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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52화 (152/222)

152화

이슈비의 패배와 죽음은 패밀리 어를 통해 히베루니아 왕국에도 전해졌다.

덕분에 아스굴론을 다시 치기 위 해 준비했던 부대는 발이 묶이게

되었고,마법사들을 같이 보내려 던 검은 마탑도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히베루니아 왕국의 동쪽에 자리 잡은 검은 색의 높은 탑.

검은 마탑의 최상층에서도 아쉬 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검은 마탑의 탑주였다.

검은 로브를 두른 늙은 마법사는 소식을 듣고 혀를 찼다.

"좋은 기회였는데,아쉽게 되었어."

"따로 용병을 모집해 볼까요?"

제자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늙 은 탑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우리가 이놈을 가지고 있 다는 것을 소문낼 이유는 없지. 어차피 혹시나 해서 참여한 것뿐 이니까."

"용병을 더 살려 둘 걸 그랬습니다. 더는 남은 표본이 없다는 소 리에 영혼을 뽑아 버렸는데……

"뭐,실험 재료가 죽으면 그때 다시 움직이기로 하지."

탑주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 며 결론을 냈다.

"이번에 파견 보낸 애도 죽은 것

을 보니 위쪽에 쓸 만한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야. 어느 마탑 소속인 지 몰라도 괜히 눈치채게 할 필요 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잘하면 대단한 무기가 될 놈이 야. 네가 책임지고 키워 봐."

그렇게 말한 검은 마탑의 탑주는 유리관 안에 있는 작은 두 마리의 몬스터를 바라봤다.

얼마 전에 알을 깨고 나온 두 몬 스터들은 마치 어린 지네처럼 보 였다.

수많은 다리에 검은 색의 기다란

몸.

바로 모두 불태워 사라졌다고 알 고 있던 그 지네 괴물의 새끼였다.

시간이 지났다.

계절은 어느덧 여름으로 접어들 었고,루테리아의 복구도 어느 정 도 마무리됐다.

그러자 숨어 있던 관리들이 하나 둘씩 복귀했다.

살아남은 유지들과 가신들도 힘

혼신의 힘을 다해 루테리아를 복 구하는 데 애썼다.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움직인 이 유는 어이없게도 루테리아 영주로 취임을 하지 않겠다는 레이첼의 말 때문이었다.

영주가 직접 다스리지 않는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영지 대리를 맡 긴다는 소리였다.

영지 대리라는 직책을 얻기만 한 다면 루테리아라는 알토란 같은 영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될 게 분명했다.

자신이 영지 대리가 될 수 있다

는 희망에 차 그들이 열심히 일하 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레이첼은 아직 루테리아에 영주 대리를 세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루테리아 영주성 지하.

감옥 옆에 있는 창고는 얼마 전 부터 접근이 금지됐다.

레이첼 여남작과 같이 온 마법사 가 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시 전체에 이상한 마법을

쓴 것으로 소문난 마법사였기에, 그가 차지하고 있는 창고도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다.

"덕분에 일하기는 편했는데……. 다들 겁을 내고 다가오질 않아서 일 처리도 빠르고."

제이크의 말에 레이첼이 눈썹을 치켜 떴다.

"덕분에 나한테 찾아와 청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아니, 청탁을 영주한테 직접 하게 만들 다니……

다시 생각해도 기가 차다는 듯 레이첼은 제이크를 노려봤다.

"암튼,이제는 지난 일이죠. 이제 는 다들 알아서 잘하니까 저는 아 스굴론 서기관으로 다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영주님."

장난스러운 제이크의 말에 레이 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루테리아를 앰버에게 맡 겨 버리고 아스굴론에 있는 게 편 했다.

하지만,이런 혼란한 때에 자기 만 편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제이크가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 도 못했겠죠."

지금 그가 만들고 있는 마법진이

아니었으면 루테리아와 아스굴론 을 동시에 다스리기는 불가능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실력이 부족 해서 많은 숫자를 한꺼번에 옮기 거나 자주 사용하기는 힘듭니다."

