와 다르게 비어 있 지 않은 수감실도 있었다.

"말도 안 돼. 난 어디까지나 중 립이었단 말이다. 지금이라도 이 슈비 공자에게 붙을 테니 제발 풀 어 줘!"

"이미 늦었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귀족의 체통을 갖추십시오."

"홍,이미 늦었어. 첫째 공자가 성을 탈환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전에 죽을 거야."

이렇게 수감실 간에 언성을 높이 는 사람들도 있었고.

"신이여,구원하소서. 하루빨리 공작이 깨어나게 하여 주소서."

수감실 바닥에 무릎 꿇고 신께 기도하는 사람이나 넋을 놓고 좌 절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제일 안쪽 수감실.

그곳에 중년 남자 한 명이 짚으 로 된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바로 루테리아 공작의 참모 이자 사촌인 앤드류 루테리아 남 작이었다.

이슈비가 영주 대리가 된 뒤 가 장 먼저 한 일이 앤드류 남작을

이 감옥에 가둔 것이었다.

앤드류 남작과 이슈비의 사이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이슈비 는 항상 공작에게 조언하는 그의 머리와 입이 두려웠다.

"결국 당신도 멍청하긴 다를 바 없군그래. 이슈비에게 붙기만 했 어도 이런 곳에 갇혀서 죽기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남작은 철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 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로브를 쓴 채로 자신을 비웃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서 있 었다.

"마법사인가? 하지만 처음 보는 인물이로군."

"나는 현재 영주 대리를 돕기 위 해 온 마법사니 당연히 처음 봤겠 지."

마법사는 로브에서 마른 손을 꺼 내 자신의 가슴에 대고 인사를 했다.

"외부에서 데려온 마법사인가. 역시 이슈비 공자는 원래부터 기 회를 노리고 있었군."

남작은 나지막이 혀를 찼다.

"그래,이슈비 공자의 마법사가 나는 왜 찾은 건가?"

그 말에 마법사가 슬쩍 눈살을 찌푸렸지만,남작은 횃불의 그림 자에 가려 보지 못했다.

"물어볼 게 있어서 온 거지." 마법사의 말에 남작은 의아한 표 정을 지었다.

"영주가 해야 할 일들은 영주 대 리가 되셨을 때 알려 드렸네만. 공자는 또 뭘 알고 싶으신 겐가?"

"다 알려 준 것은 아니지. 마법 아이템들을 숨겨 놓은 장소를 말 하지 않았잖아!"

건성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남작 은 그제야 마법사를 지그시 노려

보았다.

"이슈비 공자가 보낸 게 아닌 모 양이군. 설마 마법 아이템을 노리고 이슈비 공자를 돕는 척하는 건 가? 아니,이슈비 공자를 돕고 있 기나 한 건가?"

남작의 말에 마법사는 나지막이 혀를 찼다.

"역시 참모라 그런지 말재간은 따라갈 수가 없어. 그냥 말해 주 는 게 어때? 고통으로 백치가 되 기 전에 미리 털어놓는 편이 좋을 거야."

마법사의 말에 남작의 표정이 굳

어 졌다.

"나를 함부로 고문했다가 다른 사람들이 알면 귀찮아질 텐데? 시 끄러운 상황은 그대도 바라는 바 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 사실 을 알면 공자도 크게 화를 낼 것 이네."

계속되는 반론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마법사의 모습에 남작의 얼 굴이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넌, 이슈비 공자도 두려워하지 않는군. 설마 공자를 돕는 게 아 니라 공자를 휘어잡고 있는 건 가?"

"뭐,그런 것은 알아서 생각하라고. 아무튼, 알려 줄 생각이 없는 건가?"

"홍! 알려 줄 리가 없지. 레타티 아가의 보물 창고는 대대로 레타 니아 공작과 그의 대리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다. 이슈비 공자가 나중에 영주가 된다면 알게 되겠 지만,그렇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한다."

"하아,역시 귀찮게 하는군. 홀 드."

