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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50화 (150/222)

150화

이슈비의 병사 중에 제대로 된 병사들은 모두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었다.

그나마 길을 잃지 않은 용병이나 건달들은 적을 보자마자 달아나거

나 항복해 버렸다.

길을 헤매던 병사들도 얼마 지나 지 않아,세 갈래로 나뉜 레이첼 의 병사들에 의해 차례로 정리됐 고,각 성벽에 파견됐던 기사들도 제시카와 니콜라스의 손에 끝이 났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마지막 남은 기사들은 영주성에 남아 이슈비를 지키고 있었다.

한편,왕국의 흑마법사는 젊디젊 은 마법사를 만나게 되었다.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드는 마법

이라. 간단한 마법이기는 하지만 도시 규모로 이런 마법진이 만들 어져 있다니……. 왕국은 루테리아 영지를 너무 무시했어."

검은 구름을 두른 마법사가 성벽 위에서 나지막이 혀를 찼다.

주위의 병사들은 무슨 이유인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검은 옷의 마법사는 남의 일처럼 도시 안에 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구경하 고 있었다.

화악!

그때,그에게 커다란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기척을 느낀 그는 즉시 몸 주변 에 검은 구름을 둘렀다.

불덩어리는 구름에 닿자마자 터 져 사라졌다.

마법사는 불덩어리가 날아온 방 향을 보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 었다.

"네가 실드 마법을 깨 버린 마법 사인가?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보이는군. 혹시 다른 마법사도 있 는 건가?"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화염 마법을

날렸던 제이크는 한참 파티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저 구름이 일종 의 실드 역할을 하고 있네요. 아 무래도 일종의 흑마법 같은데,어 떤 식의 마법인지 알 수가 없네요.

-저런 흑마법사는 본 적이 없어?

-흑마법을 배우는 것도 몰래 배 우는 판인데,흑마법을 배운 마법 기술자를 볼 일이 있을 리가 없 죠. 어쨌거나 제가 깨어 있을 때 봤던 흑마법사의 마법은 아니에

요.

결국,둘 다 처음 상대하는 흑마 법사였다.

그래서 제이크는 다른 때보다 더 조심하고 있었다.

초반에 파이어볼로 간을 본 것 도,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도 그 이유였다.

그동안 마법사들을 상대하면서 위험할 때도 많았었다.

파티마는 고대 마법에 강한 자부 심을 가지고 마법 기술자라고 놀 려 대고 있었지만,전투에 특화된 마법 기술자들은 고대 마법사보다

더 강할지도 몰랐다.

거기다 지금 상대해야 하는 이는 일반 마법 기술자가 아니라 흑마 법사였다.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상할 수 없어,제이크는 오랜만에 긴장했다.

"흠,대답을 안 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잡아 놓고 물어보면 되 겠지. 전에 보낸 마법사가 실종된 것도 알아봐야 하고. 네게는 이래 저래 물어볼 게 많아."

흑마법사는 무척이나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그는 마법사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은 마탑에서 보낸 전문적인 전투 흑 마법사였다.

그는 전투에 관해서는 다른 마탑 의 마도사들에게도 떨어지지 않는 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는 자신의 검은 지팡이 를 들어 제이크를 가리켰다.

그러자 주변에 퍼져 있던 검은 구름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뭉 쳐지더니,제이크를 향해 흘러가 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속에 말려들면 위

험할 것 같은데요.

제이크도 파티마와 같은 생각이 었다.

그는 손을 펼쳐,다가오는 구름 을 향해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메모리 스펠들 이 그의 손에서 터져 나왔다.

"화염구 연발! 일렉트릭 볼트!" 불덩어리들이 만들어져 다가오는 구름에 부딪혔고,그의 손에서 전 류가 뿌려졌다.

불덩어리와 전류가 연달아 그의 손에서 검은 구름이 있는 곳으로 쏘아졌지만,곧 구름과 부딪쳐 흩

어졌다.

끼이이익!

마법이 구름에 부딪혀 흩어질 때 마다 구름 속에서 음산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에 다가오던 구름도 멈추는 듯 했지만,구름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젠장,평범한 마법으로는 전혀 안 먹히나?

