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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66화 (166/222)

166화

황제가 나간 뒤,레이첼은 오히 려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레이첼,괜찮아요?"

"아니,황제도 무슨 이런 황당한 말씀을..쯧쯧....

대수림을 넘어,이야기 속에만 전해 오는 이종족의 세상을 확인 하라니.

황제의 말은 가서 죽으란 이야기 와 같았다.

하지만 레이첼의 얼굴은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그녀는 위로를 해 오는 이들에게 태연하게 인사를 한 뒤에 홀을 빠 져나갔다.

남은 귀족들은 잠시 황제의 처사 와 레이첼을 동정하는 듯 말을 나 눴지만,곧 그를 잊고 반국 토벌 과 새로 등장한 몬스터들에게로

화제를 옮겨 떠들기 시작했다.

귀족들이 뒤에서 떠들고 있는 사 이,레이첼은 황궁 복도를 걸으며 묘한 감상에 젖어 있었다.

'2년 전,예비 황태자비의 신분 으로 기거하던 이 황궁에 다시 오 게 되다니.'

2년은 생각만큼 길지 않은 시간 이었다.

복도에 걸린 그림은 그때와 다르 지 않았고,지금 고개를 숙이는 사용인과 하녀 중에서도 얼굴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

많이 이들이 그녀를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황궁과 그들은 그대로였지만,그 녀의 분위기가 바뀐 탓에 거리감 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때,레이첼의 귀에 아는 사람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같이 가지 않겠나?"

죽은 아버지의 친우이자, 대검호 인 오페우스 백작이었다.

적으로 가득 찬 황도에서 그나마 중도를 지키고,자신의 편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레이첼은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 를 올렸다.

"방금 전에는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그가 아니었으면 일이 어 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겸연쩍다는 듯 백작이 미 소를 지었다.

"뭐,내가 한 게 있나. 자네가 보 낸 마법사가 알려 준 대로 한 것 뿐인데……

물론 다른 귀족에게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긴 했다.

하지만 그 귀족들 역시 모두 마 법사가 알려 준 이들이라,백작은

도움을 청할 이들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자네가 그자에게 알려 준 건가? 정말 놀랐네. 황도 권력 관계를 그렇게 잘 파악하고 있다니……

중도 성향의 귀족들만 딱딱 짚어 서 알려 준 덕분에 일을 처리하기 가 상당히 쉬웠다.

그 덕분에 잘하면 중도 영향의 귀족 모임이 하나 만들어질 것 같 아서 백작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그런 건 제가 알 수가 없죠."

"그래? 하긴,그 외진 영지에 있

으면서 알 수도 없을 테고,황도 에 있을 때도 정치하고는 담을 쌓 았었으니."

예비 황태자비로 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녀를 좋게 본 것은 그녀 의 심성이 착한 것도 있었지만, 정치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기 때 문이었다.

"그럼,마법사가 알아서 준비해 온 건가?"

젊은 마법사,제이크는 미래에 황도에서 겪은 경험으로 숨겨 온 귀족들의 성향을 알아낸 것이었지 만,그걸 모르는 백작은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백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그러고 보니 묘하군. 일이 잘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를 신뢰할 이유가 별로 없었는 데……

레이첼이 보냈다며 루테리아 문 장을 보여 줬던 마법사는 다시 생 각해 보면 밤에 몰래 침실에 들어 온 밤손님일 뿐이었다.

거기다, 그가 꺼내 놓은 말은 자 신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그를 믿고,백작은 나름 꽤

모험을 했다.

물론 결과는 좋았지만,돌이켜 보면 백작이 그렇게 움직일 이유 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백작은 그런 생각을 곧 털어 버렸다.

"뭐,지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지. 그보다 어디서 그런 마법사 를 얻은 건가? 그런 실력을 갖춘 젊은 마법사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데……

얼마 전,레이첼과 함께 그를 본 적이 있는 백작이었지만,백작은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백작의 틀린 기 억을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앰버와 같이 저를 도와주고 있 는 마법사입니다. 다행히 인연이 닿았습니다."

"흠,앰버 쪽 마법사인가."

또다시 오해하게 된 백작이었다.

"하지만 괜찮겠나? 대수림 너머 를 탐사한다니. 그 마법사는 자신 이 있는 모양이더니만. 그게 가능 한 일인 건가?"

