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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61화 (161/222)

161 화

쿵! 쿵!

마탑의 정문은 의외로 튼튼했다. 호족들이 힘을 합쳐 닫은 문은 지네 괴물의 몸통 공격과 침 공격 을 잘 막아 내는 것 같았다.

"이 정도 단단한 문이면 이 탑 안에서 막아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럼,탑 안에 있는 마법사들의 실험실들이 다 망가질 거잖아요.

-에이,설마 그런 이유로 문을 열어 줬으려고?

-주인님이 이상한 거예요. 옛날 에도 실험실이나 던전을 지키기 위해서 폭주한 실험물을 방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니까요?

그 말에 제이크는 입을 꾹 다물 었다.

하기야 신분제가 있는 이 사회에 서는 사람 목숨이 정말 헐값이었

다.

하지만,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고작 마탑 시설을 지키기 위해 도 시에 몬스터를 풀어 버리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 덕분인지,다른 마 탑과 비슷한 구조인 검은 마탑 내 부는 의외로 망가진 곳이 보이지 않았다.

1층은 많이 녹고 부서졌지만,2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는 꽤 멀쩡했다.

물론 마탑에 걸린 보호 마법 덕 분에 무사한 점도 있었겠지만,파

티마의 말대로 몬스터가 밖으로 빠져나간 이유일 수도 있었다.

창문을 바라보던 제이크가 일행 들에게 주의를 줬다.

"서둘러야 합니다. 저놈들이 벽 을 탈 수 있으니,열린 창문이 있 으면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 겁 니다."

아니면,강제로 창문을 부수고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럼,이제 어디로 가지?"

주술사의 물음에 제이크는 바닥 을 가리켰다.

강력한 마나가 지하에서 흘러나

오고 있었다.

검은 마탑의 지하에는 마법진이 있던 백색 마탑과 다르게 몬스터 사육장이 있었다.

지금은 몬스터들을 따로 분리시 키던 쇠창살이 부서져,몬스터들 의 뼈만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그때,사육장 제일 안쪽에서 거 대한 고치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 었다.

무언가 거대한 곤충이 변태를 하

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고치는 이 제 곧 빠져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고치 주위에는 아무것도 살아 있 는 생명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층계 옆 벽에는 수십 마 리의 지네 괴물이 붙어 있었다.

지네 괴물들은 층계에서 누가 나 타나기만 한다면 침을 토해 낼 것 처럼 모두 입을 가득 벌리고 기다 리는 중이었다.

그때 였다.

쿵! 쿵!

사육장 전체가 진동으로 크게 흔

들렸다.

몇 번이나 울리는 진동에 벽에 붙어 있던 지네 괴물들 몇이 바닥 에 나뒹굴었고,그 힘을 이기지 못한 고치도 옆으로 쓰러졌다.

거대한 몸을 격렬하게 꿈틀거리 자,벽에 붙어 있던 지네 괴물들 이 그를 눈치챘는지 소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였다.

쿵!

더욱 큰 흔들림이 울렸고.

쾅!

천장 가운데가 아래로 떨어져 내

렸다.

"무슨 방어 마법이 이렇게 강하 게 걸려 있냐. 벙커버스터를 세 방이나 쓰게 만들다니."

그리고 천장에 난 구멍으로 제이크의 얼굴이 빠져나왔다.

그는 지하 사육장을 훑어보더니, 급하게 말을 이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벌어지기 직전인 것 같아요!"

"예흐라!"

제이크 뒤쪽에서 주술사의 말이 들리고,뒤이어 구멍에서 호족들 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니,그렇게 그냥 뛰어 버리면 위험……

마나 사용자들도 그냥 뛰어내리 기 만만찮은 높이였기에 걱정된 제이크가 뒤늦게 주의를 주려 했 지만,이미 호족들은 바닥에 떨어 진 뒤였다.

역시나 호족들이 바닥에 크게 충 돌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텅,쿵,퍽!

다리로 착지했다가 다리가 부러 진 호족도 있었고,배로 떨어져서 입으로 피를 토하는 호족도 있었다.

그래도 대다수는 멀쩡히 몸을 일 으켰다.

뒤이어 주술사와 제이크도 구멍 을 통해 아래로 내려왔다.

제이크는 메모리스펠로 외워 놓 은 비행 마법으로 떨어져 내렸고, 주술사는 바람을 불러 천천히 낙 하했다.

