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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32화 (132/222)

132화

다행히 제단 밑에 나 있는 층계 는 그리 깊지 않았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작은 석실 이 보였다.

석실 안에는 중앙에 아름다운 관

이 놓여 있었고,관 양쪽에는 조 각상과 갑옷이 서 있었다.

조각상은 보석이 달린 막대기인 홀을 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었다.

또 갑옷은 판금으로 만들어져 지 금도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모두 석실을 구경하는 사이,파 티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여기는 가이아의 신전이었 군요.

-가이아?

-최초의 신. 아니,그 전에도 신 은 있었지만,실제로 기적을 내리

게 된 최초의 신이에요. 나중에는 마법사들에게 다 들통나지만요.

-아,신이라면…… 전에 말한, 이성을 가지게 된 마나라는 건가?

-네,가이아 신이 제일 처음이에요. 그 뒤로 다른 신들이 나타나 고,마법사들에게 탄압당해서 많 이들 지하로 잠적했었어요. 근데 이런 식으로 발견되네요.

-그럼,사제들의 성력에 반응한 것도...

-네,모태가 되는 신이라 성력이 어느 정도 호환이 될 거예요. 신 도들이 사라지면 신도 마나로 돌

아가게 되는데,최초 신이라 그런 지 아직 신으로 남아 있나 보네요.

'이건 죽을 때까지 혼자 알고 있 어야겠네.'

신이 마나의 일종일 뿐이라는 이 야기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 할 수 없었다.

만일 교단들이 알게 된다면 바로 제이크를 향한 성전(聖戰)을 일으 킬게 분명했다.

"고대 신의 신전이라……. 그럼 제단 아래에 있는 이곳은 뭘까?"

처음에는 보물 창고로 생각했지

만,그것보다는 묘실에 가까워 보 였다.

제이크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 는지 이네트가 그를 돌아봤다.

"아,그러고 보니 본단에 있는 초대 성녀님의 안식처도 이거와 비슷하네요."

이네트의 말에 알리바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관 옆에 천칭을 든 천사 조각상이 서 있었어요."

"맞아. 그 천칭이 교단의 보물이 었잖아. 약속의 천칭."

제이크도 그 천칭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거래를 위해 그 천칭에 어떤 것 을 걸어 놓으면,약속이 깨진 순 간 천칭에 걸어 놓은 것이 사라지 는 무시무시한 신의 유물.

돈,문서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생명과 믿음 같은 것까지도 담보 를 걸 수 있는 신기한 유물이었다.

"정말이야? 그럼 여기도 그럴 거 잖아!"

두 사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제시카가 급하게 조각상에 다가갔다.

그런데 조각상 앞에서 갑자기 걸 음을 멈췄다.

"역시,없을 리가 없지."

그녀는 홀을 들고 있는 조각상 옆을 돌며 조각상을 살폈다.

"생각 없이 홀을 빼면 작동하는 기관에다가, 흠,이건 일종의 마법 진 비슷한 거네."

조각상을 확인한 제시카는 슬금 슬금 뒤로 물러섰다.

"아무래도 이 홀은 사제가 성력 을 사용해서 빼내야겠어. 안 그러 면 위쪽에 있는 제단이 천장과 함 께 폭삭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반대편에 있는 갑옷도 마찬가지 인 듯했다.

제시카와 제이크는 같이 온 사제 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뭔가 딱 맞아떨어지는 데?"

성력을 지닌 사람도 둘.

성력이 필요한 유물도 둘.

이건 일부러 준비하지 않으면 있 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이 예비하신 거군요."

두 사제는 놀라지 않았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미래를 신탁으로 받

는 사제들에게는 그리 특별한 일 이 아니었다.

다만, 그 대상이 자신들이란 것 에 두 어린 사제는 감격할 뿐이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불만이었다.

-전부 신의 예지 속에 있다는 건 마음에 안 드는 일인데.

그 말에 파티마가 굉장히 기뻐했다.

-과연! 마법사로서는 당연한 마 음가짐이에요!

현대 마법사와도,고대 마법사와 도 다른 점이 많은 제이크였지만,

어쨌거나 그도 마나를 이용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마법사였다.

신의 계획 속에 미래가 정해져 있는 세계 같은 건 받아들이고 싶 지 않았다.

-파묻어 버릴까?

