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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76화 (176/222)

176화

검은 탑이 홀로 높이 솟아 있는 도시.

얼마 전까지 검은 마탑이 있는 곳으로 유명했던 그 도시는, 지금 은 상처만 남은 폐허처럼 보였다.

그때,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마탑을 버렸던 흑마 법사들과 히베루니아 왕국의 기사 와 병사들이었다.

영지에 남아 있는 검은 몬스터들 을 모두 정리한 끝에 다시 도시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 보니 검은 몬스터들에게 빼앗겼던 도시는 지 금은 텅 비어 있었다.

"맙소사……. 도시의 반이 날아 가 버렸네요."

도시의 성벽 위로 올라선 병사들

의 얼굴은 생각지 못한 도시의 광 경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된 거 죠?"

"그때 일어났던 폭발 흔적이겠 지."

후임 기사의 물음에 선임 기사가 대답했다.

이번에 도시에 도착한 사람들 대 부분은 얼마 전 도시 쪽에서 벌어 졌던 대폭발을 목격했었다.

영지 너머에서도 보이던 강력한 빛과 구름 위로 치솟은 거대한 버 섯 모양의 연기.

그 뒤로 영지를 배회하던 검은 몬스터들은 기운을 잃고 하나하나 기사와 병사들에게 토벌을 당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많은 인명 손 실이 있었던 탓에 이제야 겨우 대 부분의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도시 로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만 놀라고 당장 수색을 시작 해! 수많은 피난민이 영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

수색을 마친 뒤에도 도시가 재건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기사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말에 수백 명의 병사가 폐허 가 된 도시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접근할 생각 말고 후퇴해서 보고해라. 기 사도 혼자서는 상대할 생각을 말 고!"

딱 봐도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도시였지만,혹시나 살아남아 있 는 놈이 있을지도 몰라,기사는 주의를 기울였다.

일반 병사는 물론,기사의 검에 도 잘 잘리지 않는 몬스터였다.

혼자 상대하다가 죽어 나간 기사 도 한둘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저 마법사들은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지?"

기사 하나가 마탑으로 향하는 마 법사들을 보고는 바닥에 침을 뱉 었다.

"언제 마법사가 도움 되는 일을 한 적이 있어? 괜히 끼어들지나 않으면 바랄 게 없겠다."

"그런데,혹시 소문 들었어?"

"뭘?"

"이번 사태를 저 흑마법사들이 일으켰다는 것 말이야."

"응? 그냥 유언비어 아냐?"

"아니,꽤 그럴듯한 내용이거든. 이번에 날뛴 몬스터가 사실은 흑 마법사들이 개조한 몬스터라고 하 더라고."

"하기야,이런 짓을 할 놈들은 마법사밖에는 없지."

기사들이 마법사들에 대해 한참 동안 떠들자,선임 기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잡소리는 그만! 모두 일에 집중 해!"

솔직히 선임 기사도 들리는 소문 에 동의하고 있었지만,지금은 우 선 도시를 정리해야 했다.

그렇게 떠드는 기사들을 사방으 로 보내던 선임 기사의 눈에 멀리 서 달려오는 병사가 들어왔다.

"기사님! 저기 커다란 구덩이 쪽 에 거대한 몬스터 시체가 있습니 다!"

도시 한쪽에 생긴 커다란 구덩이 쪽으로 보낸 병사였다.

병사의 말에 그는 남아 있던 기 사들을 이끌고 구덩이로 달려갔다.

수백 걸음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구덩이 안쪽에는 구멍이 뚫려 있 었고,그 구멍 안에는 반 이상 파

먹힌 상태의 날개 달린 지네 몬스 터 사체가 놓여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몬스터끼리 싸 운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먹히기 전에 죽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흔적도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구멍 입구에서 안쪽을 들여다보 며 선임 기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이놈을 먹은 몬스터는 아 직 살아 있다는 거 아냐?"

얼핏 봐도 사체를 뜯어먹은 흔적 이 작지를 않았다.

그 말인즉,이 커다란 몬스터 사 체를 먹어치운 놈도 평범한 몬스 터가 아니란 뜻이었다.