"네,가능합니다."

레이첼은 백작에게 자신 있게 대 답했다.

하지만…….

솔직히 레이첼도 백작과 같은 걱 정을 하는 중이었다.

레이첼이 황궁으로 오기 전의 일 이었다.

"황제가 대수림 너머로 보낼 확 률과 그렇지 않을 확률은 반반으 로 봅니다."

"그럼 위험하잖아!"

처음 제이크가 의견을 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제이크 의견에 반

대했다.

"차라리 그냥 대마도사만 보내는 게 어떨까요?"

"다시 한번 제국군에 가담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제시카는 대마도사 시체만 보내 버리고 모른 척하자고 했고,레이 첼은 반군을 정벌하는 데 다시 참 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제국의 대마도사가 죽었습니다. 황제가 쉽게 넘어갈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국군과 거리를 두는 게 좋습니다."

저번 프랑코 백작 영지의 토벌 이후,황제의 인기는 바닥을 기다 못해 뚫는 중이었다.

해외 원정 때야 제국을 확장한다 는 명분이 있었지만,병사와 일반 인을 가리지 않고 학살한 반군 토 벌은 많은 제국인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황제의 카리스마와 학살에 공포에 질려 모두 아무 말 도 못 하고 있었지만,언젠가 다 시 터져 나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대수림 너머로 간다 니……. 그걸 성공시킨 탐사대는

지금껏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국의 황제들이 군대를 이끌고 대수림을 넘으려고 했던 것 이상 으로 많은 용병이 대수림을 넘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그 누구도 무사히 돌아 온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제이크는 단호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안내자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는 한 번 가 봐야 했습니다."

제이크가 의견을 낸 이유도,모 두가 반대한 이유도 전부 제이크 가 직접 대수림을 넘어가겠다는

것 때문이었다.

영지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 고,마침 안내자도 있었다.

명분은 충분했다.

제이크로서는 지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황제는 군대를 이끌고 서쪽으로 향했다.

마지막 남은 반군을 없애기 위해 길을 나서는 군대였다.

새 황제가 즉위하고 3년도 되지 않아 벌써 세 번째 출정.

군대를 배웅하는 백성들의 표정 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황제의 군대가 황도를 빠져나가 고 얼마 뒤,아스굴론 영주 일행 도 길을 나섰다.

제이크 일행은 한 기사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황제의 명령을 잘 이행하는지 감 시하기 위해 보낸 기사.

얼마 전 루테리아 유격대의 감시 를 훌륭하게 마쳤던 황도 기사단 의 기사,시몬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같이 길

을 떠나는 시몬의 얼굴에는 어둠 이 깊게 깔려 있었다.

그도 자신이 어디를 가게 된 것 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첼과 일행이 빠른 속도로 제 국을 관통해 영지로 돌아오자마 자,제이크는 곧이어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었다.

대수림으로 떠나는 인원은 제이크와 제시카,감시원 자격으로 온 시몬 기사.

그리고 음유 시인 한 명과 고양 이 한 마리였다.

두 사제도 같은 파티원이었지만, 아직 이런 위험한 여행을 같이하 기는 무리였고,루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행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심한 모양이지요?"

자신의 집무실에서 서류를 정리 하며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기사로 섬겼던 백작 자 제와 싸운 게 마음에 남았던 모양 이야."

고생하는 제이크 앞에는 제시카 가 소파에 반쯤 기대고 앉아 밀크 티를 홀짝이는 중이었다.

"괜찮을까 모르겠네요."

"혼자 히베루니아를 가서 여자 둘을 찾는 게 쉬운 것은 아니겠지 만……. 우리보다 힘들겠어?"

하기야, 대륙인 최초로 대수림을 넘어 이종족의 나라로 가는 것보 다 어렵진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럼,제시카도 남는 게 어때요? 여기도 할 일이 무척 많은 데……

제이크가 옆에 쌓인 서류를 가리

키며 말했지만,제시카는 입을 쭉 내밀었다.

"홍,이런 모험을 놔두고 영지에 묶여 있을까 보냐! 날 떼어 두면 몰래라도 쫓아갈 거야!"