손을 내밀어 남작을 묶어 버리는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고는 철창문도 마법으로 열 어 안으로 들어갔다.

딱딱하게 굳은 남작 앞에 선 마 법사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남작 을 바라보았다.

"마나도 느끼지 못하는 일반인이 뻗대기는……. 편하게 죽을 길을 버린 네 잘못이다."

마법사는 손을 뻗어 남작의 머리 를 집었다.

"지금 네게 사용할 마법은 고대 유적에서 발견한 마법이다. 머릿 속에 있는 기억을 뽑아내느라 좀 아플 거야. 하지만,잠깐만 지나면

아픈 것도 모를 테니 걱정은 말라고."

마법사가 음산하게 웃으며 손을 남작의 머리로 가져갔다.

하지만 마나는 남작의 머리에 닿 지 못했다.

서걱!

마법사의 손목이 그 순간 반으로 잘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악!"

피가 치솟는 팔을 붙잡고 마법사 가 급하게 뒤로 물러서면서 철창 문 쪽을 노려봤다.

철창문 밖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

를 검이 날아왔던 것이다.

어떻게 몸에 친 실드를 뚫고 들 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지금 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렇게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지."

그가 어둠에 완전히 묻히려는 순 간,수감실 중앙에 환한 빛이 떠 올랐다.

이윽고 모든 어둠이 사라지자 검 게 변한 마법사의 모습이 드러났

다.

그때,판금 갑옷의 기사가 철창 문 안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마치 대포로 쏘아진 것 같은 공 녀의 돌진에,마법사는 실드째로 퉁겨져 벽에 처박혔다.

쿠웅!

"컥!"

몸을 두르고 있던 실드 덕에 직 접적인 타격은 막아 냈지만,갑작 스러운 충격에 내장이 상하는 것 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마법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 왔다.

"젠장!"

마법사는 상황이 안 좋아지자 바 로 몸속의 마나를 폭주시켰다.

얼마 전에 레타니아 왕국이 보내 준 마나 폭발 마법이었다.

"어디서 온 놈들인지 모르지만, 다 같이 죽자!"

마법을 사용하면 자신은 죽을 게 분명했지만,적어도 이 지하에 있 는 표적들은 데리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아쉽게도 이 자리에는 제이크가 있었다.

-흥,여태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나요?

파티마의 비웃음과 함께 제이크 가 안으로 들어와,마법사의 이마 에 마법 지팡이를 댔다.

"물이 흐르듯,수증기가 피어오 르듯,마나는 이곳으로."

에고 완드와 함께 항상 가지고 다니는,리치에게서 빼앗은 마법 지팡이.

이 지팡이의 능력 중 하나는 주 변의 마나를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폭주한 마나라는 것은 곧 주인이 제어를 포기한 마나라는 이야기였

으니,지팡이에게는 맛있는 먹이 일 뿐이었다.

콰과과과과과-

마법사의 몸에서 들끓어 오르던 마나는 그의 몸에서 빠져나와,지 팡이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럴 리가……

몸에서 마나가 마구 빠져나가자, 마법사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어찌나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빠 른지,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 지만 마치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악!"

마법사는 급격한 마나 상실로 인 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안 그래도 미쩍 말랐던 몸이 이 제는 뼈만 남아 버렸고,마법으로 지혈해 뒀던 손목에서도 다시 피 가 흐르기 시작했다.

"커억,컥."

어느새 로브가 벗겨져,나이 들고 음침하면서도 창백하게 질려 있는 얼굴이 드러났다.

"이대로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제이크는 잘린 손목을 대충 묶어 주고는 가방에서 포션 하나를 꺼

냈다.

언제나 가지고 다니지만 쓸 일이 별로 없었던 제이크표 포션이었다.

마법사를 노려보던 공녀는 제이크가 포션을 꺼내자 자신도 모르 게 움찔 놀랐지만,곧 흡족한 얼 굴이 되었다.

"그 포션이라면 이자에게는 충분 히 합당한 벌이네요."

