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급 서기관의 회귀-118화 (118/222)

118화

급조해서 만든 야외 술집이지만, 공터에 만들어진 술집은 꽤나 떠 들썩했다.

나름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귀 족들과 젊은 기사들.

전쟁을 하고 있는 반란군에 이런 술집이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 는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제국,아니,이 세 상에서는 별로 색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귀족이라는 계층은 언제 어디서 는 유흥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 자들이었다.

그 탓에 전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런 술판이 벌어지는 일들 은 어느 시대나 동일하게 벌어졌 었다.

"크,한참 동안 이 맛을 못 봐서

정말 힘들었다니까."

"그러게요. 그 용병 놈들이 들쑤 시고 다니는 바람에 보급이 떨어 져 버려서 술은커녕 식사도 부실 해졌었지 뭡니까."

"그래도 뭐,우리가 대승을 했으 니 이제 황제가 오기 전에 황도에 깃발만 뽑으면 될 거야."

"그럼,이제 제국의 주인이 바뀌 면 공자님은 왕자님이 되시는 겁 니까?"

"하하하,그렇게 되나? 뭐,잘난 척하던 형이란 놈도 큰 실수를 하 는 바람에 나한테도 기회가 올지

도 모른다고!"

흥청거리는 여러 테이블 가운데 에서도 특히 한 테이블이 무척이 나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식탁에는 아름다운 식탁보가 씌 워져 있고,은 식기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평민들이 마시는 술 이 아닌 고급스러운 술들이 모든 잔들에 따라져 있었고,여자들 중 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는 여인들 이 테이블을 둘러앉은 이들 사이 에서 웃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이들은 반란군 수뇌부의 자식들의 모임이었다.

다만 이들 중에 제대로 된 가문 의 후계자는 없었다.

오히려 후계자들이 되지 못한 자 들이 모여 신세 한탄을 하는 그룹 에 가까웠다.

"백작가의 후계자에 기사란 놈이 일도 실패하고 빈털터리로 가문에 돌아와 놓고 뻔뻔하게 아버지 옆 에 자리를 잡고 있단 말이야."

그 젊은이들 중 가장 중앙에 자 리 잡고 있는 자는 프랑코 백작의 둘째 아들이었다.

"뭐,이번 전쟁에 전공을 세우지 못하면 떨려날 게 뻔하니 걱정 마 십시오,공자님."

"그렇지. 이래 봬도 아버지가 나 를 꽤 귀여워하고 있거든. 한마디 로 형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지."

물론,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자들 가운데에서도 이런 곳 에서 자랑질만 하는 그를 한심하 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보다,오늘은 마시자고! 어차

피 며칠은 싸움이 없을 테니까. 뭐,우리까지 싸울 일도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크게 웃으며 다시 마시고 노는 데에 집중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의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서걱-

외곽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제시카의 검에 의해 차례로 바닥 에 쓰러졌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휘이익-

다른 쪽에 서 있던 병사들은 어

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의해 목숨 을 잃었다.

필사적으로 적의 기습을 알리려 던 병사들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 음에 좌절하면서 숨을 거둘 수밖 에 없었다.

"외곽 쪽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음소거 마법이 제대로 시전된 것 을 확인한 제이크가 신호를 보내 자,공녀가 명령을 내렸다.

"시작하세요. 최대한 민간인에게 는 피해가 없게끔 하는 것,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넴!"

낮게 외친 용병들이 공격을 시작 했다.

"커억!"

"적이다!"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들 이닥친 적의 습격에 술자리는 난 장판으로 변해 버렸다.

"적이라니? 여기는 우리 진영 한 가운데잖아!"

실제로는 좀 더 후방에 가까웠지 만,술에 취해 어영부영하던 그들 은 적들의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 른 채 소리를 높여 황급히 지시를

내렸다.

"미친놈들,바로 달려올 부대가 한가득이다. 바로 신호를 올려!"

술을 먹던 기사들이 바로 정신을 차리고 테이블을 엎고서 검을 빼 들었다.

꺄악!

놀란 여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마 차로 도망쳤고,뒤에 있던 병사들 은 쇠뇌를 꺼내 화살을 겠다.

