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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58화 (158/222)

158화

괴물들이 나타났단 소식을 들은 히베루니아 왕국은 병력을 보내 영지와 도시를 구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사들의 검조차 먹히지 않았으니,구원병들은 검은 몬스

터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몇 차례 병력을 소모한 히베루니 아는 결국 영지를 포기하고,대신 영지 서쪽에 방어선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괴물들이 나타난 영지의 귀족들은 모두 서쪽으로 피난을 떠났다.

그렇게 영지는 방치되고 말았다.

검은 지네 몬스터들은 도시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그 부 근에만 머물렀다.

그에 영지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갔고,도둑과 강도들로 엉망이 되

고 말았다.

영지로 들어선 대마도사 일행은 영지의 상황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들른 마을에서 습격 을 받은 것이다.

"아니,그래도 몇 달 되지도 않 는데 이렇게 엉망이 될 줄 몰랐 군."

대마도사는 거리를 대놓고 활보 하는 강도들을 보고 혀를 찼다.

히베루니아 왕국으로 들어선 뒤 로 벌써 세 번째 습격이었다.

한 번은 방치된 몬스터의 공격이 었고,다른 두 번은 몬스터가 아 니라 인간들의 공격이었다.

한번은 평범한 건달처럼 보이는 강도들이었지만,다른 한 번은 퇴 각하던 병사들이 강도로 돌변해 공격해 왔었다.

병사가 강도가 되다니!

정말이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이놈들은 눈치도 없지. 상대에 마법사가 있으면 눈치를 채고 숨 어 있든가 해야지,왜 자꾸 덤비 는 거야?"

몇몇 살아남은 강도들을 보고 제시카가 혀를 찼다.

평범한 건달이 강도가 되었건, 아니면 배고픔에 지친 농사꾼이 강도가 되었건 강도는 강도였다.

봐줄 이유는 없었다.

일행에 덤빈 강도단은 몇몇을 제 외하고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마법사들이 조치를 취하 기도 전에 나선 마나 사용자들의 손에 말이다.

"다들 실력들이 좋군. 웬만한 기 사급들 이상이야. 레이첼 영주가

의지할 만하군."

제시카나 다른 일행이 적들을 상 대하는 것을 보고 아이힌테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영주라 도 수하들의 실력만큼은 상당히 좋은 듯했다.

숫자는 부족해 보였지만,이 정 도 실력의 마나 사용자들은 다른 영지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뒤따라오는 어린 신관 둘은 왜 있는지 좀 의아했지만,호위로 서는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았다.

그때,하늘에서 마법사 한 명이 아래로 내려왔다.

"주변에 더는 아무도 없습니다." 강도들의 습격 이후에 하늘에 올 라가 주변을 살피던 마법사였다.

제자의 말에,아이힌테일은 나지 막이 혀를 찼다.

"레이첼은 쓸 만한 수하가 있는 데,내 남은 제자는 왜 다 이 모 양인지. 얼마 전 죽은 제자 놈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뜬금없이 스승에게 욕을 먹게 된 제자.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

기에,그는 말없이 뒤로 물러났다. 제자가 물러나자,고개를 절레절 레 흔든 아이힌테일은 고개를 돌 려 자신들이 온 방향을 바라봤다.

마을 주변의 평범한 야社과 숲만 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긴 어렵겠어. 오늘은 노숙을 하지."

대마도사의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고,이내 모두는 작은 마을 을 가로질러 빠져나갔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도중,루이는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 던 소녀는 루이와 눈을 마주치자 바로 창문을 닫았다.

생전 처음 보는,아무 관계도 없 는 소녀였건만,비루하고 지쳐 보 이는 그 모습이 루이에게는 충격 으로 다가왔다.

생김새는 전혀 달랐는데도,소녀 의 모습은 헤어진 백작의 딸을 떠 올리게 했다.

그가 구하기를 포기했던 여성들.

하지만 이렇게 히베루니아 왕국 에 오게 되니,다시 갈등이 생겼

다.

루이는 닫힌 창문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일행을 쫓아 말을 달렸다.

잠시 뒤.

아이힌테일 일행이 멀리 사라지 고,어둑어둑해지는 마을 거리에 한 사람씩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 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사람에게 달 려가 껴안고 울음을 터트렸고,

어떤 사람은 죽은 사람을 향해 몽둥이질했다.

