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자, 제이크 는 유물들을 마법 배낭 안에 집어 넣었다.
"몰래 왔는데 유물을 발견했다고 떠들 이유는 없겠지."
아무리 친하고 정직한 용병대라 고 해도 이런 유물을 보고 욕심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용병대와의 관계 유지와 사고 방 지를 위해서는 유물을 찾았다는 것은 알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가방 안으로 갑옷과 홀이 사라지 자,두 사제는 자신의 몸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에 가방을 계 속 쳐다봤다.
그 옆에서 제시카는 관을 보며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흠,열어 보고 싶은데 열면 안 되겠지?"
묘 형태의 유적에서 제일 갚진 물건은 바로 시체와 함께 관 안에 비치된 물건들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릴 것 없이 바로 관을 열었을 제시카였지만, 사제들이 있는 곳에서 함부로 열 기가 곤란했다.
더구나 조각상하고 같은 기관이 있어,사제들 이외에는 손을 대기 도 힘들었다.
아쉬워하는 제시카를 끌고,일행 은 제단 아래 지하 묘실을 빠져나 갔다.
그리고 다시 제단을 원래의 자리
로 돌려놓았다.
"혹시 이 아래 묘실을 노리고 있 었던 것 아닐까?"
"그건 알 수가 없죠. 원래 날아 다니는 놈이었다는데 왜 자신의 장기를 버렸는지도 알 수가 없으 니……
지네 괴물이 원래 레타니아 왕국 의 고대 숲에서 나온 괴물이라는 것도 모르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이 괴물의 또 다른 목 적을 알리가 없었다.
일행은 각기 제단 앞에서 기도와 묵념을 올린 뒤 던전 밖으로 나갔
다.
모두가 떠난 지하 묘실.
관 위로,작은 빛이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영지로 들어서는 길에 제이크 일 행은 호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 누었다.
주술사의 능력으로는 마나 사용 자들의 눈을 속이기 힘들기에,그 들은 아인족들이 머무는 안가에서
머물다가 대수림을 다시 넘을 생 각이었다.
베른도 그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하지만 멀리 가진 않고 이곳 영 지 근처에서 머물 생각입니다. 동 료만 믿을 수가 없어서요."
같이 간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멀리 떠나지는 않는 듯했다.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귀로 억울 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베른을 비롯한 호족들이
반대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크,멋진 남자들이야. 말은 없었 지만,떡 벌어진 근육에 강한 힘 까지. 얼굴만 좀 더 잘생겼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떠나가는 호족들에게 손을 흔들 며 제시카가 아쉬운 눈길을 보냈다.
"원래는 어떻게 생겼어? 아인족 이니 좀 더 야성적이려나? 궁금하다."
"모르는 편이 건강에 좋습니다." 제이크는 기대에 찬 제시카의 눈
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족들과 헤어진 일행은 곧 영주성으로 돌아왔다.
영주성과 성 주변의 마을은 며칠 밖에 안 됐지만,더 북적거리는 것 같았다.
성으로 돌아온 일행은 먼저 정산 을 했다.
우선 용병대에게는 마석의 상당 량을 건네주었다.
용병대는 신전의 유물을 얻었다 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받아 든 마석의 양에 무척이나 놀랐다.
맥 용병대장은 거절하려고 했지 만, 금방 뭔가 눈치를 채고는 마 석을 받아들였다.
"아깝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원 래대로 나눌 걸 그랬나?"
"마음에 없는 소리는 안 하는 편 이 좋아요. 일부러 맥 대장에게 신호까지 보내 놓고는."
"헤헤,들켰어?"
제이크의 말에 실없는 웃음을 흘 리는 제시카였다.
어차피 마석은 최대한 용병대에 게 배분할 생각이었다.
몰래 유물을 찾은 것도 빼돌릴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었으니,차 라리 이럴 때 인심을 얻는 편이 좋았다.
곧이어 두 사제들도 제이크 일행 과 헤어졌다.
"저희도 가 볼게요."
"이따가 우리 숙소로 계약서 쓰 러 와요."
"네!"
출발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떠나는 사제들이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제이크였지만,제시카는 못 볼 것을
보는 표정으로 제이크를 째려보았다.
"제이크,넌 정말 나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어요."
"그래도 사기잖아! 어린 애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저랑 몇 살 차이도 안 나요."
"애늙은이가 뭔 소리를. 아니,따 지고 보면 늙은이가 맞잖아?"
