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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49화 (149/222)

149화

빛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자 모 두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도 그 빛이 검으로 그어 만들어진 마법진 때문에 생 긴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빛은 곧바로 사라졌다.

도시도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땅,건물,하늘과 공기도 이전과 그대로였다.

"뭐였지?"

성문을 향해 달려가던 병사들도 빛 때문에 놀라 걸음을 멈췄지만.

"뭐 하고 있어! 어서 달려!" 기사의 외침에 다시 달려야 했다.

'먼저 가면 될 거 아냐! 혼자 갔 으면 벌써 도착했겠다. 어차피 화 살받이로 쓸 생각이면서 위세

병사들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거리 를 달려야 했다.

하지만,정신없이 한참을 달리던 이들은 결국 걸음을 멈춰야 했다.

"여기가 어디지?"

"저기 성문 맞잖아."

"어,이상한데. 저거 동쪽 성문 아냐? 성벽도 높아 보이는데?"

"뭐라고? 분명 남쪽 성문 쪽으로 달렸는데!"

그들은 남쪽 성문이 아니라 대수

림으로 향하는 동쪽 성문 앞에 도 착했던 것이다.

뒤에서 달리던 기사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다들 미친 것 아냐! 먼저 갈 테 니 따라와!"

그는 다리에 마나를 싣고 남쪽 성문을 향해 내달렸다.

빠르게 멀어져 가는 그를 보며 남은 병사들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쪽이 남쪽 성문 쪽 맞아?"

"내가 보기에는 영주성 쪽 같은데."

"그래? 그쪽이 영주성이 있는 곳 이었어? 그냥 성벽 쪽 아냐?"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로 마주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병사들에게 벌어졌던 일이 루테리아 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성문이 열린 것을 알리기 위해 영주성을 향해 달렸던 전령은 용 병 사무소로 뛰어들었고.

다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성벽을 내려왔던 병사는 원래 자리로 돌 아온 것을 알고는 황당해했다.

"하하하! 대성공! 보람 있는 고 생이었다!"

혼란스러운 병사들을 보고 제이크는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어 재 꼈다.

-이게 먹히네요……?

"당연하지. 던전에 심어 놓으려 고 열심히 연구했던 마법이잖아. 길을 헷갈리게 할 뿐인 마법이라 마나 사용량도 많지 않고,던전 만들 때 항상 쓰는 마법인 만큼 연구도 많이 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큰 도시 전체에 마법을 걸 생각을 한 마법사는 없

었죠.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알고 보 면 약간의 착시를 일으키는 간단 한 마법이었다.

복잡한 곳에서나 통하는,장난에 가까운 마법을 이런 큰 도시 전체 에 거는 미친 마법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이거 마법을 건 당사자 이외에는 다 걸리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마나 사용자나 기사나 할 것 없이 모두 걸리는 거지. 그 렇지 않으면 던전 방어용으로 쓸 리가 없잖아."

-그럼,우리 편도 걸리는 거 아 닌가요?

정곡을 찌른 질문이었지만,이번 에 제이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내가 그것도 생각 만 했 을까 봐?"

그는 멍청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병사들과 달리,제대로 길을 달리 는 영지민을 가리켰다.

"어차피 착시 정도라,그곳에서 오래 살고 있던 사람은 효과가 별 로 없지. 한 곳에 오래 산 사람들 은 눈감고도 길을 찾잖아. 그 사

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기분이 들 뿐일걸?"

제이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반란군의 반은 이곳이 처음인 히베루니아 병사들이고, 우리 쪽은 대부분 루테리아 시 토 박이들이잖아. 전혀 문제없어."

-오,이번에는 정말 생각 많이 했네요.

"이제는 슬슬 실수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지."

제이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마나가 모이는 곳을 향해 걷기 시 작했다.

문을 열고 적을 혼란시켰으니, 이제 마법사를 만날 차례였다.

그렇게 가뿐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제이크에게 파티마의 질문 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루이 씨는 이곳 출신이 아니잖아요? 괜찮을까요?

제이크는 가던 걸음을 멈춰 섰다.

'아차!'

그는 남쪽 성문을 바라봤다.

성문이 이미 돌파됐는지,소란스 러운 소리가 성문 안쪽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루이는 잘할 거야. 암,몸이 튼 튼하니까 괜찮을 거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 그는 원래 마법사를 향해 가려던 걸음을 다 시 옮겼다.

-우,우,차별이다! 제시카는 구 하러 갔으면서!

파티마가 머리가 아프도록 쏘아 붙였지만,제이크는 애써 외면했다.

제이크의 예상대로,아스굴론 영

지군은 남쪽 성문을 통과하고 있 었다.

성벽 위에서 화살을 날리고는 있 었지만,성문까지 내려와 막아선 병력이 얼마 되지 않아 가능한 일 이었다.

막아선 적들은 성문을 통과한 토 벌군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성문을 완전히 통과한 영지군은 시 내부를 향해 진격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환영은 잊지 않을 겁니다."

병사들이 통과하는 사이에 레이 첼은 성문을 열어 준 용병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휴,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 습니다. 하지만! 이 성문은 제가 공녀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켜 냈습니다."

그녀의 말에 한 용병이 자랑스럽 게 떠벌였지만,곧 주변의 용병들 에게 응징을 당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놈 들이 다들 갑자기 길치가 되어 마 구 헤맨 덕분에 괜찮았던 거잖아."

용병들이 신나게 밟으며 하는 말 에 레이첼은 주변을 살펴봤다.

과연,성벽 위에도,거리 위에도 저항하는 적들의 모습이 어딘가 엉성해 보였다.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 습이,마치 지휘관이 존재하지 않 는 것 같았다.

레이첼은 제시카에게 속삭였다.

