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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46화 (146/222)

146 화

그런데 마법이 가리키는 곳은 영 주성 안이 아니라,루테리아 시 외곽에 있는 오래된 신전이었다.

-이 신전은 제국의 오래된 신을

기리는 곳으로,루테리아 초대 공 작이 대장벽을 완성한 뒤에 감사 의 의미로 만든 신전이었다.

"……라고 적혀 있네."

잡초만 무성한 신전 앞에는 돌로 된 석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석비에는 신전이 만들어진 내용 이 쭉 적혀 있었다.

"제대로 된 신전도 아니라 일종 의 감사 의미로 지은 신전인가 보 네."

거기다 이 신전이 모시고 있는

신은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신 이었다.

"잊힌 신 중 하나인가."

제이크가 중얼거렸다.

실제로 제국이 세워진 이후,사 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신들이 많았다.

황제는 국력을 모아야 한다는 이 유로 몇 개의 큰 신전만을 골라서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작은 민간 신앙들은 완전히 사라 지고 말았다.

"여긴 그래도 초대 공작의 유적

으로 남게 된 모양이군."

제이크는 나름대로 추측하며 신 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내부는 크지 않은 홀로 되 어 있었다.

돌로 이어 붙인 넓은 바닥과 안 쪽에 있는 제물을 올릴 수 있는 제단.

그리고 제단 뒤에 있는 신을 기 리는 조각상.

그것은 어깨에 새를 얹어 놓은 갑옷을 입은 기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모습이 어디

서 본 듯했다.

-아! 그 검은 지네 몬스터 때, 제단 지하에 있는 갑옷과 비슷한 조각상인데요?

파티마의 말에 제이크가 아 하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그 말대로,가이아라는 신을 모 시던 곳에서 본 갑옷과 조각상의 모습이 무척이나 비슷했다.

어쩐지 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고민하고 있을 때

가 아니지."

제이크는 신에 대한 고찰을 그만 두고 마법에 집중했다.

마법 아이템들의 위치는 이 신전 아래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역시 땅속인가. 그런데 이상하 네.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거의 없는데...

적어도 남작은 다녀갔을 텐데, 그런 흔적이 일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통로가 있는 모양이 었다.

'하긴,남작이 이런 외진 곳에 드 나들면 이미 소문이 다 났겠지.'

-아래로 내려갈 방법이 있을까요? 입구가 다른 곳일 듯한데. 혹 시 여기도 비밀 문을 찾아야 하 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강행 돌파다!"

제이크는 바로 주변에다 방음 마 법을 펼친 뒤,완드를 잡고 신전 바닥에 손을 올렸다.

대수림 옆이라 풍성한 마나가 완 드로 몰려들었다.

다행히 이번에 쓸 마법은 미리 머릿속에 기억해 놓은 마법.

'세 번째 목록,지형 파괴 마법.' 머릿속에 기억해 놓은 이미지가 자동으로 펼쳐졌다.

마나가 뭉쳐서 에너지로 변하고, 한쪽으로 강력한 폭발을 하는 이 미지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구동 명령이 떨어졌다.

"벙커버스터!"

제이크가 만든 서클 마법사들과 비슷한 즉시 발동 마법,메모리 스펠이 었다.

-또,마나 기술자 같은 짓을. 파티마가 편법이라고 투덜거렸지

만,빠른 공격이 생명인 전장에서 는 주문 외우는 속도만이라도 줄 일 필요가 있었다.

쿵!

어쨌거나 제이크의 마법은 제대 로 발동이 되었다.

다만,지진 같은 큰 진동과 함께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콰르르르르-

신전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렸다. 그런데 제이크도 그만 그 구멍 속으로 빠져 버렸다.

"이런,밑이 텅 비어 있었나?" 구멍 속으로 떨어지면서 제이크

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파티마가 급하게 소리쳤다.

-비행 마법을 써요!

"아,비행 마법은 미리 기억해 놓지 않았는데……

-뭐라고요? 비행 마법도 기억 안 하고 뭘 한 거예요!

"이런 마법을 준비했었지. 실드, 실드,실드!"

제이크는 그 말과 함께 아래로 방어막을 계속 펼쳤다.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가 바닥으로 충돌했다.

과앙!

엄청난 먼지와 함께 바닥에 널브 러진 제이크였다.

-주인님,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엄청난 충돌이었다.

수십 미터 이상 떨어졌으니,기 사라도 멀쩡하기가 힘들었다.

"콜록,콜록……. 괜찮아. 이거 원,먼지가 장난이 아니네."

