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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48화 (148/222)

148화

루테리아 시의 외성 벽 남쪽 벌 판에 한 무리의 군대가 진을 치고 서 있었다.

그들은 용병단과 징집병으로 이 루어진 아스굴론 영지의 병력이었

다.

"여기서 보니 공격할 엄두가 안 날 정도군요."

니콜라스가 외성 벽을 보고 난감 한 표정을 지었다.

동쪽의 대장벽보다는 낮았지만, 이쪽 성벽도 만만치 않은 높이였다.

"저 성벽들이 루테리아의 자랑 중 하나이니까요."

레이첼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성 벽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아귀 몬스터에게 뚫리기 는 했지만,그 전까지는 철벽이라

불리기까지 한 성벽이었다.

"네,잘 알죠. 다만 이제 우리가 공격해야 할 성벽이니까 문제죠."

니콜라스가 푸념했지만,레이첼 은 그리 걱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름 준비는 했으니 걱정 말아요. 우선,인사부터 할까요?"

레이첼의 말에 니콜라스가 말을 몰고 병사들 앞을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 전투 준비. 궁사들은 활을 들고,나머지는 방패를 들어라!"

명령이 떨어지자,방패를 든 병

사들이 니콜라스의 뒤를 따라 달 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을 친 쪽에서 명령대로 활을 든 병사들의 표정이 의아한 듯 보였다.

진을 친 장소가 성벽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문이 든 것은 다른 이들도 마 찬가지 였다.

그래서 제시카가 대표로 옆에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첼 에게 물었다.

"영주님,거리가 좀 멀지 않나요? 적의 화살이 오지 못할 거리

에 진을 친 거라,여기서 화살을 쏴도 저기까지 닿지는 않을 텐데요."

그때,질문에 대한 대답은 레이 첼의 어깨에 앉은 신조가 대신했다.

미유우-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려오자, 병사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어? 몸이 이상해."

"마법사님의 버프를 받은 것 같 은데?"

"힘이 불끈불끈 솟아! 갑자기 여

편네가 보고 싶어!"

중간에 이상한 말이 끼어들긴 했 지만,어쨌거나 부대 내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부대 사격 준비!"

멀리서 우렁차게 들리는 니콜라 스의 말에 궁사들은 모두 화살을 들어 올렸다.

지금의 상태라면 이 거리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발사!"

명령과 함께 수백의 화살이 하늘 로 치솟았다.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사정거 리 밖에서 활을 쏘는 적들을 보고 한창 비웃고 있었다.

그런데 화살이 떨어지지 않고 성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본 그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방패수,방패를 들어! 아니,마 법사! 실드,실드 마법을!"

날아오는 화살에 기사가 발작적 으로 외치자,마법사가 급하게 실 드 마법을 펼쳤다.

"실드 최대!"

반투명한 장벽이 하늘에 펼쳐지 자 병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너무 빠른 안 도였다.

쩍!

하늘에 펼쳐진 실드가 화살에 닿 기 직전에 깨져 나간 것이었다.

화살은 그대로 성벽 위로 쏟아졌 고,병사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으…… 맞았어! 악,내 팔!"

"란플릿이 떨어졌어!"

"신관! 신관 어디 있어?"

화살에 직격당한 병사는 많지 않 았지만,예상치 못한 공격에 성벽 위가 꽤 소란스러워졌다.

"왜 마법이 실패한 겁니까?"

"방해가 있었습니다. 적진에 마 법을 전문적으로 방해하는 마법사 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럼,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두 번 당하지는 않습니다."

마법사는 지팡이를 성벽 밖으로 펼쳤고,허공에 검은 구름이 만들 어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날아온 화살들은 구름에 들어간 뒤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 락해 버렸다.

"껍,흑마법 계열인가. 본 적이 없는 마법이라서 이 마법은 방해 하기가 힘드네."

제이크는 성벽 위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고 아쉬워했다.

상대가 실드 마법같이 아는 마법 을 계속 썼으면 앞으로도 방해가 가능했을 텐데,상대 마법사도 아 주 멍청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제이크는 성벽에 가까운 민가의 담벼락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입 맛을 다시고 있었다.

