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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64화 (164/222)

164화

제이크는 죽은 대마도사의 머리 에서 화살을 뽑아낸 뒤,시체 머 리에 포션을 부었다.

죽은 자에게 포션을 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지만,화살

자국을 지워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대마도사는 지네 괴물과 싸우다 죽은 것으로 알려져야만 했다.

다행히도 지네 괴물과 싸운 흔적 은 이미 대마도사의 몸에 충분히 남아 있었다.

잘려 나간 다리,일그러진 얼굴 과 몸.

이 정도면 죽어도 충분히 의심받 지 않을 정도의 상처였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지,화살에 뚫린 상처는 포션에 의해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는 이런 짓까지 하게 되 네."

제이크는 상처가 없어진 것을 확 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어쩔 수 없었다.

호위하던 아스굴론 영지인들에게 의심이 가지 않게 하려면 다른 방 법이 없었다.

물론 트집 잡기 좋아하는 귀족들 이나,그 황제라면 대마도사가 죽 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호위를 부실하게 한 것 과 고의로 죽였다고 의심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대마도사 시체를 확 인하던 제이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체 가슴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옷 속에 무언가 있는 듯했다.

호기심이 인 제이크는 슬쩍 옷을 들춰 봤다.

시체의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 있 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게다가 목걸이 가운데에는 상당 히 큰 마석이 박혀 있었다.

납작하게 가공된 메추리알 크기 의 마석에는 깨알 같은 마법진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헉!

목걸이가 모습을 드러내자,파티 마가 숨 막히는 신음을 홀렸다.

"이게 뭔지 알겠어?"

-어…… 설마,그럴 리가. 맙소 사,이러니 마나를 그렇게 펑펑 써 댔나 봐요!

아무래도 파티마는 이 목걸이가 뭔지 아는 모양이었다.

"흐음,이 목걸이가 없어지면 의 심을 받으려나?"

슬쩍 간을 보니,파티마가 바로 펄쩍 뛰었다.

-기필코,가져가야 해요! 이건 무조건 가져가요!

그 반응에 제이크가 슬쩍 웃었다.

물론 그도 이런 의심스러운 물건 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대마도사의 지팡이도 슬 쩍하고 싶었지만,지팡이는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빼돌리기도 힘 들뿐더러,대놓고 쓸 수도 없었다.

시체의 목에서 목걸이를 빼낸 제

이크는 슬쩍 자신의 목에 걸어 봤 지만,바로 벗을 수밖에 없었다.

지직!

목에 걸자,목걸이에서 전류가 흘렀던 것이다.

-거부 반응이에요. 아무래도 던 전에 가져가서 제대로 살펴봐야 할 거예요.

제이크는 목걸이를 한 번 노려보 고는 마법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가방에 들어가는 순간 목걸이가 부들거리는 것 같았지만,제이크 는 무시했다.

그의 곁에는 이미 틈만 나면 딴

지를 거는 에고 완드에,요정인 척하는 던전 에고도 있었다.

사람을 가리고,몸을 꿈틀거리는 아이템 정도로는 놀람지도 않았다.

제이크가 떠나고 얼마 뒤,도시 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일행이 다 시 돌아왔다.

이제는 아스굴론 호위대 사람들 밖에는 남지 않았지만,돌아오지 않는 대마도사를 놔두고 떠날 수 는 없었다.

더구나 도시에서 벌어진 엄청난

폭발을 본 뒤였기에,가 보지 않 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도시에 접근 했다.

그리고 곧바로 더는 검은 지네가 보이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이전처럼 함정도 아니었다.

이상한 광경에 그들이 걸음을 더 욱 빨리했다.

그들이 도시에 들어서고 나서 제 일 먼저 보게 된 것은 반 이상이 폐허로 변해 버린 거리였다.

"몬스터가 만든 것일까? 아니면

대마도사님의 마법?"

니콜라스는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제시카와 루이는 다른 의미로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두 사람은 제이크가 아인족과 함 께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아직 아인족에 대해 알지 못하는 니콜라스나 다른 병사들에게는 알 리지 않았던 일이다.

그 덕분에 아이힌테일이 도시로 혼자 간다는 말에 무척이나 걱정 스러웠지만,두 사람이 할 수 있

는 일은 없었다.

