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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57화 (157/222)

157화

제이크는 서기관실로 돌아와 두 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들키는 줄 알았네."

-주인님 말씀대로면 잠깐 얼굴 본 것뿐이잖아요. 벌써 이 년이

지났고,생김새도 많이 달라졌는 데 알아볼 리가 없죠.

파티마의 말처럼,제이크는 이 년 동안 훌쩍 컸다.

금발의 호리했던 소년은 이제 검은 머리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게다가 머리는 마법을 이용해서 검은 머리로 바꾼 지 오래였고, 얼굴로 앰버에게 배운 화상술과 마법으로 전과 달라져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가족이 와 도 못 알아볼 거라고 제이크도 자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이힌테일의 말은 제이크를 엄청 놀라게 만들었다.

"역시 대마도사인가……

아이힌테일이 뜬금없이 하늘에 서 등장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 지 못했다.

그래서 급하게 자리를 피하려던 순간에 대마도사와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다행히 그는 제이크를 못 알아 봤지만,제이크는 십년감수한 기 분이었다.

"뜬금없이 대마도사가 나타날 줄이야. 남쪽 일 때문인가?"

-그 일 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요?

파티마도 제이크의 말에 동의했다.

대마도사가 이곳에 올 일은 히 베루니아 왕국에서 벌어진 일밖 에 없었다.

같은 시각.

회의실에서는 제이크의 생각대 로,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 되고 있었다.

"루테리아 영지까지 인정하는 대신에 호위 업무라……. 이건

고마워해야 하는 거겠죠?"

황제의 명령서를 확인한 레이첼 은 담담한 얼굴로 종이를 접었다.

"아무 이유 없이 두 영지를 다 스리는 것을 허락하면 반발이 심 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허허. 그냥 구실에 가까우니 큰 신경을 쓰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대마도사의 말에 레이첼은 고개 를 들어 늙은 마법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구실치고는 꽤 위험해 보이는

데요. 거기다 다른 귀족들은 그 사실조차 모를 것 같고."

"허허,그렇게 생각하실 것까지 는 없다 생각합니다."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있었지만, 아이힌테일은 속으로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남작은 그가 알 고 있었던 불운한 전 황태자비 도,막 영주가 된 신참 기사도 아니었다.

그녀는 지혜와 패기로 뭉친 제 대로 된 영주이자 귀족이었다.

노회한 귀족과도,음침한 카리

스마가 풍기는 황제와도 달랐다.

'영웅,아니…… 왕의 모습인가.' 아이힌테일은 침음을 삼켰다. 그는 그녀가 이런 험한 영지를 이끌고 갈 수 있는 이유를 이제 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만 아니었으면……. 아니, 남자였으면 황제가 벌써 끝장을 냈을지도.'

잠시,그녀의 미래를 떠올렸던 아이힌테일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있는 이상,그녀에게는 밝은 미래는 없다고 봐야 했다.

'뭐,제국 전체가 꽤 암담하긴 마찬가지지만..

아이힌테일은 딴 곳으로 새는 정신을 바로잡았다.

좀 전에 사람도 잘못 보더니, 나이가 들어서인지 딴생각이 자 꾸 늘었다.

"허허,그래도 이런 기회는 다 시 없습니다. 어차피 황제 폐하 의 명령인데 그냥 받아들이시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겁니다. 호위 로 가는 사람들은 다들 괜찮을 겁니다."

황제의 말대로라면 살아 돌아올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말이 라도 좋게 해 주는 아이힌테일이 었다.

레이첼은 너털웃음을 웃는 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도 협곡에서 자신에게 마법 을 쓴 것이 대마도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귀족 사회에서는 적이 아군이 되고,아군이 적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녀는 눈앞의 대마도사가 자신 을 공격했다고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그녀도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뿐이었다.

"그럼 약속해 주세요. 모두 무 사히 데려오겠다고. 마법사의 마 나를 걸고!"

레이첼의 말에 대마도사는 얼굴 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법사의 마나를 걸고 하는 약 속은 신성한 것.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 니었다.