다행히 누더기가 된 그의 모습은

화살에 다친 병사들과 별반 다르 지 않았다. 덕분에 마법을 써서 위장할 필요도 없었다.

-흑마법을 이렇게 내놓고 쓰다 니. 말세예요,말세.

제이크가 보기에도 그렇기는 했 지만,파티마에게 동조해 줄 생각 은 없었다.

-뭐,어차피 마법의 한 갈래 아 냐? 고대 마도 제국 때도 흑마법 은 있었잖아.

-몰래몰래 하는 것을 막지 않는 다 뿐이었지,다들 꺼렸어요. 조금 만 빠져들면 결국 리치가 되고자

하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는데요. 누가 드러내 놓고 흑마법을 쓸 수 있겠어요.

-흠,지금은 리치가 될 염려가 없어서 그런 건가?

-홍,수준이 낮아져서 괜찮아진 건가요? 뭐,리치가 될 수 없는 허접스러운 흑마법사라면 별 상관 없긴 하겠죠.

퉁명스럽게 대꾸하던 파티마는 화제를 바꿔 버럭 짜증을 냈다.

-그보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 야 해요? 설마 이런 거지꼴이 더 편한 건 아니겠죠?

-편할 리가 있겠어? 이제 조금 더 기다리면 돼.

제이크는 성벽 너머를 향해 고개 를 들었고,때마침 멀리서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 방패를 들어라! 전군 전 진!"

니콜라스의 고함과 함께 환호성 이 울리며 군대가 진군을 하기 시 작했다.

처음 참가하는 일부 병력은 조금

뭉그적거렸지만, 레이첼이 있는 중앙 부대는 명령에 맞춰 절도 있 게 앞으로 나아갔다.

뭉그적거리는 일부 병력은 바로 용병대 였다.

그를 본 용병대 단장이 단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것들아,빨리들 안 움직여! 욕먹게 생겼잖아!"

단장의 말에도 용병들은 검은 구 름을 보며 주춤거리고 있었다.

"저…… 이상한 구름이 있는데 이렇게 가도 되는 겁니까?"

"루테리아 시의 성벽을 공략하는

거 아냐? 지금 저거 넘을 준비도 안 돼 있잖아. 공성 병기도 하나 도 없다고."

"영 찜찜한데. 단장,이거 괜찮은 거지?"

용병대의 단장은 얼굴을 붉히며 벌컥 소리를 질렀다.

"시키는 대로 좀 해! 영주님하고 전쟁 갔다가 온 애들 말 못 들었어? 믿고 움직이면 기적을 일으킨 다잖아!"

"그건 기적의 마법사가 있을 때 잖아요. 마법사가 안 보이는구먼."

"없긴 왜 없어? 여왕벌 파티도

다 있고,영주님도 다 여기에 있 는데! 그만 좀 떠들고 움직이기나 해. 벌써 다른 놈들은 한참 앞섰어!"

단장이 난리를 치자,결국 용병 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새로 모집한 용병들이 나 징집병들은 불안한 모양이에요."

이제 겨우 제대로 움직이는 용병 들의 모습에 제시카가 한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당연하다는 표 정이었다.

"어쩔 수 없죠. 제대로 훈련할 시간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같이 싸웠던 병사들은 말을 잘 따라 줘 서 고맙네요."

"그야,그 싸움을 같이 겪었는데 말을 안 들을 리가요."

적진을 가로지르고,땅속에 숨었 다가 기습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경험을 다 해 본 병사들이 었다.

거기다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이들이었으니, 명령을 잘 듣지 않 을 리가 없었다.

레이첼은 그녀와 같이 내전을 경

험한 영지병과 용병들을 따로 묶 어 부대를 편성했다.

물론,새로운 병사들과 기존 병 사들을 섞는 게 영지병들의 수준 향상에는 좋았지만,따로 훈련할 시간이 없는 지금은 부대원을 섞 어 실력을 떨어뜨릴 수는 없었다.

현재 중앙에서 그녀와 함께 묵묵 히 전진하고 있는 부대가 바로 얼 마 전,그녀와 함께 내전에서 활 약한 그 유격대였다.

