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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35화 (135/222)

135화

일은 제이크의 예상대로 진행되 었다.

헐레벌떡 뛰쳐나갔던 두 마법사 는 금방 다시 달려왔다.

그리곤 새로운 제의를 해 왔다.

"우리와 함께 마탑으로 가지 않 겠나?"

"네? 거긴 너무 멀기도 하고 제 가 여기서 해야 할 일들도 너무 많아 시간이 없기도 해서…….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알면서도 제이크는 먼 거 리라 힘들다고 말했다.

마법사는 그런 속셈도 모른 채 허허 웃으며 짐짓 여유롭게 제이크를 설득하려 했다.

"그건 걱정 말게나."

-이건 말이지…….

미뉴얼은 메시지 마법까지 사용

해서 공간 이동 마법을 설명해 주 었다.

-아! 그런 방법이 있군요. 신기 한 방법이네요.

제이크는 또 다시 처음 듣는 것 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다음 한참 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 제이크 는,한참 뒤에 그들의 요청을 들 어주었다.

"정말인가? 다행이군."

"다행이에요! 못 가신다고 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하하."

미뉴얼과 반센은 너무도 기뻐했

다.

"그럼 저도 영주님께 말씀드리러 가야겠군요."

제이크는 레이첼 영주와 파티원 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줬다.

미뉴얼과 반센이 조금 더 머물다 가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제이크는 곧장 레이첼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는 제이크가 미리 언질 을 해 뒀던 덕에 모두가 모여 있 었다.

제이크는 일행에게 이 이야기를 알렸다.

모두가 예측했던 대로 흘러간 사

실에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잘 다녀와요,제이크."

"그래,몸 조심하고!"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기어코 따라가겠다고 졸라 댔다.

바로 영지의 마법사인 앰버였다.

하나 있는 영지의 마법사가 먼 길을 나서면 영지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모두가 반대했다.

그러나 앰버는 자신도 따라가겠 다고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

"마탑이 어떤 곳인지 제이크는 경험해 본 적이 없잖아요. 다른

곳은 몰라도,마탑에 가는 거면 제가 같이 가야 해요."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은 제 자를 보호하기 위해 같이 길을 나 서는 스승처럼 보였다.

"앰버 말이 맞아요. 뭐든지 혼자 할 생각을 하지 말아요. 마법사로 서는 앰버가 대선배이니 그녀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예요."

레이첼 영주만이 처음부터 그녀 의 편을 들어주었지만,앰버와 제이크가 떠난 뒤에 영주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제이크와 앰버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게 되자,그녀의 책상 위로 엄청난 서류가 쌓이고 만 것이었다.

아쉽게도 제이크의 파티원들은 이번에는 같이 갈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새로운 파티원들을 훈련 시켜야 했고,애초에 마탑 안에는 마법사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 이었다.

다음 날.

제이크와 앰버는 두 마법사와 함 께 루테리아로 향하는 상인의 마 차에 동승했다.

마법사들의 말에 의하면,백색의 탑으로 가기 위한 마법진이 루테리아 시에 있는 지점 지하에 그려 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영지에서 모은 몬스터의 부산물이나 포션 같은 상품을 루테리아로 운반하는 상인들이었다.

상인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몇 명 의 용병들이 있음에도 제이크와 앰버의 말에 크게 환영했다.

상인의 환대는 일행의 자리에서 부터 표가 확 드러났다.

일행은 다른 용병들과 달리 짐마 차 위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이

다.

상인들은 그런 자신들에 태도에 대해 그럴듯한 변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국 마법사의 힘 때문에 일행의 편의를 최대한 봐준 것이 었다.

그렇게 편하게 루테리아 영지로 가는 도중이었다.

스치듯 제이크가 상인에게 물어 봤다.

"용병들을 많이 쓰셨네요. 저희 들을 상당히 환영해 주시고요."

