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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70화 (170/222)

170화

"오! 우리 수습 기사님의 돌격이 신가!"

"하하,단단히 반했나 봐? 잘하 면 귀족님의 따님하고도 결혼할 수 있을 텐데."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젊은 남자 의 말에 환호했다.

의외로 젊은 남자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 보였다.

"뭐,어차피 전 평민 출신이라 기사가 돼도 제대로 된 가문하고 연결되긴 힘들어요. 그럴 바에 좋 아하는 여자랑 결혼하는 게 좋 죠."

수습 기사 정도 되면 그래도 평 민과 거리를 둘 텐데,남자는 그 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하,잘 해 봐요. 여기 별 볼 일 없는 놈들보다야 백번 낫지."

그도 그럴 것이,수습 기사라고 하면 곧 기사가 될 게 분명했다.

평민 출신이니 이 나라에서는 제 대로 된 귀족 취급은 받지 못하겠 지만,그래도 일반인과 비교할 상 황은 아니었다.

"맞아,그러니 아델도 그만 빼고. 너무 빼다가 저분이 마음 바뀌면 어떡해? 엄마도 생각해야지."

한 손님의 말에 소녀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수 습 기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 뒤로 식당은 다시 소란스러워

졌고,주방에 있던 남자가 밖으로 나와 그녀 대신 서빙을 시작했다.

루이는 자신 앞에 차려진 음식을 보다 옆 식탁에 있는 남자에게 물 어보았다.

"조금 전 무슨 이야기입니까. 수 습 기사가 여급한테 청혼하는 것 같았는데……

루이의 말에 남자가 조금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완전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았지 만,지금 루이의 모습은 엄청난 덩치를 포함해서 노련함이 물씬 풍기는 기사의 모습이었다.

조금 전 수련 기사에게 말한 것 처럼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를 눈치첸 루이는 은화 하나를 꺼내 그의 앞에 올려놨다.

"따로 뭔가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재미있어 보여 어찌 된 일인 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남자는 생각보다 점잖은 말에 안 심했다. 아니,그것보다 눈앞의 돈 에 안심되었다.

그는 냉큼 돈을 집어 들고는 입 을 열었다.

"원래 아델은 여기 토박이는 아

닙니다. 이리저리 고생하다가 엄 마하고 이곳까지 흘러들어 온 모 양이더라고요."

그는 말을 하다가 말고 주위를 훔쳐봤다.

"누군가는 몰락한 귀족일지도 모 른다고 했는데,아마도 예쁘장한 얼굴 때문에 나온 이야기일 겁니다."

이어진 그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 울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험한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백작 부인은 결국 이곳에서 쓰러지고 말았고,딸은 숙식하던 여관의 일

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뭐 처음에는 실수도 잦고,엄청 내성적이었는데. 그래도 보통 이 쁜 게 아니잖습니까. 그녀 덕에 여기 장사도 더 잘됐으니 그런 실 수는 별문제가 안 됐죠."

그렇게 말하던 남자는 갑자기 목 소리를 낮게 낮추며 속삭이듯 말 하기 시작했다.

"근데, 조금 전에 온 수습 기사 양반 덕분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장난만 쳤지 함 부로 덤비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청혼을 한 남자가 나타난 거죠."

"지금 보면 그래도 꽤 자리가 비 었죠? 그가 나타나기 전에는 꽉 찼었습니다. 아무리 평민들에게 잘 대해 주는 수습 기사라도 그에 게 잘못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으 니까요. 그래서 여기 장사도 이전 만 못하지만,그래도 어쩌겠습니 까? 입보였다가는 언제 목이 달아 날지 모르는데."

젊은 수습 기사의 청혼이 오히려 그녀를 힘들게 만든 것이었다.

루이는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힌 채로 물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일은 잘하는

것 같은데."

"그거야 아델 혼자면 상관없습 죠. 아파서 누워 있는 엄마 몫까 지 버는 게 문제지."

"여기 주인도 요즘 적자라고 투 덜거리는 것이,그냥 보내 버리고 싶은 모양이더라고요."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이 신이 나서 떠드는 남자였다.

루이는 이야기를 다 듣고 생각에 잠겼다.