다행히 제이크는 멀쩡해 보였다. 그에 파티마가 안도했다.

-엄청 세게 부딪쳤는데,다행이 네요.

"어때,괜찮지? 이번에 개조한

실드 마법이야. 기사의 검이나 화 살을 막기 위해 물리 공격 방어를 강화한 거지. 이 정도면 공성추도 한 번 정도는 막을 수 있겠어."

-아니,비행 마법을 외워 놨으면 이렇게 깜짝 놀랄 이유도 없잖아 요!

"비행 마법 쪽은 이미지가 복잡 해서 용량을 너무 잡아먹어. 그럴 바에는 공격 마법이나 방어 마법 여러 개를 기억하는 편이 좋아."

-아무튼,주인님은 이상한 마법 사라니까요. 학구열도 나쁘지 않 고,배우거나 마법을 창조하는 데

도 뛰어난데,묘한 데서 현실적이 에요. 마법사의 로망이 없어요,로 망이.

파티마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푸념을 토해 냈지만,제이크는 자 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학구열은 전생의 교육 지옥을 버 텨 온 결과였고, 새로운 마법을 잘 만드는 것은 알고 보면 남이 만든 이론들을 써먹는 것뿐이었다.

그는 파티마나 다른 마법사가 말 하듯 천재 마법사가 아니었다.

남들이 모르는 세계의 경험과 남

들보다 많은 경험이 있을 뿐.

또 그 경험 덕분에 그는 당연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마법명은 이상한 이 름이나 붙이고…….

파티마가 입을 삐죽이듯 중얼거 렸다.

하지만,그건 포기할 수 없는 제이크의 로망이었다.

그렇게 잠시 앉아서 파티마와 만 담을 나누던 제이크가 곧 자리에 서 일어났다.

머리 위로는 그가 떨어져 내린 긴 굴이 뚫려 있었고,바닥에는

그가 부순 돌 조각들이 흩어져 있 었다.

떨어져 내린 곳은 그리 크지 않 은 석실이었다.

벽에 박혀 있는 돌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석실을 밝히고 있 었고,그 아래에는 수많은 유물이 놓여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휘익!

제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 을 불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유물 들이었다.

거기다 태반이 마나를 품고 있는

마법 아이템이었다.

-제가 있던 연구소에 있던 마법 아이템들도 여기 있네요.

파티마 말처럼,연구소 던전에 있던 마법 아이템 중 일부도 한쪽 에 비치되어 있었다.

"칼,방패,갑옷……. 잘도 이런 보물들을 외부인에게 맡겼네."

물론 공작도 이곳에 들어오긴 하 겠지만,남작에 대한 그의 신뢰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았다.

-뭐,감옥에 갇히면서도 비밀을 지킨 듯하니까요.

거기다 탈옥한 뒤에 첫째 공자를

향해 혼자 말을 타고 달려갔었다. 평범한 일반인이 홀로 말을 타고 싸움터로 달려갔던 것이었다.

평범한 가신이었으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었다.

"레이첼 여남작도 좀 인정했으면 좋았으련만……

아쉽다는 듯 제이크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남작의 생 각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귀족 가문들은 가문의 딸들 을 일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략결혼을 통해 다른 가문에 소

속이 되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물론 죽은 공작처럼 다른 생각을 하는 귀족들도 있었지만,그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남작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로 제이크는 메고 있던 가방에 유 물을 쓸어 넣기 시작했다.

-조심해서 다뤄요! 이런 멋진 조 각을 집어 던지다니! 잉,용병들 이 주인님을 다 버려 버렸어…….

"시간이 없어. 소리를 감췄다곤 하지만,진동에,먼지까지 피어 올 탔을 거야. 거기다 통로 쪽 문도 열렸잖아. 사람들 오기 전에 챙겨

서 떠나야 해."

제이크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 루고 싶었지만,지금은 그럴 상황 이 아니었다.

제이크가 이 비밀 금고에 충격을 주어서인지,금고의 문이 열려 있 었다.

문 뒤의 동굴은 길게 영주성 쪽 으로 나 있었다.

저 통로가 원래 이 비밀 금고로 들어오는 길인 듯했다.

다시 정신없이 움직이던 제이크 를 향해 파티마가 입을 열었다.

-근데,이 유물하고 마법 아이

템…… 전부 레이첼 영주에게 돌 려줄 생각인가요?

제이크는 파티마의 말에 우뚝 멈 췄다.

