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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42화 (142/222)

142화

등짐을 메고,아이를 안아 든 수 백 명이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행색은 아직 봐줄 만했지만,모두의 얼굴에는 피곤하고 졸린 기색이 가득했다.

일행의 선두에는 제플린 마법사 가 뚱뚱한 몸으로 열심히 걷고 있 었다.

앰버는 그 옆에서 말없이 걷고 있었고,반센은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가고 있었다.

일행들 가운데에는 비상시 자신 의 몸을 지키기 위해 창이나 칼을 든 상회 직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행렬 가장자리에는 일행 을 보호하기 위해 마법사들이 위 치해 있었다.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할 것 같습 니다."

사람들을 둘러보던 제플린이 앰 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행을 이끄는 것은 상회의 주인 인 제플린이었지만,그는 앰버에 게 지시를 내릴 수가 없었다.

영지 마법사를 무시하는 다른 마 탑의 마법사들과 달리,그는 상회 를 이끄는 상인이기도 했다.

몸을 의탁하려는 영지의 권력자 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었다.

앰버는 메시지 마법으로 제이크 에게 동의를 구한 뒤 말을 했다.

"다들 식사하고 눈 좀 붙여도 될

것 같아요."

"아휴,다행이다. 너무 지쳤었는 데."

"휴……

허락이 떨어지자,상단 일행은 바로 그 자리에 쓰러지듯이 주저 앉았다.

나무에 기대 잠들어 버린 일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식사를 하 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알프렛이 나서서 식사 준비를 지휘했다.

연기를 피울 수 없어 처음에는 걱정했지만,곧 마법사들이 있다

는 걸 떠올린 그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향해 돌아봤다.

"부탁드립니다,제플린 님, 앰버 님."

그에 알겠다고 답한 제플린과 앰 버가 솥째로 물을 끓여 주어,사 람들은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니 어느덧 밤이 어두 워져 있었다.

숲속이었기에 더욱 빠르게 해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법사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하 나둘씩 모포를 감고 잠이 들었다.

다행히 마법 가방에 담아 온 모 포가 많아, 자는 동안 추위에 떠 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잠들고 난 뒤,제이크 가 야영지에 돌아왔다.

그는 마법으로 몸을 가볍게 한 뒤에,일행 주변을 돌며 주변을 살폈던 것이다.

제이크는 예민한 감각을 사용해 몬스터가 있으면 쫓아내고,쫓아 올지 모르는 적을 대비해 함정을 만들었다.

거기다, 일행이 가는 길에 문제 가 없는지 확인하느라 쉴 틈이 없

었다.

힘겨워하는 제이크를 보며 앰버 가 반겼다.

"수고했어요."

"정말,제시카라도 같이 왔더라 면 좋았을 텐데요."

발에 불나도록 돌아다녀 보니 제이크는 파티원 생각이 절로 났다.

제이크에게 식사를 건네주면서 자연스레 마법사들이 모두 한자리 에 모였다.

제이크가 식사를 하는 동안,반 센이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계속 숲으로 움직여야

합니까? 사람들이 힘들어하던 데……

넓은 숲이기는 했지만,아스굴론 이나 루테리아 영지를 가는데 계 속 숲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조금만 북쪽이나 남쪽으로 가면 길이 나 있는 넓은 들판이 있었다.

하지만,세 마법사들은 고개를 저었고,대표로 제플린이 대답했다.

"좀 더 벗어나야 돼. 아직 전쟁 터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거든. 중간에 제국군의 검문에 걸리면

귀찮아질 수 있어."

그 말에 제이크가 덧붙여 말했다.

"우선 추적자들이 있는지 확인해 야 합니다. 추적하는 사람들이 없 으면 그때 조심하면서 숲을 빠져 나가는 게 좋아요."

숲 밖에서 추적자와 마주치면 근 처의 제국군이 모두 몰려들 게 분 명했다.

벌판에서 제국군에게 포위되면 이 인원으로는 싸움은커녕 도망치 기도 불가능했다.

모두의 얼굴이 침울해지자,어느

새 식사를 다 마친 제이크가 손뻑 을 짝 치며 말했다.

"우선 좀 쉬죠. 모두 힘들었을 텐데."

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에 누군가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도록 마법을 깔아 놨기에,따 로 경계를 서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오후를 지 날 때였다.

쿠웅!

멀리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 올랐다.

제일 먼저 제이크가 눈을 떴고, 다른 마법사들도 차례로 정신을 차리고는 사방을 둘러봤다.

"무슨 소리죠?"

연기는 일행이 온 뒤쪽에서 솟아 오르고 있었다.

"깔아 놓은 함정에 제국군이 걸 린 모양입니다."