아델리안,그녀에게는 그리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수습 기사의 청혼으로 전보다 힘

들어지긴 했지만,그거야 결혼을 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더구나 아픈 백작 부인까지 맡아 준다니.

그런 남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정도면 마음속의 부채감을 벗 어버리고 영지로 돌아가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이성은 그런 결론을 내렸지만

그의 마음은 어두운 아델의 표정 을 떠을렸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결정을 직접

들어야지.'

그는 그렇게 한 번 더 확인해 보 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관에 붙어 있는 작은 공터.

우물과 빨래터가 있는 여관의 뒷 마당에 아델과 수습 기사가 서 있 었다.

"이제 확답을 해 줘라. 내가 정 식 기사가 되면 여기저기서 혼처 가 들어올 거야. 그전에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해야 문제가 안 생 겨."

평민 출신이긴 하지만 기사는 기

사였다.

돈 많은 상인과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자들에게는 오히려 사위로 삼기 좋은 상대였다.

그런 이들의 청혼이 들어오면, 그것들을 다 거절하고 여관의 여 급과 사귀기는 힘들었다.

물론 아델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다면 그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는 자신이 그 녀에게 기회를 주는 입장이었다.

"너희 어머니까지 돌봐 드리겠다 고 하잖아. 나 말고 누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내가 손을 안 내밀면 지저분한 놈들이 집적 거릴 거 아냐!"

그의 말대로,그녀가 필요 이상 으로 치근덕거림을 받지 않는 것 은 수습 기사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델은 우울한 표정으로 북쪽을 바라보았다.

백작의 딸로 평안한 삶을 살다가 순식간에 바닥에 처박힌 그녀였다.

도망자 신세로 무서운 산을 지나 기도 하고,믿었던 사람을 버리기

도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무사히 이 나라에 들어온 뒤에는 그녀를 지켜 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오빠 도 그녀와 어머니를 버렸다.

지금 어머니가 앓아누운 데에는 다른 것보다 오빠가 버린 충격이 가장 컸다.

죽을 수 없어 힘을 내 살고 있지 만,그녀도 밤마다 울고 있었다.

겉으로는 웃어 주고 있었지만, 백작의 딸이 여관의 여급으로 살

기는 쉽지 않았다.

마음 같았으면 모두 포기하고 눈 앞의 남자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미련을 버리 지 못하고 있었다.

백작가의 생활에 대한 미련인지, 편한 귀족 생활의 미련인지,아니 면 자신을 버린 자들과 오빠에 대 한 미련인지.

어떤 것 때문인지는 자신도 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어째서 지 금 순간에 방패를 들고 항상 웃던 순박한 소년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일까.

아델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는 답 했다.

"아뇨. 죄송합니다,도비 기사님. 아무래도 저는 받아 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아델의 대답에 그는 눈살을 찌푸 렸다.

"확실히 몰락 귀족의 딸이긴 하 나 보네."

저렇게 정중한 대답이라니.

평범한 여급이라면 방금 같은 대 답을 할 리가 없었다.

"내가 평민이라서 그래? 그래 봤 자 넌 지금 여관의 여급일 뿐이

야. 네 엄마도 생각해야지?" 감정이 상했는지 기사 도비의 입 에서 꽤나 거친 말이 흘러나왔다.

"사과드릴게요. 죄송해요."

"아니,다시 생각해 봐. 그리고 부탁은 이게 마지막이야. 내가 지 금까지 말로만 해서 이렇게 나오 나 본데, 다음에 올 때는 그냥 널 강제로 어떻게 할 수도 있어. 알아?"

그 말에 아델의 얼굴이 검게 변 했다.

확실히 도씌운 도비의 말대로였다.

수습 기사라고 해도 지금 그녀와 신분 차이는 확실했다.

만약 그가 아델을 강제로 범한 뒤에 아니로 삼겠다고 말하면 누 구도 말려 줄 사람이 없었다.

"휴,이런 말까지 하게 하다니. 네가 나빠."

그녀에게 책임을 뒤집어비가 이 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상황이 좀 파악돼? 한 번 만 다시 물어볼게. 내 청혼을 받

아 줘."

잠깐 사이에 풋풋한 청년의 청혼

이 기사의 두려운 협박으로 변해 버렸다.