-주인님이 남 일에 이렇게 열심 히 일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 니,남 일도 잘 도와주긴 하는데, 자기 이득은 꼭 찾는 사람이잖아요. 거기다,남작도 떠났으니 이 물건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사 람은 아무도 없을걸요?

파티마의 말이 맞았다.

제이크가 일부를 챙겨도,아니, 무너뜨리고 못 찾았다고 해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쓸 수 없는 물건을 챙겨 놓을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공작처럼 미래를 위해 보물 창고에 챙겨 넣는 것은 제이크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뭐,어차피 이 물건들을 놔둘 데는 내 던전밖에 없으니까. 소유 권은 없지만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공작이 남작을 신뢰하는 이상으 로 레이첼은 제이크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깝지는 않나요?

"자꾸 유혹하지 마,파티마." 아깝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도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는 제이크였다.

레이첼과의 사이가 조금만 안 좋 았어도,혹은 던전에 놔둘 수만 없었어도 냉큼 삼켜 버렸을 게 분 명했다.

제이크로서는 처음으로 공녀와의 결혼을 고민해 볼 정도였다.

"뭐,사용법을 몰라서 안 쓰는 마법 아이템을 몇 개 수고료로 받 는 거로 대신해야겠다."

마법 아이템을 다 쓸어 넣은 제

이크는 마지막으로 먼지가 쌓여 있는 마법 아이템들을 보고 눈을 빛냈다.

딱 봐도 고대 마법사용 아이템이 었다.

고대 마법사가 없는 지금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아이템들.

하지만,제이크에게는 다시없을 보물들이 었다.

-역시,내가 이럴 줄 알았어. 파티마의 한숨을 들으며 제이크

는 나머지 물건도 모두 챙겼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기에 제이크는 급하게 비행 마법 주문

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나가 모여들고,메모리 스펠이 아니라서 한참 동안 주문을 외운 뒤에야 제이크는 떨어져 내린 통 로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제이크가 떠나고 얼마 뒤.

통로 저편에서 사람들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 중에 이슈비 공자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드디어 비밀 창고에 발을 들이 는군. 내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한참 동안 꿈쩍도 안 하던 문이었습니다. 갑자기 열렸으니 함정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좀 전에 지진이 있었잖아. 그때 열린 거겠지,뭐."

"그래도 조금 뒤로 물러나십시 오. 영주님이 다치시기라도 하면 곤란합니다."

말을 하는 상대는 묘하게 이슈비 를 무시하고 있었다.

"홍,어차피 우리 일족의 보물 창고야. 적어도 난 괜찮을 거야."

하지만 이슈비는 자신이 무시당

하는데도 코웃음만 쳤다.

"거기다 문을 찾는 암호를 찾은 것도 나고,그걸 푼 것도 나잖아. 내가 앞장서는 게 당연해."

남작이 레이첼 여남작에게 건네 준 암호 시를 얼마 전,이슈비도 찾는 데 성공했다.

도망친 남작의 집을 샅샅이 뒤져 시가 적힌 낡은 종이를 찾아낸 것 이다.

그 종이는 남작이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본인도 잊어버린 물건이었다.

이슈비는 며칠 동안 암호 시를

붙잡고 끙끙거렸다.

그러다 결국,영주성 안쪽에 있 었던 비밀 통로를 찾아내는 데 성 공했다.

하지만 비밀 통로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슈비와 반란군들은 한참을 연 구하다가 결국 포기했고, 비밀 통 로 입구를 부숴 버리려고 했다.

그때,다행스럽게도 문을 부수기 전에 작은 흔들림과 함께 알아서 문이 열린 것이다.

결국,말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이슈비였다.

그는 제일 먼저 석실에 발을 들 였다.

그런데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 던 그가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없어! 여기도 없어! 다 어디 있 는 거야!"

아무리 둘러봐도 석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바닥에 흩어진 돌들과 구 멍이 뚫린 천장이 있을 뿐이었다.

"누가 가져간 거야! 누구야!" 이슈비가 계속 비명을 지르는 사 이에 다른 사람들도 석실로 들어

섰다.

세 명의 기사와 마법사.

얼마 전 공녀에게 당했던 이슈비 가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 히레루 니아 왕국의 기사들과 마법사였다.

물론,히레루니아 왕국의 입장에 서는 감시에 가까웠다.

기사 중에는 어려 보이는 기사가 한 명 있었다.

다른 히베루니아 기사와 다르게 귀족적인 품위가 흐르는 젊은 기 사.

로럴드 톨레도.

제국의 톨레도 백작의 둘째 아들 이자 남부 왕국으로 망명한,종자 루이의 기사가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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