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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55화 (155/222)

155 화

비가 오던 하늘에서 어느 순간, 주먹만 한 것에서 수박만 한 것까 지,다양한 크기의 우박이 지상으 로 쏟아져 내렸다.

"으악! 이게 뭐야!"

"갑자기 웬 난리야!"

방패로 머리를 가리며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지만,그들의 비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몬스터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 고,그야말로 죽음의 비를 맞고 있었다.

퍽! 퍼퍽! 퍽!

중력 가속도에다 가속 마법까지 곁들인 우박들이,몬스터들이 몰 려오는 지역을 강타했다.

대포알 같은 속도로 내리꽂힌 우 박들은 단단한 몬스터의 피부를 꿰뚫었다.

작은 몬스터들은 팔다리가 잘려 나가거나 아예 몸이 끊어졌고,등 치가 큰 몬스터도 몸 곳곳에 구멍 이 뚫린 채 죽음을 맞았다.

텅,텅-

"이거 진짜 우박 맞아?"

병사들은 방패를 치고 바닥에 흩 어진 우박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마법이라고 하셨으니,마법이겠 지."

"아니,무슨……. 대마도사님 정 도 되시는 거 아냐? 그렇지 않고 서야 어떻게 몬스터들을 다 쓸어

버릴 수가 있는 거지?"

"글쎄다. 뭐,어쨌거나 다른 마법 사들과는 차원이 다르긴 했지."

병사들의 말대로,이곳에 있는 세 마법사는 넋을 놓고 성 앞 벌 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드를 펼친 덕분에 내리쏟아지 는 우박에도 무사할 수 있었던 그 들이었지만,눈앞에 펼쳐진 광경 은 역시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정말 고대 마법의 일부만 얻은 건가요? 이게 일부면 도대체 고대 마법사들은 어떤 존재인지……

반센의 중얼거림에 앰버는 쓴웃

음을 짓고 말았지만,제플린은 심 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제한은 있어 보이지 만,적어도 마도사급은 되어 보 이는데……. 저 나이에 마도사급 이 가능한 건가? 아니,아니,그 게 문제가 아니라,이 정도 마법 사를 가지고 있는 영지라……. 다른 곳으로 피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여기에 아예 정착을 해야 하나?"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는 데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만,조금 위 험해 보이는 연설을 하는 여자 영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되는 실력 을 갖춘 마법사.

그리고 대수림 옆에 붙은 신생 영지가 다른 영지까지 산하에 두 고 있는 상황만 놓고 보자면 결코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

"분명,이대로 무난하고 평범한 영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 은데. 더구나 시대가 영 불안한 상 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 영지는 반란 때문에 피난을 온 영지에 불과했었다.

물론 원래 영지로 돌아가기는 쉽 지 않았지만,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 겪어 보니,그런 안 일한 생각으로 있다가는 폭풍에 휩싸이는 가랑잎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제플린이 심각한 표정으 로 고민하는 사이에,어느덧 우박 이 그쳐 있었다.

비도 개인 하늘에는 구름이 천천 히 흩어지고 있었다.

"모두 전투 준비! 남은 몬스터는 얼마 안 된다! 이번이 마지막 전

투다 "

목이 쉰 레이첼의 입에서 거친 외침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병사들은 남은 몬스터들의 수를 확인하고 크게 함성을 질렀다.

와아!

수많은 몬스터가 벌판에 널브러 져 있었고,그나마 살아남은 몬스 터들은 발을 절룩거리며 성으로 느리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고,마지막이라니까 그냥 있을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정 안 되면 제이크 포션이나 먹으

련다!"

제시카가 먼저 성 아래로 뛰어내 리자,다른 마나 사용자들도 안 움직이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도 떨어진 지금,마무리를 위 해서는 자신들이 달려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도 모두 마지막 힘을 내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레이첼의 검 에 마지막 몬스터가 정리됐다.

살아남은 병사들이 서로를 껴안 으며 환호성을 외치는 사이에,레

이첼과 제시카 등은 하늘을 올려 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제이크가 반투명한 요정의 품에 안 겨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제이크는 기절해 있었다.

과도한 마법을 쓰는 바람에 여태 버텨 왔던 정신력이 결국 바닥을 드러낸 것이었다.