대마도사 일행을 공격했던 강도 들은 모두 이 마을의 젊은이들이 었다.

그동안 건달 노릇을 하던 이들이 귀족들과 병사들이 도망간 틈을 타서 마을을 장악했고,피난을 가 는 사람들이나 여행객들을 공격해 서 한몫을 챙긴 것이었다.

그 와중에 마을사람들에게 패악 질도 일삼아서,가족 이외에는 그 들에게 가슴 깊이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죽은 자들을 공격하 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죽은 사람

들 옆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네놈들 자식들이 죽었으니,이 제 너희들도 끝이야!"

울던 사람들은 몰려드는 사람들 을 보고 겁에 질려 버렸다.

그동안 자식들 덕분에 살 만해서 주위의 고통에 눈을 감고 있었는 데,이제 그 보복의 시간이 다가 온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쇠스랑이나 몽 둥이를 들고 이웃이었던 그들을 죽이려고 할 때였다.

쿵,쿵, 쿵, 쿵-

마치 야생말이 떼거지로 달리오 는 것 같은 소리가 북쪽에서 들려 왔다.

사람들이 놀라 마을 밖을 바라보 니, 그곳에는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있었다.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아 추운 이 시기에,커다란 남자들이 웃통을 다 벗은 채로 마을을 향해 달려오 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 앞에는, 말을 탄 남자와 고양이를 어깨에 올린 남 자가 같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뒤에 있는 거대한

남자들에게 묻혀,잘 보이지도 않 았다.

그걸 본 사람들은 들고 있던 것 들을 다 집어 던지고 집 안으로 도망쳤다.

약해 보이는 노인과 여자,아이 들이 있는 이들에게도 젊은이들이 다 죽어 버린 상황이었다.

하물며 저런 무시무시한 사람들 과 싸워 이길 자신이,그들에게는 전혀 없었다.

"여기 또 싸움이 있었던 것 같군요."

"의외로 시비에 잘 걸리네요."

"뭐,덕분에 우리는 편히 올 수 있었지만요."

달려오는 남자들 앞에 있던 평범 해 보이는 두 사람들의 대화가 바 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그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 도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었

고,마을은 작은 흐느낌만 남긴 채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도시와 가까운 곳에 도착할 때까 지 대마도사 일행이 본 영지의 분

위기는 거의 비슷했다.

군벌로 이루어진 강압적인 왕국 이어서 그런지,치안이 망가진 뒤 의 영지 모습은 제국이나 다른 왕 국들보다 더 엉망이었다.

다만,그런 영지 분위기를 안타 까워하는 사람은 루이 한 사람뿐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에 들러 편하 게 쉴 수 없게 되어 짜증만 낼 뿐 이었다.

호위로 참가한 아스굴론 영지 사 람들은 제이크표 마법 가방의 도 움을 받지 못해 더욱 피곤해 보였

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 은 벌판에서,그들은 검은 몬스터 와 마주치게 되었다.

검은 지네 몬스터는 벌판에서 황 소 한 마리를 둘둘 감고 있었다.

황소는 이미 머리가 없어졌었고, 몸도 반쯤 파헤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지네 몬스터는 식사 중 인 듯했다.

"의외로 일이 쉽게 끝날 것 같습 니다."

제자의 말에 아이힌테일은 고개

를 끄덕였다.

황제의 명령은 도시를 탈환하는 것도 아니었고,마탑을 복구하라 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샘플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이럴 거였으면,내가 올 필요도 없었군."

괜한 걸음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 지만, 이왕 온 걸 무를 수는 없었다.

"혹시 산 채로 잡을 수 없나? 괜 히 죽이면 연구하기 힘든데……

흑마법사들과 달리 몬스터를 키

우지는 못하지만,그래도 죽은 것 을 데려가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을 데려가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런데,황도까지 가져가실 수 있습니까?"

제시카의 질문에 아이힌테일은 찔끔한 듯 이마를 찌푸렸다.

제시카의 말대로,가지고 갈 방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 갔다.

"이런 몬스터를 산 채로 데려가 려면 먹이도 알아야 하고,우리도 만들어야 하고,이동 중에 죽지

않거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히'P 广

제시카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아 이힌테일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몬스터를 운반하는 일 은 노예나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 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으니까.