이런 제시카를 두고 혼자 갈 수 는 없다는 생각에 제이크는 한숨 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잘도 이종족들이 같이 가는 걸 승낙했네. 비밀로 하던 것 아니었어?"

그 부분은 제이크도 무척이나 뜻 밖이었다.

제이크 혼자만 가는 것이라면 어

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고대 마법사라는 것도 그렇고, 괴물들과 엮인 것 때문에도 물어 볼 말들이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다른 사람,특히 황제가 보낸 기사까지 허락한 것은 제이크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슬슬,개방을 할 생각일까요?"

"홍,그 황제가 있는데?"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가 어깨를 으쏙였다.

"그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이크는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서류와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집사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 만,그래도 제이크가 확인해야 할 일이 많았다.

더구나 매번 자리를 비우게 되니 일거리는 계속 늘어날 뿐,줄어들 지 않았다.

이번에도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테니,최대한 일감을 처리해 둬야 했다.

그렇게 서류와 씨름을 하는 제이크를 멍하니 바라보던 제시카는 제이크의 왼손을 보고 눈을 빛냈다.

오늘도 왼손에는 반짝이는 목걸

이가 들려 있었다.

"근데,그 목걸이는 뭐야? 요즈 음 계속 손에 들고 다니던더L 덕 분에 여자들이 쓸데없는 기대를 하고 있단 말이야."

그 말에 제이크는 손에서 굴리고 있던 목걸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제야 성에 있던 하녀와 여성들이 묘한 눈으로 자신을 바 라본 이유를 알게 됐다.

"나도 관심이 많다니까. 그래서 누구 줄 거야? 나한테만 슬쩍 말 해줘."

제이크는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

을 바라보는 제시카를 보고 한숨 을 내쉬었다.

"휴,내기를 걸었군요."

"이번에는 판돈이 좀 커. 기적의 마법사가 고민하는 마법 아이템이 잖아. 받게 되면 대박인 거지."

뭔가 기대하는 포인트가 묘하게 달랐지만,어쨌거나 제이크는 그 녀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건 제가 쓸 겁니다."

"뭐? 근데 왜 목걸이를 손에 들 고 다녔던 건데?"

"아직도 절 거부하고 있어서요." 아직도 조금씩 전류를 흘리는 목

걸이였다.

대마도사의 몸에서 목걸이를 구 한 뒤,목걸이는 계속 그를 거부 해 왔다.

파티마의 말에 의하면 일종의 에 고 아이템이라는데…….

의지도 없고,말도 없으니,자신 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 방법이 없었다.

죽은 대마도사에게 물을 수도 없 고,파티마도 그 이유를 모르니, 스스로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던전에 돌아와서 행한 실 험에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

고,

지금은 이렇게 계속 지니고 다니 면서 거부 반응을 줄이려고 노력 한 덕에 그나마 손에 마나를 두르 고 겨우 들고 다닐 수 있을 뿐이 었다.

마법 기술자에 불과한 다른 마법 사에게 물어봐도 소용없으니,이 제는 실전과 아인족뿐이었다.

제이크의 대수림행은 이 아이템 을 쓰기 위한 여행도 포함되어 있 었다.

며칠 뒤,대수림을 넘기 위한 탐

사대가 출발했다.

출발하는 인원은 탐사대답지 않 게 소수에 불과했고, 짐꾼도 보이 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배웅하는 인원은 무 척이나 화려했다.

영지의 신관들과 기사단장,그리 고 영주와 영지의 마법사가 모두 나와 그들을 환송한 것이다.

돌아올 때까지 적어도 반년은 걸 리는 거리.

제국은 내전으로 시끄러웠지만, 그것은 대륙 반대편의 이야기였 고.

그동안 영지는 큰일이 없을 가능 성이 컸다.

남쪽 히베루니아는 박살 난 영지 를 수습하느라 움직일 수가 없었 고, 이미 반쯤 완공된 아스굴론 대장벽은 몬스터의 습격을 잘 막 아 주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빈크루가 영지를 지키고 있었기에 더욱 걱정이 없었다.

"반년 뒤에 보죠. 돌아올 때 영지 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도,그대의 발전을 기대할게요."

레이첼의 말에 제이크는 영주에 게 인사를 올렸고,일행은 대수림 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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