제이크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충 분히 버텨 낼 수 있다 생각했겠지 만,사실 그가 이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신조의 도움 덕이었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동안에는 레 이첼과 떨어져야 했기에 그럴 수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아직도 실수투성이 풋내기라니 까요.

"아니에요. 주인님은 위대한 분 이에요."

-그래,그래. 널 만든 분이니 대 단한 분은 맞아.

두 에고가 떨어져 내리는 그를 두고 말을 나눴지만,기절한 제이크는 들을 수 없었다.

제이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

면은 성벽에 있던 이들뿐만 아니 라,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 지켜 보던 두 이종족의 눈에도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 장면은 음유 시인 이 오랫동안 노래 부를 장면 같은 데요?"

소녀 모습의 페이샤가 빛을 받으 며 내려오는 제이크를 보며 감탄 했다.

그에 여우족 베른이 동조하며 고 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쓸 만한 영웅 서기가 하나 나올 것 같은데... 레이첼

여남작 쪽으로 쓸려고 했는데. 아 무래도 저 마법사 쪽 이야기 위주 로 잡아 봐야겠다."

베른은 아인족의 감시역으로,또 한 음유 시인 입장으로 아스굴론 영지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페이샤는 그의 안내역이 자,걸렸을 때를 대비한 무마용으 로 베른이 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계속 감시해야 하나요? 이렇게 끌려다니기 싫은데."

페이샤는 성의 식당에서 배 깔고 앉아 생선이나 먹고 싶은 심정이 었다.

"사악한 고대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진 것 같은데. 문제는 예상보다 더 대단한 마법사라

베른은 성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 렸다.

아무래도 감시는 한동안 멈출 수 없을 듯했다.

그렇게 아스굴론 영지의 몬스터 웨이브는 끝이 났다.

이로써,아스굴론 영지는 황제에 게 정식으로 인정받을 모든 준비 를 마치게 된 것이었다.

같은 시각.

아스굴론의 남쪽.

히베루니아 왕국의 한 도시에서 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시 밖으로 도망쳐!"

도시 안에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 었다.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었다.

검고 딱딱한 피부,수십 개의 발. 마치 지네를 크게 키운 것 같 은 몬스터였다.

수백,수천의 몬스터들은 거리와 집들을 돌아다니며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잡아먹었고,집을 부쉈다.

놀란 병사들이 몬스터들을 막아 섰지만,그들이 막기에는 몬스터 의 껍질이 너무 단단했다.

창은 몬스터의 껍질에 부딪혀 부 서져 버렸고,몬스터의 입에서 나 온 산성액은 병사들의 몸을 녹였다.

"도대체 마법사들은 어디 있지? 기사들은!"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장교가 부관을 향해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암담한 상황을 각인시켜 줄 뿐이었다.

"저놈들이 쏟아져 나온 곳이 마 탑이었습니다. 더구나 기사들의 검도 잘 안 먹히는 모양입니다. 벌써 여럿 당했습니다."

부하의 말에 장교는 눈을 들어 높이 서 있는 검은 마탑을 바라봤다.

흑마법사들 마탑.

그곳은 도시 코르도바가 자랑하 는 도시의 명물이었다.

"설마…… 흑마법사 놈들이 사고

친 거야?"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몬스터 를 가지고 장난치다가 일이 터진 듯합니다."

"내가 언젠가 이럴 줄 알았지, 젠장!"

물론,사고가 터지기까지는 설마 했던 일이었지만.

"어떻게 하죠?"

부관의 말에 장교는 다시 도시를 둘러봤다.

불타는 건물들과 몬스터들에게 먹히는 사람들.

도시는 이미 끝장난 듯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시청으로 달려 가서 귀족들이나마 구했겠지만, 지금은 도무지 그럴 상황이 아니 었다.

"퇴각한다. 도시 밖으로 나가."

"위쪽에서 가만히 안 있을 텐데요."

군벌들에게 있어서 도시는 자신 들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하지만,그런 것보다 목숨이 더 중요했다.

"우선 살아야지! 저기 봐,저 쓰 레기 마법사들이 날아서 도망가잖 아!"

장교의 말대로,검은 마탑에서 십여 명의 마법사들이 빠져나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고,본다 해도 감탄하기 만 할 모습이었지만,지금은 욕만 나왔다.

"어서 퇴각해!"

병사들은 희생자를 만들면서 성 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성문을 가득 뒤덮은 지네 몬스터들에 깔려,병사들과 장교는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결국,도망치지 못했군요."