"벌이 아니라 살려 줄 생각입니 다만."

제이크는 공녀의 오해를 바로잡 아 주고 싶었지만,아쉽게도 이

포션을 먹거나 먹는 이를 본 사람 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남작님이 계속 기다리시는군요. 마법사에게서 정보를 뽑는 것은 제가 할 테니,공녀님은 남작님과 이야기를 나누시죠."

마법사의 팔이 잘린 순간부터 남 작은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뭔가 해 보기도 전에 일 이 끝난 데다가,눈앞에서 펼쳐졌 던 광경에 남작도 반쯤 얼이 나가 있었다.

공녀는 제이크의 말이 무슨 뜻인 지 알아차리고는 남작을 데리고

수감실 밖으로 나갔다.

"흠,히베루니아 마법사 맞죠?" 마나를 모두 잃고 죽음으로 달려 가던 마법사는 억지로 고개를 들 어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으윽,어떻게 알았……는지 모 르지만, 더는…… 나에게 들 을…… 내용은 없을 거다."

"그거야 이쪽이 결정할 문제고. 그냥 말해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고통을 겪기 전에 미리 털어놓는 편이 좋을 텐데요."

조금 전에 마법사가 했던 말을 제이크가 그대로 따라 하자,마법

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제이크를 바라봤다.

"잘됐네요. 괜히 비싼 일반 포션 을 쓸 필요가 없겠군요. 자,그럼 제 특제 포션을 드시죠. 상처 회 복에는 최고랍니다."

제이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마법사의 입에 포션을 물려 줬다.

잠시 뒤.

수감실 안에서는 뭔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좌절에 찬 비명이 들 려오기 시작했다.

남작을 데리고 수감실 밖으로 나

간 공녀는 병사들이 잠들어 있는 관리실에서 남작과 그동안의 일들 을 나누었다.

남작이 알고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아 공녀로서는 새로 알게 된 내 용은 없었지만,남작은 공녀에게 서 이야기를 듣고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제 잘못이군요. 어렸을 때부터 엇나가는 것을 모두에게 숨겼는 데,그게 잘못된 거였어요."

이슈비는 몰랐지만,그가 벌인 일 중 일부는 남작에게까지 보고 가 됐었다.

하지만 남작은 공작의 위신과 가 문의 체면을 위해 그 일들을 덮어 버렸고,오히려 이슈비의 가족들 은 이슈비의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몰래 들어오시다 니,너무 위험한 행동이셨습니다. 차라리 그곳에 남아 있으셔야 했 습니다."

"괜찮아요. 제이크와 같이 왔으 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신뢰가 가득 담긴 공녀의 말에 남작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마법사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용병이잖습니까?"

"과연 초보 마법사가 히베루니아 의 전투 마법사를 저렇게 농락할 수 있을까요?"

공녀의 말에 남작은 수감실 쪽을 뒤돌아봤다.

어느새 비명이 멈춰 있었다.

제이크가 철창문을 닫고 이쪽으 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대충 알아낼 것은 다 알아냈습 니다. 아쉽게도 마법사는 거의 반 폐인이 되어 버렸네요. 포션 개조 를 좀 더 해 봐야겠어요."

포션이라는 말에 공녀는 질겁한

표정이 되었지만,남작은 제이크 를 보며 더욱 알 수 없다는 얼굴 이 되었다.

지금 다가오는 남자는 도적인 여 자 마나 사용자와 방패 기사에 묻 혀 그동안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 던 용병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세히 보니,그의 말과 행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 았다.

공녀와 자신을 대하는 것도 여유 가 있고,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기품이 분명 평범한 용병이 아니 었다.

"귀족 출신인가?"

남작의 혼잣말에 제이크는 남몰 래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눈썰 미가 좋은 사람들은 바로 알아차 리는 모양이었다.

"자,이제 어떻게 할까요?"

말을 돌릴 겸 꺼낸 제이크의 말 에 공녀는 딱딱한 얼굴로 대답했다.

"동생을 만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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