"그럼,취소할까요? 그럼 황제에 게 보내지 않더라도 유물들은 창 고에서 잠자게 될 거고……
"누가 취소하래? 넌 나쁘지만,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
이 파티원으로 잘 데리고 다녀야 지. 사기꾼 손에서 우리 아기들을 지켜 내야 해!"
성안을 걸어가면서도,기껏 애들 을 구슬리고 있었는데 선수를 쳤 다며 제시카가 계속 투덜거렸다.
듣다 못한 제이크가 화제를 전환 했다.
"그런데,유물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해도,던전 다섯 개는 찾 아 놔야 하잖아요. 이번 던전은 공개하면 안 될 듯하고."
잠시 걱정하는 듯했던 제시카였 지만,곧 제이크를 보고는 어깨를
으쏙였다.
"다섯 개 정도야 제이크가 위치 를 알고 있을 건데,뭐."
"저라도 다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이크도 이번만큼은 그녀의 바 람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가 경험한 미래에는 이 영지가 다시 회복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이 영지 근처의 던전은 제이크도 거의 알지 못했다.
다만,찾을 방법은 알고 있었다.
던전을 다녀온 보고를 하기 위해 영주의 집무실을 찾은 제이크는 그곳에서 앰버와 마주쳤다.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그녀는 평 상시의 귀족적인 모습과 달리,영 주에게 매달려 하소연을 하고 있 었다.
"레이첼 영주님이 좀 쫓아내 줘요. 매 시간마다 찾아와서 사람을 달달 볶는다니까요."
"안 된다는 걸 알잖아요. 마탑 소속의 마법사를 함부로 쫒아낼 수는 없어요."
"그거야 그렇지만,이래서야 실 험실에 있을 수도 없다니까요. 요 즘은 던전 에고가 까칠하게 굴어 서 제이크 님이 없을 때는 던전에 있기도 힘든데."
아무래도 귀찮은 일을 겪게 될 것 같아 제이크는 다시 집무실을 나가려고 했지만,이미 두 사람이 그를 본 뒤였다.
"제이크!"
앰버가 급하게 달려와 그의 팔을 잡았다.
"마침 잘 왔어요."
"아니,던전 탐사 보고만 하고
나갈 생각인데요."
"가긴 어딜 가요!"
앰버가 제이크를 질질 끌고 레이 첼 앞에 앉힌 뒤에 문 앞을 지키 고 섰다.
"어서 보고해요. 그다음은 나랑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도망치기는 틀린 모양 이었다.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고는 레이 첼 영주에게 그동안의 일을 보고 했다.
호족을 만난 이야기와 괴물에 대 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듣고 있
던 레이첼과 앰버의 표정도 심각 해졌다.
"정말 그런 괴물이 실제로 있었 군요."
어느새 옆에 다가온 앰버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레이첼도 말은 안 했지만,괴물 이 실제로 등장했다는 말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제이크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고 는 있었지만,그것을 자신의 일로 실감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잡을 수 있으면 몬스터와 그리 다
른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몬스터 들 중에도 강한 몬스터도 있고요."
앰버는 몬스터 웨이브 때 본 거 대한 아귀 몬스터를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이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 었다.
"준기사급 아인족 십여 명과 주 술사,그리고 저와 제시카,루이. 이렇게 겨우 디스트로이어라고 불 리는 괴물 한 마리를 상대했습니다. 문제는 그 괴물이 뭔가 특별 한 놈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이크는 자신이 경험했던 괴물 들을 떠올렸다.
지네 괴물처럼 엄청난 숫자로 불 어나는 놈들,아니면 하늘을 날아 다니는 놈들과 아귀 몬스터보다 더 뛰어난 놈들.
몇몇 괴물들은 다른 괴물들과 차 원이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었지 만,대륙의 인류가 패배한 것은 마나가 안 통하는 괴물들의 끝없 는 물량 공세 때문이었다.
"저런 괴물들이 자기 영역 없이 수천,수만 마리가 몰려오니까요. 막아 낼 방법이 없었죠."
말을 하던 제이크는 어깨를 으쏙 였다.
"하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입니다. 보니까 아인족들이 우리들 모 르게 잘 처리하고 있었던 모양이 더라고요."
이번에도 느꼈지만,미래에 괴물 들이 튀어나왔던 것은 황제가 아 인족의 나라들을 공격했기 때문이 분명했다.