하늘을 나는 마법사 하나가 병사 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나지막이 혀를 찼다.

"차라리 몬스터에게 죽는 쪽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마법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밖으로 빠 져나간 사람들은 그들이 모두 죽 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란 것이 밝혀져서는 안 됐다.

이미 마탑에도 엄청난 피해가 있

었는데,왕국까지 알게 되면 마탑 의 재건마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남은 마법사는 이게 전부냐?" 선두에서 날고 있던 탑주는 뒤따 르는 인원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 졌다.

그들의 뒤에 있는 마법사는 겨우 십여 명.

탑에 있는 마법사의 오분의 일도 안 되는 인원이었다.

"몬스터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인원을 투입했던 것이 문제 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밖으로 내보내는 편이 좋았을지 도……

얼마 전.

성체까지 키운 검은 몬스터가 알 을 깠을 때,탑주는 물론이고 그 일을 알고 있던 모든 마법사가 기 뻐 했다.

하지만,그들의 기쁨은 곧 난감 함으로 바뀌었고,다시 걱정으로 변했다.

몬스터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 던 반면,새로 태어난 몬스터를 지배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이다.

지네 몬스터에게는 영혼 구속과 함께 흑마법사의 장기인 몬스터 테이밍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이 대수림 옆에 검은 마탑을 세운 이유도,이들 흑마법 사를 히베루니아 왕국이 우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흑마법사의 몬스터 테이밍 능력 때문이었다.

물론 직접 기른 몬스터만 가능하 다는 등 다른 여러 제약이 있었지 만,그들의 테이밍 능력은 영혼 구속과 더불어 흑마법사의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이 검은 몬

스터에게는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탑 지하의 몬스터 사육실에 있는 몬스터는 모두 검은 몬스터들의 먹이가 되었고,사육실은 성체가 된 검은 몬스터들로 바글거리게 되었다.

그 몬스터들이 다시 알을 낳았 고,탑주는 결국 몬스터들을 제거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몬스터들이 폭 주했다.

얌전히 먹이만 먹으며 몸을 키우 던 몬스터들이 마법사들에게 달려

들었고,갑자기 입에서 산성액을 뿌려 벽을 녹여 댔다.

마탑은 필사적으로 몬스터들을 막아섰지만,설상가상으로 알까지 순식간에 부화해 버렸다.

수천 마리로 늘어난 몬스터들을 검은 마탑으로서는 더 이상 막아 낼 방법이 없었다.

"확실히 보통 몬스터가 아닌 듯 합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기사의 마나 검도 잘 안 먹히고,마법도 잘 안 통하는 몬스터잖습니까. 덕분에 이렇게 우리가 마탑을 포기한 거

고요."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며 다른 마 법사가 투덜거렸지만, 이야기를 꺼낸 마법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놈들이 계속 기다려 온 게 아닐까요? 자신의 발톱을 숨기고 승산이 생길 때까지 기다 리는 게 아닌지...

"설마,몬스터가 그런……

다른 마법사가 반대하려고 했지 만,몬스터의 모습을 떠올리니 차 마 말을 다 꺼낼 수가 없었다.

"됐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우선 닥친 일부터 처리하자."

탑주가 계속 이어지는 대화를 끊 어 버렸다.

"너희들은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 는 사람을 모두 죽여서 입을 막 고,너는 패밀리어를 부려 제국 마탑에 소식을 보내라. 아래 있는 놈들과 비슷한 놈들을 찾고 있는 모양이니,얼씨구나 하고 인원을 보내올 거다."

지시를 내리며 탑주는 검은 마탑 을 돌아봤다.

검은 탑 벽을 기어 올라가는 지 네 몬스터들의 모습은 지옥에서나 볼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도시 가 괴멸됐다고 군벌 놈들에게 말 해야겠다. 반쯤은 믿지 않겠지만, 다른 증거가 없으면 별수 없겠 지."

마탑이 붕괴했으니 이제 자신들 의 힘은 바닥으로 떨어질 게 분명 했다.

밖으로 나간 마법사들을 모두 모 아 봤자 전보다 반도 안 되는 인 원일 테니…… 이제는 히베루니아 의 발이 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탑주의 지시에 마법사들은 사방

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박쥐 한 마리가 제국의 황도를 향 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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