하지만 굳어진 대마도사를 보면 서도 레이첼은 말을 이었다.

"특사로 파견 나갔을 시기에 말

이에요,누군가가 마법으로 절 공격할 때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레이첼은 그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엄청난 마법이었어요. 전 그 마법을 보고 아이힌테일 님이 마 법을 쓰신 줄 알았다니까요?"

그 말에 대마도사의 표정이 전 보다 더욱 안 좋아졌다.

"하지만,나중에 레타니아 왕국 에서 절 죽이려 했다는 말을 듣 고는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 했어요."

레이첼은 표정도 변하지 않고 말을 마쳤다.

한편,아이힌테일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주변에는 마나가 계속 꿈 틀거렸다.

그렇게 잠시간 숨 막히는 시간 이 흘렀다.

이윽고 아이힌테일이 한숨을 내 쉬며 눈을 떴다.

"휴. 영주님이 이겼습니다."

그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약속 했다.

"나 아이힌테일은 레이첼 영주 가 보내 준 호위 병력을 최대한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말이 끝나는 순간,그의 손과 가슴에 작은 빛이 머물다 사라졌다.

마법사의 약속이 시전된 것이다.

물론 그녀의 요구가 다 포함된 것은 아니었지만,마도사로서는 최선을 다한 약속이었다.

"고맙습니다."

그제야 레이첼은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에 아이힌테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내가 요청을 받지 않았 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습니 까?"

그는 조금 전까지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지,아니면 성을 날려 버릴지 고민했었다.

결국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했지만,자신이 거절 했을 때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도망칠 생각이었는데요?"

하지만, 레이첼의 대답은 어이

가 없을 지경이었다.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 습니까?"

"잠깐만 버티면 될 거로 생각했 어요."

그 말에 아이힌테일은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주위 사람들을 믿고 있는 모양 이군요."

"네."

그녀는 주위 사람들도 믿고 있 었지만,특히 한 사람을 믿고 있 었다.

"이런,쯧쯧…… 아직 영주님께

서는 어리시군요."

작게 한숨을 내쉰 대마도사는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저는 제자들이 몸을 추스 르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네,알겠어요."

그렇게 대마도사가 회의실을 떠 났다.

레이첼은 회의실을 찾아온 제이크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다.

"세상에,대마도사를 협박했다 는 거잖습니까? 제정신이세요?"

영주에게 화를 내는 제이크도 잘못이라고는 생각했지만,도무 지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한참 동안 잔 소리를 듣고서도 잘못했다고 인 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반문했다.

"이 성에서는 제이크를 이길 사 람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것을 믿었죠. 제이크가 내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아니,그만큼 튼튼하다는 이야

기였지……

영주성 전체가 이미 던전화돼 있었던 만큼,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대마도사도 막을 수 있 냐 하면,그건 알 수 없었다.

"그럼,사실이 아니었어요?"

"아뇨…… 후우,맞습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였다.

제이크도 결국 두 손을 들 수밖 에 없었다.

"그럼,결국 두 조로 나뉘게 되 는 건가요?"

"그렇겠죠. 아이힌테일 님에게 따로 마법사는 필요 없을 테니까

요."

대마도사가 찾아오기 전에,레 이첼과 제이크는 이미 히베루니 아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었다.

아인족이 두 사람에 알려 준 것 이다.

전부터 제국과 왕국을 감시 중 이었던 아인족은 히베루니아 왕 국에서 벌어진 일을 바로 알아차 렸고,베룬이 대표로 영지를 찾 아왔다.

제이크는 베룬이 알려 준 이야 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 없앴던 괴물이 다시 등장 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아인족들이 이유 없이 그런 정보를 알려 줄 리가 없었다.

그들은 그들을 도와주었던 제이크의 파티가 오기를 다시 요청했다.

"대마도사는 표본이 필요한 모 양이고,아인족들은 모체가 되는 몬스터를 잡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괴물을 없애 왔던 아 인족이었다.