그는 거의 마무리된 마법진을 보 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도 대단한걸요. 세상 어 디에도 영지 사이를 마법으로 뛰 어넘을 생각은 못해요."

레이첼이 칭찬 겸 위로를 했지 만,제이크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 셨다.

"한 번 가동할 때마다 마석 하나 씩을 날려 버리는 비용 문제가 제 일 크죠. 어차피 영지 관리비로 빼겠지만, 영지 비용도 빡빡해 서……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부자가 된 제이크였지만,아스굴론 영지 서 기관으로서는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겨우겨우 신생 영지를 키워 놓았 는데,이번 영지전 전비로 엄청난 돈이 깨져 버린 것이다.

제이크가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처리하긴 했지만,그 돈을 갚으려

면 앞날이 막막했다.

그는 자기 돈을 갚기 위해 고생 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 지만,절대 빚을 탕감해 줄 생각 은 없었다.

"그럼,그 빚은 이번에 얻은 가 문의 유물로 처리하는 게 어때요? 제이크도 마법 아이템이 필요하잖 아요."

갑작스러운 레이첼의 말에 제이크는 놀라고 말았다.

"그건 가문의 보물이 아닙니까?" "음…… 그렇기야 한데,저는 이 제 루테리아에서 독립하기도 했

고,그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상 황도 아니고요."

이제 새로 영지를 만들어 가는 상황에서 돈 되는 물건을 그냥 지 니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제이크라면 가문의 보물 이 남에게 가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영주성 지하에 있으니, 소유권은 별 상관없는걸요.'

얼마 전 제이크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싱긋 웃는 레이첼이었다.

제이크는 뜻밖의 일격에 난감한 표정이 되어 말을 돌렸다.

"흠흠,어쨌든 준비는 다 되었습

니다. 이 마법진이 루테리아 영지 와 아스굴론 영지 사이의 포탈입 니다. 파티 규모의 인원을 하루 한번 이동시킬 수 있는 기준입니다."

제이크가 만든 마법진은 전에 만 들었던 귀환 마법진을 개조한 이 동 마법진이었다.

이 마법진은 백탑에서 보았던 마 법진을 연구해서 만든 것으로, 백 탑의 마법진 외에 처음으로 만들 어진 것이었다.

아직은 귀환 마법진을 개조한 것 이라 제이크의 던전과의 왕복밖에

는 안 되지만,언젠가는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한 마법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제이크는 믿었다.

그렇게 마법진 위로 올라간 두 사람은 아스굴론 영지로 돌아갔다.

그 뒤로도 레이첼은 매번 마법진 을 통해 두 영지를 왕복하면서 영 지들을 다스렸다.

영지 대리라는 직책이 필요 없게 된 것을 안 유지들과 가신들은 무 척이나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미 회복하기 시작한 영 지는 빠른 복구와 활기가 돌기 시

작했다.

그리고 한 계절이 지나자, 루테리아 영지는 어느 정도 과거의 모 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아스굴론 영지는 엄청나 게 성장했다.

영지성 주변의 마을은 이제 도시 로 불릴 정도로 커져 버렸다.

제플린 상단과 같이 영지로 들어 온 반센 마법사는 마법 상점을 거 리에 세웠고,제플린 상단은 다시 다른 영지들과 거래를 하기 시작 했다.

이제 아스굴론도 사람들 사이에 서 어엿한 하나의 영지로 인정받 았다.

한편,알프렛은 결국,제이크 저 택의 집사뿐만 아니라 영주성의 집사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덕분에 제이크는 하루빨리 독립 해야겠다는 말을 입에 달게 되었 지만,알프렛 덕분에 그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여름 동안 그는 파티원들 과 함께 대수림을 탐사할 수 있었다.

대수림의 숲은 이제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제이크 일행은 가을이 접어드는 숲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선두에는 제시카와 루이가 길을 뚫고 있었고,맨 뒤에서는 제이크 가 넓적한 돌을 들고 일행을 따르 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루테리아 쪽 던전을 뒤지는 편이 좋 았을지도 몰라."