그 결과가 이런 엄청난 폐허라 니.

두 사람은 다른 것보다 제이크의 안전이 걱정됐다.

살아 있는 검은 지네가 없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서 그 들은 빠르게 폭발 중심지로 달려 갔다.

적어도 그곳에는 뭔가 남아 있을 지도 몰랐다.

그렇게 달려간 이들이 본 광경은 바로 엄청난 큰 구덩이 안에 누워 있는 대마도사,아이힌테일의 시

체였다.

온통 일그러진 얼굴과 몸,그리 고 잘린 다리까지.

온전한 곳은 하나도 없었지만, 입고 있는 옷과 손에 쥔 지팡이로 신분을 겨우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뭐랑 싸우다가 이렇게 된 거죠? 아니면 그 검은 지네 모두와 싸우신 건가?"

도무지 이해 못 할 광경에 어리 둥절했지만,어쨌거나 그를 이대 로 둘 수는 없었다.

그들은 아이힌테일의 시체를 수 습해서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갔

다.

그러면서 주변을 수색하고,마탑 을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무너진 집과 죽은 검은 지네들의 사체,그리고 텅 빈 마 탑과 껍질만 남은 고치 하나가 그 들이 발견한 전부였다.

최악의 결과였다.

일행은 급하게 영지로 돌아갔다.

일행은 갈 때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와,레이첼 영주에게 보고했

다.

상황을 전해 들은 레이첼은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아이힌테일의 시체를 확 인하고서야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있었다.

"하아,출발 준비를 해 줘요. 황 도로 가죠."

"직접 가실 겁니까?"

니콜라스의 말에 레이첼이 고개 를 끄떡였다.

"대마도사가 돌아가셨으니,직접 가야죠."

황실 마법사,제국 마탑의 대마

도사가 죽은 것이었다.

황도에서 늙어 죽었어도 장례식 에 참여하기 위해 가야 했다.

그런데,바로 옆에서,영지의 호 위를 받다가 죽다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대마도사를 죽였다는 의심 을 받을 리는 없겠지만,제대로 호위를 하지 않았다는 질책은 받 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빌미로 황제가 무엇 을 요구할지도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뭐…… 의심하든 안 하든,가만

히 있지 않겠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황제뿐만이 아니라,다른 귀족들 도 이때다 싶어서 물어뜯으려고 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었다.

준비를 하기 위해 니콜라스와 앰 버가 자리를 떠난 뒤,제시카와 둘만 남게 된 레이첼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동안 레이첼과 제시카는 아주 친해져 있었다.

레이첼은 둘만 있는 자리에서는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았고,제시카도 귀족과 영주라는 자리를 신 경 쓰지 않고 레이첼을 대했다.

모두,공동의 관심사와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제이크는 괜찮은가요?" 레이첼은 사람들이 나가자 바로 제이크가 무사한지 물어봤다.

그에 제시카는 속으로 웃을 수밖 에 없었다.

"괜찮던데요. 그 탐지기인가 뭔 가로 우리 뒤따라오는 거,확인했 어요."

"다행이네요."

제시카의 말에 레이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시카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과 다른 레이첼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영 주이자 기사인 레이첼이었지만, 제이크 이야기를 할 때는 평범한 여자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제이크가 무사하다는 이 야기를 들은 뒤에 그녀는 다시 영 주의 자리로 돌아왔다.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봤으면 좋았을 것을……

아이힌테일을 떠올린 레이첼은 무척이나 복잡한 표정이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자였던 만 큼,그의 죽음이 슬프거나 한 것 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이없이 죽어 버 리다니.

영지의 피해를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 었다.

"제이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고 있을까요?"

"뭔가 본 게 있지 않을까요?"

두 사람은 꿈에서도 제이크가 아

이힌테일을 죽였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제이크가 고대 마법사에 대단한 마법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마도사는 이 제국의 신화였다.

그리고 얼마 뒤.

레이첼은 자신의 신화가 깨진 것 을 알게 되었다.

"제가 죽였습니다."

"네?"

"뭐,멀쩡한 상태였으면 상대도 안 되었겠지만,괴물과 싸운 뒤였 으니까요."

"하지만,어떻게……

그날 저녁,집무실로 찾아온 제이크가 진실을 이야기해 준 것이다.