불화살을 쏴서 다른 곳에 알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쏜 화살은 채 몇 미터도 올라가기 전에 허공에서

튕겨져 떨어지고 말았다.

제이크가 일대에 낮게 실드를 쳐 버린 것이다.

실드는 원래 적의 공격을 막는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제이크는 반대로 적들이 안쪽에서 쏜 화살이 밖으로 나가 지 못하게 최대한 높이를 낮춰 실 드를 둘렀다.

그러니 적들이 쏘아 올린 불화살 은 다른 곳에서 확인이 가능할 만 큼 높게 올라갈 수가 없었다.

물론,고정된 마법을 쓰고 있는 지금의 마법사들은 불가능한 방법

이었지만,제이크에게는 눈 감고 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 었다.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나름 기사들도 꽤 많이 포함된 반란군이었지만,술을 가득 들이 키고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 은 많지 않았다.

높은 수준의 마나 사용자라면 몸 밖으로 술을 뽑아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싸움은 그럴 시간 조차 주지를 않았다.

"이야! 내가 기사를 잡았다고!"

"아니,우리 셋이서 한꺼번에 달

려들어서 잡아 놓고 뭔 소리야?"

"셋이고 뭐고 다른 때였으면 말 도안되는 거잖아."

루테리아 요격대는 신이 나서 적 들을 쓸어버리는 중이었다.

프랑코 백작의 아들이 있는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귀족들을 호위하기 위해 기사들이 많이 배치한 덕도 있었 고,그들도 나름대로 실력 있는 이들이었기에 다른 무리들과는 달 리 잘 막아 내고 있었다.

"젠장,이게 무슨 일이야!"

프랑코 백작의 둘째 아들,오스

틴 프랑코는 덤벼 오는 용병 하나 를 베어 버린 뒤,질린 얼굴로 주 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후위에 있던 그와 일행은 마나를 사용해 몸속에 쌓인 술을 빼낼 수 있었다.

그 덕에 쉽게 덤벼 오는 용병들 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아무리 봐도 자신들이 있는 곳 이외에는 전부 답이 없어 보였다.

사방이 적들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때,또 다시 용병 하나가 그에 게 덤벼들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남자도 아닌 것 같아,오스틴은 허탈할 지경이었다.

"날 뭘로 보고!"

분노한 그가 여자 용병을 향해 검을 힘차게 휘둘렀지만.

캉!

그의 검은 용병의 짧은 단검에 막히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어라? 이 기사는 얼마 전에 본 기사하고 비슷하게 생겼네."

제시카는 검을 밀어낸 뒤에 고개 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눈앞에 기사는 얼마 전 그녀가 잡혔었던 부대에서 본 기사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오스틴은 그녀의 말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보니 눈앞의 여자 용병은 마나 사용자였다.

더구나 그녀의 단검도 예사롭지 가 않았다.

"설마,네놈들. 우리 후방을 휩쓸 고 다니던 용병 놈들이냐!"

"어. 우리가 그렇게 유명했었 나?"

오스틴은 그녀의 대답에 이를 악

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오스틴은 달리 생각했다.

정말 이들이 그 용병들이라면 이 건 오히려 기회였다.

이 정도 소란이 일어났는데 주변 에서 호응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마법적인 방법으 로 이곳의 소란을 들리지 않게 한 것일 터였다.

많은 이들이 죽겠지만,자신이 이들을 부대에 알리고,군대를 이 끌고와 이 용병들을 잡게 된다면 분명 아버지의 생각이 바뀌리라.

그렇다면 괜히 눈앞의 용병과 드 잡이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

오스틴은 슬쩍 검을 휘둘러 견제 를 한 뒤에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주변에서 싸우고 있던 동료들에 게는 미안했지만,덕분에 자신의 몸을 뻘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에 게 감사할 뿐이었다.

하지만,그런 그의 생각은 몇 걸 음을 달리기 전에 끝이 나고 말았다.

그의 앞을 다른 여자가 가로막았 던 것이다.

눈앞의 여자는 그도 아는 인물이 었다.

"레이첼 공녀……

"오랜만이네요,오스틴 공자." 오스틴과 레이첼은 제국을 주름 잡는 두 가문의 아들과 딸이었다.