"거기다 포획 준비도 전혀 안 되 어 있습니다."

그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 힌테일이 혀를 찼다.

"흠,어쩔 수 없지,우선 이놈은 죽이는 거로 하지."

그는 그렇게 말한 후 제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죽이기로 결정되니,타올랐던 관 심이 식어,스스로 움직이기가 귀 찮아진 탓이었다.

스승의 지시에,마법사가 바로 앞에 있는 화염을 띄웠다.

그는 몬스터라면 불에 굽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화염을 만드는 것을 본 제시카와 루이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바로 두 어린 신관에게

손짓했다.

그사이 커다란 공만 한 화염구가 황소를 감싼 검은 지네에게 쏘아 졌다.

그리고.

쿠앙!

화염구가 큰 폭발과 함께 황소 시체를 사방으로 날려 버렸다.

"이런! 뭐 하는 거야. 이러면 시 체도 안 남잖아!"

옆에 서 있던 다른 마법사에게서 질겁이 튀어나왔다.

아이힌테일도 그 모습에 다시 눈 씹을 찡그렸다.

그런데 호위들 사이에서는 긴장 이 가라앉지 않았다.

캬아!

화염 속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동시에 불을 뚫고 검은 지네가 일행 쪽으로 튀어나왔다.

검은 지네는 화염에 전혀 손상을 받지 않은 듯 보였다.

"과연,이래서 마법에 강하다는 거였군."

대마도사는 튀어나온 검은 지내 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마법 저항력이면 검은 마탑이 탐낼 만했다.

더구나 검은 지네는 속도도 빨랐다.

검은 지네는 수많은 다리를 정신 없이 움직이며 일행을 향해 다가 왔다.

그 순간,루이가 앞으로 나섰다. 이어 그의 방패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캬아악!

어느새 다가온 검은 지네가 루이 에게 달려들었지만,루이는 표정 도 변하지 않고 방패로 지네를 쳐 버렸다.

퍽,퉁!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지네가 멀리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아이힌테일이 눈을 빛 냈다.

"호오,방패에 마나를 싣는 마나 사용자라니……. 아무튼,저 몬스 터는 마법뿐만 아니라 마나 사용 자의 공격도 잘 받아 내는군."

그는 한참 튕겨 나간 뒤에도 멀 쩡히 몸을 일으키는 검은 지네를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식었던 관심이 다시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검은 지네는 또 다시 달려와 산

성액을 뿜어냈지만,이번에는 제시카의 손에 반으로 잘리고 말았다.

이네트 사제가 그녀의 검에 축복 을 걸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과연,저 몬스터는 신성력에는 약하군. 혹시 마나 저항력에 특화 된 건가?"

그때까지 뒤쪽에서 관찰만 하던 아이힌테일은 검은 지네가 죽자, 도시 쪽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 놈이면 그냥 죽은 놈을 데려가기 아까운데……

아쉬운 표정으로 도시를 바라보

는 사이에,알리바가 제시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변에 흩어진 육편은 안 살펴 봐도 되나요? 알이 있을 수도 있 잖아요."

"뭐,다 불태워졌잖아. 그리고, 일반 몬스터도 다 알을 까는 건 아닐 거야."

알리바는 제시카의 말에 수긍했 지만, 때마침 둘의 이야기를 엿들 은 아이힌테일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과연,알이 있었지. 이 정도 쏟 아져 나왔는데,둥지가 없을 리가

없지. 그럼 저 도시에 둥지가 있 는 건가?'

결국,대마도사는 죽은 지네를 버려두고 도시로 향하기로 했다.

다행히 도시가 보일 때까지 검은 지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뒤쪽에서 감지 마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제이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함정이군. 괴물 놈들이 작전까 지 짜네?"

검은 지네는 첫 지네가 잡히고, 모두 뒤로 물러나서 항아리 모양 으로 포위망을 만들고 있었다.

"의외로 우리 쪽은 더 편하겠습 니다. 미끼가 되어 주니까요."

베른의 말에 제이크는 난감한 표 정이 되었다.

베른 말대로,대마도사 일행에 시선이 몰려 있을 동안에는 마탑 을 공격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래 같이 지냈 던 일행이 있었다.

이대로 괴물들에게 미끼로 넘겨 줄 수는 없었다.

제이크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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