제이크의 물음에 상인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안전이 최선이지요. 이래 봬도 근래 2년 동안 무사고였습니다."

상인의 자랑에 고개를 끄덕여 준 제이크였지만,그가 묻고 싶은 것 은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이제 영지 안쪽은 몬스 터가 거의 없을 텐데요. 거기다 요즘은 영지의 치안도 그리 나쁘 지 않을 거고."

"아,마법사님 말이 맞습니다."

제이크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 아차린 상인은 바로 그의 말에 동 의를 했다.

"아스굴론 영지야 요새 정말 안 전해졌죠. 몬스터 웨이브만 아니 라면 가족 모두 이쪽으로 옮겨 오 고 싶다니까요."

제이크와 앰버를 알아볼 수 있었 다면 상인의 말은 권력자에 잘 보 이려는 말일 뿐이겠지만,로브를 깊게 눌러쓴 두 사람은 평범한 마 법사로 보일 뿐이었다.

"그럼,왜?"

"후우,모르셨나 보군요. 루테리아 쪽이 장난 아닙니다. 내전이 끝났는데도 치안이 엉망입니다. 도둑들에다 강도들도 날뛰는데,

레인저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다니까요."

제이크는 그 말에 침묵했다.

아무래도 루테리아 쪽 상황이 아 직도 좋아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전쟁과 내전,그리고 이어진 병 사와 용병의 차출로,영지의 상태 가 호전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았다.

'거기다 빌려 온 말을 모두 죽여 버렸으니...

물론,황제에게서 큰 칭찬을 받 고 온 동생에게 화를 낼 수는 없 었겠지만,레인저들의 다리가 되

어 주는 말들이 모두 죽은 일은 루테리아 영지에 있어서는 큰 피 해였을 것이다.

레이첼 영주도 안타까워 뭔가 도 움을 주고 싶어 했지만,서기관이 된 제이크가 영지 사정을 이유로 칼같이 막아 버렸었다.

물론,아스굴론 영지 사정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루테리아 영지가 안정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제이크 가 일부러 지원을 막은 것이었다.

영지민들에게는 안된 일이었지 만,아스굴론이 발전하기 위해서

는 루테리아가 너무 빨리 안정되 면 곤란했다.

시간이 지나 루테리아 영지에 도 착한 일행이 본 장면은 상인의 말 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무너진 집들이 그대로 방 치되어 있었고,전과 달리 영지 안에서도 강도들이 덤벼들었다.

물론,앰버가 손에서 불덩이를 날리는 순간,모두 사방으로 달아 나 버리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그토록 치안이 좋던 영지의 쇠락한 모습

에 앰버는 꽤 충격을 받았다.

"레이첼 영주님이 아시면 많이 힘들어하실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인지는 모르실 텐 데……

제이크도 가슴에 뭐가 얹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제이크가 루테리아 영지로 들어왔을 때 봤었던 레인저들의 멋진 모습은,지금 영지민들에게 는 그저 추억 속 장면일 뿐이리 라.

루테리아 시도 마찬가지였다.

무너진 성문은 다시 만들어졌고, 검문도 겉으로는 더 심해진 듯 보 였다.

하지만 실제로 검문은 뒷돈을 받 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제이크와 함께 온 상인 일행도 성문을 지키던 레인저에게 뒷돈을 찔러주고 쉽게 문을 통과했다.

"고맙습니다."

상인 일행은 성문을 통과한 뒤에 제이크 일행과 헤어졌다.

상인들은 용병 거리에 있는 시장 이 목적이었던 반면,제이크와 앰 버는 두 마법사들과 함께 귀족들

이 사는 거리로 향해야 했기 때문 이었다.

그 와중에 앰버는 미뉴얼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전해 들 었다.

"설마,북쪽 거리에 있는 마법 상점으로 가는 건가요?"

"마법 상점을 아나?"

"세상에,그 마법 상점이 백색 마탑의 지점이었어요?"