때문에 레이첼이 예비 황태자비 가 되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은 서 로 면식이 있는 사

이였다.

"이게 무슨……

오스틴은 그녀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눈을 훔쳤다.

그는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나

생각했던 것이다.

예비 황태자비가 되기 전에 레이 첼 공녀는 많은 젊은 귀족들의 상 사병을 일으키는 존재였다.

공작가의 외동딸에 고귀한 품성 과 자애로운 성격,그리고 아름다 운 얼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황태자비로 책봉된 뒤에 젊은 귀족들 사이에 서 절벽 위의 꽃이라는 별명을 만 들언 내는 데 한몫했다.

파혼을 하고 난 뒤에는 잠시 잊 힌 존재가 되고 말았지만,한때는 오스틴도 그 꽃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안 타깝네요. 어서 검을 드세요."

꿈을 꾸는 듯했던 오스틴은 공녀 의 말에 아직도 어리둥절한 얼굴 로 검을 치켜들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제시카는 어깨 를 으쏙이고는 다른 싸움을 찾아 나섰다.

"그럼 갑니다."

오스틴은 어떻게 그녀가 기사가 될 수 있었는지,왜 이곳에 그녀 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그녀는 강했다.

한 번 검을 맞대고 나서 그는 왜 여자 용병이 협공을 하지 않고 떠 났는지 알게 되었고.

두 번째 검을 맞댄 후에는 그녀 가 사용하는 검도 보통 검이 아니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스틴의 검이 잘려 나간 것이다.

그리고 잘려진 검으로는 공녀의 세 번째 검을 막을 수 없었다.

오스틴은 검에 찔리면서도 공녀 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 히 쓰러졌다.

싸움은 프랑코 백작의 아들이 죽 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사상자가 꽤 많았습니다." 레인저의 보고에 공녀가 굳은 얼 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술자리를 노려 기습했다 고는 하지만,귀족과 기사들이 넘 쳐 나는 곳이었다.

용병과 일반 병사들이 주축이 된 유격대의 피해가 없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상보다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레이첼은 미소를 띤 채 쓰러져 있는 오스틴의 시체를 가리켰다.

"이자는 오스틴 백작의 둘째 아 들이에요. 방탕한 아들로 유명하 지만,그래도 백작이 꽤 사랑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와,백작이 알면 난리가 나겠네요."

공녀의 말에 제시카가 입을 떡 벌렸다.

"잘됐네요. 빨리 수습하고 출발 해야겠습니다. 마법이 소리를 막 아 주고는 있지만,너무 조용하면

의심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제이크의 말에 모두 그를 돌아보 았다.

"괜찮겠어요? 차라리 다른 방법 을 쓰는 게……

"이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어딘가 걱정스러운 공녀의 말을 제이크가 딱 막아 버렸다.

공녀뿐만 아니라 제이크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고 있는 모두가 걱 정하는 표정으로 제이크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이크의 고집

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때,제시카가 분위기를 전환시 키려 다른 말을 꺼냈다.

"다행히 민간인들은 다치지 않았 어요. 알아서들 잘 피하던데요."

싸움이 일어나자,여성들과 상인 들은 알아서 마차로 피해 있었다.

원래 전쟁에서는 민간인 구별 없 이 약탈하곤 했지만,공녀가 미리 강하게 말해 놨었기에 용병들은 입맛을 다시며 민간인들을 놓아줬다.

"어차피 저들을 죽이는 게 목표 가 아니라 우리를 최대한 많이 추

적하게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증 인이 많으면 좋겠죠."

전생의 마인드가 남아 있는 제이크도 핑계 삼아서 민간인들을 살 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상황을 빠르게 정리를 한 뒤,새벽 해가 뜨기 전에 사백 명 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더 후방으 로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주변을 감시하던 정찰병 들이 그 모습을 보게 됐음은 물 론,숨어 있던 상인들이 헐레벌떡 반란군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

아,그곳에서 벌어진 참사가 반란 군 수뇌부에 알려졌다.

당연히 프랑코 백작은 크게 분노 했고,반란군은 모든 일을 제쳐 놓고 범인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