"비상사태야! 모두 후퇴하라고 해! 기사 한둘이 상대할 놈이 아 냐!"

선임 기사의 말에 다른 기사들이 사방으로 달려 나갔다.

"마법사들에게도 알릴까요?"

"당연하지! 꼴 보기 싫다고 해도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

그의 말에 기사 하나가 마탑을 향해 달려갔다.

같은 시각.

마탑에 도착한 흑마법사들은 마 탑 내부를 보고 얼이 빠져 있었다.

"이럴 수가……. 겉은 그래도 멀 쩡해 보였는데."

할퀸 상처가 나고,벽에 구멍이 뻥뻥 뚫리긴 했지만,폐허가 된 도시에 비하면 마탑은 그나마 괜 잖아 보였었다.

하지만 마탑 내부는 겉과 전혀 달랐다.

마탑 안에 들어선 마법사들은 어 이없게도 뻥 뚫린 천장으로 쏟아

지는 햇살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층층이 올라가기 도 힘든 수십 층의 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앙이 지하까지 뻥 뚫린 단층 건물이 되어 있었다.

마탑의 탑주도 뜻밖의 사태에 황 당한 표정을 지었다.

탑을 보존하기 위해 마탑의 문을 열어 놓았는데,결국 망가져 버렸 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전부 헛수고가 되어 버리자 허탈함이 느껴졌다.

"대마도사와 검은 몬스터들이 싸

운 여파일까요?"

제자의 말에 탑주는 인상을 찌푸 렸다.

그는 제국의 대마도사가 벌인 일 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많던 검은 몬스터들을 없애 버리고,도시의 반을 날려 버리는 마법이라니.

대마도사란 이름은 제국이 만든 허풍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그에 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본 광경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제국의 대마도사가 자신보

다 뛰어난 마법사라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호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마탑을 박살 내다 니.

대마도사에 대한 감탄이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설마,고의로 마탑을 날려 버린 것 아냐?'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도 떠올랐 지만,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때 였다.

"이건 뭐지?"

대마도사를 향한 분노로 부글거 리던 탑주는 지하에서 느껴지는 마나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멍 뚫린 탑의 지하에서 강력한 마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따라와라."

의아하게 여긴 탑주는 바닥에 난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갑작스러운 탑주의 움직임에 모 두 어리둥절했지만,곧 제자들도 비행 마법을 몸에 걸고 커다란 구 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그들은 얼마 전까지 몬 스터 사육소로 쓰던 탑의 지하에

서 살아 있는 몬스터를 보게 되었다.

날개를 활짝 편 지네를 닮은 검 은 몬스터.

조용히 구멍을 올려다보고 있는 몬스터를 본 탑주와 마법사들은 표정이 굳어졌다.

검은 몬스터 뒤에는 비어 있는 검은 고치가 보였다. 조금 전,몬 스터가 탈피를 끝내고 빠져나온 고치 였다.

게다가 바닥에는 몬스터가 탈피 전에 먹다 버린 고치가 굴러다니 고 있었다.

탑주와 마법사들은 알지 못했지 만,이 검은 몬스터는 얼마 전 대 마도사에게 죽었던 검은 지네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이놈은 뭐지?

-그 지네 놈들하고 닮은 것 같 은데요?

-하지만 이놈은 날개가 있잖아.

-살아 있는 놈이 있었네. 이걸로 실험을 이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바닥에 내려서면서 마법사들이 메시지 마법으로 속삭였다.

몇몇 마법사는 살아 있는 몬스터

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듯 보 였다.

그런데 탑주는 이미 다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탑주가 메시지 마법을 중단하고 크게 소리쳤다.

"모두 공격해! 당장 제거한다!" 대마도사의 마법은 대량의 몬스 터를 제거하기 위한 마법이 아니 었다.

오히려 강력한 몬스터를 한꺼번 에 없애기 위한 마법이었다.

그 강력한 대마도사도 몬스터와 함께 이곳에서 죽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몬스터가 그 몬스터 는 아니겠지만,날개 달린 검은 지네가 평범한 몬스터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탑주의 말은 다른 마법사들이 들을 수 없었다.