-구현 방식을 알면 어떻게 해보 겠는데……. 아무래도 물러서서 장기전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주변에 쓰러져 있는 병사 들을 보니 섣불리 음질일 수는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자 기 편도 죽인 마법사였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몰랐다.

"호,이중 계열 마법사인가? 원 소계 마법을 두 가지나 사용하다 니,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제이크의 손에서 서로 다른 계열 의 마법이 쏟아져 나오자 흑마법 사도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저런 일상적인 공격 마법으로는 자신의 마법을 깰 수 없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 구름의 재료인 병사들 의 영혼이 고통을 받겠지만,그로 서는 알 바가 아니었다.

거기다 빨아들인 영혼들이 다 소 모되더라도 이 도시에는 수많은 영혼이 그의 먹이가 되기 위해 대 기하고 있었다.

이미 준비를 마친 이상,이 도시 는 그의 안방이었다.

"신관이 없는 이상,평범한 마법

으로는 나를 이기기 힘들 거야. 그러니 얌전히 구름 속에 갇혀서 내 먹이가 되어라."

그의 말대로,레이첼의 부대에는 신관이 없었다.

아니,두 신관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 어린 그들을 전쟁에 참여시 킬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제이크와 파티마는 여유 있는 흑마법사의 말에 힌트를 얻 을 수 있었다.

-신관이면 먹힌다는 거지?

-그러게요. 신관을 언급하는 걸 보면 영혼을 사용하는 방식인가

봐요.

신관은 없었지만,비슷한 효과를 내는 마법은 가능했다.

제이크는 기억하고 있는 모든 메 모리 스펠을 쏟아부어 구름의 전 진을 방해하면서,긴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화염구 난사! ……마나여,너의 본질을 찾아 기본으로 돌아가 라……. 아이스 볼트! ……네 자 신을 돌이켜 정화하라……

-으아,정신없어.

-제이크! 이중 주문이잖아요. 집 중해요! 까닥하다가는 주문이 엉

킬 거예요!

화염구가 날아가고 얼음으로 만 들어진 송곳이 쉴 새 없이 구름을 두드려 댔다.

덕분에 구름의 속도는 늦춰졌지 만,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이크 는 계속 뒤로 물러서야 했다.

상황이 그쯤 되자,흑마법사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사라졌다.

"화염에 번개, 얼음 마법까 지…….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대체 넌 뭐지?"

흑마법사는 지팡이에 마나를 더 욱 불어넣었다.

구름 속에서 들리던 비명이 더욱 커졌고,쓰러져 있던 병사들의 몸 이 죽은 나뭇가지처럼 말라 버리 기 시작했다.

구름은 더욱 어두워지고,더욱 빨라졌다.

제이크는 끝내 구름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은 구름 이 제이크를 휘감아,순식간에 제이크의 모습이 구름 속으로 사라 졌다.

그 속에서 제이크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실드!"

"실드 같은 건 소용없다. 구름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어차피 네 정신은 구름 속에 빨려 나가 버릴 테니까."

제이크의 목소리에 흑마법사는 비웃음을 흘렸지만,곧 그는 검은 구름을 감싸는 반투명한 막을 보 고 어리둥절해졌다.

사실 제이크가 펼친 마법은 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뒤이어,제이크의 주문이 끝났다.

"족쇄를 끊고 네 본모습으로 돌 아가라!"

주문과 함께 구름 속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왔고,실드에 막혀 있던 구름이 마구 꿈틀거렸다.

구름 속에서 들리던 비명은 이제 비명을 넘어 환호성으로 들리는 듯했고,구름은 실드 속에서 마구 회오리 쳤다.

"저,저게 뭐야……

흑마법사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 에 그만 넋을 잃었다.

마지막 비명을 끝으로 검은 구 름이 점점 사라져 갔다.

반투명한 막도 사라졌다. 실드가 풀린 것이다.

그러자,구름 사이에 작은 빛들 이 빠져나와 쓰러져 있던 병사들 에게 돌아갔다.

구름을 이루고 있던 죽은 병사들 의 영혼이었다.