-네?

잠시 엉뚱한 생각을 했던 제이크 였지만,넝쿨째 들어온 호박을 부 숴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신,최대한 이용해 먹어야겠어.'

신의 계획을 망칠 수 없다면 가 장 이익이 되는 쪽으로 써먹어야

했다.

"꺼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 죠?"

제이크의 물음에 제시카는 고개 를 갸웃거리다 대답했다.

"신성력이 기준이라 좀 애매하긴 한데,신성력을 활성화한 뒤에 두 사람이 동시에 유물에 손을 올리 면 뭔가 변화가 있을 거야. 처음 보는 유물들이라 어떤 식으로 반 응할지는 잘 모르겠네."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두 사제 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위험할 것

같으면 이대로 놔두고 돌아가도 됩니다."

나름 배려를 해 주는 듯한 말이 었지만,여기에 있는 누구도 두 사제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할게요."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기도를 올려 신 성력을 끌어 올린 뒤에 각각 조각 상과 갑옷 앞에 섰다.

"준비됐어?"

"근데 내 성력으로도 괜찮을까? 반쪽짜리인데."

"걱정 마. 괜찮을 거야. 신께서 준비하신 거잖아."

알리바의 걱정에 이네트가 굳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에 알리바는 긴장이 가라앉 았는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홀과 갑옷 에 손을 올렸다.

우웅-

두 사람의 손이 유물에 닿는 순 간, 낮은 울림이 유물에서부터 퍼 져 나갔다.

그리고 두 사제는 유물에 손을 올린 채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런,둘 다 괜찮아?"

"아,만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제시카가 놀라 다가가려고 하자, 제이크가 그녀를 말렸다.

"아,맞다. 제이크 너도 그 에고 완드 잡았을 때 한참 동안 멍청하 게 있었지."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쓴웃음 을 지었다.

제이크는 그때 알아듣지 못하는 시끄러운 파티마의 목소리로 인해 반쯤 정신이 나가 버렸었기 때문 이었다.

두 사제는 백을 셸 동안의 시간 이 지나자 정신을 차렸다.

"아,계시를 받았어요."

"아름다운 여신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에고 완드와는 달리 가 이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모 양이었다.

"이 신성한 유물들은 저희들을 위해 남겨 놓으신 게 맞아요. 저 희 겔드 신께서도 사용해도 된다 고 말씀하셨어요."

"사용법도 알려 주셨습니다."

두 사제들은 기쁨에 가득 찬 얼 굴로 말을 쏟아냈다.

"어떻게 하는 거냐면요."

이네트가 조심스럽게 홀을 꺼내 들어 손에 쥐었다.

"가이아 교의 예식 때 대제사장 이 사용하던 홀이래요."

그러자 보석이 달린 아름다운 막 대기가 그녀의 손에서 신성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석실 전체가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사악한 기운을 가진 자들의 방 패를 무력화시키는 힘을 가진 물 건이라네요. 그 외에도 신성력을 올려 준다든가 하는 힘이 있대

요."

그녀의 말에,무언가를 확인하려 는 듯 제이크가 급하게 가방에서 새끼 지네 괴물을 꺼내 들었다.

아직도 빛은 석실에 가득해 있었다.

지네 괴물의 검은 피부가 빛에 닿는 순간,조금은 바랜 것처럼 보였다.

"불타라."

제이크는 들고 있는 지네 괴물에 불을 붙여 봤다.

마나를 머금은 약한 불길이 지네 괴물에 옮겨 붙었고,순식간에 활

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그런 물건인가?"

제이크는 제시카에게 부탁해서, 마나가 실린 단검으로 지네 괴물 의 몸을 잘라 봤다.

전과 달리 검은 괴물의 몸이 한 번에 잘렸다.

제이크가 확신에 찬 얼굴로 모두 를 향해 설명했다.

"신성력으로 주변을 정화하는 유 물이군요."

이네트가 들고 있는 홀은 괴물을 상대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헉,헉……

다만,홀을 사용할 때는 신성력 이 꽤 많이 필요한 듯했다.

얼마 되지 않아 이네트의 신성력 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그럼에도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이네트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그럼 제 차례인가요?"

이네트의 시연이 끝나자, 알리바 가 갑옷에 올린 손에 신성력을 밀 어 넣었다.

철컥,철컥.