앞을 가로막는 나무를 잘라내며

제시카가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제이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편이 낫습니다. 루테리아 쪽 던전 중에 알려지지 않은 던전은 너무 깊숙한 곳에 있으니 까요. 반면에 아스굴론 근처 던전 은 영지와 가까워서 시간 낭비도 적고요."

"하지만,여기는 다니기가 꽤 힘 들어. 나무도 너무 많고."

제이크의 설득에도 제시카는 여 전히 투덜거렸다.

루테리아 쪽 대수림은 침엽수 위

주였지만,남쪽인 이곳은 활엽수 가 훨씬 많았다.

물론 남쪽의 밀림보다야 나았지 만,일일이 풀을 베어 가며 전진 해야 하는 제시카로서는 귀찮을 뿐이었다.

"배부른 투정은 그만해요. 남들 은 평생 새 던전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여름 동안 에 벌써 네 곳이나 던전을 공략했 잖아요."

"뭐,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거야. 그리고 난 자고 싶은 것뿐이야."

평상시처럼 뻔뻔스러운 말을 하 는 제시카였다.

제이크 앞에서 걸어가던 두 사제 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이네트와 알리바.

두 수습 사제들은 여름 때부터 제이크 파티원으로 함께 던전을 탐사했다.

아직 어리고 실수가 많은 두 사 람이었지만,마법 아이템의 도움 을 받은 두 사람은 한 사람씩의 몫은 충분히 해냈다.

"그만 투덜대요. 어차피 던전이

라는 말만 들으면 밥 먹다가도 뛰 쳐나올 거면서……. 이제 다 왔어요."

제이크는 들고 있던 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납작하고 평평한 돌 위에는 아주 작은 마법진 다섯 개가 떠 있었다.

이 돌이 바로 제이크가 백탑에서 가져온,던전 위치를 알려 주는 마법 아이템이었다.

"마법 아이템은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그런 문양으로 위치를 알려 주나요?"

이네트는 신기한 얼굴로 마법진 을 구경했다.

-현재 위치와 방향과 거리만 있 으면,위치야 금방이지.

파티마의 말대로였다.

제이크가 만든 위치 추적용 아이 템도 이 마법 아이템과 원리가 그 리 다르지 않았다.

복제 세상의 미래에서 파티마의 주인이었던 마법사가 던전을 찾을 때 썼던 아이템인 걸 알고 백탑에 서 가져온 것이었다.

고대 마도 제국 때는 다섯 개의 연구소가 대수림 곳곳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마법사들이 서로 오가기 위해 쓰였다고 파티마가 말했었다.

그를 보며 제이크는 꼭 전생의 내비게이션 같다고 생각했다.

돌을 이용하여 제이크의 파티는 그중 네 군데 연구소이자 던전을 모두 공략했다.

그리고 이곳이 마지막 던전이었다.

울창한 수풀을 지나자,넓은 공 터가 보였다.

공터 중앙에는 예상대로 무너져

버린 유적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유적을 둥지로 삼은 몬스터들 이 진을 치고 있었다.

마치 고릴라처럼 생긴 팔을 네 개나 달고 있는 몬스터였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어이,기다려."

"또 시작이다."

몬스터가 보이자마자 알리바가 바로 튀어 나가자,파티원들은 그 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알리바는

신나게 달려가 고릴라에게 검을 휘둘렀고.

쾅!

"으악!"

그는 몬스터가 휘두른 방망이에 맞아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니,아무리 맞을수록 튼튼해 진다지만……. 이제는 즐기는 것 같아."

제시카의 말처럼 날아가는 알리 바의 모습에 모두 고개를 저을 때,이네트가 그를 향해 손을 펼 쳤다.

"알리바를 치료해 주세요!"

쿵.

잠시 뒤,땅에 떨어진 알리바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동 수복이 되는 마법 아이템인 갑옷은 금방 멀쩡해졌고,자기 치 유력에 더해 이네트의 치유를 받 은 그는 전보다 더 팔팔해 보였다.

"덤벼라!"

그는 크게 외치며 다시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이크 일행도 고개를 저으며 몬 스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날을 마지막으로,황제가 말한 다섯 개의 던전 공략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졌다.

몬스터 레이드가 시작되는 겨울 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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