부우우웅!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몬스터 의 날개가 마법사들에게 태풍 같 은 바람을 퍼부은 것이다.

"젠장!"

"실드를 켜!"

다행히 마법사들은 비행 마법과 실드로 바람을 견뎌 냈지만,바람

때문에 앞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볼 수 없었다.

그사이 날개를 퍼덕이던 검은 지 네의 입이 벌어지고,입안에서 빛 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다음 순간.

번쩍!

콰과과과-

지네의 입에서 빛의 기둥처럼 보 이는 물줄기가 쏟아졌다.

뒤이어 지네가 고개를 좌우로 움 직였다.

맨 왼쪽 마법사를 강타한 물줄기 는 빠르게 오른쪽으로 이어졌고,

순식간에 모든 마법사들을 훑고 지나갔다.

물줄기에 닿는 순간.

마법사들의 실드가 깨지고,몸이 녹고,잘려 나갔다.

크아아악!

지하실에 마법사들의 비명이 가 득 찼다.

하지만,비명을 지를 수 있는 마 법사는 일부였다.

마법사 대부분은 입도 뻥긋 못하 고 녹아내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물줄기가 지나간 자리에 살아남

은 마법사는 오직 탑주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뛰어나다던 탑주마저 도 단지 목숨이 붙어 있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 반이 녹아내렸고,허 리 아래도 녹아서 보이지 않았다.

재생 마법의 힘으로 간신히 목숨 을 부지하고 있었지만,이래서야 살아남기는 무리였다.

"크윽……! 말,말도 안 되

그가 바람 새는 목소리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을 내저었지만,의

미 없는 신음일 뿐이었다.

탑주는 고통 속에서도 도무지 지 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평상시처럼 몬스터를 가둬 키우려고 했을 뿐이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 하나 때문에 이렇게 탑이 멸망하다니.

"킥,키익. 이렇게 된 거,같 이…… 같이,가자……!"

탑주는 자신이 가진 마나를 모두 끌어모아 몸 앞에 거대한 화염을 만들었다.

생명을 유지하는 재생 마법의 마 나까지 모두 밀어 넣은 화염은 점

점 하얗게 변해 갔다.

동시에 열기로 인해 그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탑주는 죽어 가면서도 만 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마법이면 다른 탑주는 물론, 아이힌테일에게도 뒤지지 않을 거야.'

마지막 상념을 끝으로 탑주는 열 기에 불타 버렸고,마법사의 제어 가 사라진 화염은 화려하게 폭발 했다.

쿠아아아앙!

반대편 성벽으로 모이던 병사들

과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놀라 마탑을 바라보았다.

폭음과 함께 마탑이 무너지고 있 었다.

지네 괴물이 마탑의 천장에 구멍 을 냈을 때도,대마도사가 도시를 반파했을 때도 버텨 냈던 마탑이 었지만,탑주의 마법은 이겨 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실제로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탑 이 무너진 것이었지만,그 사실은 아무도 모르니 어떻게 보면 탑주 는 대마도사를 이긴 것일지도 몰 탔다.

다만,탑주의 마법은 원하는 목 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무너지는 탑 사이로 검은 그림자 가 치솟아 올랐다.

바로 날개 달린 검은 지네였다.

놀란 병사와 기사들이 몬스터를 바라봤지만,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은 지네는 그들을 비웃는 것처 럼 하늘을 한 바퀴 돈 뒤에 크게 괴성을 질렀다.

쿠아아아아!

이내,검은 지네는 서쪽으로 날 아가기 시작했다.

검은 지네가 날아가는 방향은 서 쪽의 레타니아 왕국.

괴물이 빠져나왔던 거대한 균열 이 놈의 목적지였다.

* * *

쿠아아아!

제이크의 귀에 몬스터의 괴성이 들려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깜짝 놀랄 소리였지만,이곳에서는 그리 대 단할 것도 없었다.

구름이 흐를 정도로 높은 천장.

해가 내리찍는 것같이 밝은 세상. 제이크가 도착한 곳은 푸른 숲과 긴 강에 있는 땅속의 또 다른 세 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세상의 주인 은 검은색 일색의 괴물,속칭 디 스트로이 어들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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