아델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 렸다. 이대로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었지만,아픈 엄마를 두고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 그럼, 제 가……

"잠깐. 너무 심해 보이는데."

묵직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 로막았다.

놀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조금 전 식당에서 보았

던 기사가 서 있었다.

중요한 순간을 방해받은 도비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무작정 욕설을 내뱉을 수 는 없었다.

눈앞의 기사는 왕국 정식 기사의 모습은 아니었지만,제대로 단련 된 기사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느껴지는 마나는 그리 강하지 않 은 것 같았지만,하는 행동과 드 러난 근육을 보면 수습 기사인 자 신보다는 확실히 뛰어나 보였다.

"무슨 일이시죠? 남녀 간의 문제

입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참 견하시겠다면 그럴 만한 이유를 말하셔야 할 겁니다."

도비는 허리에 차고 있는 자신의 검에 손을 올렸다.

여차하면 검을 뽑겠다는 이야기 였다.

몇 마디 섞지 않은 상대에게 하 는 행동으로는 너무 과했지만, 도 비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신보다 윗길로 보이는 기사가 참견해 버리면 뒷일이 귀찮아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방금 이야기를 연인

간의 다툼으로 돌려 버린 것이다. 연인 간의 다툼이라면 기사도를 아는 기사라면 참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도 한마디 해. 밖에서 온 기 사님이니 우리 사정을 잘 모를 거야."

게다가 아델에게는,저 기사는 외부인이니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돌려서 말한 도비였다.

이번에 잠깐 도움을 받아 자리를 피해도,어차피 상대는 떠날 사람 이었다.

다음에 닥칠 고난을 생각한다면

자신의 말에 동조하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델의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투구 아래의 얼굴은 보이 지 않았지만,다시 들은 목소리는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를 눈치챘는지,기사가 투구를 벗었다.

"그 남녀 간의 문제에 한 발을 걸치면 문제가 안 되겠지."

도비는 예상 외로 어려 보이는

기사의 모습에 놀랐다.

투구를 벗은 기사는 거대한 덩치 에 비해 아직 소년의 얼굴이 남아 있었다.

"아,그대였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도비는 이 내 옆에서 들려오는 감탄사에 인 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기사가 투구를 벗는 순간,아델 의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눈 물은 여러 가지 의미를 품고 아래 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도비에게는 단 한 가지 의미로 보일 뿐이었다.

"귀족일 때 알던 기사인 건가? 아니,기사는 맞아?"

수상쩍다는 듯 도비가 루이를 노 려보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 노련해 보이던 기사 가 투구를 벗자,마나도 잘 느껴 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 기사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 루이. 이분은 기사님이셔. 난 괜찮으니까,얼굴 봤으니 돌아 가 줄래?"

그 말에 아델이 정신을 차리고

루이를 급히 보내려 했다.

루이가 종자일 때 마지막으로 봤 던 그녀였기에 도비와 다투면 그 가 죽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외침은 옆에 있던

도비에게도 잘 들렸다.

도비는 피식 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설마,기사 흉내를 내고 있었

나?"

"결투하자는 건가?"

"기사도 아닌 자에게 결투.

쓴맛을 알려 주려는 거 지."

도비가 다시 확인해 보니 상대는

평범한 검 한 자루만 허리에 차고 있었다.

반대쪽에 이상한 막대기 같은 걸 차고 있긴 했지만,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어서 사과드려! 도비 님,제가 도비 님하고 결혼할게요. 그러니 그만해 주세요!"

아델이 나서서 두 사람을 말리려 고 했지만,그녀는 금방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뒤로 물러서고 말 았다.

마나가 두 사람 사이에서 충돌하 기 시작한 것이다.

루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델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고는 품에서 수건을 하나 꺼 내 손목에 둘렀다.

오래전 소녀가 그에게 준 수건.

루이는 그러면서 왜 자신이 이곳 까지 찾아온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나,기사 루이는 레이디 아델리 안의 명예를 지키고자 결투를 신 청한다!"

자신은 그녀를 보기 위해,그녀 를 놓치지 않기 위해,그녀를 사

랑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루이는 한 손에 검을 뽑고 다른 손에 막대기를 쥐었다.

막대기가 환한 빛을 내뿜으면서 곧 반투명한 방패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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