제이크가 바닥에 깔아 뒀던 망토 를 몸에 걸치며 대답했다.

"함정치고는 너무 거창합니다 만."

"혹시 몬스터는 아닌가요?"

제플린이 질린 얼굴로 솟아오르

는 연기를 바라보았고,뒤이어 앰 버가 질문을 던졌다.

"흠,철에 반응해서 폭발하게 만 든 함정이라. 갑옷을 입은 몬스터 라면 가능은 하겠죠."

결국 사람,군인이라는 이야기였다.

일행을 따라오는 군인이라면 제 국군밖에는 없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소에는 여 러 명의 군인이 쓰러져 있었다.

멀쩡히 서 있던 나무가 터져 나 가며 군인들을 휩쓸어 버렸던 것

이다.

전진하던 부대를 멈춰 세운 기사 는 쓰러진 군인들을 확인한 뒤에 후방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느긋이 따라오던 앵겔로 자작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사색이 되어 있었다.

"다윈 경!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마법 같습니다. 예상 대로 마법사가 끼어 있는 모양입 니다."

감시 병들이 잠들어 도망자들을 놓쳐 버렸다는 이야기에 마법사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말을 믿고 그 뒤를 쫓아왔던 그는 뜻밖의 사태에 당황했다.

"자네가 전투 마법사는 아닐 거 라고 하지 않았나! 몇 사람 재우 는 실력밖에 없는 마법사라고 해 서 걱정 없이 왔건만……

앵겔로 자작의 말에 기사는 속으 로 한숨을 쉬었다.

전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작이 었다.

공을 노리고 참여한 그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리가 없었다.

"마법사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

습니다. 예상보다 실력이 좋은 마 법사일 수도 있고요."

"뭐라고? 마법사가 두 명? 그런 말도 안 되는!"

마법사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자작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려 버렸다.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모습에 다원 기사는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대로 철수하시겠습니까? 마법이 꽤 강한 것을 보니 부딪치 면 저희 쪽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사도 더 이상 추적을 원치 않 았다.

적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학살 을 피해 도망치는 민간인을 쫓는 일이었다.

기사의 명예에도 흠이 가는 일이 었고,전공에도 보탬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자작은 그의 말에 격렬 하게 반대했다.

"절대 안 돼! 이대로 물러서다 니. 황제 페하가 직접 지시한 일 이야. 모두 죽는 한이 있어도 그 냥 돌아갈 수는 없어!"

자작은 마법사에 대한 공포보다 황제에 대한 공포가 더 큰 듯했다.

다윈 기사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제대로 따 라온 것으로 보이니 얼마 뒤에는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모두 잡아서 황 제 폐하께 바쳐야 해. 살려 둘 필 요도 없어. 머리만 들고 가면 되 니까 괜히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고."

기사는 주인을 잘못 정한 자신에 게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이미 자작과 함께 진흙 탕을 구른 지도 오래되었다.

겁이 많은 자작을 대신해서 레타 니아 왕국의 포로를 학살하기도 했었고,민간인들을 죽이기도 했 었다.

자국민이라고 해 봤자 어차피 피 묻은 손에 피를 좀 더 묻히는 것 뿐이었다.

"적은 가까이 있다. 다시 속도를 올려. 그리고 나무나 이상한 흔적 에 손을 대지 마라."

다윈 기사는 희생을 각오하고 다 소 앞뒤가 안 맞는 명령을 내렸 고,병사들은 조심스럽게 다시 전 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과앙!

또 다른 나무가 터져 나갔다.

"멈추지 마라! 적은 코앞이야!" 하지만,다윈은 병사들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루테리아 왕국에서 전쟁을 겪어 본 병사들이었다.

함정에 쓰러지는 병사를 보면서 도 그들은 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

아갔다.

"아무래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네요."

멀리서 다가오는 병사들을 지켜 보던 앰버가 입을 열었다.

"마법사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 닌가?"

그녀 옆에 있던 반센이 전진하는 병사들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숲 안이고 넓게 퍼져 있으니 걱정을 덜 하는 게 아닐까요?"

"나야 실드 마법 이외에는 아이 템 감별사에 가까운 지원 마법사 이니 무시해도 된다지만,앰버 님 은 제대로 된 공격 마법사잖습니 까."

"그거야 저들은 그걸 모르니까요. 거기다 제이크 씨에 비하면 저도 평범한 마법사일 뿐입니다."

반센은 앰버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제이크 님이 말한 '반쪽' 고대 마법의 반쪽은 도대체 어디 까지입니까?"