병사들의 전진은 곧 적들의 활 사정거리에 들어선다는 이야기였다.

성벽 위에서 여지없이 화살이 날 아오기 시작했다.

쇄애애액-

화살은 미리 준비한 방패에 막혀 버렸지만,뒤이어 날아온 마법을 막아 낼 방법은 없었다.

붉은색 화염구가 아닌,검붉은 색의 불덩어리가 성벽에서 날아왔다.

불덩어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 는 것을 본 병사가 눈을 질끈 감 았지만,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느 껴지지 않았다.

그가 눈을 뜨자,눈앞에 반투명

한 막이 펼쳐져 있었다.

"실드?"

병사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광경에 제시카도 깜짝 놀랐다.

"제이크가 왔어요?"

"아뇨. 제가 펼친 건데요?"

"네? 영주님도 마법사이셨어요?"

"아뇨. 제이크가 준 아이템이에요."

레이첼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 여 주었다.

"몸에 지닌 마나를 이용해 실드 를 만드는 건데,횟수와 지속 시

간이 있어서 오래는 못 쓴대요." 레이첼이 자랑하듯 반지를 보여 주자,제시카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 바람둥이 같으니라고,이번에 는 영주님께 반지 선물이냐.'

그동안 제이크에게 제일 많은 마 법 아이템을 얻어 냈던 제시카는 이전의 일은 생각도 못하고 투덜 거렸다.

레이첼이 쓴 실드 마법은 예상외 로 병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마법사님이 계신다!"

"기적의 마법사가 여기 있다!"

"우리는 무적이다!"

유격대에서 터져 나온 함성은 부 대 전체로 퍼져 나갔고,병사들은 열광적으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 했다.

그로 인해 제시카가 갑자기 분주 해졌다.

"아니,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면 어떻게 해요! 시간에 맞을까 모르 겠네!"

그녀는 쇠뇌를 들어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고,화살은 붉은 연기를 뿜으며 치솟아 올랐다.

붉은 연기는 성안에서도 잘 보였

다.

"신호다!"

화살을 본 용병 하나가 고함을 지르자,군인들과 함께 성문을 지 키던 용병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 했다.

"무슨 소리야?"

병사 하나가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대답 대신에 그에게 검을 선물했다.

"뭔 소리이긴,문 열 시간이 되 었다는 이야기지."

그가 검을 찔러 넣는 순간,같은 일이 성문 주변에서 동시에 벌어 졌다.

"전부 처리됐습니다."

"퉤,그동안 남부 왕국 놈들 비 유 맞춰 주느라 엄청 힘들었네."

"전 그것보다 왜 반역자들 편드 냐고 욕먹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얘들아,문 열어라! 늦으면 그동안 고생이 물거품 된다."

제시카의 부탁으로 이슈비에게 가담했었던 용병들은 시간이 되자

가면을 벗고,그녀가 부탁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공격 때에 맞춰 성문을 여 는 일이었다.

"그런데,철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채 열기 전에 놈 들이 들이닥치면 어떻게 하죠?"

"그럼 도망가야지. 지금 정도만 해도 추가 업무야. 괜히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필요 없어. 그러니 까 후딱 문 열자고!"

선임 용병의 말에 용병들은 힘을 합쳐서 도르래를 돌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궁.

육중한 소리를 내며 두꺼운 철문 이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성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달려 오는 레이첼군도,성벽에 있던 이 슈비군도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말했죠? 루테리아 시는 영 주님을 환영할 거라고."

레이첼은 제시카의 말에 기뻐하 며 병사들을 더욱 재촉했다.

한편,성벽 위에 있던 기사들은 성문이 열린 것에 놀라,급하게 성문으로 병사들과 함께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닥다닥한 집들로 복잡하기는 했지만,성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 에 그들이 먼저 도착할 수 있어 보였다.

바로 그때.

제이크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넝마가 된 옷을 벗어 던졌 고,완드를 들어 올렸다.

"마나여,나의 부름을 받아 이곳 에 강림해라. 이곳은 나의 땅,나 의 길. 모든 이들이 나의 땅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하라! 미로의 진 가동!"

제이크의 주문과 함께 도시 전체

에 펼쳐진 마법진이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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