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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01화 (101/222)

101 화

잠들어 있던 루테리아 시가 혼 란과 함께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길에는 횃불을 든 병사들과 레 인저들이 내달렸고,창문 뒤로 겁 에 질린 영지민들이 그 모습을 지

켜 봤다.

성에 있는 창마다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남쪽 성문에서는 불 길과 연기가 치솟아 불길한 부위 기를 더했다.

커튼 뒤에 숨어 도시의 모습을 지켜보던 하녀 앤은 점점 다가오 는 횃불의 행렬을 보고 급하게 지 하실로 내려갔다.

"레인저님들이 몰려오고 있어 요! 우리 집 쪽으로도 많이 오고 있어요!"

뛰듯이 내려오며 외치는 딸의 모습에 힐다가 슬쩍 눈살을 찌푸

렸지만,흥분한 앤은 계속해서 소 리 쳤다.

"어서 도망가야 해요. 여기 있 다가는 다 잡혀…… 와! 이게 마 법진?"

앤은 지하실 바닥에 그려진 복 잡하게 빛나는 도형들을 보고 말 을 멈추고 말았다.

그녀는 마법사가 마법진을 그리 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이다.

과거 용병 길드가 사용했던 집 이었던 만큼,창고로 썼던 지하실 은 무척이나 컸다.

원래라면 제이크가 남겨 뒀던

각종 마법 아이템과 고대 금화들 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제이크의 가방과 커다란 마법 상자에 들어 가,남은 게 없었다.

그렇게 텅 빈 지하실에는 앤의 엄마인 하녀 힐다와 레이첼 공녀. 그리고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제이크.

마지막으로 앤의 뒤를 따라 층 계를 내려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냐오옹-

"세상에! 나나야! 너 어디 갔었

어? 안 보여서 내가 얼마나 찾아 다녔는지 알아?"

냐앙!

-아,좀 껴안지 좀 마. 마법사 님이 좀 말려 줘요!

앤이 고양이를 껴안고 얼굴을 비비자,고양이 페이샤는 제이크 를 향해 메시지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제이크는 먼저 다른 내 용을 물었다.

"편지는 다 전해 줬지?"

냐옹.

-책상 위에 올려놓고 왔어요. 세상에,고양이에게 이렇게 빡빡

하게 일을 시키는 사람일 줄 몰랐 어요.

평범한 고양이였으면 제이크도 절대 시키지 않았겠지만,지금같 이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 려야 했다.

"우와! 정말 마법사는 고양이하 고도 말할 수 있는 건가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 와 제이크가 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자,앤의 눈이 휘둥그 레졌다.

-흥,그게 되는 마법사가 어디 있어. 내가 고양이가 아니고, 마법

사님도 그냥 마법사가 아니니까 그런 거지.

냐오옹.

그런 페이샤의 투덜거림은 앤이 볼 때는 그냥 평범한 고양이의 울 음소리일 뿐이었다.

"그런데 막지 않아도 되겠어요? 어차피 성을 빠져나가려면 길을 뚫어야 할 텐데요."

공녀는 바깥의 상황을 전혀 신 경도 안 쓰는 제이크를 향해 초조 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잠시만요. 거의 다했어요. 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좋아,

끝!"

마지막까지 선을 이은 제이크는 만족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어차피 다른 길로 갈 테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말을 하면서도 제이크는 이리저 리 완드를 휘두르며 바닥에 그려 진 마법진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좀 더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행의 머리 위에서 문 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광! 쾅!

"문 열어! 영주 대리님의 지시

다!"

"그냥 부숴!"

"넵!"

쾅! 과광!

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앤과 힐 다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공녀는 담담한 얼굴로 검을 쥐고 있을 뿐이었고,제이크는 오히려 즐거운 얼굴로 완드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모두 이 안에 모이세요."

제이크의 말에 사람들은 주저하 면서도 제이크 옆에 모여들었다.

"가져갈 물건들도 다 자리에 있

고,사람도 전부 있고,고양이도 있고. 준비가 다 되었네."

"그런데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마법인데 이렇게 급하게 해도 되 는 건가?"

공녀의 물음에 제이크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좀 그렇죠? 난생처음 쓰는 마법,아니 천 년 만에 써 보는 마법인데 제가 봐도 너무 주 먹구구인 듯하네요."