앰버는 매일 거래하고 지냈던 이 웃 상점의 또 다른 모습에 입을 딱 벌렸다.

"뭐,마탑 지점이란 게 다들 그

렇잖은가. 그러니 웬만하면 비밀 을 지켜 주게나. 괜히 알려지면 지점을 또 옮겨야 해."

놀란 앰버의 모습에 미뉴얼은 대 수롭지 않은 듯 당부했다.

아무래도 지점이 알려지면 번거 로워질까 봐 그런 모양이었다.

제이크와 앰버는 조금 황당했지 만,곧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일행은 귀족들이 모여 있는 주택가 한쪽에 자리 잡고 있 는 마법 상점에 들어섰다.

[화이트 마법 상점]

간판을 본 제이크가 의아한 얼굴 로 앰버를 돌아보았지만,앰버는 간판을 보고 무척이나 억울해하고 있었다.

"저게 그 뜻인지 어떻게 알겠어? 완전히 속았지 뭐야."

그 반응에 제이크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일반 마법 상점과 다를 바 없이 평범했지만,꽤나 정갈하 고 아담했다.

'좀 다듬으면 테마 카페로 보일

정도인데?'

귀족들이 사는 거리에 있는 상점 이라 그런지,여태 봐 왔던 지저 분한 상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다만,예상보다 상점이 작아,일 행이 들어가니 상점이 꽉 차는 느 낌이 었다.

"와! 오랜만이네요,앰버 님!"

앰버가 안으로 들어서자. 상점 주인으로 보이는 통통한 여인이 앰버를 반겨 주었다.

하지만 앰버는 새침한 얼굴로 주 인에게 쏘아붙였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앰버의 날카로운 말에도 여인은 푸근하게 웃을 뿐이었다.

"죄송하게 되었어요. 우리 같은 하급 마법사는 탑에 매여 있을 수 밖에 없어서요. 그래도 앰버 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라고요."

아무래도 주인은 미리 연락을 받 은 모양인지,두 마법사와 같이 온 제이크와 앰버를 보고서도 한 마디 질문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앰 버에게 사과했다.

"말은 잘해요."

화를 내도 전혀 변치 않는 모습 에 앰버는 결국 피식 웃고 말았

다.

"그럼 바로 안내할까요?"

여인은 곧바로 일행을 이끌고 안 쪽에 있는 층계를 통해 지하실로 내려갔다.

작은 카페 같은 상점이라고 해 도,지하실은 역시 마법사의 실험 실이었다.

상점의 크기와는 매치가 안 되게 큼지막한 지하실에는 마법 실험 도구 말고도 커다란 마법진이 자 리 잡고 있었다.

"하아,이번에 마법진을 써 버리 면 몇 년 치 수익이 하늘로 날아

가 버릴 텐데."

마법진을 보며 한숨을 쉬는 상점 주인이었지만, 제이크와 앰버는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봐도 소용없네. 백색 마탑 지하 에 있는 마법진의 대응 마법진일 뿐이니까. 탑에서 오랜 시간 연구 해 왔지만,원리를 알아낼 수가 없었어."

미뉴얼은 두 사람을 만류했지만, 반센의 반응은 달랐다.

"아, 그렇지! 혹시 고대 마법을 익혔다고 했으니 뭔가 알아볼 수

도 있지 않을까요?"

제자인 반센의 물음에 제이크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던전에 적혀 있던 것은 연금술 계열과 보조 마법 일부였습니다. 이 마법진은 봐도 전혀 모르겠네요."

"뭐, 포션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거니까."

미뉴얼은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상점 주인과 함께 마법진을 활성 화시키기 시작했다.

-뭔가 알아낸 게 있나요?

하지만,앰버는 제이크가 뭔가

찾아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미 제이크가 공녀와 함께 공간 이동으로 성으로 돌아온 걸 본 그 녀 였다.