레이첼은 입을 딱 벌리고 제이크 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뒤에 마탑으로 돌아가, 아인족들과 합류한 뒤에 도시를 빠져나왔습니다. 저희는 주변에 살아남은 괴물들을 찾아 정리하느 라 조금 늦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죽은 호족들 이 꽤 있었다.

싸움보다 폭발 때 죽은 호족들이

더 많았지만,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들은 돌아오는 순간까지 슬픈 표정도 짓지 않고 힘차게 달릴 뿐 이었다.

"세상에! 대마도사를 이겼다고요?"

이야기를 다 들은 뒤에도 레이첼 의 얼굴에서 놀란 표정은 사라지 지 않았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영주님도 이럴 정도면,다른 사 람에게 죽였다는 의심은 받지 않 겠네요.

확실히 제이크를 잘 아는 레이첼 영주가 못 믿을 정도라면 오해 아 닌 오해는 받지 않을 수 있을 듯 했다.

제이크가 대마도사를 죽였다는 것은 레이첼과 둘만 아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쉽게 믿기 힘든 사실이기는 했지 만,황도로 가게 되었으니 최대한 조심을 해야 했다.

출발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인원은 레이첼 영주와 제이크 파 티,그리고 호위대 일부였다.

중간에 아이힌테일의 시체를 실 은 수레를 몰며,일행은 빠르게 말을 달렸다.

제이크가 마법으로 수레를 가볍 게 한 덕분에 일행은 황도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황도에 도착한 것 은 완연한 봄이 된 뒤였다.

바야흐로 황제가 군대를 모아 서 쪽의 반군을 치러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황궁의 거대한 홀.

얼마 전 레이첼이 상으로 영지를 하사받았던 그곳에서,그녀가 다 시 황제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레이첼을 보고 있 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손에 들린 지팡이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힌테일이 죽었다라……

이미 호위 중에 벌어진 일은 모 두 보고한 뒤였다.

물론 제이크에게 들었던 이야기 는 모두 뺀 채 한 보고였지만,그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야기였다.

도시가 반파되었다는 레이첼의 말과 대마도사의 시체를 본 사람 들은 모두 그녀의 말을 믿어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이 순조롭 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주변에 서 있던 귀족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귀족 한 명이 나 서서 레이첼을 성토했다.

"어떻게 호위를 했기에 대마도사 를 죽게 놔둔 것인가! 이 일은 레 이첼 여백작,그대가 책임을 져야

하오!"

"맞아!"

"맞소!"

소란이 점점 더 커졌다.

"여자가 영주 따위를 해서 그 래."

"형제끼리 모두 죽였댔잖아. 아 버지도 형제들이 죽인 거 아냐?"

점점 이야기는 모욕적으로 변해 갔다.

그를 듣던 레이첼은 이 자리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것을 감사했다.

니콜라스는 모르겠지만,제시카

나 제이크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제시카는 황제 앞에서도 단검을 뽑아 들고 설칠 것 같고,제이크 는 여기서는 가만히 있는 대 신…… 황도 수십 군데가 불탈지 도 몰랐다.

레이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분 을 가라앉혔다.

그러는 동안에도 성토는 계속 이 어졌다.

"빨리 영지를 회수해야 하오!"

"행실이 어떨지 어떻게 알겠소?"

"혹시 압니까? 제대로 된 방법으

로 영지를 받은 게 아닐지도 모르 잖소. 여자니까,다른 방법도 있으 니 말이오!"

꿀꺽.

마지막 말이 나오는 순간,누군 가 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홀 전체가 조용해졌다.

누군가 선을 넘었던 것이었다.

지팡이를 보던 황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황제는 한 귀족을 보며 피식 웃 었고, 귀족은 사색이 되었다.

"나중에 처리해."

황제가 말하자,뒤에 서 있던 기 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꺼낸 귀족의 미래가 결정된 것이다.

황제는 귀족들을 쭉 둘러봤다. 귀족들은 모두 황제의 시선을 피 했다.

피를 젖은 황제였다.

말려 줄 대마도사도 없는 지금, 황제의 눈에 띄어 좋을 게 없었다.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은 황제는 이제 다시 고개를 돌려 레이첼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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