제이크의 말에 주변에 있던 여 성들은 물론,고양이의 표정까지 변했다.

"저,혹시,마법은 실패도 한다 고 하지 않나요?"

대표로 조심스럽게 묻는 힐다의 물음에 제이크는 미소를 지어 주 었다.

"그래도 비슷한 마법은 얼마 전 에 혼자 몇 번 해 봤어요. 그리고 실패해도 목숨은 문제가 없을 거 예요."

-그렇죠. 이상한 곳에 나타나거 나. 하늘 위에서 나타나던가. 바다 위에서 나타나던가. 당. 장. 은. 죽 지 않겠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파티마

의 딴지가 들려왔지만,제이크는 자신 있게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마법사 제이크의 이름으로 명 한다. 마나여! 나의 뜻을 따라 우 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라! 필드 점 프(Field Jump)!"

-던전 워프를 이상하게 좀 부 르지 마세요!

파티마의 투덜거림을 끝으로 마 법진이 하얗게 타올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지하실 문이 부서지고 레인저들 과 병사들이 지하실로 들이닥쳤지 만,그들이 본 것은 텅 빈 지하실

뿐이었다.

영주성 중앙 홀.

홀 끝에 영주가 앉는 좌석에는 이슈비가 앉아 레인저들과 자신이 끌어들인 용병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빈집뿐이었습니다. "

"남쪽 성문이 파괴되었습니다. 마법 공격 종류라고 밝혀지긴 했 는데 정확한 방법은 알 수 없었습

니다."

"성문이 파괴당한 뒤에 급하게 병사들이 문을 막아섰습니다. 아 쉽게도 그 와중에 루테리아 남작 이 성문을 빠져나갔습니다."

"성 지하에서 적 마법사 하나가 잡혔습니다. 히베루니아에서 정탐 하기 위해 보낸 마법사 같은데 무 슨 일인지 계속 횡설수설하여

레인저들과 용병들의 보고가 이 어질수록 이슈비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모든 보고가 하나같이 그가 쌓

은 성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들뿐이 었다.

"누나와 누나를 불러들인 놈들 도 놓쳤고,남작도 도망치게 놔뒀 단 말이냐!"

웅얼거리듯이 토해 놓는 이슈비 의 말에 용병들과 레인저들은 난 감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밤사이에 벌어진 일 때문인지 이슈비의 모습이 무척이나 위축되 어 보였다.

영주 대리가 된 이슈비는 잔인 하기는 했어도 무척이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위축되어 있던 예전으로,아니,그보다 더 안 좋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다 네놈들 때문이야. 그도 죽 었으니 그럼 누구한테 조언을 받 아야 하지? 남작이 나갔으면 형이 올 텐데……. 형은 분명 날 살려 두지 않을 거야. 하,그럼 어떻게 하지?"

손톱을 뜯으며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 레인저 중 하나가 조심스 립게 의견을 말했다.

어찌 되었건 여기 있는 이들은 이슈비 공자와 같은 마차에 올라

탄 사람들이었다.

"첫째 공자님께 소식이 가게 되 었으니 우선 병력을 모으고,망가 진 성문도 보수하는 게 어떻겠습 니까?"

변해 버린 이슈비의 모습이 걱 정이긴 했지만,우선 이곳에 들이 닥칠 첫째 공자를 막을 준비를 해 야 했다.

"젠장! 내가 누굴 믿고…… 나 도 몰라! 알아서들 해!"

아직도 누나가 내부 세력과 결 탁해서 잠입했다고 생각하는 이슈 비로서는 자신의 앞에 선 자들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끝낼 수 는 없는 일.

"아냐. 내가 나서지. 형하고 어 차피 한판 붙을 생각이었어. 달라 진 것은 없어. 그리고,누나는

이슈비는 머릿속에서 레이첼을 지워 버렸다.

어차피 형과의 싸움에서 승리하 면 신경 쓸 일 없는 여자였다. 그 리고 지면 그 누구도 신경 쓸 필 요가 없고.

"아직,내 수중에는 공작님이

있어. 승산은 남아 있어."

이슈비는 억지로 용기를 내 의 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지 만,그는 아직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 탓에 뒤를 따르던 용병들과 레인저들의 머릿속이 짙은 먹구름 에 휩싸인 것을,그는 알지 못했다.