-꽤 재미있는 구조인데요. 다만, 시간이 얼마 없어서 확실하게 알 아내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아무리 고대 마법을 배웠다지만, 여기 있는 마법진을 잠깐 보고서 모든 걸 알아낼 수는 없었다.

거기다 마법사의 말처럼 대응 마 법진일 뿐이라,비어 있는 곳이 너무 많았다.

-원본 마법진을 보게 된다면 꽤

도움이 되겠어요.

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 는 사이,어느새 마법진이 활성화 가 되었다.

마나가 움직이고, 멈춰 있던 마 법진이 빛을 뿌렸다.

"여기로 올라오게나. 제대로 올 라오지 않으면 공간 이동할 때 반 으로 잘려 나갈 수도 있으니 주의 하게."

미뉴얼이 평범한 노인처럼 겁을 잔뜩 줬지만,그런 말에 겁을 먹 을 사람은 없었다.

일행이 모두 올라선 뒤,마법진

은 하얗게 빛을 뿌렸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배웅을 하는 상점 주인을 뒤로 한 채로 일행은 대륙 반대편으로 점프했다.

화악!

영원할 것 같았던 빛이 사라지고 난 뒤,제이크가 처음으로 본 것 은 조금 전 보았던 마법진보다 몇 배나 큰 마법진이었다.

마법은 성공한 것 같았다.

다만,강한 현기증이 밀어닥치는

바람에 제이크도 쉽게 정신을 차 릴 수가 없었다.

"우엑! 말씀하신 것보다,더 쏠 리……는데요."

같이 공간을 넘은 젊은 마법사는 이미 바닥에다가 토를 하고 있었 고,늙은 마법사는 바닥에 엎드려 끙끙 앓고 있었다.

다행히 앰버는 주저앉는 정도로 끝난 듯했다.

제이크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 변을 둘러보았다.

큰 마법진이 그려진 넓은 지하 광장.

마법진 밖에서는 이쪽을 보고 있 는 하얀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있었다.

마법사들의 옷을 보니,이곳이 백색의 마탑이라는 게 여실히 느 껴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마탑의 마법사들은 아직도 정신 을 차리지 못하는 이들을 부축하 며 일으켜 세웠다.

앰버와 두 마법사들까지 모두 정 신을 차리자,중년의 마법사가 앞 으로 걸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중년 마법사의 인사에 미뉴얼은 고개를 흔들었다.

"끙,영 귀찮은 일에 휘말려 버 렸구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 번 임무는 끝낸 것으로 해 주게 나."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 두겠 습니다."

"으싸!"

중년 마법사의 말에 제자 쪽이 신이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승은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고 말했지만,제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랜만에 자유 시간이 생긴 것이 었다.

물론,그도 마법사인 만큼,모든 시간을 마법 실험에 쏟아부을 터 였다.

하지만 자유 시간이라는 것은 소 중한 것이었다.

"둘은 여기 제노 마법사를 따라 가면 될 걸세. 일이 잘 끝나면 실 험실로 구경 오게나."

그렇게 말을 남긴 채로 미뉴얼은 반센을 데리고 지하 광장을 벗어 났다.

제이크와 앰버는 증년의 마법사

앞에 남겨지게 되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마법사 제노 라고 합니다."

제노의 인사에 앰버가 마주 고개 를 숙였다.

그런데 옆에 있던 제이크는 잠시 생각을 하느라 인사를 놓칠 뻔햇다.

'역시 마탑에 있었나?'

지금 두 사람에게 인사하는 제노 라는 이름의 마법사는 제이크도 잘 아는 마법사였다.

야심가 제노.

그는 백색 마탑주의 제자이자,

마도사에 제일 가까운 마법사 중 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나름 유명했지만,미래에 는 정말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이

가 될 터였다.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이 아 니었다.

야심가라는 별칭답게,스승을 강 제로 탑주에서 내려오게 하고,자 신이 탑주에 앉아 내전에 빠진 제

국 정세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제이크가 이 마탑에 온 이유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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