두 사람이 아래로 내려오는 사 이,싸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출입구에 몰려있던 지네 괴물들 이 달려든 것이다.

주술사도 열심히 자신의 동료를 도와 싸움을 벌였지만,제이크는

호족들을 돕지 않았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었다.

"아무리 봐도 고치 속에 있는 게 보스일 것 같은데. 근데 왜 고치 지?"

지네가 탈바꿈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고치 안에 있는 것은 지 네와 비슷할 뿐이지,몬스터도 아 닌 괴물이었다.

"뭐,의문은 나중이고,우선 없애 고 보자."

제이크는 마법사의 호기심을 억

누른 뒤,에고 완드를 치켜들었다.

"파이어볼! 다연발!"

상황이 급해 보이니 그는 우선 메모리 스펠부터 사용했다.

화염구 수십 개가 허공에서 만들 어지더니 고치를 향해 날아갔다.

쾅! 쾅! 광! 쾅!

키이이익!

화염구가 고치에 맞아 터져 나가 고,고치 안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우왓! 라바파나!"

거기다 호족들과 싸우던 지네 괴 물들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날뛰었다.

때문에 호족들의 싸움이 더욱 격 렬해지는 것을 본 제이크는 고치 를 보며 한껏 인상을 찡그렸다.

비명은 들려왔지만,정작 고치에 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기가 썬더,백만 볼트! 아이스 볼트,드릴러!"

뒤이어 번개를 떨어뜨리고,얼음 송곳을 쏘아 봐도 이리저리 굴러 다니기만 할 뿐,고치는 끄떡도 없었다.

"역시,평범한 마법은 기별도 안 가는 건가."

-마나 기술자들이 쓰는 마법이

다 그렇죠. 제대로 한 방 날려요.

"결국,그 수밖에는 없나?"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나여,여기에 너의 의지를 깨 워라. 너는 살아 있고,너는 생각 하고,너는 존재한다……!"

제이크의 주문이 이어지자 허공 에 마나가 뭉치기 시작했다.

마나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성스 러운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email protected]%!$,여긴 어디,나는 누구?]

제이크의 주문이 끝나자,마나

속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나의 인격이 깨어난 것이다.

하지만,제이크는 마나를 향해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서론은 됐고,나의 몸에 들어 와!"

어차피 제대로 된 신이 아니라 임시로 구축된 가상 인격이었다.

제대로 대우해 줄 생각도,필요 도 없었다.

제이크의 명령에 어리둥절했던 마나는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 고,인격은 깊게 잠들었다.

뒤이어 제이크의 몸이 정결한 흰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신력과 비슷하게 변한 마나가 그 의 몸을 덮은 것이다.

"오케이! 준비 끝."

몸에 가득한 마나를 느끼며 만족 한 표정이 된 제이크였다.

하지만, 파티마가 곧바로 초 치 는 소리를 했다.

-저쪽도 준비가 끝난 것 같은데요?

파티마의 말에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고대 마법이 전투에는

문제가 많아. 너무 느려."

고치가 이미 갈라지고,그 안에 서 몬스터가 나오고 있었다.

버스 크기 정도의 거대한 검은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 개의 다리와 여러 개의 겹 눈,수십 마디의 관절.

크기는 컸지만,지네 괴물과 그 리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달라졌잖아. 저거 분명 날 개 아냐?"

거대한 지네 괴물의 등판에는 여 러 개의 투명한 막이 둥그렇게 말 려 있었다.

그리고 투명한 막은 시시각각 펼 쳐지는 중이었다.

마치 고치에서 깨어난 나비가 말 려 있는 날개를 펼치는 것 같았다.

"네놈이 무슨 잠자리냐!"

제이크가 버럭하며 급하게 다시 주문을 외워 마법을 쏘아 냈지만, 괴물의 날개가 펼쳐지는 게 더 빨 탔다.

커다란 괴물이 반투명한 날개를 움직였다.

웅!

거대한 크기에도 날개의 움직이

는 속도는 벌레의 날개와 다르지 않았다.

푸악!

그리고 엄청난 바람이 일어났다.

"으악!"

"어어어?!"

가까이 있던 제이크는 물론,지 네 괴물과 싸우던 호족들도 바람 에 떠밀려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공중에 떠오른 날개 달린 지네 괴물은 사방으로 날아가 버 린 호족과 제이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네 괴물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큰 입을 벌렸다.

쿠앙!