날이 밝자,루테리아 시와 영지 전체에 몬스터 웨이브때도 없었던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용병들도 강제로 징집되기 시작 했고,가정마다 남자들은 모두 병 사로 끌려 나갔다.

영지는 새로운 영주에 대한 원 성이 가득해졌고,용병들은 영지 를 빠져나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를 반영한 듯,루테리아 시의 용병 사무소에서도 회의가 한창이 었다.

"아무래도 거짓 편지는 아니었 던 모양이지?"

밖에서 분노한 용병들이 난리를 치는 소리를 들으며,루테리아 용

병 사무소의 소장이 책상 위에 놓 인 편지를 들여다봤다.

"뭐,레이첼 공녀님하고 제시카 파티가 같이 움직인 게 사실이니 까요. 거기다 대충 알아본 바로는 공녀랑 같이 간 병력들이 편지에 쓰인 대로 버려진 성에서 편하게 지낸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제시카 파티와 친했던 알렌이 용병 소장에게 조언했다.

"자는 사이에 편지를 두고 가다니. 예상보다 공녀님 쪽에 있는 자들 실력이 뛰어난 모양이군."

나이가 들어 은퇴했지만,용병

소장도 마나 사용자였다.

당연히 용병 소장이나 다른 용 병들은 편지를 놓고 간 자의 실력 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고양이 한 마리가 편 지를 놓고 떠났을 뿐이었지만…….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래도 편지에 쓰인 내용을 모두 믿기는 좀 어려울 듯한데요. 버려진 성을 기지로 만들고,주변에 몬스터들 도 얼씬거리지 않는다니. 너무 좋 은 이야기만 가득하잖아요?"

다른 용병이 고개를 갸웃거렸지 만,말을 하는 용병 눈에서도 흥

미로운 기색이 가득했다.

"어차피,돌아가는 꼴을 보니 영지가 개판이 될 것 같아. 이미 영주 대리에게 붙어 버린 용병들 도 있지만, 괜히 이런 상속 전에 휘말렸다가는 뒤에 좋은 꼴을 못 볼게 뻔해."

소장의 말에 모여 있던 용병들 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겨울에 우리 대수림 용병들 이 다른 영지에 기웃거려도 좋은 꼴을 볼 수 없을 테고,겨울만이 라도 몸을 피할 곳이 있는 편이 좋을 수도 있어."

모여 있는 사람 중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대 다수는 소장의 말에 동의하는 눈 치였다.

"이렇게 하자. 어차피 우리 용 병들이야 알아서 하는 놈들이니. 영주 대리에게 붙고 싶은 놈들은 영주 대리한테 가고,첫째 공자에 게 가고 싶은 놈들은 그리로 가 고,몸을 피할 놈들은 공녀에게 가서 좀 쉬다 오는 것으로 하자."

"모두에게 그렇게 전합니까?"

"공녀 건만 전해. 나머지는 다 들 알고 있는 내용이니."

소장이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을 듣고,용병 사무소 소속의 용병과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루테리아 영지에서 용병 들 일부와 영지민들이 조금씩 빠 져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버려진 성인 레이첼 성 지하 던 전 중앙에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뒤,빛이 사라지고 조금

전까지 루테리아 시에 있었던 제이크와 공녀 일행이 모습을 드러 냈다.

"와,맙소사. 놀랍군요! 공간 이 동을 직접 보게 되다니……

공간을 뛰어넘은 제이크 일행이 처음 본 것은 놀란 표정이 역력한 공녀의 모습이었다.

"여긴 어디?어? 공녀님이 또 있어?"

놀란 앤을 뒤로하고 공녀의 모 습을 한 앰버는 반갑게 공녀를 맞 이했다.

"정말 공간을 넘어온 거야?"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제시카와 루이도 제이크에게 다가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여긴 별일 없었습니까?"

"뭐,앰버 님이 워낙 잘해 주셔 서 별일 없었어. 다들 적응도 되 고 해서 사냥 다니느라 바빴지."

"루테리아 영지는 어떤가요?" 루이의 물음에 제이크는 절레절 레 머리를 흔들었다.

"복잡합니다. 뭐,우리가 더 복 잡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또 사고 친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사고 친 거 맞죠.

"그보다 이제 바빠질 겁니다."

"응?"

제이크는 앰버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공녀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몰려올 거거든요. 이 제 우리도 자리를 잡아야죠."

제이크의 말에 두 사람은 의아 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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