이어 제이크가 교단의 유물을 얻 은 것과 두 사제가 파티에 참가하 게 된 일까지 모두 말했다.
이야기가 끝나자,두 여성의 표
정이 묘해졌다.
"무슨 영웅 소설의 일화 같네요. 여태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제국 건국 신화 같은 느낌이 들어요."
레이첼의 말에 앰버도 동의하는 얼굴이었다.
뮤우-
거기다 언제 나타났는지,레이첼 의 어깨에 앉아 있던 신조도 고개 를 끄덕였다.
'건국 신화는 오히려 영주님 같 은데요.,
제국의 초대 황제가 데리고 다니
던 신조를 떡하니 어깨에 올리고 있는 레이첼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어린 모습이라 사 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지 만,성장을 한 뒤에는 한바탕 풍 파가 일게 분명했다.
두 사제의 파티 참가와 유물의 대여는 바로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전생과 다르게 10대 중반이면 충분히 자신의 앞가림을 할 수 있 는 제국이었다.
사제들의 파티 참가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거기다 유물 문제도 제이크가 가 지고 있는 유물로 대체를 하겠다 는 말에,레이첼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바로 허 락이 떨어진 이유는 제이크에 대 한 레이첼의 전폭적인 신뢰 때문 이었다.
"그럼 이야기가 끝난 거죠?"
이제껏 기다리고 있던 앰버가 제이크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입을 열었다.
"제이크가 성을 나선 뒤에 마법 사 둘이 계속 찾아왔어요. 마탑
연맹 소속의 마법사들인데,포션 을 만든 마법사를 봐야겠다고 계 속 들이닥치는 거예요!"
아무래도 돈을 벌겠다고 뿌린 포 션이 마법사들을 불러들인 모양이 었다.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라,도 무지 방법이 없어요. 마탑 소속이 라서 강제로 하기도 쉽지 않 고……
마탑.
마법사의 탑을 부르는 말로,대 륵에 다섯 군데에 세워져 있는 마 법사들의 거대한 실험실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한 계열의 일가를 이룬 위대한 마법사들이 제자들과 함께 세운 마탑은,초기에는 단지 연구를 위 해 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마법사 들의 힘과 지위를 나타내는 쪽으 로 변해 갔다.
그리고 지금은 마법사들의 권력 을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이름이 되었다.
제국 황도에 있는 황실 마탑. 제국 북부에 있는 얼음의 탑.
히베루니아 왕국에 있는 암흑의
탑과 브리티 왕국에 있는 백색의 탑.
마지막으로 페카폴라스 왕국에 있는 자유의 탑까지.
이 다섯 개의 탑은 마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과 마법사에게 두 려음이 되고 있었다.
지금 앰버를 계속 찾아오고 있는 두 마법사는 그중 백색 마탑 소속 의 마법사들이었다.
물론,지금 제국과 한참 싸우고 있는 왕국의 마탑이었지만,기본 적으로 마탑은 언제나 중립을 지 키고 있었다.
소속 마법사들은 필요에 따라 각 나라를 지원했지만,마탑은 공식 적으로는 나라와 왕실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그렇다고 제이크를 마법사들에 게 노출되게 할 수도 없고. 이래 저래 답이 없어요. 정말,방법이 없을까요?"
한참을 매달리는 모습에 다른 뜻 이 있는 줄 알았지만,앰버는 단 지 푸념을 늘어놓는 게 목적이었 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에요. 제이크가 왔으니 저도 던전에 들어
가 숨어 있으면 되겠죠. 실험실에 있는 장비 모두 옮겨 버려야지." 제이크를 앞에 두고 혼자서 결론
을 내리는 앰버였다.
하지만 제이크는 앰버의 결론과 다른 생각이 있었다.
"제가 만나죠."
"네?"
"어차피 포션을 풀 때부터 예상
했던 일입니다."
제이크의 말에 앰버와 레이첼이 놀란 눈을 했다.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마법사 들과 담판을 지을 때가 되었습니
다. 이렇게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는 없죠."
거기다,마탑을 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마탑은 유물들을 모아 왔다.
그리고 그 유물 중에는 던전의 위치가 숨겨져 있는 유물도 있었다.
"이제 고대 마법사가 밖으로 나 갈 때입니다."
제이크는 머릿속으로 파티마의 환호성을 들으며 두 사람 앞에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