한 번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

던 그의 신성력이었지만,갑옷의 잠을 깨우기는 충분했던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눈앞에서 갑옷이 산산 이 분해되더니,다시 알리바의 몸 위에서 조립되기 시작했다.

"무슨 강철 맨이냐."

어이없는 광경에 투덜거린 제이크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정 말 멋진 광경이었다.

순식간에 갑옷이 알리바의 몸을 뒤덮었고,그의 몸에 딱 맞도록 크기가 조절되었다.

잠시 뒤,일행 앞에 조금 작지만 멋진 성기사 한 명이 서 있었다.

"이 갑옷은 신성력이 있으면 언 제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 데요. 그리고 자체적으로 신성력 을 들고 있는 무기에 흘려 넣을 수도 있고요."

강철 맨에 이어 형상 기억 합금 까지 등장하자,제이크는 더 이상 뭐라 하기를 포기했다.

운 좋게도 대단한 유물들을 찾게 되어 두 사제는 물론 제시카도 무 척이나 기뻐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제이크의 표 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왜 그래?"

우울해 보이는 제이크의 표정에 제시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쉽게도 이 유물들은 우리가 쓸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네?"

제이크의 말에 두 사제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제이크는 미안한 얼굴로 두 사람 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몰랐겠지만,이 두 유물은 황제에게로 가게 될 거

야."

"황제에게요?"

"그 나쁜 황제한테요?"

제이크의 말에 두 사제는 화난 얼굴로 반문했다.

큰 감홍이 없는 제시카와는 달 리,두 사람에게 제국의 황제는 자신들이 사는 나라를 침략한 최 악의 악당이었다.

"원래 이번 탐사는 영지에서 진 행하는 거라,유물도 영지 소유가 되는 거거든."

용병대에게는 마석으로 지불하기 로 했으니,그들은 그리 불만을

가지기 않았다.

그리고 두 사제는 그저 견습일 뿐이었다.

"뭐,영지 소유라도 신성력이 있 어야 하는 유물이니 두 사람이 쓸 수도 있었을 테지만,문제는 우리 영지를 인정해 주는 대가로 황제 가 요구를 한 게 있어."

일 년 동안 던전 다섯 개 분량의 유물과 몬스터 웨이브를 버텨 내 는 것.

"이 유물도 황제에게 보낼 수밖 에 없는 거지."

제이크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예

시카가 어느 순간,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영주성 지하 던전에는 아직도 많 은 유물들이 가득 있었기 때문이 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제시카가 왜 그 런 표정을 짓는지 알면서도 무시 한 채로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영주님도 주고 싶지 않지만,어 쩔 수 없는 거지."

"하지만,이건 신성한 유물들이 에요."

"거기다 신께서 예비해 놓으신 건데……

두 사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으로 항의를 했지만,제이크는 좀 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알지. 하지만 어쩌겠어. 1 년 안에 유물들을 준비해야 하는 데. 다른 던전들을 탐사해야 하는 데 도와줄 사람들도 없고……. 신 성력이 있는 사제들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럼,저희들이 도와 드리면 안 돼요?"

물었다!

"하지만,너희는 나이도 어리고, 이번에는 견학 차원에서 데려온

거잖아. 주세프 사제님이 허락하 지 않으실 거야."

제이크의 연기가 점점 무르익어 갔다.

"사제님도 이 일을 아시면 허락 하실 거예요. 신께서 준비하신 일 이잖아요. 저희가 필요해서 내리 신 유물들이에요."

"하긴,신성한 유물을 '그' 황제 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제이크가 강한 어조로 말을 하자 두 사제는 감격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영주님께 잘 이야기해 볼 게. 대신 두 사람은 한동안 우리

와 함께 다녀야 할 텐데,괜찮겠어?"

"네! 걱정 마세요."

"하겠습니다."

"그럼,임시로 두 사람을 우리 파티원으로 해서 말씀드려 볼게. 이 유물들은 영주님 것이니 빌리 는 것으로 하고. 어차피 너희들 밖에 못 쓰는 것이니까 상관없을 거야."

"네,부탁드릴게요."

환한 얼굴로 감사 인사를 하는 두 사제의 어깨를 제이크가 미소 를 지으며 두들겨 주었다.

그 모습에 제시카는 입을 딱 벌 리고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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