이미 죽은 병사들이었기에 다시 살아날 수는 없겠지만,그래도 마 법사의 손에 영원히 고통받을 일 은 없게 될 것이었다.

'신력이나 저주로 변형된 마나를 원래의 마나로 돌려보내는 고대 마법을 미리 익혀 두길 잘한 거 같아.'

제이크는 마법 세상에서 본 것을

용케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마법사나 기사에게는 전혀 효과 가 없는 마법이었지만,영혼을 사 용하는 저주 계열의 흑마법사나 신관들에게는 치 명적이 었다.

바로 이 마법이 고대 마도 제국 의 마법사들이 신관과 신들을 무 시하고 탄압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성녀급의 강력한 축복이나 리치 가 펼친 거대한 저주는 원래대로 복구하기 힘들었지만,작은 영역 의 저주 정도는 충분히 원래의 마

나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래서 실드로 묶은 거군요.

-으,아슬아슬했어. 마법 지팡이 가 있었으면 실드를 안 펼치고도 될 수 있었을 텐데.

-또,한참 뭘 만들겠다고 뚝딱거 리겠군요.

-보물 창고에 쓸 만한 것들이 꽤 있었으니까. 이리저리 만들다 보면 마나를 보충할 만한 아이템 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전에 저 마법사를 어서 해치 워야 해요.

제이크는 마법사 몰래 배낭을 두

드렸다.

"넌 뭐냐! 어떻게 저주를 풀 수 있지? 신관이냐? 아냐,신관은 마 법사가 될 수 없어. 그럼 어떻게 된 거지?"

흑마법사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 에 횡설수설했지만,그의 지팡이 는 영혼을 끌어 모으기 위해 계속 움직였다.

"컥!"

성벽 주변에 있던 주민들과 이슈 비의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졌고, 그의 지팡이를 향해 영혼들이 다 시금 모여들었다.

영혼을 모으기 위해 미리 낙인을 찍어 놓은 사람들의 영혼이었다.

흑마법사라도 이 정도까지 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난생처음 보 는 광경에 마법사는 마탑에서 금 지하고 있는 일까지 저지르고 말 았다.

다시금 그의 몸 주위로 검은 구 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이크도 그 모습을 두고 보기만 하지는 않았다.

"나와라."

제이크가 흑마법사를 향해 완드 를 까닥였다.

그러자 마법사 뒤쪽으로 화살들 이 떠올랐다.

조금 전 몰래 성벽 아래로 보내 놨던 화살들이었다.

거리가 멀어 조종하기는 어려웠 지만,미리 알지 못하는 상대를 공격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제이크의 손이 위로 들리자 무언 가 불길함을 느낀 마법사가 검은 구름을 자신의 앞에 펼쳤지만,공 격은 그의 뒤에서 이루어졌다.

소리 없이 허공에서 날아온 화살 들이 그의 등에 차례로 박혔다.

그의 검은 구름은 실드 마법보다 훨씬 튼튼한 마법이었지만,급하 게 다시 모으기 시작한 지금은 많 이 약화된 상태였다.

"마법사가 이런 치사한……

배를 뚫고 나온 화살을 보고 흑 마법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 만,제이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남의 영혼을 가지고 노는 마법 사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다 생각하는데."

흑마법사는 입에서 붉은 피를 홀 리며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계열에 상관없이 마법을 쓰고,

흑마법을 깨고,염동력까지 사용 하다니,하하……설마 고대 마법 사였던 건가?"

마법사는 그제야 제이크의 정체 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제이크는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 미 그를 응시했다.

"탑주가 잘못 생각했어. 검은 몬 스터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 고대 마법사가 있다니……. 탑주가 우 선순위를 잘못 알고 있었어."

흑마법사의 말에 제이크의 눈썹 이 꿈틀거렸다.

검은 몬스터라니.

괴물을 뜻하는 또 다른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온 걸까.

"그게 무슨 소리지?"

놀란 제이크가 급하게 달려와 흑 마법사에게 물었지만,흑마법사는 이미 죽은 뒤였다.

허탈한 표정으로 흑마법사를 내 려다보던 제이크는 곧 정신을 차 렸다.

지금은 흑마법사의 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때,멀리 영주성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성문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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