트럼펫처럼 들리는 소리가 괴물 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괴물의 입에서 굵은 물줄 기 같은 것이 쏘아졌다.

그 물줄기가 천장에 닿는 순간, 천장은 그대로 녹아 버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물줄기는 그 위의 층 바닥도,그리고 그 위의 층 바닥도 다 녹여 버렸다.

천장이 녹아내리자,괴물은 위로 솟구쳤다.

바람에 휘말려 나뒹굴었던 제이

크는 괴물이 날아가는 모습에 이 를 갈았다.

"젠장!"

그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주술사 가 제이크를 향해 소리쳤다.

"따라가!"

그러면서 주술사는 제이크를 향 해 주술을 걸어 주었다.

"움보야 워모야!"

비행 마법을 써서 날아오르는 제이크의 몸을 더욱 가볍게 해 줬다.

그 덕분에 제이크의 몸이 로켓처 럼 빠르게 위로 치솟아 올랐다.

그러는 동안 내려다본 검은 마탑 은 이미 폐허가 된 뒤였다.

마탑 중앙은 하늘까지 뻥 뚫려 있었고,구멍 주변도 튀어 버린 침으로 모두 녹아 있었다.

그사이 날개 달린 지네 괴물은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이래서야 바람의 정령 도움을 받 는다 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대를 이어 두 번이나 몸의 형태를 바꾸 며 목표를 이루려는 괴물의 모습

에 제이크는 혀가 찰 수밖에 없었다.

반쯤 포기한 제이크가 탑 위로 빠져나왔을 때,그는 뜻밖의 광경 을 보게 되었다.

이미 멀리 떠났을 것으로 생각했 던 지네 괴물이 아직 도시 하늘에 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지네 괴물은 한참 마법사 에게 공격을 받는 중이었다.

공중에 떠서 흰 수염을 휘날리고 있는 마법사는 자신의 지팡이에서 마나를 뽑아 괴물을 휘감고 있었다.

마치,마나로 만들어진 올가미에 지네 괴물이 묶인 것처럼 보였다.

"허허,역시 이런 놈이 숨어 있 을 줄 알았지. 이런 놈이면 연구 할 게 꽤 많겠군."

지네 괴물을 상대하고 있는 마법 사는 바로 대마도사 아이힌테일이 었다.

일행 모두가 성 밖을 빠져나가 고,지네 괴물들이 모두 성으로 몰려들자, 대마도사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일행이 안전하다면 마나의 약속 은 문제가 될 수가 없었다.

대마도사는 일행을 먼저 보내고 다시 하늘을 날아 도시로 날아왔다.

그리고 그는 때마침 마탑을 뚫고 치솟은 날개 달린 지네 괴물을 보 게 된 것이다.

캬아아악!

지네 괴물은 마나로 만들어진 올 가미를 빠져나오려고 했지만,올 가미는 괴물을 놓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마나네요.

파티마도 그 광경을 보고 질린 듯한 음성을 토해 냈다.

고대 마법처럼 대단한 마법은 아

니었다.

다만 그는 엄청난 마나양으로 괴 물을 붙잡고 있었다.

"하하,나왔으면 좀 돕는 게 어 떻겠는가? 자네도 이걸 잡을 생각 이잖는가."

대마도사는 탑을 빠져나온 제이크에게 말을 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대단한 실력자가 마법으로 일행 을 숨긴 채 따라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 그런데 자네였을 줄 은 몰랐네."

역시 대마도사였다.

아이힌테일의 말에 제이크의 표 정이 계속 변했다.

대마도사는 그의 최종 목표인 황 제의 오른팔이자, 그를 죽이려고 했던 자였다.

물론 대마도사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결국은 적이 될 자.

하지만 그렇다고 지네 괴물을 놓 쳐서도 안 되었다.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겠지만,뭔 가 봉인을 깨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미래가 바뀌었으니,지금 괴물을 놓치면 대멸망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우선 괴물을 잡고 생각해 보 죠?

파티마의 말대로 괴물을 잡고 그 뒤에 고민해 봐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언제부터 인류의 구원자였 냐. 내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오히려 뒤 로 물러서며 팔짱을 꼈다.

그리고 대마도사를 향해 소리쳤다.

"둘이 싸워서 이기는 쪽은 나랑

붙읍시다!"

제이크의 말에 대마도사는 황당 한 얼굴이 되었고,지네 괴물은 계속 몸을 비틀었다.

까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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