이곳까지 오면서 본 마법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물론,어떤 주문은 꽤 길기도 했 고,마법을 연달아 쓰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그가 사용하는 마법의 범위와 활용 능력은 도무지 이해 가 되질 않았다.

"저도 잘 몰라요. 그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물론 반쪽 마법사라는 것도 거짓 말이었지만, 고대 마법사로서의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뭐,그건 차차 알아보면 되고. 적들이 가까이 오네요. 그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죠."

숨어 있던 반센이 자신의 스태프 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스태프를 치켜들었다.

앰버와 반센은 제이크와 제플린 이 사람들을 피신시키는 동안 적 들을 막는 역할을 맡았다.

제이크는 일행이 제대로 피하기 시작하면 돌아오기로 했고,제플 린은 일행을 데리고 계속 달릴 계 획이 었다.

숨어 있던 두 사람이 몸을 일으

키자,병사들이 바로 알아챘다.

"사람이 있다!"

"로브에,스태프! 마법사다!"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지만, 이미 때를 놓친 후였다.

"화이어 볼,난사."

앰버의 스태프 위로 수십 개의 불덩어리가 솟아올랐고,그 불덩 어리들은 전방을 향해 사정없이 뿌려졌다.

"모두 피해! 나무 뒤에 숨어!" 기사의 외침에 병사들은 바닥에 엎드리고,나무 뒤로 피했다.

하지만 불덩어리들의 위력은 예

상보다 더 강했다.

작은 나무는 완전히 뚫려 버렸 고,바닥은 불에 타올랐다.

수많은 병사가 한순간에 불에 타 들어 가면서 몸부림을 쳤다.

텅!

기사에게도 불덩어리가 날아 왔 지만,기사는 방패로 불덩어리를 가까스로 막아 낼 수 있었다.

"젠장,평범한 화염구가 아니잖 아!"

기사는 불덩어리를 막아 내느라 얼얼해진 팔을 흔들었다.

화염구 수십 개가 한 번에 쏟아

지는 것도 황당한데,거기다 화염 구 하나하나가 물리적인 힘도 가 지고 있었다.

이래서야 승산이 없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공격은 계속 이어지지 않 았다.

불이 붙어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 의 목소리 사이로 기사가 목이 터 져라 외쳤다.

"궁사들은 뭐 하나! 활을 와!" 다행히 화염이 적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마법사들

을 향해 활을 쏘아 댔다.

"실드."

하지만 화살들은 적들의 몸에 닿 기도 전에 반투명한 막에 막혀 바 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반센이 펼친 실드 마법에 모두 막혀 버린 것이다.

이어 다시 앰버의 공격이 시작되 었다.

수없이 쏟아지는 불덩어리들은 기사를 제외하고는 막기가 어려웠다.

병사들은 바위와 큰 나무 뒤에 숨어 공격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젠장,평범한 마법사가 아니군!" 방패로 불덩어리를 막으며 다원 기사는 이를 갈았다.

이대로는 한 발도 전진하기가 불 가능했다.

마법사의 마나가 무한일 리는 없 겠지만,이대로 묶여 있다가는 무 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기사는 자신의 몸에 마나를 가득 돌리고 방패를 버렸다.

방패를 가지고선 속도를 내기 힘 들었기 때문이었다.

방패가 없으면 화염구에 한두 발

맞을 수도 있겠지만,그는 자신의 갑옷을 믿었다.

그는 검을 다시 굳게 잡고 앞으 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마나로 강화된 다리는 그를 앞으 로 쏘아 보냈고,그는 강화된 눈 으로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피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마법사들 가까 이 다가갔다.

그러자 마법사들의 눈이 크게 떠 졌다.

다윈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들이 무섭긴 했지만,기사 가 보호하지 않는 마법사는 기사 의 밥일 뿐이었다.

그는 한 번에 실드를 베어 버릴 작정으로 검에 마나를 가득 둘렀다.

그가 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순 간.

슈우우욱!

환한 빛을 뿌리는 화살 하나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엄청난 속도. 이건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억지로 몸을 비틀었고,화

살은 그의 어깨를 뚫고 나갔다.

"마나 궁사?"

기사는 피를 뿌리는 어깨를 붙잡 고 바위 뒤로 몸을 피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마법사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마법사들 사이에 또 한 명의 로 브를 입은 사람이 보였다.

"설마 마법사?"

하지만,로브를 입은 사람은 손 에 쇠뇌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쇠뇌를 든 마법사. 제이크는 쇠뇌를 기사 대신 멀리 뒤쪽 을 가리켰다.

기사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수백미터 뒤쪽에서 자작이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하십시오!"

그가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그 의 목소리보다 화살이 더 빨랐다.

슈우우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 은 자작의 목을 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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