"이건 제이크가 한 거겠죠?"

"성문을 열 시간을 벌어 준다고 하긴 했는데,이건 그런 수준이 아 닌데요?"

제시카는 혼란한 성의 모습에 고 개를 흔들었다.

제이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상상

을 뛰어넘었다.

"이번에도 제이크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겠어요. 기사단장님!"

레이첼은 급하게 니콜라스를 불 렸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상황이 바뀌었어요. 전략을 변 경합니다. 적들이 사방으로 흩어 져 있으니 전부 각개 격파를 합니다. 시간을 주지 말고 흩어져 있 는 적들을 모두 쓸어버리세요!"

차근차근 성문 앞부터 정리하려 고 했지만,지금은 그렇게 천천히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다.

적들이 정신을 차릴 시간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부대를 세 개로 나누어 세 방향으로 공격 하게 했다.

서쪽은 니콜라스에게 맡기고,동 쪽은 제시카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중앙은 본인이 직접 영주 성까지 진격을 하기로 했다.

레이첼의 말에 제시카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지만,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건 루이가 더 잘할 텐데. 이럴 때 어디로 간 거야."

성문을 지났을 때부터 루이가 보 이지 않았다.

결국,그녀는 용병들을 이끌고 용병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한편,제시카가 찾던 루이는 한 참 길을 헤매고 있었다.

"낙오된 건가?"

성문 안까지 같이 들어왔던 병사 들은 어느 순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제시카도 보이지 않았고,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거리도 많이 바뀌었나

보네. 하나도 모르겠다."

낯선 거리를 걷던 그는 결국 난 감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떡하니 막다른 벽이 그를 가로막 아,더 이상 앞으로 나가는 게 불 가능했다.

어느 사이에 사방이 막힌 공터로 들어온 것이었다.

"이거 어쩌지,되돌아 나가면 되 려나."

하지만 이곳을 빠져나간다고 해 도 다시 길을 찾을 것 같지는 않 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숨을

내쉬는 사이,공터 바깥쪽에서 걸 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곳으로 오는 모양이었다.

"마침,길을 물어볼 사람이 오나 보네."

영지민이면 정중하게 물어보면 될 테고,적이면 방패를 목에 대 고 물어보면 술술 알려 줄 터였다.

하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전혀 예상 밖의 남자였다.

"루……이? 넌 죽은 게 아니었어? 설마 너도 환상인거야?"

루이 앞에 나타난 젊은 기사는 루이를 죽은 사람 취급을 했다.

루이는 그의 말에 쓰게 웃었다.

자신이 모시던 기사는 그의 죽음 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루이 앞에 나타난 기사는 그가 종자였을 때 모시던 기사이자,그 가 의탁하던 가문의 후계자였다.

로럴드 톨레도.

톨레도 백작의 둘째 아들이 루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오랜만입니다,로럴드 님. 무사 히 남쪽 왕국에 정착하신 모양이

군요."

루이도 루테리아 영지를 점령한 적들이 히베루니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이의 말에 로럴드는 눈을 가늘 게 떴다.

"넌,환상도 유령도 아니군. 설 마,기사로 각성한 건가?"

그는 자신의 영역과 충돌을 일으 키는 루이의 마나를 느끼는 중이 었다.

그의 말에 루이는 어깨를 으쏙였다.

"원래,종자였을 때도 각성 상태

였습니다. 지금도 검 밖으로 마나 를 뿜지는 못하고요. 그저 조금 더 원활하게 마나를 움직일 수 있 을 뿐입니다."

"흥,반쪽짜리가 헛소리를."

로럴드는 루이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검 밖으로 마나를 뿜지 못하면 아무 소용도 없었다.

마나를 실은 검을 당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네가 왜 이곳에 있지? 그때 그 용병들하고 같이 있는 건 가?"

로럴드의 말에 루이는 조금 난감 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지금 성을 공격한 편인 건가? 하기야 우리 쪽이었으면 내 가 봤겠지만……

로럴드는 빙긋이 웃으며 검을 들 어 올렸다.

"안 됐군. 겨우 살아남았는데,전 주인의 적이 되는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되다니."

로럴드의 말에 루이는 조용히 양 손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기사 루이가 로럴드 기사에게

대결을 청합니다."

루이의 말에 로럴드는 의아한 얼 굴로 루이를 바라보았다.

"기사가 되었다고?"

"저는 아스굴론의 영주이신 레이 첼 여남작이 임명한 정식 기사입 니다."

아스굴론 영지의 임시영주가 된 레이첼은 루이를 기사로 임명했다.

루이는 이미 제이크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다고 거절하려고 했지 만,레이첼은 상관없다며 그를 기 사로 임명해 버렸다.

영지 내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

사 숫자 때문이기도 했지만,그와 제이크에 대한 신뢰 때문에 가능 한 일이었다.

"하하,설마 그 황태자비에게 몸 이라도 판 거냐? 반쪽 각성자에게 기사라니."

로럴드는 루이의 말에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인 설움이 이상한 데로 터져 나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루이는 그의 종자였던 과거의 루이가 아니었다.

"당장 취소하십시오. 영주님은

당신에게 놀림을 받을 인물이 아 니고,저도 당신에게 모욕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로럴드는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루이를 기사로 인정 하지 않았다.

"그러면 어쩔 건데? 반쪽짜리 기

사 주제에."

루이는 표정도 변하지 않고 방패 를 치켜들었다.

"그럼 실력으로 사과를 받아야겠 죠."

루이의 방패가 빛을 뿌리기 시작

했고,루이의 몸이 로럴드를 향해 대포알처럼 쏘아졌다.

"미친!"

로럴드는 급하게 검을 치켜들었다.

과아아앙!

아무도 찾지 않았던 공터에서 엄 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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