그들이 새로 나타난 괴물을 그 냥 놔둘 리가 없었다.

지네 괴물은 군집을 이룬 몬스 터였다. 어쨌거나 여왕 역할을 하는 놈이 있을 게 분명했다.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을 까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사체가 있어야 하는데,그 영지 에는 마탑 말고는 몬스터가 거의 없거든요."

아인족은 마탑에 있는 여왕만 제거하면,새로운 괴물은 등장하 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 뒤는 왕국 병사들이 차근차 근 정리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 듯했다.

"정말 그런가요?"

하지만 레이첼은 제이크에게 재 차 물어봤다.

아인족이 오랫동안 괴물을 정리 했다지만,괴물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것은 그녀가 판단하기로, 제이크였다.

"기본적으로는 그리 틀리지 않 습니다. 하지만,괴물들이 영지를 벗어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 습니다. 아직도 괴물들 대부분이

도시 안에 있는 것 같고."

알을 낳는 괴물이 무서운 이유 는,하나만 놓쳐도 어디서 쏟아 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가만 히 있으면 처리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어려울 게 없다고요? 영지 하 나가 박살 나고,마탑도 끝장이 났는데요?"

"이 정도도 안 되면 인간이 밀 릴 리가 없잖아요."

바퀴벌레 이상으로 생존력을 자 랑하는 인간이었다.

웬만한 적도 감당하지 못했다면 이미 몬스터에 당해 멸족했을 게 분명했다.

"결국,저 괴물들보다 더 위험 한 놈들이 나타난다는 거군요."

던전에서 제이크가 쉽게 괴물을 잡는 것을 보고 별로 실감을 못 느낀 레이첼이었다.

괴물이 강해 봤자,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였기 에,제이크 말은 충격으로 다가 왔다.

"다른 영지나 왕국에 알린다고 믿어 줄 리도 없고……. 결국,저

놈들을 감당할 크기로 우리가 몸 집을 불려야 된다는 거군요."

레이첼은 이제야 그가 원하는 영지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

"결국,끝까지 가야 한다는 거 네요."

"네,대륙의 인간 전체,아니면 적어도 제국 전체가 저들을 대비 해야 합니다. 아니면 나오지 못 하게 틀어막든가요."

후자도 별다를 바 없는 이야기 였다. 결국,그만한 힘이 필요하 다는 뜻이니까.

다만,이번에는 레이첼이 제이

크의 말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 로 성장해 있었다.

"왕이라……. 필요하다면 해야겠 죠."

하지만,레이첼과 제이크는 곧 서로를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아직 먼 이야기였다.

아직은.

다음 날,아직 피곤이 가득한 두 제자를 데리고 아이힌테일이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그의 일행에는 제이크를 제외한 제이크 파티 전원과 니콜라스와 친위대 정예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단하군. 상당한 정예병들이 야. 거기다 기사,용병 마나 사용 자들,신관까지. 영주가 제대로 준비해 주었군."

아이힌테일은 따라오는 사람들 을 보며 감탄과 함께 난감한 표 정을 지었다.

마나의 약속을 한 덕분에 일행 을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흠,우리가 마법사라서 마법사

들은 뺀 건가? 영지 마법사는 어 쩔 수 없다지만,꽤 쓸 만한 젊 은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았는데."

대마도사의 말에 니콜라스는 죄 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법사보다는 기사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럼 어쩔 수 없지. 서두르지." 대마도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말을 내달렸다.

니콜라스와 파티원들은 남모르 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도사를 따 라 말을 달렸다.

그 일행의 끝에는 대마도사의 두 제자가 누렇게 뜬 얼굴로 죽 지 못해 뒤를 따랐다.

그들을 뛰면서 쫓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대수림을 넘은 호 족들이 었다.

주술사와 함께 모처에서 쉬고 있던 그들이 다시 달려 나온 것 이다.

그들은 어깨에 고양이를 올린 베른과 선두에 선 제이크를 따라 신나게 남쪽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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